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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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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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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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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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사이버렉카(7)

DUMMY


자신의 주먹이 닿기 전에 남자는 발버둥을 치며, 어깨에 닿아있는 현준의 손을 떼어낸다. 현준의 손이 떨어지고, 강력한 펀치를 하려던 현준의 주먹은 잡혀서 오히려 뒤로 꺾인다. 어디서 배운 기술인지 주먹으로 자신의 배를 때리고는, 남자가 도망간다.


몸 안에 있는 뼈가 고스란히 느껴지던 현준은 남자를 따라 계단 밑으로 날자, 남성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빠르게 걸어간다. 급하게 내려가던 남자가 발을 접질리고 계단을 구른다.

남자가 계단을 구르자, 현준이 다시 날아서 남자 앞에 앉는다. 남자는 자신을 두려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이런. 기절을 안 했네.”


현준이 남자를 바라본다. 옷은 먼지로 뒤덮이고 헝클어져 잔뜩 더러워졌지만, 손 팔다리 어느 구석에서도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하다.


“튼튼하니 다치지도 않고 쩝···. 젊어서 좋은가 봐”


현준이 스캔을 하는 사이,

남자가 다시 현준은 멱살을 잡고 뒤로 넘긴다. 현준이 뒤로 구르려는 찰나 재빠르게 균형을 잡고 날자, 남자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현준을 쳐다본다.


‘아 이런. 내 실수’

현준은 급히 다시 계단에 착지한다. 남자는 현준이 나는 모습을 보고, 싸울 생각이 사라진 듯 덜덜덜 떨면서 무릎을 굽힌다.


“한 번만 봐주세요. 겨우 50개 회사에 서류 넣어서 맨날 떨어지다가 겨우 한 개 면접 붙었는데, 살고 싶어요”


“그러는 애가 맨날 시시껄렁하게 악플을 달어?”


“너 내가 왜 싫은 거야.”

현준이 남자의 얼굴을 다가간다.


“도대체 누구신데요? 저 지금 핸드폰도 끊었어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남자의 눈을 바라 보자, 현준은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느낀다.


“너 이름이 뭐야?”

현준이 묻는다.


“박준비요”

남자가 답한다.


현준이 놀란 눈을 하며, 남자를 바라본다. 핸드폰을 켜서 인스타 사진과 비교하자, 남자가 좀 더 눈이 크고 미묘하게 얼굴이 다르다. 현준은 악플러를 놓쳤다는 허탈함이 올라 온다. 지금 바로 달려 가야 하는데, 뱀파이어인걸 다 보여준 저 남자가 눈을 크게 뜨며 자신을 쳐다 보고 있다.


‘아 골치 아파. 오늘은 나답지 않게 실수가 많네.’

현준은 가까이 다가가 남자의 목을 손으로 내려친다.


“이건 개꿈이야. 눈을 뜨고 나면 나는 네 앞에 사라져 있을 거야”


남자의 눈이 감기고는 그 자리에 쓰려지려 하자, 현준은 평평한 계단 사이로 다시 옮겨 준다. 계단 복도에 있는 창문을 열고 현준이 날아간다.



현준은 급하게 날아서 골목길 위를 가로지른다. 예전과 같지 않은 시험의 인기 때문인지, 지금도 제법 골목길이 한산하다. 이유 없이 식은땀이 온몸에 흘러서인지, 온몸이 제법 한기가 돌 것 같다. 자신의 목숨도 하마터면 위험할 뻔했다고 생각한다.


‘핸드폰도 없다고 하니까 누군지 못 알아보겠지.’

현준은 한숨을 돌리려는 찰나, 버스 정류장에 걸린 이온음료 광고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아 버스에도 붙였어? 다니다 알아보면 어떡해’

현준은 속으로 뻔히 걸린 광고 사진이 속이 타들어 간다. 옆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가 마카를 하나 사고는 잔뜩 얼굴에 낙서한다. 그제야 마음이 편해진 현준은 다시 날아 단발머리 여자가 걸어간 곳으로 따라간다. 갈림길을 거꾸로 돌아가자, 건물들이 빼곡하게 솟아올라 있고, 길은 여러 갈래로 죽죽 찢어져 어디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현준은 다시 아까를 떠올린다.


‘어떻게 생겼더라?’

단발머리 여자라는 것만 기억날 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인스타 사진도 그랬고, 분명 잊기 쉬운 흐릿한 인상일 것이다.


