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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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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1
추천수 :
107
글자수 :
3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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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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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1화 - 적폐청산 (3)

DUMMY

족장인 할아버지의 보호 아래에 세상따윈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아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이만큼이나 마렌에게 기구한 사연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그녀의 일대기를 들어보니 이제껏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납득이 갔다.


20살이 되도록 마을 밖에 나자기 못한 이유, 그녀가 강해지고 싶은 이유, 죽을 각오로 아르마스에게 보여준 행동까지...


나와 아르마스는 숙연하게 주저앉아있는 마렌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만약 마렌과 같은 입장이였으면 이미 미쳐버린채 이 세상과 하직했을 것이다.


"일어나요"


아르마스가 주저앉은채 훌쩍이는 마렌에게 손을 내밀었다.


마렌은 아르마스의 손을 잡더니 있는 힘을 다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마렌의 옷과 손 등에 묻어있는 흙을 이리저리 털어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왜 강해지고 싶어하는지 알겠습니다. 만약 그때 각성자를 제압할 수 있는 자가 마을 안에 있었다면 그런 참사는 없었겠지요"


"...그랬을거야. 내가 강해져서 마을사람들을 지켜야 해. 다시는 우리 아빠와 오빠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지금 많이 피곤하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만사 많은 일을 겪어보며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내일부터 하자'는 생각은 아무 쓸모 없다는 것을요"


아르마스의 말에 동의한다.


거창한 훈련이라는 점은 뒤로하고, 우리의 실생활 안에서도 이러한 자세는 성공하는 자의 기본 습관이다.


바로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기'


우리가 매일마다 시도하는 다이어트를 예로 들면 이해하기가 쉽다.


다이어트를 결심하여 운동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을때, 운동은 내일부터 하겠다는 생각으로 폭식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그 폭식으로 인한 컨디션 악화로 또 다시 '내일부터'라는 생각을 되새김질한다.


결국 이러한 '내일부터' 라는 생각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굴레일뿐.


그렇게 결심했던 다이어트를 미루고 미루게 되고, 결국 되돌릴 수 없는 심각한 건강 악화가 찾아오게 되는 결과를 맞이하여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


한 코미디언의 명대사가 하나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하라]


뼈때리는 이 말 한마디로 나는 회사에 다니며 야근과 회식에 시달림에도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


처음 발걸음을 떼는 과정 자체가 힘들고, 초반에는 온갖 핑계를 대며 쉬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다.


허나 나도 모르게 어느샌가부터 몸이 가벼워지는걸 느끼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될뿐만 아니라 다른 동기들보다도 훨씬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던 터라 빠르게 승진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한가지 깨달았다.


사회생활 중 체력관리도 능력 중 하나라는 것을.


허나 마렌은 당연히 내가 겪어온 사회생활을 접했을리가 없기에 백날 이야기해봤자 지금 당장 깨달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아르마스의 훈련 방식을 멀리서 지켜보기로 다짐했다.


지금껏 오냐오냐 애지중지 보살펴줬지만 그녀의 진심을 알게 되었으니 더더욱 말이다.


"...알겠어. 얼른 숙소를 찾아보자"


어리숙하고 흔들리던 마렌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렇게 우리는 한바탕 소동을 끝으로 간신히 숙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왕궁에서부터 거리가 꽤 있었던 탓이라 시간이 꽤나 소요되었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크리스탈 게스트하우스'라 불리는 거대한 숙소에선 내가 경험하지 못한 끝내주는 서비스를 맛볼 수 있었다.


내가 살아왔던 세계의 5성급 호텔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갈 정도로 으리으리한 자태는 나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한명당 넓직한 침대 하나는 기본이고 식사는 원한다면 언제나 마음껏, 그리고 온천이나 술집 등의 온갖 편의시설들이 즐비했기에 심심할 틈이 없어보였다.


허나 내가 알았던 호텔과는 다르게 요상한 시설이 한가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수련장]이라고 적혀있는 지하 5층의 장소.


"수련장? 이게 뭐하는 곳이지?"


"말 그대로 수련을 위한 장소입니다. 재근 형님이 살아왔던 세계는 모르겠지만 저희 세계에서는 매일마다 체력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 기사들이 많습니다. 그 외에 용병들도 다수 존재하구요"


"아하, 그럼 저 장소는 우리 세계의 헬스장같은 개념인건가?"


"헬스장이요? 아무튼 저 곳에선 체력뿐만 아니라 근력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원한다면 개인실에서 1:1로 목검대련도 가능하구요"


"그렇구나"


우리도 간혹 좋은 호텔을 방문하다보면 피트니스 센터같은 헬스장을 운영하는 곳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 개념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쉽지만, 수련장은 우리가 살아왔던 세계의 헬스장과는 다른 냄새가 풍길 것 같다.


우리가 운동을 하는 목적이 건강과 미용이 대부분이겠지만, 이 곳에서의 운동은 진짜 살아남기 위한 수단.


상상만해도 끔찍했기에 나는 수련장 근처는 쳐다보지도 않고 싶었다.


"저와 마렌언니는 수련장에서 잠시 몸좀 풀다가 올라가겠습니다. 형님은 먼저 가서 쉬고 계시죠"


"아, 알았어. 너무 무리하진 말고"


그렇게 아르마스는 가볍게 미소를 띈채 마렌을 이끌고 지하 5층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마렌의 눈은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마냥 아련함이 가득했다.


허나 여기서 그녀에게 동정을 베풀수는 없었다.


