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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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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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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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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 협상회의 (4)

DUMMY

"그런건 알게 뭐야? 네놈보다 더 가난하고 더 아픈 사람들도 잘 살고 있는데 그게 어쨌다는 거지? 겨우 그런거로 네가 벌인 일들을 정당화 하겠다는거야?"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혐오하는 전형적인 꼰대 마인드.


물론 마젤라가 지금껏 벌여왔던 죄들을 묻기에도 그 수가 너무 많기에, 그녀의 죄질이 나쁜것은 사실이다.


그에 따른 벌은 당연히 받아야하는 것이 법치국가로서 행해야하는 점도 당연한 이야기.


허나 아무리 그래도 '너보다 더 힘든 사람 많은데 왜 이러는거지?'하고 묻는다는것 자체가 상대방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말투나 마찬가지다.


특히나 현재와 같이 중요한 회의 중에는 더더욱 하면 안되는 발설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계가 계층 사회인지라 이와 같은 인식이 뿌리잡혀있기에 이런 말을 내뱉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어찌됐든 굉장히 실례되는 말을 뱉게된 레이크는 화가 덜 풀렸는지 씩씩거리고 있었다.


그런 레이크를 지그시 바라보던 마젤라는 땅이 꺼져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할 말은 그게 끝?"


"이게 아직도? 여기가 어디라고 반말을 내뱉어?"


"내가 한가지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줄게"


마젤라도 울분을 토하듯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을 차근차근 설명해나갔다.


그녀의 이름 마젤라.


마젤라의 부모님은 꽤나 이름을 날렸던 귀족 기사단 출신인데, 훈련을 하던 어느날 둘이 눈을 맞게 되어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둘 사이에 1남 1녀의 자식이 태어나게 되었고, 부족한 것 없이 풍족한 삶을 이어갔다.


장녀인 마젤라는 그때 당시엔 갖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은 언제든지 구할 수 있는 그정도의 재력을 지녔었다.


그러던 어느날, 마젤라의 인생이 통째로 뒤엎어지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것은 바로 중앙 정부의 출범과 칼마다르 왕국의 시장 건설사업.


중앙 정부에서 타 종족간의 평화협정이 이루어지고, 평화를 상징하기 위한 시장이 칼마다르 내에 건설된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화제였다.


그만큼 칼마다르 왕국에 수많은 이목이 집중되었고, 당시의 왕과 왕족들은 머리를 싸매며 시장 건설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그렇게 모든 백성들은 물론 기사단원까지 합세하여 시장 건설에 몰두했다.


그러던 어느날, 하늘에 구멍이 뚫린듯 세차게 비가 내렸던 오후였다.


시장 건설에 몰두한 나머지 안전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작업에만 신경쓰다가 왕국 내에서 물난리가 난 것이다.


그때 수많은 자재들이 떠내려갔고, 많은 사람들이 물난리에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 중에서 몇몇의 사망자도 발생했는데, 그 사망자 중에 마젤라의 부모님이 있던 것이다.


마젤라 부모님의 동료 기사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떠내려가는 자재들로 인해 백성들이 단체로 사망할 위기에 쳐하자 그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내던진 것.


자세한 경과는 알 수 없었지만 덕분에 생각보다 많은 백성들이 살 수 있었고, 큰 피해없이 물난리 피해를 복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칼마다르 시장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졌고, 그에 따른 눈부신 부의 성장을 이뤄냈다.


그와 동시에 마젤라의 부모들은 그 사건을 기준으로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하지만 고작 한달이라는 시간만이 마젤라 부모를 영웅취급했지, 그 이후엔 모두의 머릿속에서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마젤라와 그녀의 동생에겐 기사로서 사망했다는 점을 빌미로 아무런 보상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고작 해봤자 초등학생밖에 되지 않는 자들이 갑작스럽게 부모를 잃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녀의 친척들은 마젤라 부모의 재산을 나눠갖기 위해 혈안이 됐고, 심지어 남은 재산을 노리기 위해 다가오던 하이애나들은 마젤라와 동생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돈을 갈취했다.


