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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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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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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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0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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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축제(1)

DUMMY


10월 모의평가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학교는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지 잔뜩 기대감에 들떠 있다.


새봄은 들떠 있는 학교 분위기가 마땅치 않은 듯 삐딱하게 복도 위 창문을 쳐다본다. 며칠 뒤에 있는 축제 때문인지, 비어 있어야 할 교실에서도 시끄럽게 노래를 틀며, 춤 연습을 한다. 장기자랑 준비에 정신이 없는지, 복도를 넘어서도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자, 새봄의 신경이 곤두선다.


‘고3 생각을 하는 거야 뭐야’


원래도 늦었던 축제였지만, 이번에는 수능 직전에 축제라니. 안 그래도 운이 없는데 더럽게 없다고 괜히 타령하고 싶다. 이미 소란스러운 복도만큼이나, 교실 안도 소란스럽다. 축제 날에 집에서 공부하겠다고 벌써 선전 포고를 한 친구들 반과 그래도 학교에서 공부하겠다는 애들로 갈라진다.


모두 그렇게 보이지 않는 눈치 싸움 속에 다들 머리 위로 김이 모락모락 난다.


적어도 아침 조회시간에 선생님이 와서 충격 발표를 하기 전까지는.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 친구들의 신경이 잔뜩 예민해지고, 교실은 살얼음 같은 긴장감이 감돈다. 그 와중에도 셋은 기분이 좋아 이야기를 간간이 한다. 천재가 아니면 이해가 안 되는 반 1등이자 전교 4등, 부모님이 고액 과외를 억지로 붙여 줬는데도 실력이 늘지 않아, 재수가 6월부터 확정되었다는 친구,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수다를 떨지 못하면 입에 바늘이 나는지 끊임없이 말을 해야 하는 친구.



“자 주목”

담임 선생님이 들어 와 교탁을 두드린다.


“이번에 늦게 축제를 해서 유감이다. 안 그래도 학부모들에게 민원이 많이 들어와 축제에는 1학년과 2학년만 참여하기로 했다.”


당연하다는 듯 아이들은 차분히 밀린 문제집을 푼다.


“어차피 하루인데 고3도 가고 싶어요”

반 1등이 이야기 한다.


“너 혼자 가. 너는 공부 다 해서 놀아도 되잖아.”

다른 친구가 수군댄다.


“그래서 그날은 각자 존중해서 자율학습을 하기도 했다. 혹시 독서실 가서 공부할 거면 미리 말하도록.”

담임 선생님이 말한다.


“이게 말이야. 방구야.”

수다쟁이가 말한다.


“앗싸 그럼 그날 늦잠 자고 독서실로 가야지”

문제집을 풀던 아이가 말한다.


“근데. 저희 이번에 축제에는 누구 와요?”

반 1등이 묻는다.


“야 궁금하면 콘서트 가”

반 1등 짝꿍이 눈치를 준다.


“너도 소식 들으면 무조건 간다고 할걸.”

반 1등이 속삭인다.


“아 짜증 나. 너랑 있으면 성적 더 떨어지겠다. 짝꿍이나 바꿔야지.”

반 1등 짝꿍이 말한다.




“이번에는 루키즈가 온다.”

담임 선생님이 말한다.


“네 루키즈요?!”


“아니 갑자기 왜요?”


“고3도 무조건 갈래요!”


순식간에 동요가 일어나며, 갑자기 문제집을 풀던 아이들도 펜을 멈추고 담임을 바라본다.


“안 돼. 그러면 남아있는 애들도 공부 못하고. 분위기 술렁거리잖아. 고3은 무조건 안 돼.”

담임 선생님이 말한다.


“이건 고3 차별하는 거예요!”


“루키즈 부를 거면 9월에 불렀어야죠! 10월에 부르면 어떻게 해요!”


“루키즈 일정 맞추다 보니 10월에 한 거야.”

담임 선생님이 자포자기로 말한다.


“나는 지금이라도 좋아!”


“야 얼마짜리 공연이야. 티케팅 하려면 전쟁인데 완전 이득”


“동아리 후배한테 자리 맡아 달라고 해야지”


“그러면 독서실 간다고 하고 강당으로 몰래 가면 되는 거 아닌가.”


