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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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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07
글자수 :
3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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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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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6화 - 천라지망 (3)

DUMMY

일단 숙소로 돌아가서 코쿤 단장에게 시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이야기했다.


코쿤 단장은 하나하나 듣더니 마치 세상을 잃은듯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은채 손톱만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생각보다 사태의 심각성이 컸는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던 코쿤을 바라보며 아르마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정도일줄은 몰랐나?"


"시장에는 볼 일이 없어서 관심을 가지지 못했었습니다. 진작에 이럴줄 알았으면 뭐라도..."


"이미 후회해도 늦은걸 어떡하나? 앞으로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지부터 정해야겠어"


"그건 그렇고 상인 협회를 왕족에서 지원을 받고 있었다는건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렇게 대놓고 돈을 받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건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아무리 작은 왕국 출신 상인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대놓고 돈을 내놓으라는 점이 의미심장했다.


게다가 당당하게 왕족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한다니...


파고들면 들수록 구린 냄새가 풍겨온다.


"그 점은 우리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얼 믿고 그렇게 당당하게 자릿세와 시세조정을 하는건지"


"그럼 한가지 실험해봐도 되겠습니까?"


코쿤의 한마디에 모두가 집중했다.


"실험이라니?"


"알카타도르 왕국에서 방문한 상인의 경우에도 판매수수료와 자릿세를 받을까요?"


"음..."


코쿤 단장의 말대로 변두리의 작은 마을이라 우습게 보고 돈을 뜯는 것인지, 혹은 예외없이 모든 왕국 상인들에게도 똑같이 돈을 요구하는지 궁금했다.


허나 지금 당장 실험을 하기에는 나와 아르마스, 마렌 모두 알카타도르 소속이라고 밝히기엔 애매한 상황.


이런 때를 대비하여 준비한 물건이 있다.


"그건 무엇입니까?"


나는 주머니 속에서 소중하게 감쳐온 물건 하나를 조심스럽게 꺼내들었다.


혹여나 기스라도 나지 않을까 갓난아기 들어올리듯 조심스럽게 꺼낸 물건의 정체는 바로 벨지니아 왕자가 준 징표였다.


"벨지니아 왕자님이 준 징표입니다. 왕자님이 저의 직속상관임을 증명하는 물건이죠"


코쿤 단장은 나의 말을 듣더니 눈이 휘둥그래지며 징표를 뚫어질듯 바라보았다.


"아, 아니. 그렇게 귀한 물건을... 게다가 이 징표 한가운데에는 뭔가 이질적인 마력이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다. 일단 보고 차원에서 왕자님께 말씀드리는 수밖에"


나는 징표의 한가운데를 연신 문지르기 시작했다.


마치 소원을 바라며 램프의 요정 지니를 불러내듯 세심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징표를 만지자, 눈 앞에서 믿기지 않은 장면들이 연출되었다.


우리 세계의 빔프로젝트로 하얀 화면을 쏴서 영화를 보는 장면과 똑같은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징표에서 나오는 찬란한 빛이 곧 벽을 차츰차츰 물들기 시작했고, 알 수 없을정도로 일그러진 형태는 점점 사람의 형상을 띄었다.


이윽고 선명해진 사람의 형상은 곧 벨지니아 왕자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방 안에 있던 모두는 처음보는 마법에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마렌의 눈이 가장 반짝이고 있었다.


"그래, 다들 고생이 많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벽에 나타난 홀로그램은 완전히 벨지니아 왕자의 형태를 띄었고, 마침내 음성을 주고받을 수 있을정도가 되자 왕자가 먼저 말을 건내왔다.


나도 이러한 장면은 난생 처음인지라 머리가 하얘졌지만, 금방 정신을 차리고 벨지니아 왕자에게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십니까, 왕자님. 다름이 아니라 현재 칼마다르 왕국에 있었던 일들을 보고차 연락드렸습니다"


"그래. 옆에 있는 자들은 누구지?"


벨지니아 왕자가 한 쪽 구석에 쭈뼛거리는 모습으로 무릎 꿇고 있는 코쿤 단장과 말로를 가리켰다.


