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최근연재일 :
2024.09.14 21:45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880
추천수 :
10
글자수 :
266,505

작성
24.08.10 16:16
조회
7
추천
1
글자
8쪽

웰컴 투 뉴욕(2)

DUMMY

시간이 길게 흘러간다. 낯선 여성이 자신을 황홀하다는 듯이 바라본다. 엘리베이터 앞 복도 주위에는 아무도 없이 쥐죽은 듯이 조용하다.


아주 찰나의 시간에, 잘못 문을 열었다는 듯, 아무것도 보지 못, 현준은 활짝 웃으며 문을 빠르게 닫는다.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듯한 표정과 다르게 손은 재빠르게 움직인다.


후, 시야에서 여성이 사라지자, 한숨을 크게 들이쉰다. 문이 닫히려는 찰나, 더 닫히지 않는다. 한 뼘 정도 되는 틈을 두고 문이 닫히지 않는다. 발하나가 비좁게 문 안으로 끼여 있다.


무시하고, 더 힘차게 문을 닫을까 고민하려는 찰나, 반대쪽에서 온몸을 실어 발로 문을 열려는 힘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금방이라도 힘을 풀면 문이 다시 활짝 열릴 것 같다. 현준은 조금씩 식은땀이 현준의 손에 차오른다. 조금 방심하면 문이 다시 열리다가, 다시 그 발 틈만 한 틈을 사이에 두고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한다.


조금씩 힘이 빠진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좋으련만’


현준은 손잡이에 매달려 있는 두 손을 바라본다. 핸드폰은 어디에 있던가. 침대 너머였던가, 화장실 안쪽에 두었던가. 짧은 일이 초 사이에 핸드폰의 위치가 생각나지 않자, 기억에서 지운다. 그다음은,


현준은 저 멀리 테이블 위에 있는 전화기를 바라본다. 터무니없이, 지금만큼은 몇 걸음이면 가면 되는 거리가 몇백 미터 길게만 느껴진다. 저 전화를 향해 한 걸음을 떼는 순간에 문이 활짝 열리며 여성이 뒤에서 닥쳐올 것이다.


그 사이에 문틈 사이로 여성의 손이 등장한다. 자신의 눈을 대신해서

멀리 큰 눈으로 밖을 염탐하는 외계인처럼 여성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있다. 카메라가 작동되고 있는 듯 자신의 눈을 대신해서 카메라가 방안을 이리저리 들이닥친다. 이곳저곳을 살피자 현준은 몸을 문 뒤로 바짝 붙인다.


손이 더 깊숙이 안으로 들어와 살핀다. 먹잇감을 발견하자, 손이 그대로 멈춘다. 현준의 앞에 마주한 카메라가 바라본다. 다행히 불을 켜지 않아 방 끝은 그늘져 꽤 어둡다. 여전히 문은 닫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또 다른 손이 나타나, 핸드폰 화면을 터치하고는 플래시가 켜진다. 현준은 갑자기 터진 빛에 인상을 찌푸리며 현준은 손잡이를 붙잡고 있던 한 손을 핸드폰을 향해 뻗는다. 우선 카메라와 플래시를 급하게 가린 현준은 한숨을 들이쉬고, 다시 한번 반격에 나선다. 현준이 핸드폰 위쪽을 붙잡고 가로채려고 하자, 여성은 다시 두 손으로 핸드폰을 이리저리 흔든다. 뺏기지 않겠다는 강한 집념이 담겨 있어. 아까부터 힘을 쓴 현준의 손이 벌써 뻐근하고 얼얼하기 시작한다. 한 손으로 하기는 역부족이다.


현준은 아직 풀리지 않은 여독에 잔뜩 몸이 긴장했던 몸이 탈이 나는지, 이제는 온몸이 뻐근하고, 이제는 어깨는 결리고, 다리는 조금씩 힘이 빠진다.


끊임없는 줄다리기에 지치지도 않는지, 곧 여성이 자신의 방에 들이닥칠 것만 같다.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완벽한 패배, 이제는 문에 끼어 있던 발 옆으로 넉넉해진다. 조금씩 더 벌어지는 문을 바라보며, 현준은 생각한다.


