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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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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4
추천수 :
107
글자수 :
3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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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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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9화 - 천라지망 (6)

DUMMY

온갖 동식물들이 잠이 들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밤.


나와 마렌, 그리고 코쿤 단장은 숙소 지하에 있는 수련장으로 이동했다.


그 사이에 나는 코쿤 단장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떼웠다.


"새벽 시간에도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네요. 이것저것 하실 일이 많으셔서 피곤하실텐데"


"아닙니다. 틈이 날때마다 쉬고 자고 하느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한가지 궁금한게 있는데요"


"어떤겁니까?"


"그래도 저희보단 마렌이랑 같이 있는 시간이 많으실텐데. 보시기에 어떤가요?"


"음..."


코쿤 단장은 생각에 잠긴듯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 있나요?"


"아무래도 지금까지 훈련이란 것을 해본 적이 없는 친구다보니 진전이 없습니다. 그래도 한가지만 터득할 수만 있다면..."


"한가지가 뭔가요?"


코쿤 단장은 이 세계에서 불리우는 마력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읊어나갔다.


전에도 타이커스가 이야기했다 싶히 사람마다 마력을 다루는 양은 선천적으로 다르다.


쉽게 설명하자면 사람의 몸이 물탱크이며, 마력을 그 안에 담긴 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탱크의 크기는 처음 만들어졌을때부터 일정 용량을 담길 수 있게 만들었고, 물은 그 탱크에 정해진 용량만이 담길 수 있다.


그래서 물탱크에서 물을 사용할 경우에는 담겨진 물만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의 세기도 조종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전에 봤던 마법석은 그 물탱크 안에 물을 급하게 들이붓는 격.


허나 정해진 물탱크의 양보다 더 많은 물이 들어오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가?


당연하게도 물이 넘쳐 흐르거나 물의 압력에 버티지 못하고 탱크가 박살나버린다.


물이 넘쳐 흐르게 되면 엄청난 고통을 받게 되고, 탱크가 터지게 되면 각성자가 되는 셈.


나는 이제서야 왜 아르마스의 검을 만진 마렌이 아무렇지 않았다는 점이 놀라웠는지, 그리고 왜 각성자란 존재가 생겼는지 이해가 갔다.


마렌은 쉽게 비유하자면 물탱크의 깊이가 깊은건 사실이지만, 그 물탱크에 담긴 물을 배출할 방법을 모르는 것.


"그렇군요. 마렌은 아직 마력을 방출하는 법을 몰라서 진전이 없다는 말씀이군요"


"네. 그리고 한가지 더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특이한 점이요?"


"제가 자세히 봤을땐 마렌의 몸에 마력이 흐르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코쿤 단장의 알 수 없는 말에 당황하여 눈만 껌뻑거렸다.


그렇다면 마렌의 몸은 물이 하나도 담기지 않은 말라버린 대용량의 물탱크라는 뜻인가?


그렇게 오손도손 코쿤 단장과 이야기하면서 걸어가던 사이, 어느새 지하의 수련장에 도착했다.


저번에는 피곤한 탓에 먼저 들어가버렸지만, 처음 보는 수련장의 모습에 나는 감탄을 자아냈다.


천장은 끝도 없이 높았으며, 바닥에는 고운 모래들이, 그리고 한쪽에는 열심히 쇠질을 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 반대편에서 한 사람이 카운터를 보고 있었는데, 그 사람의 뒤로 많은 방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리고 그 방들의 문 앞에는 팻말로 '대련장'과 숫자들이 적혀있었다.


"저기구나"


"저기 있는 안내원한테 이야기해서 대련장에 들어가면 됩니다. 대련장은 신청자 외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게 설계되었다고 하군요"


"오호, 현재로서 딱 좋은 장소네요"


그렇게 우리는 카운터의 안내에 따라 1번 대련장으로 입장했다.


대련장 안에 들어가자 학교 운동장만한 크기의 넓은 모래밭, 그리고 여러가지 모양의 허수아비들이 줄지어 있었다.


마렌은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눈 앞에 펼쳐져있는 허수아비들을 보고 기겁했다.