"아, 이 분은 칼마다르 왕국의 마법기사단장 코쿤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 꾀죄죄한 친구는 말로라고 하는 도적입니다"


"도적이라고?"


벨지니아 왕자는 도적이라는 단어를 듣자 눈꼬리가 씰룩였다.


말로는 팝콘 튀어나가듯 달려나와 벨지니아 왕자를 향해 수차례 머리를 조아렸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왕자님! 앞으로 떳떳하게 살겠습니다. 한번만 용서해주십쇼!"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설명해주게, 재근 대장"


나는 칼마다르에 입성하게 되면서 있었던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벨지니아 왕자에게 보고했다.


도적과 손잡은 검문병부터 시작해서 반토막난 검문소 사건, 말로와 코쿤 단장을 만나게 된 이야기, 그리고 현재 상인 협회와 시장의 일까지...


칼마다르에 온지 고작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왕자에게 이야기할 내용들이 산을 이룰정도로 방대했다.


생각보다 큰 일이였던 탓일까?


벨지니아 왕자는 나의 말을 천천히 듣더니 깊은 생각에 빠진듯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이상, 우리는 계속해서 침묵을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던 도중, 벨지니아 왕자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단 코쿤 단장과 말로에게는 고맙다는 말을 먼저 전하겠다. 말로 자네는 허튼 짓 하지말고 잘 도와주도록 하게"


"아이고, 당연하죠. 이분들 한마디면 저는 꼼짝도 못합니다요"


"그건 그렇고. 재근 대장"


"예"


"이 일에 대해서는 일단 굉장히 유감이라고 생각하네. 자네는 모르겠지만 우리 세계에서는 자유시장의 원칙을 따르고 있거든. 특히나 타 종족간 평화를 유지한 이후에는 더더욱 말이야"


"저희 나라에서도 그러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크게 두가지로 나뉘어진 시장주의.


바로 자유시장주의와 계획경제주의가 있다.


자유시장주의는 정부나 권력에 의한 것이 아닌 자발적으로 자유롭게 거래되는 시장을 의미한다.


개개인의 자유로운 거래를 통해 경제 및 사회 발전, 복지에도 탁월한 결과를 낳는 미래를 기대하여 현 세계의 대부분이 이런 시장 주의를 따르고 있다.


허나 그 반대인 계획 경제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경제 활동을 정부 주도 아래 펼치는 것을 뜻한다.


생산에 필요한 자원 및 생산물의 분배를 뜻하는데, 옛 소련이 이런 경제주의의 대표주자라고 볼 수 있다.


경제를 빠르게 발전시키기 좋은 장점이 있지만, 그 외에도 여럿 단점도 존재한다.


더 깊게 파고들기엔 경제학적으로 학문의 지식을 쌓은 사람이 아니기에 더 정확하게 알진 못했지만...


허나 소련이라는 나라가 이 시장경제를 유지하다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식이다.


개인 및 한 나라의 독점으로 인한 몰락.


난 진심으로 이 세계 사람들이 자신들의 능력과 노력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그 누구보다 간절히 원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자유시장을 추구한다고 해도 장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아무튼 현재 특정 집단만 배불리게 하는 행위를 알고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렇군. 자네가 살았던 나라들도 역사적으로 이러한 길을 가다가 패망해버린 곳이 존재했구나"


"그렇습니다. 현재의 시장 경제를 유지하는 점은 굉장히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현재의 이 상황은 그저 보고 넘길 수는 없는 상황이라 생각듭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네. 마음같아선 당장이라도 내가 친위대를 이끌고 가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여러가지로 곤란한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알카타도르가 시장에 개입했다, 상인들을 보호하는 단체를 위협했다 등을 걸고 넘어지면서요. 게다가 경제 지식을 모르는 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그들이 알아 들을지도 미지수기도 하구요"


"그렇군... 그럼 자네의 생각은 어떠한가?"


