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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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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9
추천수 :
107
글자수 :
3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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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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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2화 - 출세 그리고 이별 (4)

DUMMY

마렌이 정말 진심인지 모를정도로 순수한 눈빛을 지닌채 검을 휘두르는 폼을 잡았다.


게다가 모두에게 갑작스런 결혼발표까지.


나는 군침을 꿀꺽 삼키며 주위를 빠르게 훑어보았다.


다들 나와 마찬가지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것이 가관이였다.


둘이 알콩달콩 결혼한다는 사실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보이는 아르마스도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었는지 처음 보는 요상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어이없어서 웃는다는 표현이 적절한 표정.


아르마스는 양손으로 검을 잡고 휘두르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마렌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척 덤덤한 목소리로 마렌에게 말을 건냈다.


"꼬마야. 진짜로 나를 따라서 기사가 되고 싶은거니?"


"네! 언니가 성문을 와자작 부수는 것을 보고 소름이 돋았어요. 저도 언니처럼 강한 기사가 되서 오빠와 함께 마을을 지키고 싶어요!"


진담 반, 농담 반이 섞인 듯한 마렌의 말투에 아르마스는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구나. 그런데 나랑 함께 여정을 계속 이어나가면 후회할 수 있어. 그래도 괜찮겠니? 가족들이 걱정할것 같구나"


"저는 언니처럼 멋있는 기사가..."


"장난이 아니다"


최대한 상냥하게 말을 건내려고 노력한 아르마스가 참지 못했는지 섬뜩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포스를 풍기며 마렌을 내려다보았다.


마렌도 갑작스런 아르마스의 표정변화에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었다.


"그, 그게... 진짜 언니처럼 멋있어지고 싶어서..."


"내가 걸어왔던 길은 아무나 장난으로 뒤따라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고작 8살의 나이부터 손의 지문이 없어지고, 죽지않을 만큼 피를 흘리고, 맹수에게 물려 죽을뻔한 고통을 견뎌내며 자라왔다. 너같이 순수하게 자란 꼬마가 되기에는 너무 험한 길이다"


"하, 할 수 있어요! 아직 스무살이지만 노력하면..."


"그렇다면 이걸 받아라"


아르마스는 허리 춤에 있던 단검 하나를 바닥에 집어던졌다.


마렌은 바닥에 집어 던진 단검을 조심스래 주우며 아르마스를 올려다보았다.


"이게 뭔가요?"


"그 단검으로 너의 진심을 나에게 보여라. 만약 내가 납득하지 못할 경우 너는 곧바로 고향으로 떠나라"


"네? 어떻게요?"


"그건 네가 스스로 고민하도록 해라"


마렌은 단검을 양손으로 꽉 쥔채 울먹이는 표정으로 나와 넬라 공주, 타이커스를 바라보았다.


허나 왜 그녀가 이렇게까지 마렌에게 험상궂게 이야기했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아르마스가 최연소 기사대장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렸을까?


내가 감히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그녀의 노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게다가 스무살이 되도록 우물 안 개구리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순수하게 자라온 마렌이 자신의 뒤를 따른다니...


보통의 각오로 임할 수 없는 여정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기 위해 이런 살갑지 못한 태도를 보여준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잘 알고 있기에 마렌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은 마렌이 고생하지 않고 조용히 고향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에 더욱 말을 아꼈다.


침묵을 지킨 우리들을 조용히 훑어보던 마렌은 무언가를 다짐하듯 양 손으로 단검을 꼭 쥐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왼쪽 손등에 단검을 내리찍었다.


"....!?"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


이윽고 마렌은 손을 부들거리며 단검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괴로운듯 양 손바닥을 움켜쥐었다.


움켜쥔 마렌의 손등에는 눈에 보일 정도로 엄청난 양의 혈흔이 흘러나와 방의 바닥을 흥건히 적실 정도였다.


오직 순수함 그 자체 밖에 느껴지지 않았던 지금까지 마렌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을정도로 충격적인 모습에 모두가 깜짝 놀랐는지 몸이 얼어 붙었다.


누구도 예상못한 그녀의 태도에 우리 모두는 당황했지만, 넬라 공주만이 황급히 마렌에게 달려가 그녀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아직까지도 피가 멎지 못했는지 마렌은 새하얗게 질린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르마스 대장님.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나요?"


"그렇군..."


아르마스는 미간을 찡그린채 고통스러워 하는 마렌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마렌을 향해 손바닥을 뻗자 아르마스의 몸에서 초록 빛깔 빛이 은은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작은 화롯불에서 일어나는 연기의 모습과 흡사해보이는 초록빛은 점차 마렌의 몸을 맴돌았다.


그러자 믿을 수 없는 장면이 펼쳐졌다.


"사, 상처가?"


아르마스가 내뿜은 초록빛이 마렌의 몸을 맴돌자 스스로 내었던 손바닥의 상처가 점점 아물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장면처럼 바닥에 흥건하던 핏물들이 한두방울씩 마렌의 손에 빨려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타이커스는 이 모습을 보더니 믿겨지지 않았는지 두 눈을 희번뜩 뜬채 아르마스와 마렌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말도 안돼... 시간 역행 마법을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되다니"


"시간 역행이요?"


나는 그 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타이커스를 바라보았다.


"그래요. 이건 시간 역행 마법. 전설로만 들었던 초고난도 마법이에요. 언뜻 들어보기만 했지 직접 본건 처음이네..."


말 그대로 시간을 되돌리는 마법.