이런 과정 하나하나가 결국 자신이 강해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렇게 먼저 수련장에 내려간 그녀들을 뒤로 하고, 나는 배정받은 방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몸을 던졌다.


포근한 솜이불과 향긋한 비누내음이 내 코끝을 간지럽혔다.


피곤한 탓인지 지금껏 겪어온 온갖 사건들이 잊혀지지 않아 내 머릿속을 파고드는 오묘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이 세계는 어떤 곳일까?


내가 이 세계에서 맡은 임무를 잘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지금껏 살아왔던 인생은 무엇일까?


잡다한 생각을 하며 하염없이 새하얀 천장을 바라보았다.


온갖 피로함이 몰려온 탓인지 누웠던 침대는 마치 깊은 물속에 파고드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침대와 내가 한몸이 된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굉장히 기분 좋은 포근함이 온 몸을 감싼듯 했다.


아르마스와 마렌이 오기 전까지 잠들지 않겠다는 각오가 무색하게 나의 눈꺼풀은 바위가 눌러앉은듯 조금씩 감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깜빡 눈을 떠보니 아침이 되어있었다.


"음...?"


가끔 그런 경우가 있지 않은가?


몸이 너무 힘들어서 잠깐만 누워서 쉰다고 했지만 눈 한번 깜빡 하고 일어났더니 아침인 상황.


저녁도 먹지 못한 탓에 배에서는 밥달라는 소리가 아우성쳤다.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옆 침대에선 마렌이 침을 한바가지 흘리며 쓰러져있는 것이 보였다.


다행히 별일 없이 마무리 됐나 싶어 안심하던 찰나, 아르마스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일인가 싶어 잠이 덜깬 눈으로 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봤지만 그녀는 온데간데 없어진 상황.


적지않게 당황했지만 소파에서 그녀의 편지 한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주변 순찰 및 필요한 정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새벽 일찍 방을 나왔다는 내용.


생각하면 할수록 참 대단한 여인이다.


일단 이미 꿈나라로 여행을 떠난 마렌을 뒤로하고 식당에 내려가 굶주린 배를 채우기로 결정했다.


머리도 감지 못한 탓에 까치집이 머리에 앉았지만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1분 1초라도 맛나는 아침밥을 먹을 생각에 싱글벙글한채 식당에 도착한 나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왕국에서 하이앤드급 숙소라고 자랑할만한 곳에서 나올법한 식사가 절대 아니라는 것.


옥수수 스프와 샐러드, 그리고 빵 한두조각에 사과 한점이 아침 식사의 전부다.


생각보다 너무나 조촐한 숙소의 메뉴에 당황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눈물을 머금고 내 눈앞에 차려진 빵 조각과 샐러드를 한입씩 먹으며 허기를 달랠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어딘가에서 불평하는 듯한 손님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리니 꽤나 고급스러운 비단옷을 걸친 두명의 남성이였다.


그 중 한명은 빵 한조각을 철근씹듯 오랫동안 우적거리더니 불평불만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 단골이긴 하지만 이건 너무한것 같지 않아? 우리가 지금까지 낸 돈이 얼만데"


"그러게. 예전에는 이정도로 퀄리티가 떨어지진 않았는데 말이야"


"어느샌가부터 칼마다르 식당들 상태가 영 안 좋은거 같아. 앞으론 밖에서 먹을걸 싸들고 오자구"


"그래, 그래야겠어"


그렇게 단골로 추정되는 행인들에게서 현재 상황을 몇가지 추측할 수 있게 됐다.


첫번째로 식사의 퀄리티가 과거에는 나쁘지 않게 제공되었다는 점.


두번째로 현재 이 곳의 식당 외에도 수많은 음식점들의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점.


지하 5층이나 되는 엄청난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숙소에서 이정도의 부실한 식사를 제공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그럼 소규모의 숙소에선 얼마나 부실한 식사가 제공되는 것일까...


하루빨리 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들인데 나라 꼴이 이 모양이라니.


어떤 놈들이 장난질을 쳤는지는 몰라도,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어 손발이 부들부들 떨릴 지경이였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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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7화 - 천라지망 (4) 24.08.14 12 1 10쪽
57 56화 - 천라지망 (3) 24.08.13 13 1 10쪽
56 55화 - 천라지망 (2) 24.08.12 1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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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2화 - 적폐청산 (4) 24.08.08 15 2 10쪽
» 51화 - 적폐청산 (3) 24.08.07 16 1 10쪽
51 50화 - 적폐청산 (2) 24.08.06 16 1 10쪽
50 49화 - 적폐청산 (1) 24.08.03 23 1 10쪽
49 48화 - 첫 임무 (6) 24.08.02 17 1 10쪽
48 47화 - 첫 임무 (5) 24.08.01 15 1 10쪽
47 46화 - 첫 임무 (4) 24.07.31 16 1 10쪽
46 45화 - 첫 임무 (3) 24.07.30 18 1 10쪽
45 44화 - 첫 임무 (2) 24.07.29 16 1 10쪽
44 43화 - 첫 임무 (1) 24.07.11 18 2 10쪽
43 42화 - 출세 그리고 이별 (4) 24.07.10 18 2 10쪽
42 41화 - 출세 그리고 이별 (3) 24.07.07 21 2 10쪽
41 40화 - 출세 그리고 이별 (2) 24.07.06 28 1 10쪽
40 39화 - 출세 그리고 이별 (1) 24.07.05 2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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