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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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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0
추천수 :
107
글자수 :
3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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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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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8화 - 천라지망 (5)

DUMMY

우리들은 옹기종기 모여 현재까지 칼마다르의 상황, 그리고 상인 협회에 잠입하여 어떠한 일을 하면 되는지 알려주었다.


도적 3인방인 마젤라와 하츠, 하란은 무릎까지 꿇은채 나의 말을 고분고분 들어줬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우리의 뒤에서 아르마스가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었기에 반강제로 이들은 순한 양이 된 것이다.


그때, 마젤라가 나의 계획을 듣더니 궁금한 점이 있었는듯 손을 들어 질문했다.


"대장님. 왜 정보를 가져오라고 하신지는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정보들을 가져와야 하는건가요? 구체적으로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나도 이 부분은 콕 찝어서 어떤 자료를 가져와야 하는지 모르겠어. 그냥 뭐든 좋으니 상인 협회와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자료는 몽땅 가져와 줘"


"그럼 협회 간부랑 후원하는 왕족 놈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명부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래, 정확해"


"그 부분은 제가 전문가죠"


의기양양하게 자신이 전문가라고 밝히는 마젤라.


이 놈들도 현재 칼마다르 상인이나 왕족들을 혐오했는지 존댓말 따윈 쓰지 않았다.


역시 이 친구들을 설득하기 잘 했다고 생각한다.


반강제이지만 말이다.


"그래, 그럼 밤이 되면 너희 셋과 아르마스는 상인 협회 건물로 잠입한다. 너희끼리만 가면 혹시나 큰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말이야"


아르마스를 이들에게 붙여주는 두가지 큰 이유가 있다.


첫번째로 내가 말했듯이 이들에게 큰 위험이 벌어질 수 있기에 호위를 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두번째는 이 놈들이 허튼짓을 하지 않도록 감시하기 위한 것.


그래도 명색에 도적 출신인데 무슨 짓을 벌일지 누가 알겠는가?


누구보다도 전투력으로 한참이나 우위에 있는 자가 옆에 있다면 그런 생각따윈 꿈도 못 꿀 것이기에 아르마스야말로 완벽한 동반자였다.


그렇다고 나와 마렌은 전투력이 0에 수렴하기에 안되고, 코쿤 단장은 당연히 칼마다르 기사 단장이기에 동참할 수 없는 작전이다.


"그렇겠군요"


"그동안 나와 마렌, 코쿤 단장은 숙소에서 대기한다. 혹시 질문 있나?"


"저요!"


마렌이 손을 번쩍 들었다.


"어떤거?"


"그럼 저희는 숙소에서 자고 있으면 되는건가요?"


"무슨 소리? 다들 일하러 가는데 혼자 놀겠다니?"


"아... 안돼?"


"코쿤 단장이랑 같이 훈련하러 가야지. 나도 참관할거야"


"흑..."


이렇게 시간이 잠깐 남았을때 코쿤과 마렌이 함께 수련장에 있는 모습을 조금이나마 눈에 담고 싶었다.


그녀가 얼마만큼의 재능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기에 일석이조의 효과.


그렇게 우리는 낯빛이 어두워진 마렌과 도적 3인방을 이끌고 감옥 밖을 나왔다.


감옥을 지키는 몇몇의 병사들이 흉악범 3인을 이끌고 다니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긴 했지만 우리에겐 코쿤 단장이 있다.


일일이 병사들에게 변명을 늘어놓으며 감옥을 나서는 것도 꽤나 곤욕이였다.


자세하게 변명을 듣지는 못했지만, 얼핏 듣기로는 알카타도르에서 온 사람들이 연행해서 처벌한다는 그런 이야기로 추측됐다.


아무튼 어두컴컴하고 습진 지하 감옥 밖을 나서니 따가운 햇살과 함께 시원한 바람이 몸소 느껴졌다.


겨우 한두시간의 시간밖에 있지 않았는데도 이정도라니...


하루종일 옥살이를 하던 도적 3인방도 오랜만에 보는 햇빛에 감개무량한듯 훌쩍이는 친구들도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코쿤 단장은 하츠의 머리 위에 손을 얹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다시는 허튼짓하지 말고 잘 살아라. 한번 더 이상한짓 했다가 잡혀들어오면 더 깊숙한 곳에 넣을테니"


"예..."


이미 하츠는 우리에게 덤벼들었던 전과가 있기에 코쿤을 더욱 유심히 지켜보는듯 했다.