‘차라리 문밖으로 나고 문을 잠글까. 방은 옮기면 되니까’


안에 풀어헤친 캐리어와 핸드폰을 떠올리고는 현준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내 방과 옷을 다 뒤지면 거기에 무엇을 할 줄 알고, 생각만 해도 찝찝해진다. 현준은 이 순간만큼은 느린 현준도 몇 초안에 수만 가지의 생각을 떠올리려고 한다. 꼭, 급할 때 머리가 잘 안 돌아가지, 현준은 반대쪽에서 당기는 힘에 다시 있는 힘껏 손잡이를 잡아당긴다.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갑자기 문을 열어젖히자 여성은 갑자기 몸이 쓰러질 듯이 휘청거린다. 다시 자세를 곧추세우기 전에, 현준은 여성의 핸드폰의 카메라 부분을 꽉 손으로 잡는다.


다짐과 달리, 금방이라도 자신에게 달려들 것 같은 분위기에 현준은 흠칫 겁을 먹는다. 여성이 자신의 얼굴을 뚫어져라 빤히 쳐다보다가 천천히 고개가 아래로 숙어진다. 시선에 맞춰 서늘한 기운이 등골을 타고 흐른다.


‘아, 나 지금 가운차림이구나.’


통 넓게 뚫린 팔에서 가운으로 둘리지 않은 종아리 쪽이 환하게 노출되어 공기가 너무 잘 통하는 것 같다. 현준은 몸을 가려주는 가운의 허리띠가 괜스레 헐렁하게 묶인 것 같아, 다시 고쳐 매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꼿꼿하게 여성을 바라본다.


“저기 준영이 방인데, 이참에 준영이도 보면 좋지 않아? 한번 노크 해봐”

금방이라도 가운이 풀어질 것 같은 걱정은 속으로 삼키고, 자신만만하게 고개로 머리 꺾이는 복도의 끝쪽을 가리킨다. 현준은 허리춤에 손을 얹는다.


여성이 저 복도 끝을 바라보더니 자신에게 빠르게 속사포로 이야기를 한다. 오랜만의 영어라 띄엄띄엄 뉘앙스만을 듣는데, 볼에 뽀뽀하다가, 혼자서 포옹을 한다. 사랑한다는 의미인 듯하다.


포옹한 손이 가만히 있다가 가운의 결을 따라 좌우로 조심히 몸을 문지르는 것 같다.


‘조금만 참자’


시끄럽게 음악을 틀어놓는 준영의 성격상 노크 소리를 못 들을 수도 있다. 밖에 나가 아직 똑똑 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저 방으로 뛰쳐 들어갈 때 다시 방 안으로 솟구쳐 들어오면 된다.


현준은 속으로 되뇌며 계획을 다시 생각한다.


“준영에게 가봐”


여성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쉬운지 뽀뽀를 하고는 다시 외국어로 쏟아진다.

‘다시 온다고 하는 건가.’


여성이 뒤를 향해 자신을 다시 바라보고는 빠르게 걸어간다. 저 꺾여진 복도 사이로 지나갈 때까지 현준은 돌처럼 가만히 있다, 복도 뒤로 여성이 사라지자, 재빠르게 자신의 문손잡이를 잡는다. 문이 열리지 않는다.


문이 그사이에 닫혔다.


‘아차, 나 어떻게 들어가지?’


현준은 괴로움에 소리치고 싶은 포효를 속으로 삼키며 조용히 주먹을 꽉 쥔다.


지금 이 헐거운 가운 차림으로 로비로 내려가야 하나, 가면 사람들이 더 많을 텐데, 현준은 방을 동동거린다.


아, 아까 스타일리스트가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같은 층에 내렸던 게 기억이 난다. 그 큰 캐리어를 덜덜 끌며...반대편으로 걸어간다. 저 복도 끝까지 걸어가 겨우 카드키를 열었다.


