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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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최근연재일 :
2024.09.1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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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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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그 문을 열지 마오

DUMMY


준영은 감히 접근해서는 안 되는 방을 일컬은 듯 포아르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말한다.

“알아서 좋을 거 없어. 거실에서 놀자”


“무슨 방인데요?”


“아 현준이 방이야.”

포이르는 여전히 발걸음을 옮기지 않고 있다.


“북쪽에 있는데도요?”


되게 무색무취한 친구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호기심을 나타내는지,


‘아 팬이라고 했었지.’ 준영은 생각한다.


준영은 안에 있었던 피로 가득 찬 와인병과 현준의 방에 들어갔다가 살기를 내뿜던 현준이 떠오른다. 저 방을 열면 안 된다. 저 어리고 연약한 포이르를 위험천만한 방에서 구해야만 한다.


“미국 가기 전인데 형이랑 축하 파티해야지”

준영이 포이르의 어깨를 살며시 감싸 쥐며 현준의 방에서 멀어진다.


“누구 부를까?”


“형 편한 사람으로요.”


“매니저 형이랑 스타일리스트 누나 부를까?”


“요즘에 유투브에 같이 자주 나오던 형 있잖아요”


“아 그 친구? 자작곡 나한테도 한 개 주기로 했어. 어쩜 이렇게 보는 눈이 좋냐”


“하하. 형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은 거겠죠”

포이르가 말한다.


다들 연락을 돌리는데, 이미 술을 거나하게 마셨거나, 연락이 되지 않거나, 스케줄이 많다던가, 마당발이라는 별명과 무색하게 포이르 앞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는 게 머쓱하다.


“근데 오늘은 안된다는데. 하하, 살다가 이런 날이 다 있네, 그 형이 요즘에 여러 개 한다고 많이 바쁘대.”

준영이 말한다.


“아쉽네요.”

준영은 식탁에 앉아 소주 한 병을 까서 자신의 잔에 흐른다. 조르륵, 금세 눈물과 땀처럼 투명한 액체가 작은 잔에 금방 찬다.


포이르에게 물을 건넨다. 포이르는 정수기에서 내려진 물의 한입 마시고는 더 이상 입에 대지 않는다.


“목마르지 않아?”

준영이 묻는다.


“괜찮아요.”

포이르가 말한다.


“빌보드 올라가서 너무 좋긴 한데”


“미국 일정도 빡세지고, 해외 일정이 계속 생겨서 연말에도 계속 왔다 갔다 할 거 같아.”


“글로벌 스타가 되니까 워낙 부르는 데가 많아야지. 눈코 뜰 새 없다니까. 진짜 이 근육들 있잖아. 다 살려고 만든 거야”

준영은 술잔이 비어갈 때마다, 하나씩 조언과 자랑 사이에 거드름을 피우며 자신에게 취해 있다. 앞에 누구라도, 인형이라도 앉아 있어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고 포이르는 속으로 생각한다.


포이르는 잠시 화장실을 들렸다가 다시 살며시 현준의 방에 다가간다. 준영은 마치 방문에 경보기라도 단 듯이 귀신같이 포이르를 알아차리고는 소리지른다.


“어 안 돼!”


준영은 문 앞을 막아선다. 자신도 모르게 낸 큰 소리에 스스로 화들짝 놀라, 당황한다.


“안 돼. 여기 현준이 방이야”


포이르가 투명한 눈빛으로 올려다본다.


“들어가면 안 돼요?”


“잠깐 구경하는 건데요”


“안 돼. 걔가 얼마나 까다로운데”


“잠깐 들어갔다 오는 건데요.”


“걔가 얼마나 예민한 줄 알아? 진짜 수 틀릴 때 죽일 듯이 쳐다보는데.”


“뭐가 있는데요. 한번만요. 저 현준이 형 보려고 아이돌 된 건데 방 구경 하나 못해요?”


아무리 골키퍼가 골대를 막아도 슛이 들어가듯, 근육질로 덩치가 큰 준영의 틈새를 타, 포이르가 방문의 손잡이를 연다. 조심히 열린 문틈 사이로 슬며시 들어가 문을 닫자. 준영이 뒤늦게 발견하고는 방안으로 쫓아 들어간다.