결국 빈털털이가 된 마젤라 가문은 몰락해버렸다.


게다가 자신들을 지켜준다는 등 입에 침을 튀겨가며 말하던 친척들은 자신들이 살던 집을 점거해버버리기 까지...


그 덕에 수십년간 살아왔던 자신의 터에서 쫓겨난 처지가 되었다.


동전 한푼 없는 빈털털이에 세상을 모르는 어린 아이들이 집 밖으로 쫓겨나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마젤라와 동생은 쥐와 벌레들이 들끓는 골목길에서 눈을 붙이는 것이 일상이고, 시장의 음식들을 훔치다가 맞아 죽을뻔한적도 한두번이 아니라고 한다.


그 와중에 자신들을 노예로 팔아넘기기 위해 납치도 당했지만, 달리는 마차 위에서 몸을 내던진 탓에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고 한다.


허나 그때를 계기로 마젤라의 동생은 머리에 큰 부상을 입게 되었다.


가진 것도 없고 나이도 어렸기에 동생을 치료할 수단이 없었다.


이 상황을 그저 지켜밖에 볼수 없었던 마젤라 자신이 한심하게 생각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도 여러번 했다고 한다.


결국 현재까지 그녀의 동생은 부상에 따른 후유증을 달고 살고 있다.


그녀는 매일마다 고통스러워하는 동생을 보며 생각했다.


이 세상은 썩어빠졌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지금껏 당해온 일들을 남에게도 똑같이 보여줄 것이라는 다짐을.


그렇게 그녀는 어린나이부터 도적질을 일삼기 시작했고, 나름 재능이 있었기에 도적 무리들 사이에서도 유명인사가 되었다.


마젤라만큼은 아니지만 그들도 왕족에 대한 복수심과 분노가 들끓고 있었고, 이런 유대감 덕분인지 도적들끼리 분파가 나뉘지 않은채 마젤라를 중심으로 하나가 됐다고 한다.


"지금 당신네들에게 날 죽이다고 해도 여한이 없어.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를 등처먹은 놈들의 이름은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지. 난 나중에 놈들의 머리를 하나씩 가져와서 박제할 계획이거든"


마젤라의 과거를 듣고 모두가 숙연해진듯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왜 그녀가 도적질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무엇이 그녀를 이토록 망가지게 만들었는지 이제서야 알 수 있었다.


아니, 심지어 그런 상황에 처했음에도 미치지 않고 제정신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용할정도로 말이다.


왕국놈들의 심장에 비수를 꽂았기에 나름 성과가 있어보여 만족했지만, 이 상황에서 그 누구보다도 가장 충격을 받은 이가 있었으니...


바로 코쿤 단장이였다.


그가 마젤라의 과거를 듣고 이렇게나 충격을 받은 이유를 짐작해보았다.


모든 퍼즐은 그가 예전에 언급했던 칼마다르 전대 왕에 대한 충성심에 있다.


예전 그의 말을 빌리자면 마제스키 이전의 왕은 성품도 매우 뛰어나고, 왕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낸 영웅과도 같은 자라고 언급했다.


코쿤은 그를 한 치의 오차도 없어보이는 완벽한 왕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으나, 마젤라의 한마디에 충성심 가득한 마음이 산산히 부서지고 만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숙연해진 상황 속에서도 란돌프는 주먹으로 탁자를 내려치며 소리질렀다.


"이제와서 네놈의 추억팔이를 하서 무슨 소용이 있는거지? 그건 과거일 뿐이지 않나? 나는 현재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싶을 뿐이다"


아직도 그는 자신의 무너진 집과 권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일까?


나는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호통치는 그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흥분하지 마시죠"


"아니, 천박한 놈이 그런 말을 지껄여서 회의장 분위기를 흐리고 있는데! 당장 저 놈을 끌어내게!"


"마젤라가 자신의 과거를 말한게 잘못입니까?"


"그 이야기는 현재 나누고있는 대화와 전혀 상관이 없는 감정팔이일 뿐일세. 그렇지 않은가?"


"하아..."


