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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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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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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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9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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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사이버렉카(8)

DUMMY

“제가 악플 달아서 여기까지 온 거예요? 우와. 악플 안 달았으면 평생 못 봤을 텐데”

악플러가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아 생각보다 골때리네’


“아 생각보다 더 최악이네”

현준이 손으로 마른세수한다.


“사진이 훨씬 잘생겼어요. 제 스타일은 아니지만요!”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건지, 악플러는 입술을 일부러 굳게 다문 채로 고개를 도도하게 든다. 하지만 부끄러운 표정을 숨기려는 듯 목소리를 갈수록 작아진다.


“땡”


“정말 잘 생겼어요.”


“그거는 아까 한 말일 텐데”


“돈도 많고 다 가졌으니까 용서해주세요”


“창의성이 부족해. 경찰서 한번 가볼까?”


현준이 휴대폰을 켜, 인터넷에 들어가자, 악플러가 현준의 반대편 팔을 사정없이 붙잡는다. 꼭 벌레 같이 버둥거린다.


가입 카페에 팬클럽인 다이아가 눈에 보인다. 꽤 열성적으로 활동한 듯 게시글 수도 많고 댓글 수도 많다.


“다이아에도 가입했네? 안티라며. 돈 아까울 텐데”


인터넷을 벗어나자, 바탕화면에 있는 달력에는 현준의 스케줄이 가득하고, 사진첩 안에는 자신의 사진들이 있다. 군데군데 좋아요가 잔뜩 달린 악플들이 따로 폴더에 보관된 건 덤.


“소장용? 테러용? 어쨌든 고생이네”

현준이 사진을 감상하며 시선을 빼앗기자,



“실시간으로 올리려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 줄 알아요?”

참던 악플러가 악에 받쳐 말한다.


“나 아직 핸드폰 안 줬다.”


현준이 핸드폰을 하늘을 향해 높게 들어 올린다. 여자는 핸드폰을 뺏으려 깡충깡충 뛰지만 손이 허공을 가른다.


현준이 인스타를 연다.


“무릎 꿇고 빌어봐. 눈물이 날 만큼”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이 보이자, 악플러는


“안 돼요. 여기 연락 끊긴 친구들도 많고 없으면 안 돼요”

손을 붙잡고 말한다.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닌가 보네.”


현준은 악플러가 핸드폰을 다 볼 수 있게 뜸을 들인다.


“이거는 네 주둥이 몫.”


악플러가 지켜보는 앞에서 탈퇴 버튼을 누르자, 악플러가 소리를 지른다.


“어머 다 지워졌네. 로그아웃한다는 게 실수.”

현준이 빙긋 웃는다.


현준이 유투브 앱에 접속한다.


“정말 잘못했어요. 유투브 계정만큼은 지우지 말아주세요. 어차피 악플은 다른 계정으로도 달 수 있는 거잖아요. 저보다 더 심하게 다는 사람도 많고. 저는 거기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요. ”


“아 유투브도 만드는구나. 아직 갈 길이 먼데.”

아직 구독자가 만 명이 되지 않은 계정에 현준이 포식자처럼 나른하게 웃는다.


“나이도 어려서 한 번만 봐주면 다시는 안 그럴게요”

유투버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다.


“이거는 내 인생에 태클 건 몫”

현준이 유투버의 숙어진 머리 위로 핸드폰을 보여준다. 악플러가 보는 눈앞에서 계정을 삭제한다.


“그렇다고 내가 악플 안 달 줄 알고. 가만 안 둬.”

악플러가 일어서서 핸드폰을 뺏으려고 현준의 손을 난폭하게 잡는다. 손질하지 않은 긴 손톱이 현준의 손을 발갛게 긁는다.


“네가 뭘 하든 관심 없어. 근데 네 악플 때문에 내 앞길 망치는 건 안 되지”

현준이 진지하게 굳으며 핸드폰을 악플러에게 던진다. 악플러는 핸드폰을 허겁지겁 길바닥에 떨어져 액정이라도 흠이 날까 봐 온몸을 날려 받는다.