그렇다면 마렌이 스스로 상처를 내기 전으로 시간을 돌릴 수 있기에 아무런 흉터 없이 그녀를 치료하는 것이 가능하다.


허나 아르마스는 연신 식은땀이 얼굴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시간 역행 마법을 사용하게 되면 엄청난 마력과 체력이 소모됩니다. 아무리 아르마스 대장이라고 할지라도 이정도가 최선이라고 생각했나봅니다"


나는 타이커스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숨죽이며 이를 지켜보는 가운데, 약 1분정도가 흐르자 마침내 모든 기력을 다했다는듯 아르마스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벨지니아 왕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래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가 흘린 식은땀을 손수건으로 닦아주며 미소를 지었다.


"이정도면 됐지 않소? 아르마스. 마렌이라고 하는 친구와 동행해주지 않겠소?"


"...알겠습니다"


정말 속을 알 수 없는 여자다.


언제는 자신의 각오를 증명하라며 매섭게 몰아쳤다가도, 언제는 자신의 기력을 다할 정도로 마렌을 치료해주지 않나...


신기하게도 바닥이 흥건해질 정도로 넘쳐 흐른 혈흔은 물론 스스로 상처낸 칼자국까지 모두 말끔하게 되돌려져 있는 모습을 보고 마렌은 신기하다는 듯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의 상처를 치료해준 것에는 진심으로 감사해요. 그래도 저의 진심이 통했나요?"


"알겠다. 충분하다"


"아르마스 대장. 먼저 물러가서 쉬고 있게나. 내일 아침에 사람 한명 보내서 깨우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왕자님"


아르마스는 벨지니아 왕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식탁을 부축하며 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왕자에게 가벼운 목례 한번을 올리더니 조용히 방 밖을 빠져나갔다.


이제야 모든 상황이 정리됐는지 벨지니아 왕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자신의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래, 이제 대충 상황 정리가 끝난거 같군. 그럼 내일 아침에 넬라 공주와 타이커스 단장은 넬라프로지티아에 돌아가 내정에 힘써주게. 재근씨와 마렌은 아르마스와 함께 내일부터 임무를 주도록 하겠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왕자님"


타이커스는 연신 벨지니아 왕자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아닐세. 나도 새로운 경험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구만. 그리고 재근씨와 같은 훌륭한 인재를 만났다는 것이 나에겐 큰 행운이구만"


"그럼 저희는 이만 돌아가보겠습니다"


"그래, 밖에 집사 한명에게 묵을 곳을 안내받게나. 내일 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감사의 인사를 끝으로 넬라 공주와 타이커스가 조용히 방 밖을 나섰다.


그렇게 시끌벅적한 소동이 마무리 되고 방 안에는 나와 마렌, 그리고 벨지니아 왕자가 남게 되었다.


이제서야 마렌도 제정신이 돌아왔는지 어쩔줄 몰라 우물쭈물하며 발만 동동 구르던 그때, 마침내 벨지니아 왕자가 침묵을 깨기 위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 그럼 우리도 이만 들어가서 쉬자. 재근씨와 마렌도 내일 아침 그들을 배웅해줘야지"


"네, 안그래도 그려려고 합니다"


"그래, 자네들도 나가서 묵을 곳을 안내받도록 하게. 그동안 수고 많았네. 내일부터 잘 해보도록 하세"


"알겠습니다"


나와 마렌도 벨지니아 왕자에게 가볍게 목례 한번을 올리고 방 밖을 빠져나왔다.


이제야 숨막히는 상황이 끝났는지 나는 연겨푸 얕은 숨을 몰아쉬었다.


갑작스런 알카타도르와의 계약, 동료들과의 이별, 그리고 마렌의 돌발행동까지...


이 모든 일들이 작은 방 안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


체력은 이미 방전되어 다리에 힘이 풀릴 지경이였지만 나의 심장은 여전히 소리없는 아우성을 쳤다.


카페인만 한 트럭으로 들이마신듯한 나의 심장은 멈출줄 모르고 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별로 인한 아쉬움도 있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설렘이 더 컸던게 아닐까 싶다.


그나저나 갑자기 한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마렌,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내가 알던 마렌은 이렇게까지 화끈한 친구가 아닌데"


"헤헤, 때가 되면 나중에 이야기 해줄게. 내일 봐, 오빠!"


라는 의미심장한 말만 남긴채 자신의 방에 들어가벼렸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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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7화 - 천라지망 (4) 24.08.14 1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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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2화 - 적폐청산 (4) 24.08.08 15 2 10쪽
52 51화 - 적폐청산 (3) 24.08.07 15 1 10쪽
51 50화 - 적폐청산 (2) 24.08.06 16 1 10쪽
50 49화 - 적폐청산 (1) 24.08.03 23 1 10쪽
49 48화 - 첫 임무 (6) 24.08.02 17 1 10쪽
48 47화 - 첫 임무 (5) 24.08.01 15 1 10쪽
47 46화 - 첫 임무 (4) 24.07.31 16 1 10쪽
46 45화 - 첫 임무 (3) 24.07.30 18 1 10쪽
45 44화 - 첫 임무 (2) 24.07.29 16 1 10쪽
44 43화 - 첫 임무 (1) 24.07.11 17 2 10쪽
» 42화 - 출세 그리고 이별 (4) 24.07.10 18 2 10쪽
42 41화 - 출세 그리고 이별 (3) 24.07.07 21 2 10쪽
41 40화 - 출세 그리고 이별 (2) 24.07.06 28 1 10쪽
40 39화 - 출세 그리고 이별 (1) 24.07.05 2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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