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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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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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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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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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뉴욕(3)

DUMMY


“들어와.”

스타일리스트가 말하고, 다시 방 안으로 들어선다.


“지금 포이르 라이브 방송 보는 거야?”

현준이 묻는다. 스타일리스트는 테이블 위에 있는 핸드폰을 들어 현준에게 보여준다. 연결해서 같이 볼까, 라고 묻길래 현준은 극도로 싫어한다..


“응. 안 그래도 요즘에 잘 안 했는데, 보는 맛 난다니까. 일정 빡셀 때 단비 같은 존재인 게 아주 마음에 들어요. 맨날 돌아다니며 적적할 때 덕질해야 되는 거 아니겠어.”


“아니 실물이 훨씬 잘생겼어. 진짜 인간이 아닌 얼굴이라니까, 벌써 나이도 어린데 이정도인데 아주 미래가 기대가 된다고. 덕질할 맛이 나겠어. 여기 얼굴 봐봐”


“저번에 포이르가 해외 투어 간다고 힘드니까 홍삼 엄청나게 갖다 줬어. 마음도 엄청 스윗한거봐. 진짜 내가 완전 마음이 녹은 거 있지”


“이런 애가 어딨어.”


시선은 여전히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스타일리스트가 말한다. 현준은 입술이 조금은 삐죽 나온 채로 묻는다.


“아니 누나 내 라방을 봤어?”


“너 잘 안 하잖아.”

여전히 핸드폰을 보며 자신의 할 일을 하기 시작한다.


“아니 그러니까 더 챙겨봐야지.”

현준이 자신을 쳐다도 보지 않는 스타일리스트를 눈으로 좇으며 말한다..


“매니저도 안 보는데 내가 왜 보냐”


“아니 매니저는 이번에 따라도 안 오고 누나는 여기 와서 포이르만 보고 내 편이 하나도 없어.”


“나도 내일 라방 할 거니까 누나 꼭 봐야 해”


“어 내일 나 아울렛 가기로 했어. 거리도 되는 데 간 김에 제대로 뽕 빼야지. 간 김에 네 옷도 사 올게”


“나는 여기서 맨날 리허설하고 정신없는데, 내 생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진짜 너무 서운해”


“아 그래 서운했어요. 콘서트 보러 온 팬들이 다 사랑 듬뿍 참을 테니까 며칠만 더 참으세요~ 그때 팬 사인회를 하던가.”


“내 편이 내 편이 아니라니까. 나 이러면 내일 리허설 안 할 거야.”

엄청 애기 같은 말투로 삐져서 괜히 멀리 창밖을 바라 본다. 옆에서 스타일리스트가 자신을 바라보나 안 보다 곁눈질을 하면서 밖을 바라본다. 스타일리스트가 자신을 바라볼 때쯤에야 더 크게 삐진 척을 하며 턱을 치켜든다.


현준 답지 않게 되게 애기 같은 말투에,


“너 설마 이거 집착이야?”


어차피 할 거면서 터무니 없는 말에 스타일리스트는 되게 황당해하다, 눈이 동그래지더니 휘파람을 불 것 같이 입이 옴짝달짝한다.


“호오···. 그러면 그건 받아들여 줄게. 미안한데 내가 마음은 하나뿐이라서 이미 둘로 쪼갤 수는 없는데 어쩌지···.”

스타일리스트가 약올린다.


“나한테 주면 되잖아. 누구 스타일리스트야. 내 꺼잖아.”

현준이 말한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좀 귀여운 거에 약한데, 너는 약간 귀여운 맛은 솔직히 없잖아. 멀리서 보면 댕댕미 있다고 하겠지만, 그거 다 컨셉이잖아.”


“너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아는데 어떻게 덕질을 하니. 조금 신비로운 매력이 있어야지.”

스타일리스트는 포식자의 여유로움을 한껏 즐기며 거드름을 피운다.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이런 현준에게 이런 애걸을 받아 보겠어. 스타일리스트는 승자의 기쁨을 최대한 길게 누리고 싶다.


“포이르는 요즘에 말투에 앙앙하면서 누나~ 이렇게 부르는데, 너도 한번 불러봐. 맨날 스타일리스트님 이렇게 맨날 길게 부르지 말고. 솔직히 너 내 이름 아직도 못 외웠지?”


현준은 얼굴을 잔뜩 구긴 채로 계속 쳐다본다. 온몸으로 삐진 티를 당당하게 내 뿜고 있지만, 스타일리스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한다.