“이런. 아무리 관종이라지만, 방법이 틀렸잖아”

현준이 나긋하게 한쪽 입꼬리를 비틀며, 여유롭게 바라본다. 핸드폰을 사수하기 위해 저 몸도 불사르는 몸짓이 하루살이 불나방과 같이 가소롭다. 어둠 사이로 긴 송곳니가 입술 사이로 나올 듯 말 듯 위태롭게 드러난다.


악플러가 소란스럽게 휴대폰을 터치하며, 계정을 다시 복원시키려고 정신없는 사이에 현준은 조용히 자리를 떠난다. 인터넷 세상에서 누구도 관심이 없던 것처럼, 악플러는 공허하고 텅 빈 길거리 속에서 혼자 남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절규를 내지른다.







현준이 경차로 돌아와, 문을 열자 음식 냄새가 쏟아진다. 이미 깨끗이 비워진 일회용품들에서 음식 냄새가 아직 모락모락 나고 있고, 태욱이 음료수를 마시며 입을 게운다.


경차에 들어와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확인한다. 옷은 약간 주름이 져 있지만, 자신의 오똑한 콧날과 서늘한 턱선은 여전하다.


“아무리 보도 잘생겼단 말이지”

현준이 혼잣말한다.


“잡은 거야?”

태욱은 옆에서 음료수병을 잠그며 묻는다.


“엉 잡았지.”

현준이 말한다.


“근데 왜 혼자 와? 뉴스도 안 뜨고”


“내가 놓아줬으니까.”


“형이 놓아줬다고? 흐음. 갑자기 왜 놓아줬을까.”


“말로 잘 어르고 달랬지. 내가 봐줬달까”

현준이 답한다.


“말로 잘 이야기했다고? 효과 없을 거 같은데. 솔직히 말해봐 못 잡고 놓친 거지?”

태욱이 현준에게 가까이 다가온다.


“나는 연예인이잖아. 너처럼 몸으로 해결하면 큰일 나.”


“앞으로 못 잡겠네”

태욱이 말한다.


“핸드폰 번호랑 이름이랑 주소 다 알아.”


현준은 당분간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태욱은 옆에서 열심히 핸드폰으로 검색을 한다.


“아이디가 0230foireluv 였댔나?”


“어 그런데 계정 탈퇴해서 못 찾을 거야”


“벌써 댓글 또 달렸는데”

태욱이 핸드폰을 보여준다.


0230foireluv2라는 아이디가 자신의 영상에 댓글이 달린다. 달랑 아이디에 2만 새로 쓰다니, 이건 명백한 도발이다.


현준탈퇴운동본부

[현준이 실제로 만나서 강제로 계정 탈퇴시키더라. 진짜 악질 중의 악질임. 내가 현준 강제로 탈퇴시키고 만다.]


[실제로 봤는데 완전 자아도취 쩔더라. 나르시스트 끝판왕. 무조건 다 자기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진짜 호불호 타게 생겼더라.]



[남의 핸드폰 서슴없이 보더라. 연애하면 의심하고 집착할 텐데 숨 못 셔서 어떻게 사냐.]


[생각보다 손이 많이 거치네. 되게 부드러운 스윗 가이 맞는지 의심스러움. 실제로는 성격이 되게 괴팍함]


[외국인이라고 한국말 잘하면 한국인이라고 생각했나? 너 아직 외국 국적이잖아. 그렇게 한국이 좋으면 국적을 바꾸지 그래.]



“형이 뭐 그렇지 뭐. 사냥이 쉬운 게 아니라니까.”

태욱이 비웃는다.


현준은 설마 의심이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인스타로 아이디를 검색한다.


그 사이에 계정이 새로 생겼다. 그사이에 올라온 사진을 클릭하니, 자신의 뒷모습이 찍혀 있다.

[현준이랑 개인적으로 말하는 사이

비하인드 듣고 싶으면 정보비 천원 입금 부탁드려요.

DM으로 연락주세요]

사진에 글과 함께 공손한 손 포즈가 그려져 있다.

‘아 제기랄. 이렇게 나온다 말이지’


“그래 그렇게 관심받고 싶단 말이지”


“내가 너에게 딱 맞는 선물이 있거든.”


현준이 팬카페에 접속한다. 익명 게시판에 글을 올린다.


[아까 인스타에 현준 전화번호 얼핏 뜬 거 같은데 이거 맞아?

