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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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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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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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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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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0화 - 출세 그리고 이별 (2)

DUMMY

"무슨 부탁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일단 자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하네. 대략적으로 들어봤다만 자세히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러는데 괜찮다면 이야기해줄 수 있겠는가?"


"물론이죠. 그야 어렵지 않죠"


벨지니아 왕자와 함께 식사를 즐기며 나의 인생에 대해 모든 것을 입에 침을 튀겨가며 이야기했다.


내가 살아왔던 세계는 어떤 곳이며, 무슨 일을 해왔는지, 어떻게 이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지,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여정이 어땠는지 등.


중간중간에 입이 근질근질 할법도 했지만 왕자는 조용히 자신의 눈 앞에 놓여진 식사와 술만을 들이킬 뿐이였다.


나도 꽤 과묵하고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말이 많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나의 일대기를 전했다.


그리고 내가 현재 겪고있는 고민 또한 그에게 털어놓았다.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대로 제가 살던 세계로 갈 수만 있다면 호화롭게 살다가 죽겠죠? 허나 제가 이 세계에 발을 붙이면서 정말 많은 경험을 해왔고 수많은 사람들을 구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에 대해 고민입니다"


"그래? 그게 고민이군. 마침 잘 됐군"


왕자는 냅킨으로 자신의 입을 닦아내며 마침내 침묵했던 입을 열었다.


"잘 됐다는게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처음에 말한대로 부탁이 있다고 이야기했지? 자네의 지식, 가치관, 그리고 여정들을 모두 빠짐없이 듣고 생각해봤네. 자네같은 인물은 반드시 우리 세계에 있어야 한다는걸 말일세"


"과찬입니다. 그렇게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걸요"


"그렇지 않네. 그쪽 세계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우리 세계에서는 자네가 꼭 필요한 존재라네. 우리의 문명과 지식이 한참 부족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네. 그래서 무식하게 칼과 마법으로만 세상을 통치해왔고... 자네만 있다면 우리 세계가 무식한 방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네"


이후에도 내가 이 세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것에 대해 수많은 어필을 했다.


내가 살아왔던 세계에서 당연하게, 그리고 어렵지 않게 여겼던 지식들은 이 세계에서 정말 값어치있는 보물이라고 한다.


게다가 내가 지금껏 밥벌이 해왔던 지식은 더더욱 이 세계 문명의 발전과 함께 수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기폭제가 되기에 이 세계에 남아달라는 부탁이다.


나도 그의 말에 동의하기에 이 세계에 미련이 남아있었다.


"자네에겐 아직도 큰 고민이겠지? 허나 내가 한가지 제안하려고 하는데 들어보겠나?"


"제안... 말씀입니까?"


나는 입에 한두모금 들이키던 물잔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은채 그를 응시했다.


벨지니아 왕자의 입에서 '제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니...


지금껏 자신의 뜻대로 모두 해치울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나에게 그런 단어를 내뱉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넬라프로지티아 공주는 자네와 어떤 약속을 했는가?"


"국고의 반 이상 잠들어있는 보물과 함께 소원을 이루어주는 마법 한가지를 만들어 주겠다고 합니다"


"오호, 소원을 이루어주는 마법이라... 말로만 들어왔는데 그걸 주겠다고? 내가 알기론 꽤나 오랜 시간과 함께 비용이 소모될텐데"


"그래서 일단 제가 살던 집에 그녀가 건낸 보물이 한가득 있습니다. 집에 돌아가게 되면 그걸 팔아서 평생토록 먹고 살아야죠"


"그럼, 이렇게 하세. 내가 자네에게 그 약속한 보물의 10배를 주도록 하는 대신 딱 5년만 이 세계를 위해 일해줄 수 있겠는가? 인센티브는 따로"


왕자의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입에 머금던 물을 내뿜었다.


지금 되돌아가도 평생 놀고 먹을 수 있는 양의 보물이 있는데 그의 10배를 준다고?


만수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아니 그 이상의 재력을 갖춘 갑부가 된다고?


