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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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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07
글자수 :
3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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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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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66화 - 협상회의 (5)

DUMMY

"뭐? 이런 버릇없는 자식을 다봤나? 자네 몇살이야?"


"저도 머리에 핏대세워가며 화낼줄 몰라서 화를 안내는게 아닙니다. 직급이나 신분, 나이를 떠나서 서로의 잘못했던 점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협의하는 자리이지 않습니까?"


"그, 그건..."


"이런식으로 계속 감정적으로 인신공격을 한다면 저희도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지금 당장 전쟁을 원하는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지"


"한번 더 감정적으로 나오신다면 저희는 대화를 접고 벨지니아 왕자님을 초빙하겠습니다. 그러면 더욱 골치아파지지 않을까요?"


"으음...."


레이크는 나의 팩트 폭격을 두들겨 맞더니 꿀먹은 벙어리가 된 것 마냥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나의 말 중에서 틀린게 있는가?


회의란 자고로 한 주제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묻거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다.


허나 한쪽에서 귀와 입을 막고 막무가내로 나가고, 상대방을 인신공격하는 것이 그게 올바른 회의의 모습은 아니다.


위의 과정만 지속된다면 서로의 의견도 듣지 못할 뿐더러, 상처만 받고 회의가 파토나 버린다.


레이크와 란돌프를 보아하니 지금까지 이 놈들은 이런 정상적인 회의 없이 자신들의 돈과 신분으로만 무작정 밀어붙인 놈들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다.


어떻게 이렇게 무식하게 신분으로만 밀어붙이는 자들이 왕족이 되었는지...


참으로 한탄스럽기 그지없다.


아무튼 다시 마제스키 왕에게 몇가지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제스키 폐하. 조금 소란이 있었습니다. 계속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 그러지"


"현재 폐하가 보기에 어느쪽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현재 생각하시는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결론내어 주십쇼"


"어..."


마제스키는 란돌프와 레이크의 눈치를 보며 연신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닦아냈다.


아무리 봐도 뒤가 구린 느낌이 풀풀 풍기는 장면.


한참을 기다린 후에 마침내 마제스키가 입을 열었다.


"음, 서로가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니 최대한 좋은 방법으로 풀었으면 하는..."


"아니, 폐하. 서로 잘못이 있는 것은 맞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서로 피해를 본 부분에 있어서 배상을 청구하고, 어, 음..."


나는 어이가 없어 이마를 탁 쳤다.


결국 그의 말 한마디로 판명났다.


현재 칼마다르의 왕은 무능하기 짝이 없는 허수아비와 다름 없는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어떻게 란돌프가 왕국 안에서 눈치보지 않고 깽판을 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상인 협회가 비상식적으로 성장하고 시장을 꽉 잡을 수 있었는지.


그야말로 '비선실세'.


이제서야 코쿤 단장이 나에게 했던 이야기가 조금씩 생각나기 시작했다.


선대 왕이 사망하고, 그 뒤를 이어 마제스키가 왕위를 이어 받았는데 그때부터 왕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기에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예로부터 머리가 나쁜 것은 죄가 아니라고 했다.


허나 그런 부족한 자를 어떻게든 이용해먹으며,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놈들이 진짜 나쁜놈들이다.


그렇기에 현재의 비선실세를 밝혀내고, 왕국의 정상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제스키 폐하의 말은 잘 들었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드리죠"


"본론?"


옆에서 듣고 있던 란돌프의 눈꼬리가 씰룩였다.


"현재 저희는 칼마다르의 말도 안되는 시장 독점, 그리고 이를 방치하고 주머니를 채워온 핵심 인물에게 사임과 함께 방지대책 마련을 요청합니다"


"하, 이제야 본색이 나오는구만 그래"


"그럼 그쪽에서 하고싶은 말이 있습니까?"


"그래. 우리는 시장을 보호하는 협회의 입장으로서 최대한의 임무를 다한 것 뿐이다. 우리의 이런 노고를 무시하고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사임과 함께 해체를 요구했다. 심지어 검문소와 내 집까지 부수고 도적질까지 하고 말이야. 안그래?"


"검문소와 집을 날린 부분에 대해서는 맨 처음에 말씀드린 대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드릴거구요"


"뭐, 그럼 자네들도 이 이상 물러날 생각은 없나보군?"


"이 이상은 드릴 말씀이 없네요"


"그럼 협상 결렬이군"


란돌프는 비웃듯이 피식 웃으며 자리에 일어났다.


허나 협상 결렬이라는 핑계로 놈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이 자리에서 끝을 봐야한다.


"아직 이야기 안끝났습니다"


"아니, 더 이상의 회의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네. 그리고 내가 지금껏 말을 아껴왔다만"


"아꼈다만?"


"왜 알카타도르와 전쟁을 해도 질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


"...뭐?"


란돌프의 말 한마디에 나는 뒷통수를 후려맞은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중앙 정부 소속이지만 이 세계의 1인자와 다름없는 알카타도르에게 그런 망언을 내뱉다니.


단단히 미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이야기다.


"분명 알카타도르는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그런 왕국이지. 허나 그거 알고 있는가? 현재 중앙 정부 소속의 홍련, 카부토스, 달리아 모두 알카타도르를 불편한 관계로 생각한다는 것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지?"


"내가 나름 그 곳들의 핵심 인물들과 친하거든. 내가 말을 조금만 잘 구슬려도 다른 왕국들이 우리의 편을 들어줄 거야. 그렇게 되면 1대 4로 전쟁이 일어날텐데? 그래도 알카타도르는 버틸 수 있을까?"


