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최근연재일 :
2024.09.14 21:45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873
추천수 :
10
글자수 :
266,505

작성
24.06.04 23:31
조회
8
추천
0
글자
8쪽

40. 사이버렉카(5)

DUMMY

현준은 집에 푹신한 소파에 드러눕는다. 조금 전 바에서 보았던 비열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 끼치는 그 눈빛이 떠나지 않는다.


전화벨이 울리자, 현준은 전화를 받는다. 자신이 선수를 쳤다는 생각에 승리의 쾌감이 온몸에 퍼지는 것 같다.


“너는 내 손바닥이야.”


“탈덕레카 아이디를 찾고 있는데요. 새로운 아이디를 쓴 건지 검색을 해도 다른 게 많이 뜨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정보공개 명령 빨리 소송 준비해야 할 듯합니다.”

숨이 넘거나는 딱딱한 말투가 들린다.


“안 그래도 느릴 것 같아서 직접 만났지”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현준이 답한다.


“네 만나셨다고요?”

변호사가 묻는다.


“이럴 것 같더라니. 전화번호 010-3727-8742 니까 누군지 확인해봐, 꼭 이 모양이더라 인간들은 하나 해결하면 다른 하나가 문제고 제대로 하는 게 없어”


“그런데 이게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금방 끝날 일을 3년 넘게 질질 끌어서 돈이나 빼먹으려는 거 아냐”


“사법 절차는 엄격해야 억울한 사람이 없어지니까요”


“됐고, 퀵으로 핸드폰 보낼게.”


현준은 전화를 끊고 나서 퀵으로 핸드폰을 건네자, 비로소 피로가 속 시원히 풀린 듯 어두운 소파에 곱게 누워 숲속의 풍경을 쳐다본다.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이른 아침은 어둠 속에 빛이 은밀히 찾아 들어와 이파리 속에 조금씩 떨구는 것 같다.


엘디에서 메신저가 온다.


“하는 김에 악플러들도 같이 잡을까?”


“내버려 둬. 인생 얼마나 심심하면 그러겠어.”


현준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메신저를 보내고는 다시 유투브를 접속한다.


“좀 쉬면서 교양도 쌓을까?”


1시간짜리 자기 계발 강연 영상을 틀자, 현준은 깜빡 잠이 든다. 잠을 이기지 못하고 댓글을 열어 요약본을 확인하려고 하자, 익숙한 이름이 보인다.


0230foireluv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인생은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선물이겠지요]


“잠깐만, 얘 설마 악플러 맞나?”


현준은 다시 탈덕레카 영상에 들어가서 아이디를 확인한다. 0230foireluv 아이디가 똑같다.


“뭐야 얘”


알고리즘에 뜬 다른 경제 영상에도 똑같은 아이디가 보인다. 역시나 이번에도 개념 있는 댓글이다.


“얘 잠깐 해킹당한 거 아냐?”


현준은 최근 올라온 탈덕 레카의 성형설 유투브를 다시 클릭한다. 물론, 정말 손으로 들어가기는 싫었지만 확인하려면 어쩔 수 없었으니


0230foireluv

[얘는 어디 하나 진짜인 게 없네. 곧 나락 갈 듯.]


“뭐야. 얘 나한테만 다는 거야?”


현준은 보지 않은 탈덕 레카의 영상을 하나씩 클릭하여 조회 수를 늘려주면서, 댓글들을 바라본다. 역시나 0230foireluv는 열에 아홉은 인기 악플로 스크롤을 내릴 필요도 없이 눈에 보인다.


“어디 배알 꼴린 인간인가보지”

현준은 비틀린 목소리를 하면서도, 습관적으로 영상을 클릭하고 댓글을 찾는 자신을 말릴 수 없다.


‘한 번 어디까지 가나 봐 볼까.’

현준은 너그러운 자신은 한번 궁금하니까 본다고 생각한다.


0230foireluv

[불타 죽어라]


“이놈이···. 버르장머리도 없이.”

현준은 댓글을 읽자, 목 아래에 큰 가시가 걸린 것 같다. 숨이 컥 막히고 계속 쉰 기침이 연속해서 나올 듯하다.


뱀파이어에게 불타 죽으라니 이거는 지옥에 가라는 말과 똑같다. 아니 자신이 살았던 어느 시대의 욕보다 제일 심한 것 같다.



현준은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머리를 쪼개서 한번 안을 훤하게 확인하고 싶다. 탈덕레타에 더불어 포아르러브라는 놈도 같이 세트로 말이다. 자신이 사는 동안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종이 나타난 것일까. 골고루 자신의 신경을 계속 건드리는 작자들을 상종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아프다.


때마침, 유독 오늘따라 시끄러운 전화벨 소리가 다시 울린다.


“잘 받았지?”

현준이 답한다.


“네 안 그래도 연락이 왔습니다.”

딱딱하고 사무적인 말투가 들린다.


“돈 얼마 준대?”


“1억은 어렵고 5천만 원 정도는 가능할 거 같다고 하는데요. 일주일만 기다려 달라고 하더라고요.”


“기가 차네”


현준은 헛웃음이 나온다.


“처음에 주변 지인들에게 들은 소문으로 시작하다가, 요즘은 각종 제보를 받아서 만드는 거 같습니다. 인적 사항도 다 말해줄까요?”


“뭐 굳이 알 필요 있나. 소송만 하면 되는 건데. 내일이면 바로 할 수 있을까?”


“그런데 불법적으로 안 거라 소송에서 증거효력이 없을 텐데요.”


“뭐라고?”


