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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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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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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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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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새봄(2)

DUMMY

창문을 열자 서늘한 밤공기와 함께 현준이 들어 온다. 현준은 창을 넘어 날아오다, 바닥 위에 사뿐히 서서는 책장 위에 올려진 사진들, 문제집, 화장품, 침대 위에 올려진 인형과 각종 잡동사니를 구경한다.


새봄은 여름철 공포 영화를 보고 난 듯 온몸에 솜털이 안 듯하다. 모든 감각과 시선이 그에게 고정되어, 오히려 더 옴짝달싹 못 할 것 같다. 동공이 확장되고 심장이 쿵쾅대고, 그가 뱀파이어여서 일지, 그가 연예인이어서일지, 갑작스럽게 자신의 집에 찾아와서 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갑작스러운 이 상황이 혼란스럽고 집이 더럽지 않을까 걱정된다.


“별거 없네”

주위를 살펴보던 현준이 침대에 걸터앉는다.


“무슨 일이에요?”

아직 현준이 집에 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새봄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일정 끝나서 왔어.”


“우리 집에 어떻게 온 거예요?”


“네 목소리 듣고 왔는데”

현준이 답한다.


“어떻게 들어요”


“방금 전화했잖아”

현준이 당연하다는 듯이 답한다.


“오늘 일찍 끝났지? 원래 9시 넘어서 끝나는데, 그래도 오늘은 6시에 해방이라 다행이야”


아직도 짙은 화장을 지우지 않은 현준이 싱글거리며 웃다가, 피곤한 듯 인상을 찌푸리며 어깨를 두드린다.


“아 너무 멀리 날아와서 너무 피곤하네”


“그럼 왜 왔어요?”


새봄이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현준은 체력이 좋지 않아서 집에서 쉬는 시간이 많기로 유명하다. 굳이 피곤한데도 찾아올 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라고 새봄은 생각한다.


“너 보려고 왔지. 여전히 몸이랑 튼튼하네. 건강하네. 혈색 좋고”


새봄이 의아한 표정으로 현준을 바라보자, 현준이 새봄의 옆으로 다가가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짙은 화장 속에서도 빛나는 눈동자가 자신을 구석구석 바라보자, 숨이 멎을 것만 같다. 방금까지 했던 생각을 까맣게 잊을 정도로 그는 강렬하다. 가까이 있지는 않아도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의 목소리가 새봄의 귓속으로 생생하게 새겨진다.


현준은 일어서서는 산처럼 쌓여 있는 문제집 한 권을 펴 후루룩 넘긴다. 조금 전의 기운에 순간적으로 홀린 듯 심장이 쿵쾅거린다. 주변에서 느낄 수 없는 강렬함에 뱀파이어라서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휴 이거 다 어떻게 외우냐”


현준이 문제집을 펴다 보다가, 다시 새봄을 곁눈질로 바라보며 웃는다. 분명 자신을 의식하는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렇다.


“대학교를 들어가야 하니까 외우는 거죠”

새봄이 떨리는 마음이 들킬까 봐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답한다.


“인간이 기억력이 좋던가? 어차피 금방 까먹을 텐데 외우지 마”

현준이 나른하게 웃으며 말한다.


“수능 몰라요?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지금 인생이 달린 건데”


“하루에 인생이 달렸다고? 그럼 나머지 시간에는 뭐해? 인간이 짧게 살아서 그런가···.”

현준이 의아해한다.


새봄은 뱀파이어라고 들키고 나서 갑자기 태도가 바뀐 것 같아 적응되지 않는다. 원래도 저런 성격이었겠지만, 자신이 생각하던 모습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재밌어서 하는 거야? 도대체 왜 힘들이는지 모르겠는데”


뱀차이어의 본능일 수도 있는 저 모습이 새봄은 현준이 인간의 탈을 쓰고 있지만, 역시 인간과 많이 다르다고 느낀다. 10년 동안 이 순간을 위해 스톱워치처럼 거꾸로 살았던 순간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답답하던 순간을 말로 다시 설명하는 것이


“뱀파이어는 알아서 잘 사니까 걱정 없겠지만, 인간은 아니라고요. 무언가 얻기 위해 평생 간절히 노력하고 끊임없이 경쟁하고, 관문을 통과하는 거라고요.”


