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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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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6
추천수 :
107
글자수 :
310,700

작성
24.08.1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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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5화 - 천라지망 (2)

DUMMY

결국 우리는 반강제로 빡빡이 아저씨에게 고기를 강매당하고 말았다.


강매라는 단어가 이런 표현에 맞는건가...?


아무튼 우리의 노점상에 끊임없이 줄지어 서있던 행인들도 어느새 나타난 무리들에 의해 순식간에 해체되었고, 다시 예전같은 시장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자, 일단 받고"


고기의 무게수를 1g도 빠지지 않고 저울질하더니 그의 말 그대로 1.5배의 값에 달하는 현금을 나에게 들이밀었다.


조금이라도 적게 지불할까봐 노심초사했지만 다행히도 제값을 지불한다는 점이 새삼 놀라웠다.


그는 지갑을 품 속에 주섬주섬 집어넣으며 말을 이어갔다.


"일단 형씨들. 아까 내가 말한대로 왠만하면 고향에서 팔어. 괜히 여기서 장사하다가 피 볼수가 있어"


"피 본다는게 무슨 말인지..."


"아무튼 그런게 있어. 옆에 그 여인은 왜 얼굴이 안보여? 어디 아파?"


그는 눈쌀을 찌푸리며 손가락으로 아르마스를 가리켰다.


우리가 미리 준비해둔 후드를 쓰고 있던 탓에 그녀의 얼굴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이것도 모두 작전의 일부.


나는 아무렇지 않은듯 너스레를 떨었다.


"제 아내입니다. 햇빛을 많이 받으면 피부병이 생기는지라 이렇게 얼굴을 가려놔야 합니다"


'아내'라는 말에 아르마스가 움찔한 것 같았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군. 그건 그렇고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지"


"네?"


"돗자리 접고 잠깐 우리를 따라와. 너희들이 꼭 만나야할 분이 있어서 말이야"


"아, 네..."


그렇게 우리는 최대한 조신한척 하며 돗자리를 주섬주섬 접었다.


그리고 빡빡이 아저씨를 중심으로 모여있는 무리들을 따라 어딘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가 어디지?"


건물에 뭐라고 적혀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2층에다가 번쩍꺼리는 대리석을 한 모습이 꽤나 으리으리했다.


그가 우리를 이 건물 안으로 안내했다.


"나는 여기까지 안내했으니 알아서 찾아 가도록 해. 1층 구석쪽에 레이크님이라고 있으니 그 분께 가면된다"


이 한마디를 끝으로 빡빡이 아저씨는 쿨하게 무리들을 이끌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싶어 이것저것 물어보지도 못한채 사라지는 그들을 바라보며 우리는 눈만 깜빡일 뿐이였다.


"저 사람들은 뭐지?"


"그러게요. 그냥 자기들 할 말만 하고 떠난거보니 어딘가에서 시켜서 한 일 같기도 하고..."


"내가 봐도 그런 것 같아. 아마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겠지?"


"일단 들어가서 무슨 상황인지나 들어보죠"


"그래"


우리는 우리의 눈 앞에 있는 건물의 철문을 힘껏 열어젖혔다.


귓가에 철문끼리 부딪히는 시끄러운 소리가 소름돋게 울려왔다.


낡은 철문을 열어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수많은 인파들이 이곳저곳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밖의 시장과 다른 점을 한가지 꼽자면, 꽤나 신분이 높아보이는 사람들이 여럿 존재한다는 점이다.


온갖 악세사리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거나, 누가봐도 옷에서 귀티가 풍겨오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 말이다.


이것저것 궁금한 점이 태산이였지만 일단은 빡빡이 아저씨가 소개해준 '레이크'라고 하는 자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의 행방은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우리는 사람들이 왕래하는 복도를 지나 사무실 안에 살며시 들어가니 책상 위에 앉아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는 자를 발견했다.


그의 책상 위에는 '부협회장 레이크' 라는 문구가 쓰여진 삼각대가 있었다.


"저 자인가 보네"


우리는 좀 더 자세히 다가가 그의 첫인상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는 우리 세계에서 양복과도 같이 멋스러운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있었으며, 피부는 꽤나 까무잡잡한 편이였다.