말도 안되는 제안에 나는 군침이 돌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았다.


그래도 5년이란 시간이 짧지만 긴 시간일텐데...


아무리 미련이 남아있는 세계일테지만 5년이란 시간은 정말 말도 안되게 긴 세월이다.


강변이 무려 20번이나 바뀌어야하는 그런 세월.


게다가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기에 내 신변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허나 왕자는 나의 이런 고민을 미리 알기라도 한듯 자신의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나에게 건냈다.


예전 넬라프로지티아 왕자가 죽기 직전 나에게 건낸 징표와 비슷하게 생기긴 했지만, 심상치 않은 푸른 보석이 한가운데 박혀있었으며 더 많은 보석들이 수를 놓아 눈부시기까지 했다.


게다가 금색으로 표시된 알카타도르 왕국 문양까지.


딱 봐도 심상치 않아보이는 물건.


식탁 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올려놓은 이 물건을 보더니 왕자의 뒤에서 멀뚱히 지켜보던 하녀 두명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게 도대체 어디에 쓰는 용도이길래 저런 반응을?


"이걸 자네에게 주도록 하지"


"이게 무엇입니까?"


"내가 자네의 직속상관이 된다는 징표일세"


"지, 직속상관이 된다구요? 어떻게 그런..."


나는 휘둥그래진 눈으로 식탁 위의 징표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나의 말 한마디가 곧 벨지니아 왕자의 뜻이며, 이를 어길시 곧 알카타도르에 반기를 든다는 의미를 지닌 엄청난 물건.


넬라프로지티아 왕이 건내준 징표와는 차원이 다른 고스펙 하이엔드급 징표.


이 징표를 품에 넣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막강한 권력을 휘두룰 수 있기에 나도 모르게 식은땀이 흐르며 군침이 삼켜졌다.


"자네를 우리 왕국 직속 비밀감사원으로 초빙하고 싶네. 이 징표에는 특별한 마법석이 깃들여 있는데, 나에게 직접적으로 대화를 송수신할 수 있는 대단한 발명품이지"


우리 세계로 치면 휴대전화 같은 개념이다.


당연하게도 이 세계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자와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상식이다.


이 곳의 문명이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 이유도 존재하지만, 우리도 휴대전화를 발명한지 100년 채 되지 않았으니까.


허나 이 징표만 있으면 벨지니아 왕자에게 다이렉트로 무엇이든 고자질 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제가 이걸 가지고 무엇을 하면 되는겁니까? 비밀감사원은 또 무엇이구요"


"이걸 건내준 이상 현재 왕국이 돌아가는 상황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맞겠군"


왕자는 천천히 현재의 세계, 그리고 알카타도르 왕국의 현실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해나갔다.


이 세계 최강의 국가 알카타도르를 중심으로 한 중앙 정부 5국이 있다는 것은 이전에 언급했을 것이다.


최강국가 알카타도르, 무역국가 칼마다르, 무력국가 홍련, 기술국가 카부토스, 마법국가 달리아.


각 분야별 최고의 왕국들이 중앙 정부의 칭호를 얻었지만, 그 중에 알카타도르가 오각형으로 골고루 뛰어난 성장세를 이룩했기에 최강이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었다.


허나 사람의 권력에는 끝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나머지 4개 국가가 무서운 속도로 알카타도르를 따라잡기 위해 뒤쫓아오고 있다고 전해진다.


선의의 경쟁은 모두에게 만족할만한 결과를 불러와야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현재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얼핏 들어왔다고 한다.


중앙 정부를 비롯한 왕국들은 조용히 알카타도르의 비위를 맞추며 살고 있지만, 언제 등에 칼을 꽂을지 모르는 상황.


지금 당장 모든 국가들을 뒤집어 까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명분도 없고 그럴만한 여유도 없기에 비밀 조사단을 파견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한다.