현준은 여러 갈래로 뻗은 길을 돌아다니다, 이른 저녁 시간부터 거나하게 취해 얼굴이 빨개진 사람들 사이로 단발머리 여자가 앉아 있다. 진한 이목구비에 현준은 허탈하게 걸어간다.



‘요즘에 단발한 사람이 한 둘이어야지’


현준은 길거리, 가게 안의 사람들을 빠지지 않고 지켜보다가 지쳐 한숨을 쉰다.



멀리서 고성이 들린다. 주위를 살피자, 닫힌 편의점 너머로 손님의 소리가 들린다. 손님은 술을 먹지 않아도 잔뜩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알바생은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가만히 서 있다.


“단발머리는 아니니 그냥 패스하고.”


현준은 가게에서 멀어져도 줄어들지 않는 소리에 귀가 아프다.


“아 시끄러워서 못 살겠네”


현준은 다시 돌아가 문을 조용히 연다. 손님과 알바생은 문이 열린 지도 모르고 여전히 그대로 가만히 서있다.


“뭐 굳이 신경은 안 써도 되는데. 서비스다”

현준은 바깥 테이블에 널브러져 있는 캔을 던진다.


캔이 손님의 머리에 명중하고 튕겨 나간다.


“빙고”


손님이 꽥 소리를 지르며 길거리로 달려온다. 텅 빈 길가에 손님은 씩씩대며 다시 길거리를 걸어간다.


현준은 미로처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결국은 아까 자신이 낙서한 광고판이 저 멀리 길 건너에서 밝게 빛난다.


“이럴 거면 돈을 더 주고 뒤처리까지 다 시켜야 했는데”


어디에서 단발머리 여자가 나타날지 몰라 날지도 못하고 걷느라 다리가 슬슬 아프다. 짜증이 난 현준은 바보와 같은 광고 속 자신을 보며 대신 욕을 한다.


“빙구같은 놈···.”


광고판 속의 자신은 되게 까맣게 칠해진 이마와 까치집 같은 낙서에 제법이나 바보가 되어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아 꼴 좋다”


현준은 후드티를 걸친 여자가 자신의 광고판을 보고 깔깔 웃는다.


“그래 광고 찍어서 몇억씩 버는데 이 정도는 약하지”


여자는 광고 포스터를 찍고는 다시 가방 안에서 펜을 꺼낸다. 그 위에 눈동자를 다시 칠하고, 면도를 안 한 듯이 덥수룩하게 수염으로 얼굴을 도배하고서도 성에 안 차는 듯하다. 현준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못생길 수 있은 모든 것들을 다 그리기 시작한다.


‘너무 못생겼잖아.’

참지 못한 현준이 다가가 말한다.


”저기요“


여자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뒤 돌아본다.


“왜요? 가던 길 가요.”


현준이 다른 반응을 보이자, 싱겁다는 표정을 짓고는 다시 마카로 글자를 적는다.


[네 나라로 돌아가]


다시 현준이 말한다.


“걸리면 과태료 물 텐데요.”


“아저씨가 신고만 안 하면 될 거 같은데”


이제는 쳐다보지도 않고 여자는 낙서에 열중한다.


‘아저씨라니’

현준의 미간이 구겨진다. 자기 얼굴을 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아저씨라고 말하면 참으로 곤란하다. 주민등록증으로는 아직 한창 20대인데 말이지.


“아 요즘에 유행하는 뭐···. 새로운 아트인가? 뉴욕 스트리트 아트 뭐 이런 거?”


“아저씨는 이게 그렇게 보여요?”

여자가 뒤를 돌아서 비웃는다.


‘또 아저씨···.’


“현준이 재수 없잖아요. 실제로 보면 잘생긴 것도 아닌데”

투 아저씨, 원 못생김. 삼 연타를 얻어맞은 현준은 현기증이 날 것 같이 머리가 어지럽다.


‘과다한 비난은 정신건강에 해롭습니다.’

어딘가에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은 말이 귓속에 떠돈다.


“실제로 봐봤어?”

현준이 입을 꽉 깨물며 말한다.


“딱 보면 알죠. 아저씨도 안티면 봐줄게요.”


“아니면?”


“고인물이 뭐 그렇지”

웩이라는 표정이 절로 나올 것 같이 인상을 잔뜩 찌푸린 여자가 웃는다.


“현준이 왜 그러는지 몰라요?”


되게 실망한 표정을 짓더니 설교하기 시작한다.


‘아 이제는 이런 관심까지 받아야 하나. 거절하고 싶은데.’


다음부터는 다 소속사에 맡겨야겠다고 다짐을 하며 현준이 말한다.


“네가 뭘 알아.”


