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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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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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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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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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사이버렉카(4)

DUMMY



현준은 논현동 지하에 있는 고급스러운 바로 걸어간다. 어두운 저녁에도 선글라스를 낀 현준은 가파를 지하 계단을 내려가 문을 열자, 수많은 인파로 가득하다.


어두운 조명에서 다들 각자만 떠다니는 것처럼 서로를 의식하지 않고 있다. 외로운 행성처럼 숨겨진 룸 사이로 들어가고, 몇백만원은 나갈 것 같은 고급 나무 원목에 과하게 푹신하고 넓은 소파에서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다. 거대하게 흐르는 재즈에 맞춰서 천천히 잔 위로 얼음이 쏟아지는 소리, 물이 따르는 소리만이 고요하게 퍼진다.


현준은 자리로 가자, 이미 테이블 바 위로 양주병을 혼자 홀짝이고 있다. 구김이 가 있는 셔츠에 제법 흰머리와 검은 머리가 비등하게 섞인 머리, 묘하게 눈가에 짜증이 섞인 것 같은 표정의 40대 후반 남성이 앉아 있다. 옆에 바에 앉자, 웨이터가 새로운 잔 하나를 건넨다.


“W의원 직원?”

남성이 현준에게 잔을 따른다. 반짝이는 양주잔에 졸졸 양주가 쏟아진다.


“네”

현준은 잔만을 받고 그대로 바 위에 올려둔다.


사내는 안주를 추가로 시키며 묻는다.


“거기에서 근무한 지 얼마나 되었어요.”


“현준이 데뷔하기 전부터 다녔으니까 한 10년 되었나 그럴 거예요···.”


“거기서 무슨 일 하시죠?”

“퍼스널 컨설팅 실장이에요.”


“아 그렇구나. 보통 여자분들이 많이 하시던데··· 의외네요.”

남자는 위아래로 자신을 훑어보더니 선글라스를 보며 인상을 찡그린다.


“선글라스는 좀 벗으시면 안 되나?”


“아 제가 지금 시술 받은 지 얼마 안 되어서 양해 좀 해줘요. 호호. 원장 조카여서 편하게 다니고 있어요. 알아서 현준 보고 많이 찾아오니 뭐 열심히 안 해도 되죠”


“지금 병원 문 닫혀 있죠? 갔다가 허탕만 쳤는데 이거 원.”


현준은 선글라스로 가려진 눈매로 자유롭게 남성은 관찰한다.


“어머 그러셨구나. 잠시 쉬고 있는데, 미리 이쪽으로 연락하시지.”


“이렇게 텔레파시가 딱 잘 통하기 쉽지 않은데 이번에도 대박이겠는데요”


“소정의 사례를 주신다면 생각해 볼게요. 제 목숨도 있는데 적어도 한 장은 되어야 섭섭지 않을 것 같고요.”


“하 바로 돈 이야기하시다니.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데 돈이 중요하세요? 못 참겠으니까 저한테 연락하신 거 아니세요? 이제 국민도 현준의 본 모습을 알면 다리 쭉 뻗고 자시고 후련해질텐데요.”


“그렇긴 한데···. 생각 좀 해봐야겠네요.”


“병원이 문을 닫아서 제가 조금··· 어렵거든요.”


남자가 명품으로 도배한 자신을 위아래로는 훑고는 이해를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혹시 현준이 프로포폴이나 마약 맞은 건 없어요? 그렇다면 좀 사례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게요.”


“아 그건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원장님이 민감한 진료는 혼자 하셔서요.”


“뭐 알아는 볼 수 있는데, 이게 워낙 위험하니까”


현준이 손가락으로 하나를 표시한다.


“마음은 좀 확실하게 전달해주시면 생각해요”


“흐음. 아주 어려운 부탁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해서 이거 원. 섭섭하네요. 아무튼, 다시 한번 보죠. 좀 더 용건이 있으면 좋겠네요. 명함 하나만 주세요.”


“어머 명함 지갑을 두고 왔는데. 핸드폰 주시겠어요?”


현준이 전화번호를 찍는다. 남자가 전화를 걸자, 현준의 핸드폰이 울린다.


결제판을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건네고는 쿨하게 남성은 사라진다.


“잘 먹었어요. 다음에 봐요.”


자신의 이름으로 보관해두고 간 30년산 양주병, 현준이 입에 대지도 않은 안주들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


‘이것도 나보고 사라는 건가.’

현준은 선글라스를 내리며 반짝이는 양주병을 쳐다 본다.


“봐 주려고 해도, 계속 선 넘네···.”



“계산해드릴까요?‘


선뜻 지갑에 손이 가지 않지만, 자신을 쳐다 보는 바텐더를 바라 보며 할 수 없이 카드를 건넨다. 저 치에게 들어가는 돈 한 푼이 너무 아깝다. 이것까지 이자 포함해서 다 받아 낼 것이다.


계산을 마치고 올라간 꼭대기 출입구가 잠겨 있다. 창문으로 밖을 바라 보자, 바가 제법 유명한 것인지 건물에 끊임없이 사람들과 차들이 오간다. 이 건물에서 날기는 글렀다고 현준은 생각한다.