"이젠 너무 질려... 이 허수아비들"


"자, 그럼 마렌. 재근 대장님과 약속했지? 내가 낸 숙제를 달성하면 오늘 하루 펑펑 놀게 해주마"


"진짜요? 이제와서 무르기 없기에요"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하마. 그럼 내가 내줄 숙제는 이거다"


코쿤 단장은 코웃음을 치며 검지 손가락을 치켜올렸다.


그러자 그의 검지손가락 끝에서 파란색 물방울 모양의 마법이 조금씩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후, 그의 손가락 끝에는 사람 크기만한 물방울이 만들어진채 구름마냥 공중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나와 마렌은 이러한 모습을 보고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숙제는 간단하다. 이정도까진 아니지만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마법을 만들어보아라. 크기는 사람의 주먹만할 정도로"


코쿤 단장은 정말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숙제를 제시했다.


아무리 깊이가 다른 물탱크를 가졌을지언정 물을 빼낼 수 없다면 그것이 물탱크로서 가치가 있겠는가?


당장 코쿤 만큼이나 커다란 마법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손톱만큼이라도 마법을 형상화 시킬수만 있다면 앞으로의 수련은 누워서 떡먹기다.


마렌은 하루종일 놀 생각을 하며 열심히 양 손을 공중에 휘저었다.


그러나 마음처럼 되지 않았는지 그녀에겐 아무런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렌? 몸 속에 있는 마력들을 손 끝으로 모은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그게 말처럼 안되요... 마력들이 도대체 뭐고..."


"거 참 미치겠구만"


마치 자전거를 처음타보는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입장같달까?


나는 구석에 쭈그려 앉은채 이들이 투닥거리는 모습을 한참동안 지켜보았다.


그러면서 옛 생각과 집에 대한 추억이 몽실몽실 떠올랐다.


회사 사람들은 나 없이도 잘 있을까?


내 학창시절 친구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어머니는 뭐하면서 지내고 계실까?


둘의 모습을 보니 예전 어머니와의 추억이 문득 떠올라 눈물이 차올랐다.


어머니와의 추억...


내가 5살쯤 될 무렵, 유치원에 막 들어갈 시기였다.


부모님간의 불화로 인해 분가해서 살게 되었고, 나는 어머니와 함께 학창시절을 보냈다.


아버지가 가정 폭력같은 그런 몹쓸 짓을 하여 이혼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나이가 됐을때 성격차이로 인한 분가로 추측했다.


아버지는 가끔 가다가 1년에 한번 정도 모습을 보였지만, 내가 성인이 될 무렵부터는 거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다 내 생일때 계좌로 용돈 조금 쥐어주는 정도가 끝인 정도?


그래서 아버지가 다른 여자랑 눈 맞았느니, 혼자 홀애비 냄새를 풍기며 살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힘겹게 키우신 어머니만 챙기면 된다고 생각한 그때였다.


내가 막 군대를 전역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어머니가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셨다.


그때 아버지를 거의 3년만에 본 것 같다.


아버지가 새어머니와 같이 살 것을 제안했지만, 나는 그의 제안을 매몰차게 거절했다.


지금까지 얼굴 한번 비추지 않고 나와 어머니를 소홀하게 본 아버지를 '아버지'라는 취급조차 아깝다고 생각했던 것.


그렇게 한순간에 부모님 모두를 잃은 나에겐 죄책감밖에 남지 않았다.


어머니가 힘겹게 벌었던 유산 조금 말고는 나에게 남겨진 것이라곤 그저 후회와 절망 뿐.


허나 어머니의 짐을 정리하던 도중, 어머니가 지금껏 나를 키우면서 써내려왔던 일기를 우연히 발견했다.


그 일기를 한장 한장 넘기면서 나는 난생 처음으로 하루 종일 오열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결심했던 것 같다.


내가 지금 죽는 한이 있더라도 열심히 살아서 내 가족만큼은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내가 하루가 다르게 팀장까지 승진할 수 있었던 계기도 이런 독기어린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아버지였던 자를 처참하게 복수하거나 그런 생각은 전혀 없다.