“쉿. 우리끼리만 알게 조용히 해.”


‘악플로 맘고생 많이 했으려나. 푹 쉬면 좋을 텐데.’


새봄은 친구들의 반응을 보며 조용히 생각한다.


‘낮에 활동하면 또 피곤해서 쓰러지면 어쩌지’


새봄은 저번에 만났을 때 표정이 좋지 않던 현준의 모습이 떠오른다. 컨디션이 안 좋으면 자기도 모르게 쓰러져서 기절할 텐데. 시끄러운 저 친구들을 보면, 아마 현준이 쓰러져도 달려갈 모양새다.


‘어떡하지’


예전에 맞혔던 모의고사 문제도 틀리는 걸 보면, 성적이 저번보다 떨어지는 것 같다. 수능이 다가올수록 컨디션이며 뭐며 뒤죽박죽인게 자신이 시간을 허투루 보낸 거 같고 초조하다. 그래서 루키즈를 안 보는 게 맞는데···.


친구들이 몰래 보고 와서 사진을 잔뜩 자랑하는 걸 보면 정말 서운할 거고,


분명, 루키즈를 보러 가면 또 정신이 홀딱 빠져서 온종일 공부도 못하고 날릴 게 분명한데. 막상 학교에 현준이 왔는데 안 본다고 생각하니 자기 혼자만 안 본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깝다.


‘연락해볼까?’


‘피 주세요. 피’

새봄은 저번에도 자신에게 맡겨둔 마냥 피를 찾는 현준이 생각난다. 몹시 얄미웠던 그 순간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번에도, 분명 현준이 또 헤벌쭉하게 와서 피 달라고 할 텐데. 계속 고민하다 새봄은 건조하게 말한다.


‘소식만 묻는 건데 뭐라고 하겠어.’


“이번에 우리 학교 축제에 온다면서요.”


마음을 굳게 먹고 연락한다.


“아 네 학교랬지. 나 보러 오는 거야?”

현준이 답한다.


“아니요. 모의고사가 얼마 안 남아서 공부하려고요.”

새봄이 보낸다.


“공부에 밀렸네. 내 매력이 그거밖에 안 되나?”

현준이 답한다.


“인생이 걸렸다니까요”

새봄이 인상을 쓰며 보낸다.


“노래 세곡 해봤자 길어야 20분인데,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나.”

현준이 답한다.


“갔다 오면 흥분해서 공부 못할까 봐 그러죠”


“내가 너무 치명적이라서 조심하는 거야?”


“내가 조심할 테니까 보러 와. 죽지 않을 정도로만 홀릴게”

메신저에 표정이 달린 걸까, 현준이 저 메신저를 보낼 때 괜히 새침한 표정을 지었을 것만 같다.


“안 가요.”

새봄이 답한다.


“쳇. 근데 어디서 하는 거야? 운동장?”


“강당이요”


“아 작아서 엄청 소리 울리고 시끄러울 텐데. 준영이 혼자 보낼까.”

현준이 답한다.


“루키즈 노래 부르는데 같이 와야죠.”


“왜 너 안 온다며. 그럼 왜 가.”

현준이 답한다. 올 거면서 괜히 투정을 부린다. 나한테 오라는 이야기 들으려고 일부러.


“다들 걱정하잖아요”


“나 잘 시간이야. 피부 유지해야 해”


“아 그럼 갈 테니까 나와요.”


“정말?”


“대신 피는 안 줘요.”


“아”


갑자기 현준에게서 답이 오지 않는다.


“아냐 나는 너만으로도 충분한걸”


‘칫, 안 와도 된다고 말하는 거 같은데.’


정말 현준은 어떤 면에서는 투명하다.



정말 그대로 가면 저번처럼 달갑지 않은 어색한 미소를 짓다가, 늘 사인회 때에 보는 가면 같은 웃음을 지을 게 뻔하다.


‘여기까지 왔는데, 선물 하나는 줘야겠지’




새봄은 집으로 가는 길에 아빠에게 전화를 건다.


“어 딸 무슨 일이야”

아빠가 전화를 받는다.