한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젊은 나이로 보였지만, 콧수염이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로 자라있었다는 느낌?


게다가 어울리지 않게 영국 귀족들이 쓸법한 단안경을 쓰고 있다는 점이였다.


우리가 인기척을 느끼며 그에게 다가가자 그는 단안경을 조심스럽게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우리를 맞이했다.


"소식을 얼추 들었습니다. 저희 왕국은 처음 방문하신 것 같으신대요?"


"네, 그렇습니다. 저희는 넬라프로지티아 왕국에서 온 일반 상인들입니다"


우리의 정체는 끝까지 들켜서는 안됐기에 넬라프로지티아에서 왔다는 컨셉은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놀라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칼마다르 왕국의 상인위원회 부협회장을 맡고있는 레이크라고 합니다"


"부협회장이나 되는 분께서 저희를 어떤 용무로 이곳까지..."


"다름이 아니라 타 왕국에서 오신 분들이라 모르시겠지만 저희 시장에 발을 들이기 위해선 반드시 저희 협회를 거쳐야 합니다"


"협회를 거쳐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알다싶히 저희 왕국은 종족간의 화합의 장으로서 만들어진 거대 시장이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면 좋겠다만, 안타깝게도 별의별 이상한 상인들이 출입하는 바람에 저희가 나설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외부 상인들의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요?"


"어떻게 보면 그럴 수 있겠네요. 그래서 저희에게 일정 수준의 자릿세를 납부해야지만 시장 내에서 물건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그의 말이 완전 틀리진 않다.


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칼마다르에는 하루에도 수백, 수천명의 인원이 몰려 물건을 사고팔고 있다.


물론 타 왕국에서 온 사람들도 예외는 없이 출입이 가능하다보니, 보안상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다는 것 정도는 이해한다.


누군가가 나서서 자리를 정해주고 질서있게 시장 관리를 해준다면 얼마나 고맙겠는가?


허나 일정 수준의 자릿세를 받는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냥 돗자리 하나 피는 자리 하나 만들어준다고 돈을 받고 있었다니...


자기들이 건물주도 아니고, 깡패도 아니고 이게 무슨 일인가?


게다가 놀라운 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였다.


"그 외에는요?"


"여러분같이 작은 왕국에서 오신 분들은 모르겠지만, 저희에게 판매하는 물건이 무엇인지 알려주어야 합니다. 시세는 직접 책정해드리고 일정 수준의 판매량이 넘어가면 그에 따른 수수료도 납부해야 합니다"


"네? 저희가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는게 아니고 여기서 정해준다구요? 그리고 왜 많이 팔았다고 수수료를..."


"거래량과 시세를 파악하기가 쉬우니까요. 그리고 더 나아가선 갑작스런 물가 폭등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습니다"


찾았다.


담합하는 놈들의 소굴이 어디인지 말이다.


놈들의 말이 꽤나 번지르르하여 그럴싸해보였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것 정도는 뻔히 보였다.


칼마다르 왕국이 공산당같이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국가면 모른다.


허나 칼마다르는 거대 시장을 가진 국가이기에 절대 시장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게 냅둬선 안된다.


최악의 상황을 대면하게 된다면 칼마다르 상인위원회가 전 세계를 꽉 잡게 되는 시나리오가 그려지게 된다.


더 나아가 알카타도르는 물론 그 외의 왕국까지 모두 위원회에게 경제적으로 집어삼켜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


이는 곧 물가 폭등과 경제의 불안정, 그리고 국가와 종족간의 전쟁까지 벌어질 수 있기에 하루빨리 이들의 만행을 막아야한다.


마음같아선 지금 당장 벨지니아 왕자에게 고자질해서 왕가친위대가 이 곳을 싹 밀어버리라고 전하고 싶다.


허나 탄탄하게 굳혀진 그들의 입지를 한꺼번에 밀어버리게 된다면, 오히려 알카타도르에게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기에 신중을 기해야한다.


그래서 최대한 조심해서 야금야금 그들의 만행을 갉아먹어야 했다.


