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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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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07
글자수 :
3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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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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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5화 - 첫 임무 (3)

DUMMY

마음만큼은 지금 당장이라도 '우린 알카타도르 왕국에서 왔으니 바로 안으로 들여달라!'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냉정해지기로 했다.


아니,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냉정해지기 쉽지 않다.


칼마다르 왕국에 가는 길이 생각보다 험난했기에 끓어오르는 멀미를 간신히 참아왔더만 6시간 가량을 더 기다려야 한다니...


지금이라도 당장 마차 문을 열고 오바이트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정도로 체력의 한계에 다달은 시점이다.


하지만 본래 머리와 가슴은 따로 노는 법.


어떻게 해서든 6시간이란 영겁과 인고의 시간을 견뎌보기로 했다.


"우리는 줄서있는 마차의 뒤부터 기다린다. 소속은 넬라프로지티아 왕국으로 하고"


"괜찮겠습니까?"


인부도 나의 멀미로 인해 어두워진 안색을 보더니 걱정이 됐나 싶었다.


허나 조금만 오래 참으면 된다.


"제 걱정은 하지 마시고 천천히 가시죠. 대신 마차 창문은 좀 열고..."


나의 말을 따라 우리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마차들의 행렬 뒤에서부터 줄을 기다리기로 했다.


다행히도 알카타도르에서 출발하기 직전에 챙겨왔던 물과 간식 덕분에 조금이나마 버틸 수 있었지만 이는 한시적일 수단일 뿐, 직접적으로 나의 멀미를 물리칠 수는 없었다.


우리도 명절날 귀성길에 거북이 기어가듯 앞으로 나아가는 장면은 한번쯤은 경험해봤을 것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아얘 움직이지 말던가' 싶은 생각이 문득 드는 순간이 올때가 있다.


엉금엉금 기어가는 듯한 마차의 속도는 오히려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이런 나와는 다르게 너무나도 아르마스와 마렌의 얼굴은 너무나도 평온해보였다.


살며시 눈을 감은채 잠을 청하는 아르마스와 이미 꿈나라로 떠났는지 골아떨어진 마렌까지...


역시 나도 어쩔수 없는 한국인이 아니랄까봐 답답한 속도는 참을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새하얗게 불태우며 인고의 시간을 버틴지 5시간쨰...


드디어 우리가 탄 마차가 칼마다르 검역소에 당도할 수 있었다.


나는 아직까지도 태평하게 꿈나라에 가있는 마렌을 흔들어 깨웠다.


"드디어 도착했구나"


"고생하셨어요, 형님. 안색이 많이 안좋아보이시는데"


"나도 이것저것 탈 것은 많이 타봤지만 역대급이다..."


마차가 검역소 안에 들어가기 무섭게 기다렸다는듯이 한 무리의 병사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알카타도르 왕국에서 봤던 기사들 만큼이나 삐까뻔쩍한 모습은 아니였지만, 갈색과 흰색이 멋스럽게 어우려진 갑옷과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역시 5대 왕국이라 칭할만 하구나 혼자 되뇌이던 그때, 한 사람이 마차 문을 벌컥 열었다.


"기다리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어디 왕국 소속인지와 용무가 무엇인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는 넬라프로지티아 왕국에서 왔습니다. 관계자는 아니지만 폐하께서 직접 하사하신 징표가 있습니다"


나는 벨지니아 왕자가 준 징표가 아닌, 예전 넬라프로지티아 왕이 숨을 거두기 직전 건냈던 징표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검문을 하는 기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중앙 정부의 뱃지... 당연히 이 징표를 갖고 있다는 것 만으로 저희 왕국에 왔다는 것은 상당히 의심스럽군요. 혹시나 부정한 방법으로 징표를 빼앗은 것은 아닌지..."


"무슨 말씀을...!"


그떄 아르마스가 잔뜩 흥분한 나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주머니속에서 꽁꽁 숨겨진 듯한 갈색 봉투를 병사에게 조심히 건냈다.