현준은 현준이 할 수 있을 만큼 제일 빠르고 쏜살같이 복도 카펫 위를 달린다. 준영과 정반대의 복도 끝 방에 닿자 벨을 누른다.


벨 소리가 벽 안에서 들리지 않는다, 일 초가 길게 느껴진다. 열리지 않는 문에 현준은 다시 벨을 누른다. 한번이 아니라, 연거푸 열 때까지 재빠르게 누르는 데도 방문을 열리지 않는다.


현준은 오히려 저 멀리 반대편에서 빨리 누군가 나타나지 않을까 봐 반대편 복도 끝을 바라본다. 세차게, 철문이 떠나갈 듯이 두드린다. 딱딱한 철문의 감촉이 주먹을 타고 느껴진다. 똑똑똑 두드리던 소리가 쾅쾅쾅 철문이 찌그러지지 않을까 울릴 듯이 시간이 흐른다.



스타일리스트 누나가 화장을 지운 채로 나타난다.


“아 시끄러워”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항의를 하려던 표정이 현준을 발견하고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어 웬일이야?”


현준은 스타일리스트를 뒤로 하고, 방 안으로 빨리 들어간다.


“문 닫아, 빨리”

조용한 목소리로 현준이 침대 위를 걸터앉는다. 현준의 참았던 숨을 들이마시고, 주위를 살피자, 서서히 방안에 조곤조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미성의 남자 목소리가 꽤 익숙하다.


‘누구더라. 꽤 들어본 목소리인데’


침대 옆 테이블에 핸드폰에서 남성이 나온다.


순진무구하게 생긴 미소년의 얼굴, 포이르가 나온다.


“지금, 브이앱 라이브 방송 보느라, 문을 늦게 연 거야?”


현준의 이마가 빠직 구겨진다. 물론, 자존심도 덩달아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알림] 한 달 뒤에 돌아올게요 24.06.23 24 0 -
60 The Vampire of Peace(2) 24.09.14 3 0 13쪽
59 The Vampire of Peace(1) 24.08.25 5 1 11쪽
58 Windy Bloody(3) 24.08.25 6 0 8쪽
57 Windy Bloody(2) 24.08.19 7 1 8쪽
56 Windy Bloody(1) 24.08.13 5 0 11쪽
55 웰컴 투 뉴욕(3) 24.08.10 7 1 10쪽
» 웰컴 투 뉴욕(2) 24.08.10 8 1 8쪽
53 웰컴 투 뉴욕(1) 24.08.05 6 1 9쪽
52 님아 그 문을 열지 마오 24.07.30 10 0 10쪽
51 51. 은밀한 비행(2) 24.07.28 10 0 11쪽
50 50. 온라인 팬미팅(2) 24.07.23 11 1 8쪽
49 49. 온라인 팬미팅 24.07.21 11 1 9쪽
48 48. 홍삼 24.06.18 12 0 8쪽
47 47. 넌 내 팬이 아냐 24.06.15 13 0 14쪽
46 46. 은밀한 비행 24.06.12 12 0 9쪽
45 45. 축제(2) 24.06.11 9 0 11쪽
44 44. 축제(1) 24.06.10 9 0 12쪽
43 43. 사이버렉카(8) 24.06.09 11 0 12쪽
42 42. 사이버렉카(7) 24.06.07 11 0 10쪽
41 41. 사이버렉카(6) 24.06.06 8 0 10쪽
40 40. 사이버렉카(5) 24.06.04 9 0 8쪽
39 39. 사이버렉카(4) 24.06.02 10 0 7쪽
38 38. 사이버렉카(3) 24.06.01 9 0 11쪽
37 37. 사이버렉카(2) 24.05.30 12 0 8쪽
36 36. 사이버렉카(1) 24.05.29 12 0 9쪽
35 35. 새봄(2) 24.05.28 13 0 9쪽
34 34. 새봄(1) 24.05.27 11 0 10쪽
33 33. 피닉스(2) 24.05.26 11 0 8쪽
32 32. 피닉스(1) 24.05.25 13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