눈에서 불빛이 뿜어져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코쿤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해보였다.


겉으로는 애써 위로하는듯 보였지만 속으로는 '한번 더 그딴짓 하면 없앤다' 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감옥 밖을 나선 우리들은 크리스탈 숙소로 발걸음을 옮겨 우리가 묵었던 방 안으로 들어섰다.


도적 친구들은 처음보는 고급 숙소에 눈이 휘둥그래졌는지 감탄사를 자아냈다.


"이야, 역시 비싼 곳은 이런 느낌이구나. 나도 번 돈으로 이런 곳이나 가볼껄"


그 셋중에서 특히나 마젤라의 눈이 가장 반짝이고 있었다.


사기에 빈집털이나 할 정도면 나름 꽤 많은 부를 쌓았을텐데 이런 숙소를 한번도 사용해보지 못한 것일까?


아무튼 우리는 이 숙소에서 오늘 하루 고생한 나를 위해 잠시동안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하루동안 고기를 팔다가 잡혀가질 왔고, 협회 건물에서 별의 별 소리를 듣고, 왕자랑 이야기도 하고, 도적 친구들도 데려오고...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하루를 너무 알차게 보낸 것 같다.


그렇게 각자마다 휴식을 취하거나, 밖에 나가서 식사를 하거나, 체력 단련을 하는 등 시간을 보냈다.


당연히 도적 3인방은 아르마스가 눈에 불을 켜고 있었기에 할 수 있는 행동들이 나름 제약되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따가웠던 햇빛이 저물고, 그림자조차 들지 않는 꼭두새벽이 되었다.


모두가 잠들고 길가의 동물들도 기척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야심한 새벽이 가장 적절한 시간대다.


아르마스와 도적 3인방은 각자마다 필요한 도구들을 챙기느라 바빴다.


아르마스는 전에 구입했던 얼굴을 가리는 후드를, 쌍둥이 형제는 카람빗 모양의 작은 단검을, 그리고 마젤라는 수많은 연장을 가방 안에 꾹꾹 눌러담고 있었다.


힘겹게 짐을 챙기는 모습을 보고서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조심스래 물었다.


"이게 다 뭐길래 이렇게나 많이 가져가?"


"아, 이건 자물쇠같은 시건장치를 따는 도구구요, 그리고 이건 흔적을 지우는 도구, 그리고 이건 혹시 모를 상황에 사용하는 밧줄..."


그녀의 짐 속에 담겨있던 물건 하나하나를 입에 침을 튀겨가며 설명했다.


역시 괜히 빈집털이 베테랑이 아니다.


그러자 문득, 나는 한가지 궁금한 점이 떠올라 그녀에게 한번더 질문했다.


"너는 이 일이 끝나면 무엇을 하고싶은거지?"


짐을 주섬주섬 챙기던 마젤라의 손이 얼어붙었다.


그리고 애써 침착한듯 옅은 미소를 띈채 나를 바라보았다.


"동생이랑 같이 알카타도르에 가서 새로운 삶을 살겁니다"


"동생이 있었구나?"


"네. 하지만 지금은 침대에만 누워있어요. 그 친구를 낫게하기 위해선 정말 많은 돈이 필요해요"


"그렇군..."


왜 이제서야 그녀가 이렇게까지 도적질을 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가난한 집안과 병을 앓고 있는 동생.


뻔한 소설이나 만화에서 나올법한 클리셰이지만 내 두눈으로 현실을 마주하니 찝찝한 기분이 든 것은 사실이다.


내가 만약 마젤라와 같은 입장이 됐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금전적인 여유나 능력이 없어서 돈을 벌지 못하면 동생은 시름시름 병을 앓다가 죽는 상황.


허나 내가 양심을 팔아 돈을 벌어 동생의 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된다면...


그런 상황에서 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혹여나 동생이 완치된다고 해도 떳떳하게 그의 앞에 나설수 있는 가족이 될 수 있을까?


허나 마젤라는 자신의 양심을 팔아 가족을 살리는 결정을 내렸다.


주위 사람의 시선, 동생의 원망따윈 버리고 오직 사람을 살리는데에만 집중한 그녀.


그래서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녀에게 따끔하게 벌을 줘야 할지, 아니면 용서해야할지 혼돈이 생겼다.


게다가 우리가 현재 상인 협회 건물에 잠입하는 행위도 어떻게 보면 엄연히 범죄다.


