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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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최근연재일 :
2024.09.14 21:45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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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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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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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피(5)

DUMMY

“맛있네, 생각보다 더.”

현준은 아직 입술 주변에 남아있는 마지막 방울을 핥는다. 아직 술, 노화 등으로 탁해지지 않아 그 피도 산뜻하고 부드럽고 간질거리는 향기로 가득하다.


현준은 달콤한 피의 향을 따라가다, 새봄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핏방울에 시선이 멈춘다. 작은 방울에서 나오는 향은 안개 속 물 내음 사이에서도 사방으로 진동한다. 살 냄새에서 느껴지던 향보다 더 강렬하고 짙다.


현준은 향기를 들이 맡기 위해 새봄의 곁으로 바짝 다가간다. 둘 사이를 가로막는 물방울의 냄새를 피해 농도 깊고 진한 피를 가까이하고 싶다. 현준이 다가오는 만큼 뒤로 몸을 물러선다. 현준이 한 뼘 다가가면, 새봄은 두 뼘 물러선다. 아직 해소되지 않은 갈증이 그답지 않게 질척거리고 그녀의 주변을 지분거리고 싶게 만든다.


현준은 새봄의 옆에 얼굴과 몸을 바짝 달라붙는다. 현준의 숨결이 고스란히 새봄의 볼에 닿을 정도로 결국은 가까워지고야 만 그는, “끝이 없네”라고 말한다···.


현준이 새봄의 손가락으로 손을 뻗자, 새봄이 손을 몸 뒤로 숨긴다.


“내가 무서워?” 현준이 묻는다.

새봄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리자, 현준은 제법이나 속으로 끓어오르는 갈증을 삼킨다. 아직 자신의 몸은 한참이나 피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저 핏방울을 다시 맛보는 순간, 손가락에 맺히는 방울이 아니라 결국은 저 여린 몸에 큰 구멍을 뚫어 질릴 때만큼이나 마시고 나서야 놓아주겠지.


손가락을 만지던 그는 고민하다가, 결국은 자신의 옷을 찢어 손가락에 두른다. 피를 지혈하기 위해 새봄의 손가락 위로 현준의 손을 겹치며, 현준은 자신의 손가락 밑에서 피로 젖어 드는 셔츠의 촉감과 펴지는 피의 향을 참는다. 조금만 스쳐도 더 마시고픈 욕망이 다시 충동적으로 나올 것만 같다. 솟아오르는 충동들을 억누르며, 새봄의 피가 딱딱하게 굳어질 때까지 가만히 손을 잡고 있다.



새봄의 불안한 눈빛이 조금씩 잦아들자, 현준의 전화가 요란하게 올린다. 찢어질 듯 소리치던 벨 소리는 잠시 잠잠해졌다가, 다시 발악하며 현준을 재촉한다..


“왜 전화야.” 현준은 볼멘소리로 핸드폰을 꺼낸다.


휴대폰 액정에 매니저의 이름이 찍혀있다. 현준은 핸드폰을 다시 집어넣으려다가, 요란하게 다시 보채는 전화를 견디지 못하고, 전화를 받는다.



“현준아 어디야ㅠㅠ 우리 다음에 올라가야 해.”

매니저가 울먹거리는 목소리라 애걸한다.


멀리서 스타일리스트가 “핸드폰 바꿔봐!”하고 목청껏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준영이 “누나 안돼, 안돼” 말리는 목소리도 같이 들린다.


현준이 핸드폰을 확인한다. 자정을 훨씬 지난 시간에, 핸드폰에 1분단위로 걸려온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이 쌓여 있다. 매니저, 준영, 스타일리스트, 사장, 모르는 전화번호 11자리까지. 전화 리스트가 붉게 가득하다. 현준이 한숨을 쉰다.


“너 어디야!!! 당장 뛰어와!”


스타일리스트의 포효에 스피커가 터질 것 같다.


