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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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최근연재일 :
2024.09.1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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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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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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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사이버렉카(1)

DUMMY

현준은 숙소로 돌아가지 않고, 새봄의 집 근처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산속에 있는 넓은 이층집은 멀리서도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현준이 안에 들어가자, TV에는 게임 화면이 떠 있고, 테이블에는 각종 과자봉지와 부스러기가 뒹군다. 태욱은 그 앞에서도 태평히 커다란 소파에 드러누워서 잠을 잔다.


현준은 발로 태욱을 툭툭 차자, 태욱이 잠꼬대를 한다.

“조금 더 잘래”


잠이 들려는 듯 더욱 몸을 웅크리고 새우등을 마는 모습에 현준은 태욱의 엉덩이를 세게 걷어찬다. 태욱은 눈이 번쩍 뜨며 발길질을 한 주인을 쳐다 보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친다.


“갑자기 와서 왜 깨우냐고!”


“이제 혼자 산다고 밤낮이 완전히 바뀌었네. 곧 출근해야 하잖아.”

현준이 산 위에 걸린 밝은 달을 가리키며 말한다.


“오늘만 그런 거야. 게임 다 깨느라 그런거고”

태욱이 눈곱을 떼며 말한다.


“전화 좀 제대로 받지.”


“새로 나온 게임 파트3 깨느라 못 받았어.”


“야 게임을 할 시간은 있냐?”


“나가기 전에 판 다 깨려고 했는데 하 휴가 쓸까.”



“파트2랑 똑같겠지 뭐”


“아 진짜 게임에 아무것도 모르네.”

태욱은 졸린 눈을 이끌고, 부엌으로 가 커피를 잔뜩 내린다. 눈이 떠지지 않아 거의 감으로 움직이는 듯 우당탕 요란하게 머그잔을 내려놓고, 준비한다. 현준은 시끄러운 소리에 불쾌한 나머지, 눈이 세모로 변하며 태욱을 노려본다, 태욱은 머그잔을 들며, 현준에게 묻는다.


“탈덕레카 이야기하게?”

태욱이 묻는다.


“뭔 소리야? 잠 아직도 안 깼냐?”

현준이 짜증 낸다.


“아. 잘못 말했어.”


“나 싫다는 인간이 있어.”


“오. 드디어 본모습을 제대로 보았구나.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태욱은 피곤함에 쩔은 얼굴로 커피를 입에 들이붓는다.


“내가 웬만한 인간보다 선량하잖아. 아니 잘생긴 사람 싫다는 사람도 있어?”


“형이 잘못했겠지”


“그럴 리가. 분명 저번에 피 줬단 말이야.”


“아···. 걔야? 난 실제로 안티 본 줄 알았네”


태욱은 이미 이야기를 많이 들은 사람이라 약간 흥미가 식으면서도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 말을 아낀다.


“원래 팬과 안티는 한 끗 차이야. 바짝 엎드려 봐.”


“내가 왜”


“그럼 다시 혈액팩 먹든가”


“아니. 향도 나 날아가고 차갑고 신선하지도 않을 걸 왜 먹어. ”


“그럼 피 줄 때까지 잘 해 줘봐”

“인간한테 피 얻어먹어야 하는 데 어느 정신 멀쩡한 사람이 피 주려고 해. 우연히 그런 거라니까. 인간한테 피 얻어먹는 게 그렇게 쉬운 거였으면, 다 죽었겠어.”


태욱은 자신의 말에 취한 나머지, 이어서 말한다.


“가서 죽어가는 불쌍한 뱀파이어 살려준다고 생각하고 피 좀 나눠 주세요~”


태욱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는 듯 혼자서 말을 하다가 키득댄다. 현준은 부스스한 머리의 태욱이 말하자, 기분이 나빠지지만,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도도한 표정을 짓는다.


“나 루키즈야. 나 좋다는 사람 많거든.”


현준이 말한다.


“그분들한테 달라고 하던가요. 피 달라고 하면 도망갈걸.”

태욱이 과자를 꺼내며 말한다.


“얘가 잠이 덜 깨서 헛소리하네”


“진심을 다 해서 해야 해. 사냥하려고 하면 귀신같이 티 난다. 죽음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가 인간 유전자 속에 학습되어 있다니까?”