그 양반은 그 양반대로 알아서 잘 살거니까.


이 세상엔 나와 내 편만 지키면 되는 것이니까.


그 외에 나와 내 가족에게 해를 끼치는 자는 치워버리거나 엎어버리면 그만이니까.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며 옛 생각에 빠질 무렵, 코쿤 단장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모래 바닥에 풀썩 주저앉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해야하지. 마법 기사단들을 여럿 육성해오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군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자세, 기초, 원리 등을 귀가 박히도록 설명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이건 무슨 경우인지..."


"아얘 재능이 없는건 아니구요?"


"재능이 없었다면 아르마스 대장의 검을 아무렇지 않게 만진 것이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이걸 어찌하면 좋을지..."


우리는 허공을 향해 양 팔을 허우적 거리는 마렌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대로 마렌의 몸에는 아무런 기척은 커녕 그저 달밤에 체조하는 사람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건 무슨 경우인가 싶어 곰곰이 생각하던 와중, 방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어떤 사람이 우리가 있는 대련장의 문을 발로 걷어찼다.


그러자 요란한 소리가 울려퍼지며 강철로 된듯한 대련장의 문이 찌그러진채 멀리 날아가버렸다.


나와 코쿤, 마렌은 요란한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흙먼지를 흩날리던 그 곳엔 아르마스와 도적 3인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르마스는 후드를 벗어던지며 쭈그려 앉아있던 나에게 다가왔다.


"여기 있는게 맞았군요"


"아니, 왜 이렇게 요란하게 들어와?"


"카운터 보는 사람이 대련장엔 허락된 사람 외에는 아무도 못들어간다고 막아서는 바람에 그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다른 방법이 있을거 아니야..."


"지금 한시가 급한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급한 상황이라니?"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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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7화 - 협상회의 (6) 24.08.31 6 0 10쪽
67 66화 - 협상회의 (5) 24.08.30 8 0 10쪽
66 65화 - 협상회의 (4) 24.08.29 8 0 10쪽
65 64화 - 협상회의 (3) 24.08.28 9 0 10쪽
64 63화 - 협상회의 (2) 24.08.27 9 0 10쪽
63 62화 - 협상회의 (1) 24.08.26 6 0 10쪽
62 61화 - 천라지망 (8) 24.08.23 12 1 10쪽
61 60화 - 천라지망 (7) 24.08.22 13 1 10쪽
» 59화 - 천라지망 (6) 24.08.16 12 1 10쪽
59 58화 - 천라지망 (5) 24.08.14 12 1 10쪽
58 57화 - 천라지망 (4) 24.08.14 12 1 10쪽
57 56화 - 천라지망 (3) 24.08.13 13 1 10쪽
56 55화 - 천라지망 (2) 24.08.12 14 1 10쪽
55 54화 - 천라지망 (1) 24.08.10 14 1 10쪽
54 53화 - 적폐청산 (5) 24.08.09 17 1 10쪽
53 52화 - 적폐청산 (4) 24.08.08 15 2 10쪽
52 51화 - 적폐청산 (3) 24.08.07 15 1 10쪽
51 50화 - 적폐청산 (2) 24.08.06 16 1 10쪽
50 49화 - 적폐청산 (1) 24.08.03 23 1 10쪽
49 48화 - 첫 임무 (6) 24.08.02 17 1 10쪽
48 47화 - 첫 임무 (5) 24.08.01 15 1 10쪽
47 46화 - 첫 임무 (4) 24.07.31 16 1 10쪽
46 45화 - 첫 임무 (3) 24.07.30 17 1 10쪽
45 44화 - 첫 임무 (2) 24.07.29 16 1 10쪽
44 43화 - 첫 임무 (1) 24.07.11 17 2 10쪽
43 42화 - 출세 그리고 이별 (4) 24.07.10 17 2 10쪽
42 41화 - 출세 그리고 이별 (3) 24.07.07 21 2 10쪽
41 40화 - 출세 그리고 이별 (2) 24.07.06 27 1 10쪽
40 39화 - 출세 그리고 이별 (1) 24.07.05 2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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