010-XXXX-XXXX]


현준은 게시글에 추가로 댓글을 단다.


[그 사이에 게시글 지운 거 같은데ㅠ]


[어 핸드폰 번호 바꾼 건가? 세컨폰 번호인가.]


“우리 팬들이 좀 유별나거든.”


현준이 글을 올리고 후련한 표정으로 태욱을 바라본다.


“왜 무슨 꿍꿍이야”

태욱은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을 쳐다본다.


“나 숙소로 데려가 줘. 이제 다 해결됐거든”

현준이 말한다.



악플러는 갑작스럽게 핸드폰에 전화가 걸려오자,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어. 현준 전화번호 아니에요?”


“잘못 걸었습니다.”

악플러는 전화를 끊자마자, 부재중으로 떠 있는 몇십 통의 전화가 찍혀 있다.


발신자 제한 번호로 전화가 오자, 악플러는 찝찝해서 전화를 거절한다. 역시나 그사이에 다시 부재중 전화가 가득 차자, 핸드폰을 끄고 PC를 킨다.


방금 자신이 올린 유투브 댓글은 다 신고되어 삭제 되었고,


현준 정보를 파는 글에는 여러 댓글이 순식간에 달린다.


[연락해봤는데 정말 쓸데없는 정보라서 돈이 아까움]


[너도 고소미 한번 맛봐 볼래?]


악플러는 아까 서늘한 현준의 표정이 떠나지 않는다. 상대를 잘못 고른 것 같다.








“미션 클리어.”


금의환향이라고 하기에는 작고 오래된 경차가 멋있지는 않지만, 현준은 그 어느 때 보다 고개를 빳빳이 들고 늠름하게 숙소로 돌아온다. 속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경쾌하게 걷는다.


‘내 앞길을 막을 수 없어. 원래 잘났으니까’


보통 때와 같았으면 귀한 피 한 병으로 이 축제를 음미했을 텐데. 현준은 숙소에 피가 없다고 깨닫자 몹시 아쉽다. 괜히 빈 속에 침을 한번 꼴깍 삼키는 것으로 대신한다.


‘뭐 어쩔 수 없이, 불 다 끄고 한번 오랜만에 자신만의 시간을 즐겨 볼까’


현준이 문을 열자마자, 안에는 불을 가득 켠 채로 준영과 포이르가 앉아 있다.


‘편히 쉬는 것도 실패’

현준은 포이르가 자신을 흥미롭게 샅샅이 훑는 것이 느껴진다.


‘뭘 봐’

아직 스무 살도 안 된 게, 앉아 있는데도 거만하게 자신을 내려다보는 것 같다, 현준은 저 귀찮은 시선을 뿌리치고 빨리 방 안으로 들어가 쉬고 싶다.


“현준 오랜만에 왔는데 같이 놀자”

준영이 말한다.


“피곤해서 좀 쉴게”

현준이 방으로 들어가기 전,


“너 아직 소식 못 들었지? 탈덕레카 붙잡혔대”

준영이 말한다. 옆에서 포이르가 자세를 바르게 앉고 준영을 쳐다본다.


“탈덕레카가 10억원 요구했잖아, 그래서 엘상무님이 머리 써서 경찰에 현행범으로 넘겼지 뭐야. 크 역시 엘상무님이야.”


“선배님, 엘씨 성도 있어요?”


“아니 엘디라고, 원래 이름이 복룡인데, 영어로 엘디라고 불러. 역시 산화고 출신은 달라도 달라”


“산화고요?”


“아 유명한 학교야. 사장도 거기 출신인데, 사장은 공부 못할 때 들어갔대”

준영이 포이르에게 말한다.


“그나저나, 우리 이번에 산화고 축제 가기로 한 거 알지?”

준영이 현준에게 다시 말한다.


“처음 듣는데. 우리가 갈 짬은 아니지 않아?”

현준이 답한다.


“이.사.장.님이 우리 보고 싶다고 사정을 했대. 사실 나 혼자 발라드랑 불러도 되는데. 가기 싫으면 혼.자.라도 갈까?”


준영이 자신의 인기를 과시하려는 듯 힘을 주고 이야기를 한다. 포이르는 준영과 현준을 번갈아 지켜보다가 하품을 한다.