새봄이 화를 낸다. 새봄은 잠시 잊고 있던 현실이 다시 실감 나자, 몇 배로 거 괴로워진다. 그동안 열심히 달렸는데 결승선 앞에서 자신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게 아닐까. 한 달 만에 연예인에 빠지는 자신 스스로가 한심스럽다.


“흐음···. 뱀파이어가 그렇게 보이는구나? 편하게 사는 게 아니라 다르게 사는 거야.”


현준이 진지하게 말한다. 다시 원래대로 웃는 얼굴로 돌아온다.


“아 너무 힘들었겠다. 공부하느라 힘들지? 네가 힘들다니까 나도 너무 걱정된다. 다음번에는 아프지 말기로 약속~”


현준이 새끼손가락을 펴서 새봄에 내민다. 새봄은 현준이 팬 사인회에서 종종 하던 포즈가 제법 귀여워 보인다.


“향기가 정말 좋네. 무슨 샴푸 써?”

현준의 목이 꿀렁거리며 묻는다.


“집에 있는 샴푸죠”

새봄이 답한다.


“그렇구나. 방 안에 향기가 진동하네”


현준이 다시 방안은 살피다가 자신을 쳐다본다. 얼굴에서 귀에서 목덜미로 내려간 현준의 시선이 새봄은 느껴진다.


“환기 좀 할까요?”


새봄은 그 시선을 모른 척하며 창문을 열어 더워진 공기를 환기시킨다.


“넌 뭘 먹고 그렇게 향기로운 거야?”


현준이 뒤에서 묻는다. 조급하게.


“집에 안 가요?”


새봄은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나 길게만 느껴진다. 위험하다.


“너무 많이 날아서 그런지 정말 피곤한데. 앞으로 투어하면 어떡하지. 곧 쓰러질 거 같아.”


빛나는 눈동자로 현준이 말한다. 몸을 움직여도,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만큼은 여전하다.


“침대에서 좀 누워서 자다 가요. 이따 깨워 줄까요?”


현준은 침대 위 이불을 건성으로 훑는다.


“아무래도 피가 많이 부족한가 봐.”

현준이 손으로 머리를 괸다. 여전히 새봄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현기증이 나나 봐”

옷깃, 소매 사이에 화장으로 지워지지 않은 짙은 얼룩이 새봄의 눈에 보인다. 새봄은 얼룩을 보자, 다시 그날이 떠오른다. 그는 정말 위험한 뱀파이어다.


“뱀파이어라서 연예인 하기 더 힘들 것 같아요.”


“당연히 어렵지. 그나마 피를 먹어서 버텼는데. 이제는 피도 없고···.”

현준이 힘이 없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곁눈질로 자신을 바라본다. 피를 이야기할 때 현준의 시선이 잠시 짙어지자, 새봄은 자신의 몸이 말라가는 것 같다.


“뱀파이어면 어떻게 살아요? 안 그래도 밤낮 바뀌어서 살아서 편한 거예요?”

새봄이 다시 묻는다.


“잠을 아예 못 자지. 그래도 새벽 활동이 많아도 똑같아. 이번에 야외 활동이 많아서 그런지 더 피곤해. 얼룩들이 한번 생기면 안 지워져. 한 번 볼래?”

현준이 소매의 단추를 풀려고 한다.


“아니에요. 저 수능 한 달 조금 넘게 남아서 이만 자야 할 것 같아요. 그만 가주실 수 있어요?”

새봄이 시선을 돌리며 말한다.


“아직 멀었네. 그런 의미로”

현준이 가까이 다가가 새봄에 속삭인다. 목 위로 그의 숨결이 느껴지고, 귀에서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린다. 거부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준의 모든 것이 위험하면서도 매력적이고, 달콤하다. 새봄은 두 눈을 꼭 감는다. 집에 돌아가라는 말을 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피 좀 줄 수 있어? 저번에 너무 적었어.”

현준이 말한다.


새봄이 현준을 바라보자, 현준의 송곳니가 길게 자라 입술의 밖으로 삐져나와 있다. 미묘하게 눈동자가 보랏빛으로 넘실거린다. 새봄은 이미 피가 빨린 것처럼 온몸이 급격하게 차가워진다. 방금까지 고민한 자신이 스스로 봐도 우습다.