“사전 녹화인 거 까먹었어! 미친놈아?! 아까까지 비실비실하다가 갑자기 왜 그래!!”


“어디에 있든 30분 안에 당장 와!”

숨 쉴 틈도 없이 속사포로 쏟아진다. 현준은 귀가 터질 것 같은 소리에 현준은 핸드폰을 멀리한다.


“아니면!!! 준영이 혼자 올라가든, 매니저가 대신 춤추든 할 테니까.”


현준이 새봄을 바라본다. 새봄은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옷매무새를 정리한다.


“아니 누나 순서를 바꾸자니까”


“시끄러워!!!”


새봄에게도 준영과 스타일리스트가 다투는 소리가 들린다.


“그만 가봐야겠네”


현준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옥상을 올라간다. 새봄에게 싱긋 웃음을 짓고는 뒤를 돌아 옥상 난간으로 올라가, 뛰어내릴 준비를 한다.


“아저씨 정체가 뭐에요?”

새봄이 뒤에서 소리친다.



“뱀파이어”


현준은 새봄을 향해 다시 돌아보며 슬쩍 웃는다.


“비밀로 해줄 수 있지?”


“비밀 말해주는 김에 하나 더 물어 봐도 돼요?”


“다음에.”

현준이 새봄을 보며 환하게 웃고는 아래로 떨어진다. 새봄은 걱정에 옥상 난간으로 달려가 아래를 바라본다. 한없이 아래로 곤두박질치던 현준은 이내 자신의 앞으로 날아오른다. 커다란 달빛 사이로 두둥실 떠올라, 형체만이 신비롭게 반짝인다. 높은 콘크리트 아파트 옥상과 허공 사이를 가로질러 현준이 미묘하게 웃는 소리가 달빛과 함께 전해져 오는 것 같다고 새봄은 생각한다. 현준은 다시 뒤를 돌아 저 멀리 희미한 안개 속으로 유영한다.


“얼마나 살았어요?”

새봄이 벌써 멀어져 가는 현준을 향해 소리친다.


“너보다 많이”

현준이 웃으며 조용히 멀리 허공 속으로 사라진다.



다시 도착한 대기실 안은 그사이에 엉망이 되어 있다. 여전히 불야성처럼 눈부실 정도로 켜놓은 창백한 형광등 아래로 매니저의 머리카락은 잔뜩 쥐어 뜯어져 있고, 눈을 잔뜩 울상이 된 채로 아래로 처져 있다. 스타일리스트는 몰래 전자담배를 물어뜯으며 한바탕 화산이 폭발한 듯 삐딱하게 앉아 있고, 준영은 무대 준비를 다 마쳐 곱게 화장한 스타일과 다르게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 있다. 현준이 휘몰아치는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로 대기실에 들어가자, 참았던 화들이 한데로 쏟아지는 것 같다.


“너 어디 갔다 왔어.” 준영이 말한다.


“후 진짜 죽었다 살았다···.” 매니저가 말한다.


“야 비겁하게 혼자 도망이냐” 스타일리스트가 말한다.


“프로가 그러겠어. 바람 좀 쐬고 왔지.”

현준이 웃음기를 가득 머금고 여유롭게 말한다. 몇 시간 사이에 부쩍이나 초췌해진 준영이 화를 낸다.


“지금 웃음이 나와? 원래대로 했으면 이미 끝났어.”

준영이 현준에게 다가가 으르렁댄다..


“준영아 온 게 어디야···. 그만해”

매니저가 준영의 두툼한 팔을 붙잡는다.


“설마 나 걱정한 거야?”

현준이 놀라운 듯 활짝 웃자, 준영이 소리 지른다.


“미친놈아 정신 좀 차려. 스케쥴 펑크 낸 거라고!”

준영이 소리를 지른다.


현준은 달콤한 피의 여운이 떠나지 않은 채로 의자에 앉는다. 늦어지는 퇴근으로 입술이 비쭉 나온 스타일리스트의 표정은 보이지 않은 채로 새봄의 손가락에서 느껴지던 따뜻한 온기와 주위를 진동하는 달콤한 풋내와 향기를 떠올린다.