“나 컨디션이 안 좋아서. 빈혈인 거 같아. 일어나면 머리가 어지러워”

새봄이 말한다.


“아이고 시험 얼마 안 남았는데 큰일이네. 당장 병원으로 올래? 한번 검사 해보자”


“됐어. 공부할 시간도 부족해”


“아빠가 철분제 사갈까?”


“빈속에 약 잘못 먹으면 느끼해.”


“보약이라도 지을까!”


“아빠 집에서 수혈받을 수 있어?”


“당연히!”


새봄이 기대를 꼴깍하면 듣는다.


“안 되지. 혈액이 얼마나 관리하기 까다롭고 규정도 복잡한데. 무조건 병원 와서 해야 해. 주말에 병원 문 열 테니까 같이 할래?”


“아니 나 병원 갈 시간 없다고 아까 말했잖아!”


새봄이 짜증을 잔뜩 내며 끊는다.



현준이 좋아하는 거로는 피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현준에 대해서 잘 모르는가 보다고 실감한다. 눈으로 뱀파이어가 된 모습을 보았다는 거 말고는, 사실 현준을 잘 모르겠다. 짙은 화장을 하고 아이돌 춤을 추는 모습, 그게 새봄이 아는 전부다.


새봄은 현준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생각을 해본다.

음식? 예능에서 음식을 먹기는 하는데, 소식좌 컨셉이었던 거 같은데


옷? 알아서 잘 입는 거 같은데,


워낙 취향이 까다롭기로 소문이 난 탓에 선물해줄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을 안 했던 게 사실이다. 사실 팬이 된 지 얼마 안 되어서 시간이 부족했다고 스스로 위로한다.



‘아무리 봐도 피밖에 모르겠는데’


새봄은 다시 아빠에게 한 번 더 전화해봐야겠다고 다짐한다.





새봄은 집에 와서도 한바탕한 끝에 축젯날에 혈액팩 하나를 얻어 가방 안에 넣고 간다. 아빠가 워낙 주의를 준 탓에 검은색 비닐 안에 겹겹이 쌓여 있다. 모르는 사람이 만지면 검은색 봉지 속에 물컹거리는 게 음료팩이나 아이스팩으로 생각할 것 가다.


‘어차피 누가 가방 안에 안 쳐다보겠지만’


아침부터 하는 자율학습에 선생님은 칠판 앞에 앉아 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꾸벅꾸벅 존다. 창문 근처에 있던 친구가 밖을 쳐다보더니 앗, 소리를 내고는 옆 짝꿍에게 속삭인다. 창가의 친구들이 다 밖을 바라보며 계속 수군댄다.


“무슨 일이야”

새봄이 짝꿍에게 묻는다.


“루키즈가 왔대”

짝꿍이 말한다.


“아직 점심도 전인데?”

새봄이 묻는다.


“이사장 딸이 루키즈 광 팬이라잖아. 점심도 같이 먹나 봐. 아 나도 이사장 딸로 태어날 걸 너무 부럽다.”

짝꿍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새봄은 그 뒤로 자신의 눈에 보이는 건 검은 건 글씨고, 하얀 건 종이로 보인다.


‘어떻게 현준은 만나지’

온통 현준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서,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이사장실은 정말 꼭대기 층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아서 가는 것만으로도 너무 부담스럽다.

그러면 루키즈가 분명 교무실에도 들릴 테니 그때? 그냥 얼굴만 스치고 지나갈 텐데.


새봄은 지금 핸드폰이 없으니 연락할 수도 없어서 너무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교무실에 달려가 두꺼운 안경 돋보기로 PC를 바라보는 담임 선생님께 다가간다.


“선생님···.”

새봄이 말한다.


“조퇴할 거니? 루키즈 온다니까 애들 다 남아있는데. 너도 루키즈는 보고 가지 그러니”

담임 선생님이 두꺼운 안경을 코끝으로 내리며 말한다.


“제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 조퇴하고 부모님꼐 같이 연락해야 할 거 같은데요”

새봄이 말한다.


“어머 너 요즘 컨디션도 안 좋고 이번에 의대 갈 수 있는 거니. 이번에 재수랑 반수 엄청나게 늘었다더라.”