“아니 외웠지. 언제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며. 처음에 이름으로 불리면 막 대하는 거 같아서 싫다고 했잖아.”


현준이 참다가 폭발한다.


“나 저번에 영상통화 했더니 이름도 불러 줬다고. 저번에 복도에서 만날 때는 어 누나라고 아는 체도 해줬다고. 어머 완전 애가 이렇게 사회성도 바르고 귀여운지. 누나 통장 다 가져가요.”


아예 현준의 말을 듣는 체 마는체한다. 갑자기 포이르를 상상하면서, 스타일리스트는 갑자기 눈에서 별이 잔뜩 박힐 것 같은 눈으로 말을 하다가, 혼자만의 세계로 날아가 버린다.


‘나한테 그런 표정으로 바라봐주던지’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이 여기에 있는데도 병풍으로 취급하고 저기 화면 속의 포이르만을 바라보는 모습이 현준은 아니꼽다.


현준은 스타일리스트와의 전쟁에서 백기를 잔뜩 들고는 핸드폰이 놓여있는 테이블에서 제일 반대편으로 가, 관심을 갈구하는 강아지처럼 일부러 밀려난 듯이, 보라는 듯이 침대 끝 가장자리에 불편하게 걸터앉는다. 창문 밖을 바라보면서, 방문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쫑긋이 귀를 기울인다.


밖에서 희미하게 나는 엘리베이터 소리, 발걸음 소리, 불분명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여성인지 남성인지, 아이인지 어른인지, 머리로 가늠한다.


현준은 노심초사해서 하며, 이미 마음은 저 문 앞에서 바짝붙어 작은 구멍으로 관찰하고 있다.


저 방문밖에 소리를 들으려면 귀를 쫑긋 세우고, 모든 소리 소음에 다 예민해진다. 방문으로 가는 중간에 포이르의 목소리가 크게, 귀에 내리꽂힌다.



“가장 친한 연예인이 누구냐고요?”


“저 최근에 루키즈 형들이랑 엄청 친해졌어요”


“준영이 형도 잘해주고, 현준이 형도 되게 살뜰하게 잘 챙겨줘요.”


“제가 현준이 형 보려고 연예인 됐잖아요.”


“성덕?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성공한 덕후. 네 저 성덕인가보네요? 후후”


듣기 싫은 목소리를 귀를 덮어 듣기 싫은 목소리를 안 듣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나오는데, 현준은 바깥에 들리는 엘리베이터, 발걸음 소리에 꾹 참고 침대에 가만히 앉는다.



“안 피곤해? 라방 너무 긴데”


“오랜만에 라방하는 거란 말이야. 본방 사수해야지”


속으로 나오는 욕지거리를 현준이 삼키며 기다린다. 참다못한 현준이 라방을 끄자, 스타일리스트가 갑자기 화를 낸다.


“야!”


“뭐!” 현준이 되받아친다.


“잘 보고 있는데 왜 끄냐고!”


“안 쳐다보고 짐 정리하고 있었잖아!”


“귀로는 다 듣고 있다고.”


“이어폰으로 들으라고”

현준이 말한다.


스타일리스트가 씩씩거리며 핸드폰을 다시 켜자, 라방이 종료된 듯 더 켜지지 않는다. 스타일리스트가 콧김을 잔뜩 뿜으며 화를 낸다.


“너 일부러 싫어하는 옷으로 잔뜩 입힌다!”


현준은 더 삐져서 가만히 있자, 주위에 다시 고요가 맴돈다. 바깥의 아주 조심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발걸음이 잠시 들렸다가, 문이 닫히거나 엘리베이터의 소리가 열리지 않는다.

다시 발걸음이 주위를 맴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린다.


조용히 고요 속에, 스타일리스트가 면세점에서 산 양주 한 병을 까려고 부스럭댄다 그 소리에 건너편 문밖의 복도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스타일리스트는 캐리어 안에 플라스틱 컵을 꺼낸다. 컵에 쌓인 비닐 소리가 부스럭대며 털컥 잔을 테이블 위에 올린다. 양주병을 돌려, 콸콸 잔 위에 양주를 붓는 소리가 난다. 모든 소리가 뒤덮이자, 그 누군가가 그대로 있는지 알 수 없다. 누군가가 이제 갔는지, 안 갔는지 모르겠다.


“너도 줄까?” 스타일리스트가 묻는다.


“됐어.”


신경질적인 소리를 겨우 억누르며 관심이 없다는 듯 말한다.

밖에 나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여전히 여기 방에 있어도 온몸이 가시가 찌르는 것 같고 예민함이 돋아 오르는 기분을 현준을 참아낸다.