적임자를 누구로 할지 깊은 고민을 해오던 끝에, 다른 세계에서 온 내가 그런 일을 하기에 매우 적합했다는 판단을 내려 이런 부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들이 무슨 일을 벌이는지, 그리고 평화를 깰만한 위험한 계획을 세우고 있지는 않은지 알아봐달라는 내용이다.


왜 그가 이런 걱정을 하게 되는지도 대략 이해가 간다.


내가 군복무 시절에 선임들의 부조리 및 폭행 등으로 인해 한참 부대가 뒤집어지는 일이 있었다.


이등병의 기강을 잡아야 한다는 명목으로 새벽에 그들을 불러내어 뺨을 때린다거나, 엎드리게 한 후에 대걸래로 때린다거나, 심지어는 현금을 갈취하는 상황까지 벌어졌기에 꽤나 심각한 상황이였다.


나는 다행히 그 당시 상병이라 큰 타격을 받지 못했지만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면 큰일이겠구나 생각하던 그때, 충격적인 사건이 하나 일어난다.


바로 신병휴가를 나간 막내가 부대를 미복귀한채 한 숙소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


발견 즉시 사단 헌병대가 파견되어 우리 부대는 한참이나 뒤집어 엎어졌다.


그렇게 수많은 상병장들이 징계 및 전출을 가게 되었고, 그 중 한명은 죄질이 악했기에 육군교도소를 가게되는 충격적인 결말로 마무리되었다.


허나 우리의 우려와는 다르게 부대 밖에는 아무일 없다는 듯 잠잠했다고 전해진다.


전역 후에 사단에서 복무하던 동기에게 들어보니, 이번 사건을 일방적으로 사단 쪽에서 잘랐다는 말을 들었을땐 가슴이 들끓는 듯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때가 마침 사단장의 승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인지라 부사단장 선에서 사건을 몰래 보고하지 않고 덮어버린 것.


사람이 죽을 정도로 심각한 사건을 아무일도 아닌듯 일방적으로 덮어버리다니...


만약 자신의 자식들이 그런 취급을 받아 생을 마감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그 이후로 깨달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무슨 일이든 몰래 덮어버리는 경우가 이 세상에는 허다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내가 불의를 보면 참을 수 없게되는 성격이 이 때를 기점으로 붉게 타오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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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5화 - 협상회의 (4) 24.08.29 8 0 10쪽
65 64화 - 협상회의 (3) 24.08.28 9 0 10쪽
64 63화 - 협상회의 (2) 24.08.27 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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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0화 - 천라지망 (7) 24.08.22 1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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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7화 - 천라지망 (4) 24.08.14 12 1 10쪽
57 56화 - 천라지망 (3) 24.08.13 13 1 10쪽
56 55화 - 천라지망 (2) 24.08.12 14 1 10쪽
55 54화 - 천라지망 (1) 24.08.10 14 1 10쪽
54 53화 - 적폐청산 (5) 24.08.09 17 1 10쪽
53 52화 - 적폐청산 (4) 24.08.08 15 2 10쪽
52 51화 - 적폐청산 (3) 24.08.07 15 1 10쪽
51 50화 - 적폐청산 (2) 24.08.06 16 1 10쪽
50 49화 - 적폐청산 (1) 24.08.03 23 1 10쪽
49 48화 - 첫 임무 (6) 24.08.02 17 1 10쪽
48 47화 - 첫 임무 (5) 24.08.01 15 1 10쪽
47 46화 - 첫 임무 (4) 24.07.31 16 1 10쪽
46 45화 - 첫 임무 (3) 24.07.30 18 1 10쪽
45 44화 - 첫 임무 (2) 24.07.29 16 1 10쪽
44 43화 - 첫 임무 (1) 24.07.11 17 2 10쪽
43 42화 - 출세 그리고 이별 (4) 24.07.10 17 2 10쪽
42 41화 - 출세 그리고 이별 (3) 24.07.07 21 2 10쪽
» 40화 - 출세 그리고 이별 (2) 24.07.06 28 1 10쪽
40 39화 - 출세 그리고 이별 (1) 24.07.05 2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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