담임 선생님은 똑같은 이야기 한다.


“최선을 다해야죠. 우선 핸드폰 좀^^···.”


새봄이 흘려들으며, 핸드폰을 건네받는다. 교무실에서 나오자마자 핸드폰으로 현준에게 다시 연락한다.


“점심 먹고 과학실로 와요.”

새봄이 메신저를 보낸다.


“우리 한 시 반까지 점심이야.”

현준에게 답이 온다.


‘아. 수업시간 중간이네.’


새봄은 골머리가 앓는다. 한시가 넘어서자마자 계속 더디게 흘러가는 시계를 바라보던 새봄은 시계가 1:25로 바뀌자마자 손을 번쩍 든다.


“선생님. 저 급해서 화장실 좀.”

새봄이 말한다.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이자, 새봄이 의자를 뒤로 뺀다.


“너 설마 큰 거는 아니지?”

짝꿍이 묻는다.


“아니거든. 배가 이상하게 아파서 그래”

새봄이 잔뜩 인상을 찡그린다.


“아아”

짝꿍이 알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새봄이 주섬주섬 가방을 가슴 안에 챙기자,


“너 가방은 굳이 안 들고 가도 될 거 같은데”

짝꿍이 눈치를 준다.

“아···. 좀 그렇지?^^”

새봄이 어색하게 미소를 짓는다.


검은색 큰 비닐봉지로 감싸길 잘했다며 가방 안에서 검은 비닐봉지를 꺼낸다.



조심히 계단을 타고 내려오자, 아직 루키즈 공연 전에 시간이 뜬 고3들이 복도와 빈 교실을 어슬렁거린다. 아는 애들을 마주칠까 조마조마하면서, 계단 옆에 눈에 잘 띄는 과학실로 다가간다. 새봄은 문을 열기 전 인적이 없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는 문을 살며시 연다.



안은 조명도 켜져 있지 않아 어둡고, 텅 비어 있다. 심장을 해부한 그림들과 해골 모형을 지나 새봄이 교실 안으로 들어가자,


갑자기 빈 교실에서 소리가 들린다.



“여기 사람 없는 데 맞아?”



목소리는 꿀처럼 한없이 달콤하고 감미롭지만, 말투가 미묘하게 틱틱대며 퉁명스럽다.



현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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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Windy Bloody(2) 24.08.19 6 1 8쪽
56 Windy Bloody(1) 24.08.13 5 0 11쪽
55 웰컴 투 뉴욕(3) 24.08.10 7 1 10쪽
54 웰컴 투 뉴욕(2) 24.08.10 7 1 8쪽
53 웰컴 투 뉴욕(1) 24.08.05 6 1 9쪽
52 님아 그 문을 열지 마오 24.07.30 10 0 10쪽
51 51. 은밀한 비행(2) 24.07.28 10 0 11쪽
50 50. 온라인 팬미팅(2) 24.07.23 11 1 8쪽
49 49. 온라인 팬미팅 24.07.21 11 1 9쪽
48 48. 홍삼 24.06.18 11 0 8쪽
47 47. 넌 내 팬이 아냐 24.06.15 12 0 14쪽
46 46. 은밀한 비행 24.06.12 12 0 9쪽
45 45. 축제(2) 24.06.11 9 0 11쪽
» 44. 축제(1) 24.06.10 9 0 12쪽
43 43. 사이버렉카(8) 24.06.09 11 0 12쪽
42 42. 사이버렉카(7) 24.06.07 10 0 10쪽
41 41. 사이버렉카(6) 24.06.06 8 0 10쪽
40 40. 사이버렉카(5) 24.06.04 8 0 8쪽
39 39. 사이버렉카(4) 24.06.02 9 0 7쪽
38 38. 사이버렉카(3) 24.06.01 8 0 11쪽
37 37. 사이버렉카(2) 24.05.30 12 0 8쪽
36 36. 사이버렉카(1) 24.05.29 12 0 9쪽
35 35. 새봄(2) 24.05.28 12 0 9쪽
34 34. 새봄(1) 24.05.27 11 0 10쪽
33 33. 피닉스(2) 24.05.26 10 0 8쪽
32 32. 피닉스(1) 24.05.25 1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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