스타일리스트가 꽤 술을 혼자 마시고, 언제쯤 눈치를 줄 때쯤에야 현준은 쫓겨나듯이 복도로 나온다. 복도 앞은 다시 인적 없이 고요하고, 방금 그 누군가가 많이 서성이었던지 자신의 방 앞 카펫만 유독 사람 발자국으로 지저분하게 뒤덮여있다.


아, 다시 자신의 방에 키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준영의 방으로 간다. 복도 끝을 꺾어 준영의 문 앞에 도착하자, 그곳의 복도 카펫은 정갈하다.


준영의 방 안에 들어가, 키를 다시 얻자마자 현준은 용건을 다 보고는 다시 방을 나선다.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지만, 문득 생각이 나서 입 밖으로 묻고 싶은,


조심스럽지만 위험한 질문


“아까···. 누구 안 왔어?”


들키지 않으려는 듯, 호기심이 동한 것을 억누르며,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묻는다.


“아까? 음 왔었지. 뭐라고 막 하는데, 얼마나 내 팬이었으면 그렇게 수다스럽게 말을 했겠어. 나는 해외에서 더 인기가 많은가 봐. 몸도 좋고, 그렇긴 하지?”


준영이 새삼 뿌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

현준이 묻는다.


“응 사진 찍어줬더니 엄청 좋아하던데? 또 금방 신나서 혼자 수다 떨다가 달려가더라고.”

준영이 답한다.


“와···. 참 너도 별나다.”

현준이 저절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감탄의 눈빛으로 준영을 쳐다본다.


‘그렇게 쉽게 갈 인간이 아닌데···.’


“아 소주 땡기네. 자기 전에 한잔 딱 하면 기분 좋게 잘 수 있는데. ”

준영이 자신을 보며 입을 축인다. 같이 술을 마시자는 몸짓이겠지만, 지금은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저 강렬한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식욕이 온몸을 지배하는 것 같다. 저 우람한 덩치가 자신에게 달려든다면, 웬만한 육식동물들만큼도 그를 못 당해낼 테다. 아마, 준영은, 예전에 한 번씩 전설로 내려온다는 호랑이 잡은 장수였을 수도 있다. 아니면, 흔한 여름철 괴담 속에 주인공처럼 사연이 서려 있어 유난히 가격이 싸게 나온 집에 사는 죽은 귀신도 쫓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


자신을 향해 저 침을 질질 흘리며, 기대에 들뜬 표정은

분명 착하고, 순진하다 못해 단순한데. 몸에서 나오는 엄청 난 기운데 모두를 도망칠 수 있게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래서 뱀파이어 옆에서 오래 붙어 있나?’

현준은 입안이 바짝 말라, 침을 꼴깍 삼킨다. 본능적으로 올라오는 야생성, 공포감, 긴장감이 뒤섞인 채로 방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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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The Vampire of Peace(1) 24.08.25 5 1 11쪽
58 Windy Bloody(3) 24.08.25 6 0 8쪽
57 Windy Bloody(2) 24.08.19 7 1 8쪽
56 Windy Bloody(1) 24.08.13 5 0 11쪽
» 웰컴 투 뉴욕(3) 24.08.10 8 1 10쪽
54 웰컴 투 뉴욕(2) 24.08.10 8 1 8쪽
53 웰컴 투 뉴욕(1) 24.08.05 6 1 9쪽
52 님아 그 문을 열지 마오 24.07.30 10 0 10쪽
51 51. 은밀한 비행(2) 24.07.28 10 0 11쪽
50 50. 온라인 팬미팅(2) 24.07.23 11 1 8쪽
49 49. 온라인 팬미팅 24.07.21 11 1 9쪽
48 48. 홍삼 24.06.18 12 0 8쪽
47 47. 넌 내 팬이 아냐 24.06.15 13 0 14쪽
46 46. 은밀한 비행 24.06.12 12 0 9쪽
45 45. 축제(2) 24.06.11 9 0 11쪽
44 44. 축제(1) 24.06.10 9 0 12쪽
43 43. 사이버렉카(8) 24.06.09 11 0 12쪽
42 42. 사이버렉카(7) 24.06.07 1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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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 사이버렉카(5) 24.06.04 9 0 8쪽
39 39. 사이버렉카(4) 24.06.02 10 0 7쪽
38 38. 사이버렉카(3) 24.06.01 9 0 11쪽
37 37. 사이버렉카(2) 24.05.30 13 0 8쪽
36 36. 사이버렉카(1) 24.05.29 12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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