“날아가는 것도 일이네”


매니저에게 전화를 건다. 오랜 연결음에 겨우 매니저가 전화를 받는다.


“나 지금 당장은 못 갈 거 같은데. 오늘도 사장 회의하고 있어서”


“지금 이 시간에?”

한밤에 의아한 현준이 묻는다.


“언제 끝나는데”


“나도 모르겠는데···. 세 시간 뒤?”


“오늘은 또 뭐 때문인데.”

현준은 골치 아픈 듯이 묻는다.


“아 그게···.”


“뭔데 말해봐”


“방금 탈덕레카에서 현준 마약 건 터트린다고 전화가 왔어. 십억 원 주면 덮겠다고 하는데. 일주일 뒤에 올릴 거니까, 삼일 안에 달래. 회의 거의 끝나가고 있었는데 망했어”


“아아 그래? 나 마약 안 하는데”

현준은 심드렁하게 답한다. 현준은 창문 밖으로 산들이 보이지 않는다. 주변의 고층 건물들은 하나 같이 반짝이고 있어, 제법 걸어가야 할 것 같다고 현준은 생각한다.


“그걸 어떻게 알아!”

매니저가 말한다.


“나 못 믿어?”

현준은 짜증 낸다.


“아니 믿지, 근데 저번에 신인도 똑같이 말하다가, 클럽에서 마약 파티하다 걸려서 바로 현행범으로 경찰서 끌려갔잖아. 데뷔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아서 탈퇴하고 그 바람에 그룹은 활동도 제대로 못하고 끝.”


“못 믿는다는 거네. 걔는 눈빛부터가 이상했고.”


“참 아직도 사람 보는 눈 없어. 사장은 자기 스타일에 맞는 얼굴이면 다 데려고 오니까 문제지. 인성 교육이라도 하던가”

현준이 투덜대다 욱하고 있는 와중에 스피커 너머로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매니저 듣고 있어?”


“미안, 나 좀 끊을게”


급하게 끊는다.


‘하···. 내가 내 무덤을 판 건가’


현준은 지친 다리를 이끌고 터덜터덜 걷는다. 자정이 넘어서도 끝나지 않는 모임, 새벽이 되어서도 길거리에 사람들이 돌아다닌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한밤중에 선글라스를 낀 자신을 보라 보자,


막다른 길로 숨는다. 새로운 골목길도 불빛으로 요란하고, 저 멀리 택시가 새롭게 다가온다. 네온사인으로 밝은 밤사이로 불빛이 꺼진 고층 건물이 얼핏 보인다.


현준은 그나마 가로등이 적은 길로 다시 길을 튼다. 네온사인으로 밝은 밤은 사라지고, 불빛이 꺼진 고층 건물이 멀리 보인다.



한낮의 태양을 피할 수 있게 된 만큼, 기나긴 한밤의 비밀을 빼앗겼다고 현준은 생각한다.


그러니까, 화려한 대도시의 밤은, 뱀파이어에게 여간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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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The Vampire of Peace(2) 24.09.14 3 0 13쪽
59 The Vampire of Peace(1) 24.08.25 5 1 11쪽
58 Windy Bloody(3) 24.08.25 6 0 8쪽
57 Windy Bloody(2) 24.08.19 7 1 8쪽
56 Windy Bloody(1) 24.08.13 5 0 11쪽
55 웰컴 투 뉴욕(3) 24.08.10 7 1 10쪽
54 웰컴 투 뉴욕(2) 24.08.10 7 1 8쪽
53 웰컴 투 뉴욕(1) 24.08.05 6 1 9쪽
52 님아 그 문을 열지 마오 24.07.30 10 0 10쪽
51 51. 은밀한 비행(2) 24.07.28 10 0 11쪽
50 50. 온라인 팬미팅(2) 24.07.23 11 1 8쪽
49 49. 온라인 팬미팅 24.07.21 11 1 9쪽
48 48. 홍삼 24.06.18 11 0 8쪽
47 47. 넌 내 팬이 아냐 24.06.15 13 0 14쪽
46 46. 은밀한 비행 24.06.12 12 0 9쪽
45 45. 축제(2) 24.06.11 9 0 11쪽
44 44. 축제(1) 24.06.10 9 0 12쪽
43 43. 사이버렉카(8) 24.06.09 11 0 12쪽
42 42. 사이버렉카(7) 24.06.07 11 0 10쪽
41 41. 사이버렉카(6) 24.06.06 8 0 10쪽
40 40. 사이버렉카(5) 24.06.04 9 0 8쪽
» 39. 사이버렉카(4) 24.06.02 10 0 7쪽
38 38. 사이버렉카(3) 24.06.01 9 0 11쪽
37 37. 사이버렉카(2) 24.05.30 12 0 8쪽
36 36. 사이버렉카(1) 24.05.29 12 0 9쪽
35 35. 새봄(2) 24.05.28 13 0 9쪽
34 34. 새봄(1) 24.05.27 11 0 10쪽
33 33. 피닉스(2) 24.05.26 11 0 8쪽
32 32. 피닉스(1) 24.05.25 1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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