"이정도면 되는가?"


"어흠..."


검문을 하던 기사는 아르마스와 마렌을 한번씩 훑어보더니 건내받은 봉투를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그리고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건내받은 봉투를 자신의 품 속으로 집어넣었다.


"흠, 그래. 넬라프로지티아 왕국에서 온 3인... 그대들은 나이가 아주 젊어보이는데?"


"저는 19살, 그리고 이 남자분은 30살, 그리고 이 분은 20살이다"


"19살과 20살이라... 그래 알았다. 용무는?"


"현재 왕국에서 마법석을 판매하려고 하는데 괜찮은 거래처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방문했다. 기간은 미정이다"


"그렇군, 그럼 대표자의 이름을 이 곳에 적고 출입하게"


검문을 하던 기사가 자신의 팔로 지탱하고 있던 방명록을 나에게 건냈다.


굉장히 꺼림직한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내 이름을 방명록에 한 글자씩 적어나갔고, 기사는 나의 이름을 확인하더니 금새 마차 밖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마차는 조심스럽게 칼마다르 왕국 안으로 입성하기 시작했다.


나는 열려져 있던 마차 문을 조심스래 닫으며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래 아르마스에게 말을 건냈다.


"아르마스, 그에게 건낸 그 봉투는 뭐지?"


"돈입니다"


"돈...? 놈들이 이런다는 것도 알고 있었나?"


"저도 왕자님께 들었던 터라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보고가 맞았군요. 지금 당장이라도 제 심정같으면 그들의 목을 치고 싶지만 참았습니다. 자고로 대어를 낚기 위해선 작은 물고기를 놓아주어야 하는 법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죠"


아르마스가 건낸 봉투와 받았다는 보고.


나는 어렴풋이 현재 칼마다르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금새 알아챌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봐선, 이름이 알려진 왕국을 제외한 작은 마을 방문객들에겐 이런식으로 돈을 뜯었을 것이다.


어떻게든 트집을 잡고 생떼를 부리면서 말이다.


내가 징표를 건냈을때 당연히 손쉽게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마저도 무시할 정도라니...


생각보다 칼마다르 왕국의 상황이 좋지 못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느껴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게다가 굳이 방문객의 나이를 왜 물어보는 것일까?


나는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한가지 좋은 생각이 났는데"


"무엇이죠?"


"1차적으로 우리가 상인들의 담합을 밝혀내기 위해 이 곳에 잠입을 했지만 이보다도 중요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마차를 내리면 잠시 나를 따라 와주겠어?"


"무슨 이야기인지... 아무튼 알겠습니다"


우리의 대화가 끝나기 무섭게 마차들이 여럿 주차되어 있는 지역에 도착했다.


인부는 선한 웃음을 지으며 우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냈다.


"여러분들, 마차는 이 이상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저는 다시 알카타도르로 돌아갈테니 다시 마차를 찾을 일이 있으시면 왕자님께 말씀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인부에게 꾸벅 인사를 올리고 힘껏 마차에서 내렸다.


아르마스와 마렌도 나의 뒤를 따라 마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폈다.


그러자 그녀들의 몸에서 부직포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펴졌다.


"어우, 무슨 여자애들이 몸에서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나냐"


"오빠는 뼈 부서지는 소리가 아니고 진짜 부서지는거 아니야?"


"...뼈아프네. 아무튼 잘 들어.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지 알려줄게"


나는 아르마스와 마렌에게 조심스럽게 귓속말을 건냈다.


지금까지 칼마다르 병사들이 우리에게 대해온 자세들과 현재의 상황,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해볼때 앞으로의 큰 그림의 밑바탕까지.


내 계산대로라면 완벽한 계획이다.


아르마스는 나의 계획을 듣더니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형님의 계획대로 된다면 우리에겐 엄청난 기회가 오긴 하겠군요. 허나 그들이 우리의 생각대로 움직일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그렇게 움직일거야. 내가 지금껏 겪어온 경험을 바탕으로는 반드시..."