부리나케 들어온 방은 북향이라고 치기에도 춥지 않았으며, 밖에 일렁이는 고층 건물들의 불빛으로 방 안이 밝혀졌다. 형광등을 켜자, 아무것도 없는 단출한 방은 더욱 휑해 보인다.


새하얘서 바랄 거 같은 투명한 곳이다. 흔한 인테리어로 올린 포스터나 시계 같은 생활용품도 없고, 언제든 오고 갈 수 있을 정도로, 금방 투숙하고 떠날 것 같은 호텔 같다. 그곳에 살았던 흔적이 없었던 듯, 먼지, 머리카락 한 톨 없이 깨끗하게 관리 되어, 그곳에 누군가 살았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활의 흔적이 아예 없어 보인다.


오직 침대 옆에 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는 냉장고만이 이질적으로 윙 소리를 내며 움직여, 그 존재감을 내뿜는다.


포이르는 손가락으로 책상 위를 훑으며 천천히 방안을 구경한다. 여전히 깨끗한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며 말한다.


“정말 깨끗하네요.”

“먼지 한 톨 없을 정도로요”


묘하게 들뜬 그의 목소리가 준영에게 들린다.


‘지독한 팬이었나 보다. 아니면 얘도 좀 위생에 민감한 편인가? 통하는 편이 많네.’

준영은 생각한다.


‘하긴 현준이 볼 때도 이정도로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자신도 많이 보는 흔한 팬의 반응이라고 하기엔 설레기보다, 환희에 찬 것으로 보인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쓰나미처럼 포이르에게 몰려오는 것 같아 보인다.


“걸레질도 되게 잘 되어 있네요”


“아 그거는 로봇청소기가 하는 거야”


이렇게 현준의 방에 들어와서 좋아할 줄 알았다며, 준영은 방의 주인인 마냥 뿌듯해한다.


”그런데 현준이 활동할 때만 여기 있거든. 그래서 짐이 별로 없어“

준영이 말한다.


”아 그래요? 원래 어디 사세요?“

유난히 별이 심어진 듯 반짝이는 눈동자가 준영을 바라본다.


“산속에 살아.”

더욱 번뜩이는 생기가 기묘하다고 준영이 생각한다. 생각보다 얘도 특이한가, 라는 생각을 한다.


‘은은하게 돌아 있네.’


“웃기네요.”


“그치, 남들은 세련된 도시 남자라고 생각하는데, 한 번씩 보면 꼬장한 노인 같아”

준영은 웃기네요, 라고 말하는 포이르의 표정이 조금은 진지해진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말을 쏟아낸다. 어린아이답게 흥미가 금방 식는 것인 듯하다, 하지만 포이르는 그의 꺼질 것 같은 흥미를 다시 활활 불러일으키는 물체를 마주친다.


사실, 문을 열 때부터 떡하니 보이는 냉장고를 보지 못했다는 것부터 기이하고, 냉장고의 입장에서는 서운할 지경이다.


“이 냉장고는 뭐에요?”


아까 현준의 방에 들어오기 전이 데자뷰처럼 생각나듯, 포이르는 이 문을 열고야 말겠다고, 냉장고 앞으로 가까이 홀리듯이 다가간다.


“그냥 현준이 개인 거야”


역시나, 포이르는 냉장고 앞에 우뚝 선다. 포이르는 계속 냉장고만을 뚫어져라 바라보자, 저 문을 열어야 한다는 집념이 준영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여기도 냉장고가 있네요? 술 안 좋아하는 거 같은데. 의외네요.”

포이르는 흥미로운 듯 혀가 날름 튀어나와, 입술을 적신다.


“요즘은 냉장 아닌 게 어딨어.”

준영이 한숨을 크게 내쉰다. 저 어린아이의 관심을 다른 데로 옮기려면 어떡하지. 여자 걸그룹이나 배우 이야기를 꺼내면 되려나.


“아참, 너 효민이 알지? 진짜 구내식당에 왔다는 데 보지 못해서 얼마나 억울했던지. 주위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는데, 왜 나만 못 봤는지 모르겠더라고.”


“효민? 제 친구예요?”