나는 급속도로 무거워진 회의장의 분위기를 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흥분이 가라앉질 못한채 토마토같은 얼굴이 되어버린 란돌프와 미간을 찌푸린채 침묵을 지키고 있는 마제스키.


그리고 멘탈이 나가버린 코쿤과 왕족 놈들을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는 마젤라까지...


절로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


이 놈들이랑 회의를 하러 온건지, 아님 욕받이를 하러 온건지...


그 순간, 문득 궁금한 점이 한가지 있었다.


왜 마제스키는 지금껏 한마디도 없이 침묵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어찌됐든 그는 이 나라를 대표하는 통치자이며, 모든 권한을 갖고 있는 자인 만큼 더욱 목소리를 높여야할 상황인데 말이다.


나는 말 없이 천장만을 바라보고있는 마제스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마제스키 폐하. 현재 상황이 어떤지 들었습니까?"


마제스키는 자신을 향한 질문에 당황했는지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만 깜빡거리고 있었다.


"마제스키 폐하? 제가 질문을 드리지 않았습니까?"


"어, 그... 그렇지. 음"


굉장히 수상할 정도로 어눌하게 대답을 하는 마제스키.


순간 나의 머릿속에 뇌리가 스쳐지나가듯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말도 통하지 않고 자신들의 주장만 아득바득 우기며 떠들어대는 란돌프와 레이크 외에 좋은 먹잇감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말씀 해주시죠. 그래도 이 왕국의 통수권자이기에 폐하의 입장을 듣고 싶군요"


"아, 음. 그러한가?"


그 순간, 미간을 찌푸린채 가만히 앉아있던 레이크가 보다못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네놈이 감히 우리 폐하를 심문하듯이 말해? 자네 신분이 어떻게 되는가? 어?"


"에휴, 그 놈의 신분 타령좀..."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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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7화 - 협상회의 (6) 24.08.31 6 0 10쪽
67 66화 - 협상회의 (5) 24.08.30 8 0 10쪽
» 65화 - 협상회의 (4) 24.08.29 9 0 10쪽
65 64화 - 협상회의 (3) 24.08.28 9 0 10쪽
64 63화 - 협상회의 (2) 24.08.27 9 0 10쪽
63 62화 - 협상회의 (1) 24.08.26 6 0 10쪽
62 61화 - 천라지망 (8) 24.08.23 12 1 10쪽
61 60화 - 천라지망 (7) 24.08.22 14 1 10쪽
60 59화 - 천라지망 (6) 24.08.16 12 1 10쪽
59 58화 - 천라지망 (5) 24.08.14 12 1 10쪽
58 57화 - 천라지망 (4) 24.08.14 12 1 10쪽
57 56화 - 천라지망 (3) 24.08.13 13 1 10쪽
56 55화 - 천라지망 (2) 24.08.12 14 1 10쪽
55 54화 - 천라지망 (1) 24.08.10 14 1 10쪽
54 53화 - 적폐청산 (5) 24.08.09 17 1 10쪽
53 52화 - 적폐청산 (4) 24.08.08 15 2 10쪽
52 51화 - 적폐청산 (3) 24.08.07 15 1 10쪽
51 50화 - 적폐청산 (2) 24.08.06 16 1 10쪽
50 49화 - 적폐청산 (1) 24.08.03 23 1 10쪽
49 48화 - 첫 임무 (6) 24.08.02 17 1 10쪽
48 47화 - 첫 임무 (5) 24.08.01 15 1 10쪽
47 46화 - 첫 임무 (4) 24.07.31 16 1 10쪽
46 45화 - 첫 임무 (3) 24.07.30 18 1 10쪽
45 44화 - 첫 임무 (2) 24.07.29 16 1 10쪽
44 43화 - 첫 임무 (1) 24.07.11 17 2 10쪽
43 42화 - 출세 그리고 이별 (4) 24.07.10 17 2 10쪽
42 41화 - 출세 그리고 이별 (3) 24.07.07 21 2 10쪽
41 40화 - 출세 그리고 이별 (2) 24.07.06 28 1 10쪽
40 39화 - 출세 그리고 이별 (1) 24.07.05 2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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