"일단 알카타도르에 사람 한명을 보내어 상인이라고 하면 어떻게 반응이 나올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이후 작전은 궁리해보겠습니다"


"그건 어렵지 않지. 아무튼 짧은 시간 안에 이러한 점들을 알아봐주고 이야기해줘서 고맙네. 물자적으로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해주게"


"알겠습니다, 왕자님"


그렇게 나의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벽에 비추던 불빛은 점차 희미해져가며 눈녹듯 사라졌다.


그리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밝게 타오르던 징표는 어느새 빛을 잃으며 본래의 형태를 띄기 시작했다.


벨지니아 왕자와 대화를 마치자마자 나는 미간을 찌푸린채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예상치도 못했던 왕족의 개입으로 인해 앞으로 어떻게 일처리를 해야할까?


누군가 망치로 내 머리를 내리찍은 것 마냥 지끈지끈 아파올 지경이다.


벨지니아 왕자의 이름을 걸고 활동하기에 제약이 있지만, 현재 우리에겐 그 어떠한 자보다도 막강한 무력을 지녔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만약 말로서 상인 협회측이 굴복하지 않는다면...


무력으로 인한 전쟁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다.


허나 전쟁이라는 것도 확실한 명분이 있어야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최대한 무력으로 인한 갈등은 피하고 싶었다.


칼마다르 백성들과 상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 상인 협회와 이에 관련된 왕족을 쏙쏙 골라내는 묘수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


내가 상인 협회에 소속되어 정보를 캐오거나, 혹은 몰래 털어오거나...


그때, 문득 한가지 생각이 내 머릿속에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상인 협회에 들어가기엔 비용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없기에 패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방법은...


우리에겐 잠입에 특화된 사람들을 잔뜩 고용할 수 있었던 것이 떠오른 것이다.


나는 말로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린채 한껏 미소를 선보였다.


이러한 모습을 본 말로가 잔뜩 움츠린채 나를 올려다보았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요, 나으리..."


"너, 나하고 일 하나 같이하자"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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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6화 - 협상회의 (5) 24.08.30 7 0 10쪽
66 65화 - 협상회의 (4) 24.08.29 8 0 10쪽
65 64화 - 협상회의 (3) 24.08.28 9 0 10쪽
64 63화 - 협상회의 (2) 24.08.27 9 0 10쪽
63 62화 - 협상회의 (1) 24.08.26 6 0 10쪽
62 61화 - 천라지망 (8) 24.08.23 12 1 10쪽
61 60화 - 천라지망 (7) 24.08.22 13 1 10쪽
60 59화 - 천라지망 (6) 24.08.16 11 1 10쪽
59 58화 - 천라지망 (5) 24.08.14 12 1 10쪽
58 57화 - 천라지망 (4) 24.08.14 12 1 10쪽
» 56화 - 천라지망 (3) 24.08.13 13 1 10쪽
56 55화 - 천라지망 (2) 24.08.12 14 1 10쪽
55 54화 - 천라지망 (1) 24.08.10 14 1 10쪽
54 53화 - 적폐청산 (5) 24.08.09 17 1 10쪽
53 52화 - 적폐청산 (4) 24.08.08 15 2 10쪽
52 51화 - 적폐청산 (3) 24.08.07 15 1 10쪽
51 50화 - 적폐청산 (2) 24.08.06 16 1 10쪽
50 49화 - 적폐청산 (1) 24.08.03 23 1 10쪽
49 48화 - 첫 임무 (6) 24.08.02 17 1 10쪽
48 47화 - 첫 임무 (5) 24.08.01 15 1 10쪽
47 46화 - 첫 임무 (4) 24.07.31 16 1 10쪽
46 45화 - 첫 임무 (3) 24.07.30 17 1 10쪽
45 44화 - 첫 임무 (2) 24.07.29 16 1 10쪽
44 43화 - 첫 임무 (1) 24.07.11 17 2 10쪽
43 42화 - 출세 그리고 이별 (4) 24.07.10 17 2 10쪽
42 41화 - 출세 그리고 이별 (3) 24.07.07 21 2 10쪽
41 40화 - 출세 그리고 이별 (2) 24.07.06 27 1 10쪽
40 39화 - 출세 그리고 이별 (1) 24.07.05 2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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