“꺼져. 순수 뱀파이어라서 눈만 마주치면 누구든 홀릴 수 있어. 내가 그래서 연예인 하는 거 아냐. 타고난 도화살 좀 잘 펴보려고”


“생년월일 다 바꿔서 사주 봤으면서 필요할 때만 저래. 요즘 연애 예능 많던데 그거 봐”


“그건 인간이나 쓸모 있는 거고.”


“그럼 나 이제 게임 다시 해도 돼? 출근하려면 시간 얼마 안 남았는데”

태욱은 다시 거실 앞 소파에 앉는다.


“아 근데 걔가 왜 나한테 화내는지 모르겠어.”


“뭐라고 했는데.”

태욱은 다시 게임에 접속하며 건성으로 답한다.


“피 좀 달라고 했지.”


”뭐라고?“

태욱이 뜨악해하며 묻는다.

“아니 계속 모른 척하길래. 피 좀 달라고 말했어.”


”형도 이제 죽을 때가 다 됐나 봐.“


“뱀파이어가 인간에게 피 좀 주면 안 잡아먹을게~ 이러는 거야? 모양이 좀 많이 빠져. 그렇게 자랑스러워 하는 긴 송곳니는 어디에 쓰게? 알아서 인간이 피 주는 거면”

태욱이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걔는 나 좋아한단 말이야.”


“좋아한다고 고백한 적 있어?”


”내 버블 가입했어“


“하여간 착각도 병이야.”

태욱이 조용히 한숨 쉰다.


“음 수능 한 달 남았다고 해서 그런가···. 엄청 화 내던데”


현준이 입을 불룩인다.


“오우 고삼한테 찾아 가서 피 달라고 했어?”


”오우 그렇게 안봤는데 완전 하수네. 그동안 인간들이랑 살면서 뭐 배운 거야~ 말짱 꽝이네“

태욱이 깔깔 뒤집어지도록 웃는다.


“내 존재만으로도 이유가 되는 거 아냐? 내 팬이잖아”


”인간이 수능 전에 얼마나 예민해지는데, 웬만한 괴물보다 더 무서울걸? 인간들끼리도 조심하는데 불쑥 달라고 하면 어떡해“

태욱은 너무 우스운지 눈에서 눈물이 고일 뻔하며 웃는다. 현준이 기분이 너무 상한다.


“감 정말 없어, 형. 타이밍 꽝. 말투 꽝. 태도 꽝. 꽝꽝꽝”


”넌 정말 도움이 하나도 안돼. 옆에서 초 좀 그만 쳐“


“진지하게 상담해주고 있잖아.”

태욱이 웃음을 거두며 말을 잇는다.


“사냥의 기본은 은닉, 미끼, 혼돈, 기다림이야. 좋아하는 미끼를 던지고 숨죽여 끝없이 기다려. 알아서 먹잇감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려. 언제까지 기다릴지 모르지만, 하루가 될지 이틀이 될지 몇 달이 될지도 모르지. 다만, 먹이가 나타나면 사정없이 달려가 멈추지 마. 그런데 연예인 생활한 지 7년 안 됐는데 너무 익숙해진 거 아냐.”


“뭔 소리야. 날지도 않는 주제에”

현준이 받아친다.


“형 예전에···.”

태욱이 말하는 와중에, 바흐의 클래식이 시끄럽게 울린다. 현준의 휴대폰에 전화가 온다.



“카톡은 왜 이렇게 많이 올라오고”


“이 시간에 눈치 없이 왜 전화 오는 거야”


현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전화를 받는다.


“뉴스 봤어?”


매니저의 불안하고 의기소침한 목소리가 들린다.


“잘 됐다. 그러면 당분간 인터넷 하지 말고, 핸드폰 끄고 잠깐 쉬고 있어.”

자신의 용건만 전달하려는 듯 속사포로 매니저가 빠르게 말한다.

“아니 내일도 스케줄 있는데 무슨 소리야.”


“어 준영이가 알아서 잘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체력 안 좋은데 잘 됐지 푹 쉬어.”


“아니 쉬라는 이유는 말해줘야지”

현준이 묻기도 전에 급하게 매니저의 전화가 끊긴다.


“무슨 일이야?”

태욱이 묻는다.