더 나아가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는 자들이 더 존재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시세를 자기들 마음대로 정해준다뇨? 이것마저 왕족의 허락을 받고 움직이시는 겁니까? 저로서는 이해가 안됩니다"


"그럼요. 저희 협회는 왕족에게서 정식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공공단체 입니다"


공공기관이라는 말에 나는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결국 이 모든 일은 칼마다르의 왕족도 공식적으로 인정한 만행이였다는 것을.


적지않은 충격에 어지러워 머리가 핑핑 돌 지경이였다.


"그, 그렇다는건..."


"다음에 찾아주실떄는 꼭 저희에게 들러주시길 바랍니다. 현재 상태를 보아하니 선생님께서는 더이상 말할 힘이 없어보이는군요.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한번 눈감아드릴테니 다음부턴 꼭 주의해주시길"


이렇게 레이크는 자신의 할 말만 열심히 떠들며 다시 의자에 주저앉으며 단안경을 썼다.


그리고 우리를 무시한채 열심히 책상 위에 올려진 문서들을 열심히 사인하기 시작했다.


아르마스는 조심스럽게 나를 부축하며 협회 건물에서 빠져나와 건물 옆쪽 나무 그늘에서 쭈그려 앉은채 연신 한숨을 내뱉었다.


그녀도 이와 같은 상황이 벌여진 것에 대해 믿겨지지 않는 표정이였다.


"그래도 작전의 반은 들어맞았네요. 꽤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화가 나진 않았어? 생각보다 규모가 있는 사건인데?"


"당연히 화가 나죠. 하지만 다시는 검문소와 같은 일을 벌이지 않기로 약속했으니 애써 참고 있습니다"


"잘하고 있네..."


그저 상인 몇 명이 손잡고 벌인 담합이라고 생각한 내가 너무 안일했다.


생각보다 큰 규모로 이루어지는 현재의 상황에 나는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했다.


허나 기회란 반드시 찾아오는 법.


이번 사건을 계기로 놈들에게 빅 엿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코쿤 단장의 바램도 이루어줄 수 있는 아름다운 작전이 필요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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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6화 - 협상회의 (5) 24.08.30 8 0 10쪽
66 65화 - 협상회의 (4) 24.08.29 9 0 10쪽
65 64화 - 협상회의 (3) 24.08.28 10 0 10쪽
64 63화 - 협상회의 (2) 24.08.27 9 0 10쪽
63 62화 - 협상회의 (1) 24.08.26 7 0 10쪽
62 61화 - 천라지망 (8) 24.08.23 13 1 10쪽
61 60화 - 천라지망 (7) 24.08.22 14 1 10쪽
60 59화 - 천라지망 (6) 24.08.16 12 1 10쪽
59 58화 - 천라지망 (5) 24.08.14 13 1 10쪽
58 57화 - 천라지망 (4) 24.08.14 12 1 10쪽
57 56화 - 천라지망 (3) 24.08.13 13 1 10쪽
» 55화 - 천라지망 (2) 24.08.12 15 1 10쪽
55 54화 - 천라지망 (1) 24.08.10 15 1 10쪽
54 53화 - 적폐청산 (5) 24.08.09 18 1 10쪽
53 52화 - 적폐청산 (4) 24.08.08 16 2 10쪽
52 51화 - 적폐청산 (3) 24.08.07 16 1 10쪽
51 50화 - 적폐청산 (2) 24.08.06 16 1 10쪽
50 49화 - 적폐청산 (1) 24.08.03 23 1 10쪽
49 48화 - 첫 임무 (6) 24.08.02 18 1 10쪽
48 47화 - 첫 임무 (5) 24.08.01 16 1 10쪽
47 46화 - 첫 임무 (4) 24.07.31 16 1 10쪽
46 45화 - 첫 임무 (3) 24.07.30 18 1 10쪽
45 44화 - 첫 임무 (2) 24.07.29 17 1 10쪽
44 43화 - 첫 임무 (1) 24.07.11 18 2 10쪽
43 42화 - 출세 그리고 이별 (4) 24.07.10 18 2 10쪽
42 41화 - 출세 그리고 이별 (3) 24.07.07 22 2 10쪽
41 40화 - 출세 그리고 이별 (2) 24.07.06 28 1 10쪽
40 39화 - 출세 그리고 이별 (1) 24.07.05 22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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