“제가 아까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무조건 정식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요.”


“언제 그런 얘기 했어. 하···. 전화번호 하나 줄 테니까. 한번 둘이 상의 해봐.”


“어디 전화번호를 주려는 건지.”


“우리 소속사 법무팀. 유투버가 우리한테 10억 원을 요구했어.”


현준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소파에 누워 있다.


“네 그럼 잘 상의하도록 하겠습니다.”


“하···. 0230foireluv 아이디 얘도 확인해봐. 안 나오면 어쩔 수 없고.”


눈앞에 있는 짐승을 잡지 못하는 것처럼 분하고 아드레날린이 가라앉지 않는다. 환히 알고 있는데, 한 번이면 해결할 수 있는 것을 몇 년이나 걸쳐서 시작을 해야 하다니. 마치 뱀처럼 온갖 글과 그늘 뒤에 숨어서 보이지 않는 채로, 자신을 비웃는 것 같다.



단단한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자신의 숙소가 자신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옭아매는 듯했다. 자신이 무엇을 해도 변하지 않는 거처럼 커다란 숙소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알면서도 비웃는 것 같다.



현준은 창문을 크게 연다. 아직 바깥은 어둠이 드리워져, 모든 세상을 평온하게 감싸고 있다. 창문으로 바깥의 공기들이 들어와 자신을 시원하게 적신다.


“그래 이거야”


현준은 창문 밖으로 뛰어내린다. 이유도 없이 목적지도 없는 항해를 시작한다.



발이 이끄는 대로 도착한 곳은, 결국 몇십 년이나 사는 자신의 집 산자락 인근이다. 예상치 않은 추운 바람에 자신의 산 근처에 있는 숲으로 착륙한 그는 나무 위에 앉아서 이제 저물어 가는 어둠을 바라본다. 붉은 노을 속에 물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죽기 전 짙은 구름 속으로 숨어 들어가 어둠은 마지막으로 모든 빛을 빨아들인다..


어둠이 가시고 보이는 길에 멀리서 사람들의 걷는 소리가 들린다. 희미하게 여성 하나와 작은 어린아이 하나가 같이 길을 걸어간다. 어둠이 걷히고 드러난 얼굴에는 새봄이 걸어간다.


현준은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갈증이 다시 올라오면서도, 차분하게 새봄을 바라본다. 당분간 인간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에, 새봄이 가까이 다가와도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어린아이가 자신이 앉아 있는 나무 밑으로 뛰어온다. 아직 떨어지지 않는 나뭇잎 밑으로 무언가를 골똘히 관찰하던 아이가 위를 바라본다. 자신을 바라보면서 환하게 웃는다.


“거기 안 무서워요?”


현준이 어색한 표정으로 웃는 사이에 동생은 다시 새봄에게 뛰어간다..


“누나 나무 위에 사람이 있어!”


현준은 나무 밑으로 뛰어 내려와 빠르게 걷기 시작한다. 뒤에서 빠른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현준도 조심히 발걸음을 빠르게 재촉한다.


가까이 다가온 곳에서 소리가 들린다.


“어? 현준 아니네요?”


새봄의 목소리가 들리자, 현준은 순간적으로 멈춘다. 새봄이 앞으로 다가와 현준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환하게 웃는다.


“현준 맞네. 잘 지냈어요?”


“어 안녕”


계속 내려가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 올리며 현준이 말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알림] 한 달 뒤에 돌아올게요 24.06.23 24 0 -
60 The Vampire of Peace(2) 24.09.14 3 0 13쪽
59 The Vampire of Peace(1) 24.08.25 5 1 11쪽
58 Windy Bloody(3) 24.08.25 6 0 8쪽
57 Windy Bloody(2) 24.08.19 6 1 8쪽
56 Windy Bloody(1) 24.08.13 5 0 11쪽
55 웰컴 투 뉴욕(3) 24.08.10 7 1 10쪽
54 웰컴 투 뉴욕(2) 24.08.10 7 1 8쪽
53 웰컴 투 뉴욕(1) 24.08.05 6 1 9쪽
52 님아 그 문을 열지 마오 24.07.30 10 0 10쪽
51 51. 은밀한 비행(2) 24.07.28 10 0 11쪽
50 50. 온라인 팬미팅(2) 24.07.23 11 1 8쪽
49 49. 온라인 팬미팅 24.07.21 11 1 9쪽
48 48. 홍삼 24.06.18 11 0 8쪽
47 47. 넌 내 팬이 아냐 24.06.15 13 0 14쪽
46 46. 은밀한 비행 24.06.12 12 0 9쪽
45 45. 축제(2) 24.06.11 9 0 11쪽
44 44. 축제(1) 24.06.10 9 0 12쪽
43 43. 사이버렉카(8) 24.06.09 11 0 12쪽
42 42. 사이버렉카(7) 24.06.07 10 0 10쪽
41 41. 사이버렉카(6) 24.06.06 8 0 10쪽
» 40. 사이버렉카(5) 24.06.04 9 0 8쪽
39 39. 사이버렉카(4) 24.06.02 9 0 7쪽
38 38. 사이버렉카(3) 24.06.01 8 0 11쪽
37 37. 사이버렉카(2) 24.05.30 12 0 8쪽
36 36. 사이버렉카(1) 24.05.29 12 0 9쪽
35 35. 새봄(2) 24.05.28 13 0 9쪽
34 34. 새봄(1) 24.05.27 11 0 10쪽
33 33. 피닉스(2) 24.05.26 10 0 8쪽
32 32. 피닉스(1) 24.05.25 13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