“인스타 팔로워요. foireluv인데요. 팔로워 만명 넘고, 내가 한번 댓글 달면 이백면 넘게 좋아요 달리거든.”


‘여기 있었구나.’


현준의 눈가가 보랏빛으로 반짝이고 송곳니가 길어진다.


“그러니까 다들 소는 거에요. 외국인들 보면 진짜 편하게 잘 산다니까. 외국에서는 그냥 평범한 얼굴인데 여기 와서는 다 남신, 여신. 모델하고 광고하는 거 보면 완전 웃겨서. 관광비자나 학생 비자로 들어 왔을 거면서.”

자신이 그린 낙서를 꼼꼼히 살핀 악플러는 흡족하게 웃는다.


“인스타에 자랑해야지”

악플러는 핸드폰을 꺼내 낙서한 사진을 찍는다. 여러 각도로 찍고도 부족한지, 셀카로 낙서한 포스터와 같이 브이를 한다.


“같이 사진 찍어줄까?”

현준이 손을 건네자, 악플러가 핸드폰을 넘긴다.


“네 좋아요”


악플러는 낙서한 포스터 앞에서 예쁜 척하는 표정을 짓는다.


‘내 이름 팔아서 인플루언서 되려고? 어림없지’

현준이 비웃으며, 사진 앱에 들어간다. 자신에게 달렸던 그 댓글들이 캡처된 것으로도 모자라 하트가 꾹 눌려 있다. 즐겨 찾는 사진 앨범 속에 차곡차곡 담겨 있다니 기가 막힌다.


‘내가 얘 같은 애들 때문에 집에만 처박혀 있었는데.’


악플러를 바라 보며 현준은 속으로 끓어 오르는 화를 억지로 참으며 사진 찍는 자세를 취한다.


“사진 찍는다”


현준은 일부러 못생기게 사진을 찍는다.


“사진 다시 찍어주세요. 다리 길어 보이게 아래에서 위로요.”


“그렇게 하면 얼굴 못생기게 나오는데”


“얼굴 잘 나와요”


현준은 다시 초점을 빗나가게 해서 사진을 잔뜩 찍는다.


“감사합니다.”


악플러가 꾸벅 인사를 하며 다가오자, 현준이 핸드폰을 숨긴다.


“핸드폰 주세요”


“내가 너 잡으려고 여기까지 왔다”

현준이 모자를 벗자, 악플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다.


“잘 말해봐. 내 마음에 들면 핸드폰 돌려줄게.”


현준은 어둠 속에 보이지 않는 긴 송곳니를 활짝 드러내며 웃는다. 묵은 체기가 한 번에 가라앉는다.


‘아무렴, 내가 이러려고 여기까지 행차했는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자 나를 만족시켜봐.’


현준은 핸드폰을 하늘 위로 높게 들자, 핸드폰이 당장이라도 떨어질 듯이 휘청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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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Windy Bloody(2) 24.08.19 7 1 8쪽
56 Windy Bloody(1) 24.08.13 5 0 11쪽
55 웰컴 투 뉴욕(3) 24.08.10 7 1 10쪽
54 웰컴 투 뉴욕(2) 24.08.10 7 1 8쪽
53 웰컴 투 뉴욕(1) 24.08.05 6 1 9쪽
52 님아 그 문을 열지 마오 24.07.30 10 0 10쪽
51 51. 은밀한 비행(2) 24.07.28 10 0 11쪽
50 50. 온라인 팬미팅(2) 24.07.23 11 1 8쪽
49 49. 온라인 팬미팅 24.07.21 11 1 9쪽
48 48. 홍삼 24.06.18 11 0 8쪽
47 47. 넌 내 팬이 아냐 24.06.15 13 0 14쪽
46 46. 은밀한 비행 24.06.12 12 0 9쪽
45 45. 축제(2) 24.06.11 9 0 11쪽
44 44. 축제(1) 24.06.10 9 0 12쪽
43 43. 사이버렉카(8) 24.06.09 11 0 12쪽
» 42. 사이버렉카(7) 24.06.07 11 0 10쪽
41 41. 사이버렉카(6) 24.06.06 8 0 10쪽
40 40. 사이버렉카(5) 24.06.04 9 0 8쪽
39 39. 사이버렉카(4) 24.06.02 9 0 7쪽
38 38. 사이버렉카(3) 24.06.01 8 0 11쪽
37 37. 사이버렉카(2) 24.05.30 12 0 8쪽
36 36. 사이버렉카(1) 24.05.29 12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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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피닉스(1) 24.05.25 1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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