“아 포이르 아직 어려서 그런가? 잠이 부족한 거 같아. 매니저 언제 온대?”

준영이 호들갑을 떤다.


“모르겠어요. 여기서 잠자고 가야 하나. 새벽스케줄인데 벌써 걱정돼요”


“빨리 집에 가야지. 한창 클 나이인데 잠이라도 많이 자야지.”

준영이 말한다.


“새벽 스케줄이에요. 후 현준 선배님 왔으니까 여기서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포이르가 말하며 곁눈질로 현준을 바라 본다. 재수 없다.


“언제든지 우리 집 놀러와도 되고, 안 되면 핸드폰으로 연락해”


“선배님 혹시 전화 번호 010-XXXX-XXXX에요?”

포이르가 잠이 다 깬 사람처럼 눈이 동그랗게 하고는 전화번호를 물어본다.


“아닌데 왜?”

현준이 능청스럽게 이야기한다.


“아~ 그거 팬카페에 잘못 올라 온거야.”

포이르가 다시 시무룩해 하는 표정을 짓자,


“아. 내가 핸드폰을 잘 안 봐서 연락 잘 안될 거야. 인스타 디엠 보내”


“네···. 거기로 할게요”


“근데 팬카페에 누가 올린건지 모르곘어.”


“글쎄 사생들도 깜짝 넘어갔다니까. 그 사람 잠도 못 잘 텐데 참 불쌍하다.”

“관심받고 싶은 사람은 더 좋아할 수도 있지”


현준의 태연한 말에 포아르의 시선이 묘하게 바뀐다. 방금까지 실망한 사람의 표정이라고는, 20살도 안 된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의뭉스럽고 조심스럽게 웃는다.


“꼭 글 올린 사람 같아요.”

포이르가 활짝 웃으며 말한다. 현준은 포알을 보며 아무리 봐도 지금 졸려보이지 않는데, 얘는 참 속내가 검은 것 같다.


‘별로 친해지고 싶지는 않은 데 말이지’

현준은 준영에게 강제로 붙잡혀 포이르의 매니저가 숙소로 올 때까지 억지로 내키지 않는 수다를 떨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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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The Vampire of Peace(2) 24.09.14 3 0 13쪽
59 The Vampire of Peace(1) 24.08.25 5 1 11쪽
58 Windy Bloody(3) 24.08.25 6 0 8쪽
57 Windy Bloody(2) 24.08.19 6 1 8쪽
56 Windy Bloody(1) 24.08.13 5 0 11쪽
55 웰컴 투 뉴욕(3) 24.08.10 7 1 10쪽
54 웰컴 투 뉴욕(2) 24.08.10 7 1 8쪽
53 웰컴 투 뉴욕(1) 24.08.05 6 1 9쪽
52 님아 그 문을 열지 마오 24.07.30 10 0 10쪽
51 51. 은밀한 비행(2) 24.07.28 10 0 11쪽
50 50. 온라인 팬미팅(2) 24.07.23 11 1 8쪽
49 49. 온라인 팬미팅 24.07.21 11 1 9쪽
48 48. 홍삼 24.06.18 11 0 8쪽
47 47. 넌 내 팬이 아냐 24.06.15 12 0 14쪽
46 46. 은밀한 비행 24.06.12 11 0 9쪽
45 45. 축제(2) 24.06.11 9 0 11쪽
44 44. 축제(1) 24.06.10 8 0 12쪽
» 43. 사이버렉카(8) 24.06.09 11 0 12쪽
42 42. 사이버렉카(7) 24.06.07 10 0 10쪽
41 41. 사이버렉카(6) 24.06.06 8 0 10쪽
40 40. 사이버렉카(5) 24.06.04 8 0 8쪽
39 39. 사이버렉카(4) 24.06.02 9 0 7쪽
38 38. 사이버렉카(3) 24.06.01 8 0 11쪽
37 37. 사이버렉카(2) 24.05.30 12 0 8쪽
36 36. 사이버렉카(1) 24.05.29 12 0 9쪽
35 35. 새봄(2) 24.05.28 12 0 9쪽
34 34. 새봄(1) 24.05.27 10 0 10쪽
33 33. 피닉스(2) 24.05.26 10 0 8쪽
32 32. 피닉스(1) 24.05.25 1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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