“모르겠는데. 인터넷 하지 말고 쉬래”

현준이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한다. 뉴스에 자신의 이름이 곳곳에 올라온다. 현준은 자신의 얼굴을 가장 못생기게 올린 기사 하나를 클릭해 읽는다.


“현준 매국노 논란, 연예인들 역사 왜곡 심각. 이순신을 조롱하는 것 아니냐는 댓글들 잇따라. 나는 외국인인데 이게 무슨 말이야?”


“아···. 그 탈덕레카가 어제 올렸잖아.”

태욱이 평온하게 말한다.


“뭐 그런 걸 찾아서 봐.”

현준이 새초롬하게 태욱을 쏘아본다. 이 자식부터가 형의 안티인가, 찾아가서 봐서 뭐 하는 거지. 가서 댓글로 내 칭찬 달아줬으면 모를까.


“벌써 조회 수 백만 넘었어. 안 그래도 스포츠 선수도 혐한 터졌는데, 형도 같이 엮인 거지.”

태욱이 말한다.


“그런데 이순신이 누구야?”


“저번 예능에서 퀴즈로 나왔잖아.”


“아 한국 사람 이름 너무 다 비슷해. 얼굴도 비슷해”

현준은 이제야 겨우 생각이 난다. 그때 준영이도 한소리 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지금 까이는 거야”

태욱이 말한다.


“너도 모르잖아.”


“그래도 지폐랑 동전에 있는 사람 이름은 알아.”

태욱이 답한다.


태욱이 주섬주섬 소파 위 테이블을 정리한다.


“너 어디가?”


“출근해야지.”

태욱이 핸드폰으로 시계를 보고는 몸을 늘인다.


“너 내 걱정은 안 하냐?”

막상 게임을 한다고 실컷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출근을 준비하는 태욱을 보며, 현준은 서운함이 몰려온다.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게 형 걱정이야. 형이 알아서 잘하겠지.”

태욱은 몸을 스트레칭하며 말한다.


“나는 걸린 놈들이 벌써 걱정되네”

빙긋이 웃으며, 태욱은 옷을 집어 들며 집을 나선다. 현준 혼자 있는 텅 빈 집이 너무 적막하고, 불빛이 오히려 휑하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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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The Vampire of Peace(2) 24.09.14 3 0 13쪽
59 The Vampire of Peace(1) 24.08.25 6 1 11쪽
58 Windy Bloody(3) 24.08.25 7 0 8쪽
57 Windy Bloody(2) 24.08.19 7 1 8쪽
56 Windy Bloody(1) 24.08.13 6 0 11쪽
55 웰컴 투 뉴욕(3) 24.08.10 8 1 10쪽
54 웰컴 투 뉴욕(2) 24.08.10 8 1 8쪽
53 웰컴 투 뉴욕(1) 24.08.05 7 1 9쪽
52 님아 그 문을 열지 마오 24.07.30 10 0 10쪽
51 51. 은밀한 비행(2) 24.07.28 11 0 11쪽
50 50. 온라인 팬미팅(2) 24.07.23 12 1 8쪽
49 49. 온라인 팬미팅 24.07.21 12 1 9쪽
48 48. 홍삼 24.06.18 12 0 8쪽
47 47. 넌 내 팬이 아냐 24.06.15 13 0 14쪽
46 46. 은밀한 비행 24.06.12 12 0 9쪽
45 45. 축제(2) 24.06.11 10 0 11쪽
44 44. 축제(1) 24.06.10 9 0 12쪽
43 43. 사이버렉카(8) 24.06.09 11 0 12쪽
42 42. 사이버렉카(7) 24.06.07 11 0 10쪽
41 41. 사이버렉카(6) 24.06.06 9 0 10쪽
40 40. 사이버렉카(5) 24.06.04 9 0 8쪽
39 39. 사이버렉카(4) 24.06.02 10 0 7쪽
38 38. 사이버렉카(3) 24.06.01 9 0 11쪽
37 37. 사이버렉카(2) 24.05.30 13 0 8쪽
» 36. 사이버렉카(1) 24.05.29 13 0 9쪽
35 35. 새봄(2) 24.05.28 13 0 9쪽
34 34. 새봄(1) 24.05.27 11 0 10쪽
33 33. 피닉스(2) 24.05.26 11 0 8쪽
32 32. 피닉스(1) 24.05.25 1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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