“아 진짜, 여자 집 마음대로 들어와서는 하는 소리가. 이거에요? 제가 핏덩어리로 보여요?”

새봄이 말한다.


“하기 싫으면 아빠네 병원에서 혈액 팩 가져오라니까”

갑작스럽게 순해진 현준이 귀여운 목소리로 말한다.


“이거 순 짐승이네! 이거”

새봄이 빨개진 얼굴로 현준을 바라본다.


“싫으면 싫다고 하지 왜 화를 내?”

현준이 묻는다.


“어휴 나가요. 나가”


새봄은 강제로 현준의 등을 떠민다. 현준은 새봄의 센 악력에 이끌려 창문 밖으로 상체가 밀린다. 새봄은 자신의 다리를 들으려는 듯 버둥거린다.


“아니 왜 내보내려고 하는 거야”

화가 난 인간, 10대의 힘은 참 강력하다고, 현준은 생각한다.


“원래 주거 무단 침입이거든요. 다음에 다시 막 찾아오면 경찰 부를 줄 알아요”

새봄은 현준을 창문 밖으로 내보내자마자 창문을 세게 닫는다. 현준은 초등학생인 동생이 먹을 거 사달라고 할 때와 똑같다. 몇백 살 먹었다는 남자에게 기대한 자신이 잘못이다.



“뱀파이어와의 로맨스는 개나 주라고 해”


새봄은 현준이 날아왔을 때 자신이 그 흔한 뱀파이어와의 로맨스의 주인공이 될 거라고 잠시 착각한 게 아닌지 스스로가 한심해진다. 뱀파이어인 현준은 인간보다 위험할 정도로 잘생겼지만, 성격이 글러 먹었다. 다짜고짜 찾아와서 피를 달라고 할 정도로 매너 없고 최악일 줄은 몰랐다.



“내가 탈퇴하고 만다.”


새봄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현준의 버블을 취소한다.


“너는 이제 아웃이야.”

새봄은 버블앱을 삭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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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The Vampire of Peace(2) 24.09.14 3 0 13쪽
59 The Vampire of Peace(1) 24.08.25 5 1 11쪽
58 Windy Bloody(3) 24.08.25 6 0 8쪽
57 Windy Bloody(2) 24.08.19 6 1 8쪽
56 Windy Bloody(1) 24.08.13 5 0 11쪽
55 웰컴 투 뉴욕(3) 24.08.10 7 1 10쪽
54 웰컴 투 뉴욕(2) 24.08.10 7 1 8쪽
53 웰컴 투 뉴욕(1) 24.08.05 6 1 9쪽
52 님아 그 문을 열지 마오 24.07.30 10 0 10쪽
51 51. 은밀한 비행(2) 24.07.28 10 0 11쪽
50 50. 온라인 팬미팅(2) 24.07.23 11 1 8쪽
49 49. 온라인 팬미팅 24.07.21 11 1 9쪽
48 48. 홍삼 24.06.18 11 0 8쪽
47 47. 넌 내 팬이 아냐 24.06.15 12 0 14쪽
46 46. 은밀한 비행 24.06.12 12 0 9쪽
45 45. 축제(2) 24.06.11 9 0 11쪽
44 44. 축제(1) 24.06.10 9 0 12쪽
43 43. 사이버렉카(8) 24.06.09 11 0 12쪽
42 42. 사이버렉카(7) 24.06.07 10 0 10쪽
41 41. 사이버렉카(6) 24.06.06 8 0 10쪽
40 40. 사이버렉카(5) 24.06.04 8 0 8쪽
39 39. 사이버렉카(4) 24.06.02 9 0 7쪽
38 38. 사이버렉카(3) 24.06.01 8 0 11쪽
37 37. 사이버렉카(2) 24.05.30 12 0 8쪽
36 36. 사이버렉카(1) 24.05.29 12 0 9쪽
» 35. 새봄(2) 24.05.28 13 0 9쪽
34 34. 새봄(1) 24.05.27 11 0 10쪽
33 33. 피닉스(2) 24.05.26 10 0 8쪽
32 32. 피닉스(1) 24.05.25 1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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