“방금 리허설 끝났어. 매니저가 대신 무대에 올랐어. 너 잠깐 화장실 갔다고 하고 5분 시간 벌었으니까 그사이에 화장이랑 다 끝내자. 근데 옷도 되게 구겨져 있네, 하···. 옷 갈아입자.”

“다음 팀이랑 시간을 바꾸지”

현준이 말한다.


“누나랑 형은 퇴근 빨리하고 싶다.”

스타일리스트가 초췌한 얼굴을 정색하며 말한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아 정신없이 수정 중인 스타일리스트와 다르게, 현준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흥얼거리며 바라본다..


“얼굴이 많이 상했잖아. 그래도 봐 줄만은 하네”

아직도 미묘하게 퇴폐적인 느낌은 남아있으면서, 직전까지 푸석거리고 각질이 일어 푸석거리던 피부는 아주 부드러워졌다.


보이는 TV로 무대가 끝나고 모니터링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후. 2분 남았다. 현준아 옷 다 갈아입자”


스타일리스트가 옷걸이에서 주섬주섬 옆에 단추가 주렁주렁 달린 바지와 검은색 셔츠를 건넨다.


“조심히 입어. 옆에 단추라 잘못하면 뜯어져.”


“아 불편하네.”


“현준아? 빨리 입어라”

다크서클이 그사이에 잔뜩 내려온 스타일리스트가 말한다.


“야 진짜, 아직도 다 안 했어? 늦게 와서 왜 이렇게 여유 부려”


준영이 굼뜨게 움직이는 현준을 보며 화를 낸다. 막 화를 내다가 갑자기 입가에 묻은 피를 보고는 엄청 조곤조곤해진다고 해야지”


“컨디션 회복했으면 됐잖아?”

현준이 준영을 바라본다. 입가에 아직 약간 묻은 피에 준영의 시선이 잠깐 멈춘다.


“푹 쉬고 온 거지? 걱정했잖아”

준영이 조곤조곤 조심스럽게 묻자,


현준이 환하게 웃는다.

“엉. 배 좀 채우고 왔어.”




“그래···. 실수만 안 하면 되지.”

준영은 부자연스럽게 입꼬리를 올리며 자기도 모르게 딱딱하게 말한다.


무대에 올라가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준영과 현준은 각자의 파트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현준은 올블랙에서 풍기는 섹시함과 퇴폐함 사이로 어제보다도 활기찬 표정으로 안무를 시원하고 깔끔하게 소화한다.



바지에 입은 단추들이 연거푸 터지며 방송이 멈춘다. 여분의 옷을 찾아 안으로 들어간 현준은 다시 똑같은 단추 달린 바지를 입고 나온다. 다시 춤을 추다, 1절을 넘기지 못하고 단추가 어김없이 터진다. 오히려 단추 사이로 보이는 살결이 오히려 현준의 퇴폐적인 분위기를 더욱 강조해서 잘 어울린다.


‘저 시끼가 오늘따라 별의별 사고를 다 치네’


라고 준영은 무의식적으로 하다가 형형하게 보라색으로 빛나는 현준의 눈동자와 마주친다. 쏟아지는 조명 속에서도 새벽의 스산하고 불길한 기운이 잔뜩 몸을 휘감는 것만 같다. 갑작스런 오한에 준영은 가위가 들린 듯 섣불리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듯한 기분이 든다.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물병을 집는다. 손가락이 움직이자, 준영은 안도의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올 것 같다. 자신의 옆에 다가와 아무렇지 않게 몸을 푸는 현준을 새삼 곁눈질로 바라본다..


‘하느님 부처님 공자님 아버지시여 오늘 밤을 무사히 보내게 해주시옵소서.’