선과 악은 사람들이 지어낸 규율이기에 무엇이 선악이고, 어디까지가 선악의 선일까?


"다 된거 같습니다"


잠시동안 생각에 빠진 사이, 마젤라가 꾸역꾸역 짐을 정리한듯 보였다.


"알았다. 그럼 다들 잘 다녀오고.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랄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아르마스가 있어서 걱정이 되지 않지만... 혹시라도 위험한 일이 있으면 그냥 와. 아무도 다치거나 죽지 말고"


"...그렇습니까?"


뭔가 찝찝했는지 아르마스가 대답을 머뭇했다.


"왜?"


"저는 지금까지 기사로서 죽는 한이 있어도 임무를 완수하라고 배워왔습니다. 정말 이 중에 한명이라도 위험에 처한다해도 복귀합니까?"


"그래. 당연히 임무가 중요하고 도적들이지만... 너희들이 자칫하다 평생 불구가 되거나 목숨을 잃는 그런 짓은 내 두 눈뜨고 못보겠어"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아르마스와 도적 친구들은 나에게 가볍게 고개를 꾸벅이며 숙소 밖을 나섰다.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임무는 완수해야 하는 기사도 정신.


그런 기사도 정신이 꼭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한명이라도 부상자가 없길 바라는 개인적인 바램이다.


벨지니아 왕자는 어떤 모습의 아르마스를 보고 싶기에 나와 함께 동행하라는 명을 내린 것일까?


이것저것 일이 많다보니 여러가지 잡생각이 솟아나는 하루다.


"저, 오빠!"


그들이 밖을 나서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에게 마렌이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깜짝이야"


"진짜 내가 밑에서 수련하는거 보고싶어?"


"응, 아주 많이"


"그럼 오늘 하루만 놀아주면 안될까?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잖아. 응?"


오늘 하루 놀고 싶다며 생뗴를 부리고 있는 마렌을 보고 나와 코쿤은 서로 눈이 맞았다.


이렇게 놀고싶어하는 어린 친구를 어떤 식으로 다스려야 하는 것일까?


마음같아선 알아서 놀게 냅두고 싶은 상황이지만, 마렌이 하루 빨리 강해지길 바라는 욕심이 가득했다.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그녀에게 한가지 제안을 던졌다.


"좋아. 그럼 한가지 약속하자"


"음? 무슨 약속?"


"단장이 제안하는 수련을 하루만에 마스터한다면 하루종일 놀게 해줄게"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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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4화 - 협상회의 (3) 24.08.28 9 0 10쪽
64 63화 - 협상회의 (2) 24.08.27 9 0 10쪽
63 62화 - 협상회의 (1) 24.08.26 6 0 10쪽
62 61화 - 천라지망 (8) 24.08.23 12 1 10쪽
61 60화 - 천라지망 (7) 24.08.22 14 1 10쪽
60 59화 - 천라지망 (6) 24.08.16 12 1 10쪽
» 58화 - 천라지망 (5) 24.08.14 13 1 10쪽
58 57화 - 천라지망 (4) 24.08.14 12 1 10쪽
57 56화 - 천라지망 (3) 24.08.13 13 1 10쪽
56 55화 - 천라지망 (2) 24.08.12 1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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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2화 - 적폐청산 (4) 24.08.08 15 2 10쪽
52 51화 - 적폐청산 (3) 24.08.07 15 1 10쪽
51 50화 - 적폐청산 (2) 24.08.06 16 1 10쪽
50 49화 - 적폐청산 (1) 24.08.03 23 1 10쪽
49 48화 - 첫 임무 (6) 24.08.02 17 1 10쪽
48 47화 - 첫 임무 (5) 24.08.01 15 1 10쪽
47 46화 - 첫 임무 (4) 24.07.31 16 1 10쪽
46 45화 - 첫 임무 (3) 24.07.30 18 1 10쪽
45 44화 - 첫 임무 (2) 24.07.29 16 1 10쪽
44 43화 - 첫 임무 (1) 24.07.11 17 2 10쪽
43 42화 - 출세 그리고 이별 (4) 24.07.10 18 2 10쪽
42 41화 - 출세 그리고 이별 (3) 24.07.07 21 2 10쪽
41 40화 - 출세 그리고 이별 (2) 24.07.06 28 1 10쪽
40 39화 - 출세 그리고 이별 (1) 24.07.05 2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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