마렌은 나의 계획을 듣고 지레 겁을 먹었는지 얼굴이 파랗게 질려있었다.


"오빠, 정말이야? 나 무서운데..."


"마렌도 함께 동참해줘야 해. 그래도 아르마스가 있으니까 겁낼 필요는 없을거야"


"흠, 마렌... 어, 언니...에겐 조만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아직까지도 아르마스의 입에서 '언니'라는 표현이 쉽지 않았던 모양인지 말을 더듬었다.


하긴 어제 마렌에게 그 난리를 쳤으니 당연히 그럴 수 있겠지.


그래서 아직까지 마렌과 아르마스 사이에서 어색함의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하루빨리 이들을 친해지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일단은 내 눈앞에 벌여진 일이 먼저였다.


"그럼 여기 근처에..."


나는 마차들이 주차되어있는 근처 부근을 이리저리 뒤져보았다.


먹다 남은 음식물들과 쓰레기들, 그리고 이것저것 알수 없는 잡다한 물건들까지 모두 파헤쳐보았다.


그러자 누더기같은 망토 몇 벌을 건질 수 있었다.


그래도 심하게 오염되어 있거나 냄새가 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정도면 충분히 입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되어 나는 이 망토들을 그녀들에게 건냈다.


아르마스와 마렌은 내가 건낸 망토를 보더니 살짝 얼굴을 찌푸린채 기분 나쁜 티를 내기 시작했다.


아무리 작전이라 한들 누가 길거리에 버린듯한 옷들을 주워다가 입으라고 하면 좋아하겠는가?


"정말 이 방법... 확실한거 맞습니까?"


"맞다니까. 나만 믿어"


"...그러죠. 형님만 믿겠습니다"


아르마스와 마렌은 내가 건낸 누더기같은 망토를 걸치며 잔뜩 미간을 찌푸렸다.


비록 고약한 냄새가 나지 않고 최대한 깨끗하다고 생각한 놈들만 골라왔다고 하지만 그녀들에겐 썩 내키지 않은 모양이였다.


"오빠, 으.... 제대로 안되면 진짜 혼내줄거야..."


"자, 그럼 가보자!"


나는 잔뜩 화가 나있는 그녀들의 등을 밀어넣으며 사람들이 몰려다니는 행렬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들의 눈 앞에 칼마다르 왕국의 중심으로 보이는 거대 시장이 눈 앞에 펼쳐졌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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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5화 - 천라지망 (2) 24.08.12 14 1 10쪽
55 54화 - 천라지망 (1) 24.08.10 14 1 10쪽
54 53화 - 적폐청산 (5) 24.08.09 17 1 10쪽
53 52화 - 적폐청산 (4) 24.08.08 15 2 10쪽
52 51화 - 적폐청산 (3) 24.08.07 15 1 10쪽
51 50화 - 적폐청산 (2) 24.08.06 16 1 10쪽
50 49화 - 적폐청산 (1) 24.08.03 23 1 10쪽
49 48화 - 첫 임무 (6) 24.08.02 17 1 10쪽
48 47화 - 첫 임무 (5) 24.08.01 15 1 10쪽
47 46화 - 첫 임무 (4) 24.07.31 16 1 10쪽
» 45화 - 첫 임무 (3) 24.07.30 18 1 10쪽
45 44화 - 첫 임무 (2) 24.07.29 16 1 10쪽
44 43화 - 첫 임무 (1) 24.07.11 17 2 10쪽
43 42화 - 출세 그리고 이별 (4) 24.07.10 17 2 10쪽
42 41화 - 출세 그리고 이별 (3) 24.07.07 21 2 10쪽
41 40화 - 출세 그리고 이별 (2) 24.07.06 27 1 10쪽
40 39화 - 출세 그리고 이별 (1) 24.07.05 2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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