준영은 갑자기 아무 신이나 붙잡고 기도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걱정 속에 무사히 무대를 마친 준영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차 안으로 들어간다. 이제 두 시가 다가오는 시간에 눈을 감으려는 찰나, 현준의 전화가 준영의 잠결을 방해한다.


현준이 전화를 받지 않자, 매니저의 벨 소리가 울린다. 매니저가 전화를 받자, 스피커 너머로 대표의 쩌렁댄 목소리가 들린다.


“리허설 땡땡이쳤다고 다 들었어! 누구를 물로 봐!”

새벽에도 컨디션이 멀쩡한 사장의 목소리에 현준의 표정이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매니저 핸드폰 좀 줘봐”

매니저가 핸드폰을 건네자, 현준의 눈빛이 보라색으로 진하게 바뀐다. 준영은 옆에서 내뿜는 현준의 기운에 눌려 죽을 것만 같다. 짙은 살기에 준영이 급하게 핸드폰을 대신 받는다.


“아 대표님~ 이 새벽 같은 시간에 잠도 안 주무시고 저희 걱정하시느라 중간에 깨신 거 아니시죠? 아니 자다가 동창 전화에 일어나셨다고요? 아 새벽에 일어나면 피곤한데 제가 정말 안타깝네요. 저희 데뷔 7년 차잖아요 리허설 안해도 완벽하게 금방 끝났어요. 현준이 오랜만에 컨디션 좋아서 레전드 찍었다니까요. 아 물론이죠. 이따 영상 한번 봐 보세요. 네 걱정하지 마시고 푹 주무세요”


준영은 식을 땀을 싱글거리는 표정으로 끊는다. 현준을 바라보자, 현준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 보랏빛 기운이 넘실거린다.


“잘 해결했으니까 이제 집 가서 쉬자고”

준영이 식은땀을 흘리며 일부러 활기차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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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The Vampire of Peace(2) 24.09.14 3 0 13쪽
59 The Vampire of Peace(1) 24.08.25 6 1 11쪽
58 Windy Bloody(3) 24.08.25 7 0 8쪽
57 Windy Bloody(2) 24.08.19 7 1 8쪽
56 Windy Bloody(1) 24.08.13 6 0 11쪽
55 웰컴 투 뉴욕(3) 24.08.10 8 1 10쪽
54 웰컴 투 뉴욕(2) 24.08.10 8 1 8쪽
53 웰컴 투 뉴욕(1) 24.08.05 7 1 9쪽
52 님아 그 문을 열지 마오 24.07.30 10 0 10쪽
51 51. 은밀한 비행(2) 24.07.28 11 0 11쪽
50 50. 온라인 팬미팅(2) 24.07.23 12 1 8쪽
49 49. 온라인 팬미팅 24.07.21 12 1 9쪽
48 48. 홍삼 24.06.18 12 0 8쪽
47 47. 넌 내 팬이 아냐 24.06.15 13 0 14쪽
46 46. 은밀한 비행 24.06.12 12 0 9쪽
45 45. 축제(2) 24.06.11 10 0 11쪽
44 44. 축제(1) 24.06.10 9 0 12쪽
43 43. 사이버렉카(8) 24.06.09 11 0 12쪽
42 42. 사이버렉카(7) 24.06.07 11 0 10쪽
41 41. 사이버렉카(6) 24.06.06 9 0 10쪽
40 40. 사이버렉카(5) 24.06.04 9 0 8쪽
39 39. 사이버렉카(4) 24.06.02 10 0 7쪽
38 38. 사이버렉카(3) 24.06.01 9 0 11쪽
37 37. 사이버렉카(2) 24.05.30 13 0 8쪽
36 36. 사이버렉카(1) 24.05.29 12 0 9쪽
35 35. 새봄(2) 24.05.28 13 0 9쪽
34 34. 새봄(1) 24.05.27 11 0 10쪽
33 33. 피닉스(2) 24.05.26 11 0 8쪽
32 32. 피닉스(1) 24.05.25 1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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