“아니. 모른다고? 제일 유명한 여배우잖아. 현준이 좋아한다고 잠시 쫓아다녔었는데”


“아 그랬구나. 현준 선배는 참, 인생을 재밌게 사나 봐요.”


“나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어도 홀릴 거 같으니, 뭐 그냥 어딜 가도 만나면 다들 쓰러지기 바쁘지. 아, 내 팬들도 좀 쓰러졌으면 좋겠다.”


“그 정도구나. 꽤 위험하네요.”


“밖에서 돌아다니기에는요.”


“아 그치. 그래서 산에서 사는 거 아니겠어. 근데 나도 한 번도 안 가봐서 어딘지 몰라. 산이 아닐 수도 있고. 그러게, 현준이가 거짓말 한 거면 진짜 내가 가만 안 둬야지. 지금 같이 한 게 몇 년인데 아직도 숨기고 있고”


준영이 혼잣말을 하는 사이, 포이르가 냉장고 문을 벌컥 연다. 냉장실의 서늘한 냉기가 바깥으로 빠져나오자, 준영이 화들짝 놀라며 급하게 손잡이를 붙잡는다.


”열지마!“


안이 텅 비어 있고, 아무것도 없다. 어떠한 음식 냄새도 남아 있지 않은 텅 빈 공간, 음식 자국 하나 남아 있지 않다.


준영이 안을 끝까지 살핀다. 하지만, 냉장고 안도 현준의 방처럼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다. 준영은 가만히 냉장고 문을 바라보다, 다시 닫았다가 다시 열어본다. 원래 있었던 와인병도 검은색 비닐봉지들도 모두 사라졌다. 그런 준영을 포이르가 가만히 응시한다.


”에이 엄살이에요“

포이르가 웃으며 말한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는데 냉장고 돌아가는 거 너무 전기세 낭비 아니에요?”


포이르가 냉장고 콘센트를 뽑는다.

“제가 전기세 아꼈어요”


“아이고 알뜰해라”

준영이 말한다.


놀라움을 애써 가라앉히며 준영이 더욱 거들먹거린다.


“여기가 다 텅 비어서 볼 게 별로 없지? 애가 좀 회색이야. 성격은 좀 까칠한데. 그. 다 버리고 사는 스타일. 그래 미니···멀리즘! 이야!”


“이제 밖으로 나갈까? 안 그래도 야식 먹고 싶었는데 뭐 먹을래?”

준영이 포이르의 어깨를 두르고, 가냘픈 어깨가 부서지지 않도록 지긋이 누른다.


“진짜···. 없네.”

십 년을 감수한 듯, 준영은 조용히 큰 숨을 삼킨다. 준영의 등 위로 내리는 식은땀이 흐른다.


“뭐가 없어요?”

포이르가 준영에게 되묻는다.


“아냐. 잠깐 다른 생각 했어.”


“형 근데 저 배고픈데 집에 뭐 먹을 거 없어요?”

포이르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한다.


“저는 뭐든 잘 먹어요. 곱창, 선지, 산 낙지 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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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The Vampire of Peace(1) 24.08.25 5 1 11쪽
58 Windy Bloody(3) 24.08.25 6 0 8쪽
57 Windy Bloody(2) 24.08.19 6 1 8쪽
56 Windy Bloody(1) 24.08.13 5 0 11쪽
55 웰컴 투 뉴욕(3) 24.08.10 7 1 10쪽
54 웰컴 투 뉴욕(2) 24.08.10 7 1 8쪽
53 웰컴 투 뉴욕(1) 24.08.05 6 1 9쪽
» 님아 그 문을 열지 마오 24.07.30 10 0 10쪽
51 51. 은밀한 비행(2) 24.07.28 10 0 11쪽
50 50. 온라인 팬미팅(2) 24.07.23 11 1 8쪽
49 49. 온라인 팬미팅 24.07.21 11 1 9쪽
48 48. 홍삼 24.06.18 11 0 8쪽
47 47. 넌 내 팬이 아냐 24.06.15 12 0 14쪽
46 46. 은밀한 비행 24.06.12 11 0 9쪽
45 45. 축제(2) 24.06.11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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