이 곳에 파견을 오기 전에 벨지니아 왕자가 했던 말 중 몇가지가 있다.


알카타도르가 각 분야별로 뛰어난 왕국 중에서도 가장 오각형으로 으뜸인 왕국이기에 지금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는 것.


허나 영원한 1인자의 자리는 없기에 이를 노리는 하이에나들이 호시탐탐 1인자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란돌프 저 놈이 혀를 놀려 다른 왕국들과 동맹이라도 맺게 된다면...


그저 몇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가 파멸할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이 놈은 제정신이 아닌게 분명하다.


"...안되겠군요"


"뭐?"


나는 품 안에 고이 모셔놓았던 징표를 꺼내들어 책상 앞에 뒀다.


란돌프에게는 이 징표가 무엇인지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그 외에 인물들은 이게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모르는 눈치였다.


란돌프는 내가 꺼내든 징표를 보더니 어이가 없다는듯 헛웃음을 지었다.


"이제 와서 어떻게 하겠다는겁니까? 이미 당신이 벨지니아 왕자로부터 왔다는 말은 수도없이 들었는데"


"이 징표의 기능을 본 적 있습니까?"


"기능?"


나는 징표의 가운데에 박혀있는 마법석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징표에 박혀있는 여럿 보석과 마법석들에게서 눈이 부시도록 하얀 빛이 뿜어져나왔다.


회의장 안을 가득 채우는 불빛 때문에 칼마다르 왕족 사람들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지경이였다.


"이게 무슨 짓이야! 테러라도 저지르려는 건가?"


"저는 이 징표를 두고 잠시 밖에 나가있겠습니다. 이야기가 끝나면 나와주시면 됩니다"


"뭐? 그게 무슨 헛소..."


징표에서 뿜어져나오던 빛은 조금씩 사그라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그 빛들은 회의장 벽면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숙소에서 처음 본 장면 그대로 벨지니아 왕자의 모습이 점차 나타나고 있었다.


처음엔 어렴풋이 보이는 정도밖에 그치지 않았으나,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선명하게 그려지는 그의 모습을 보고 마제스키는 감탄을 연발했다.


란돌프와 레이크는 제외하고 말이다.


"그래, 재근 대장. 아침부터 무슨 일로 나를 찾은건가?"


"이 분들은 칼마다르의 마제스키 폐하와 상인 협회를 담당하고 있는 란돌프, 레이크라고 합니다"


벨지니아 왕자는 '상인 협회'라는 단어 한마디를 듣더니 심기가 불편한듯 눈꼬리를 씰룩였다.


"상인 협회를 담당하는 사람들이군. 반갑소"


"아, 안녕하십니까, 왕자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몇 년전에 직접 왕자님을 뵌 적이 있었는데 그때보다 더..."


"미안하지만 난 당신이 누군지 기억이 안난다네. 그건 그렇고..."


벨지니아는 싹싹해진 란돌프의 말을 대차게 무시하며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재근 대장에게 의뢰한 일들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허나 이렇게까지 이른 아침에 나를 부른 이유는 있겠다고 생각한다만"


"맞습니다, 왕자님. 제가 어떻게 해서든 이 분들과 평화롭게 일을 마무리 지으려고 애썼으나 통 말이 통하지 않아서 말입니다"


"...무슨 일인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줄 수 있나?"


나는 입에 침을 튀겨가며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씩 설명해나갔다.


도적들을 등용하여 상인 협회를 털고, 그 안에서 나온 자료들을 바탕으로 란돌프를 잡으러 가자 문전박대 당한 것.


그리고 그 과정 중에서 아르마스가 란돌프의 집을 박살내버리고 칼마다르 기사단과 전쟁이 벌어질뻔한 일.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회의장에 모인 목적과 함께 칼마다르 왕족의 입장까지...


벨지니아 왕자에게 이야기를 건내는 동안, 그는 침묵만을 유지한채 눈쌀만을 찌푸리고 있었다.


아무말 없이 약 1분가량을 보내던 찰나, 벨지니아 왕자가 무언가 결심한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알겠다, 재근 대장. 지금까지 내가 부탁한 임무를 잘 수행해줘서 고맙네. 일단 이 분들이랑 조용히 이야기할게 있으니 잠시 나가서 기다려주게"


"알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벨지니아 왕자에게 가볍게 목례를 올린 후에 조용히 회의장 밖을 빠져나왔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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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7화 - 협상회의 (6) 24.08.31 6 0 10쪽
» 66화 - 협상회의 (5) 24.08.30 8 0 10쪽
66 65화 - 협상회의 (4) 24.08.29 8 0 10쪽
65 64화 - 협상회의 (3) 24.08.28 9 0 10쪽
64 63화 - 협상회의 (2) 24.08.27 9 0 10쪽
63 62화 - 협상회의 (1) 24.08.26 6 0 10쪽
62 61화 - 천라지망 (8) 24.08.23 12 1 10쪽
61 60화 - 천라지망 (7) 24.08.22 13 1 10쪽
60 59화 - 천라지망 (6) 24.08.16 11 1 10쪽
59 58화 - 천라지망 (5) 24.08.14 12 1 10쪽
58 57화 - 천라지망 (4) 24.08.14 12 1 10쪽
57 56화 - 천라지망 (3) 24.08.13 13 1 10쪽
56 55화 - 천라지망 (2) 24.08.12 14 1 10쪽
55 54화 - 천라지망 (1) 24.08.10 14 1 10쪽
54 53화 - 적폐청산 (5) 24.08.09 17 1 10쪽
53 52화 - 적폐청산 (4) 24.08.08 15 2 10쪽
52 51화 - 적폐청산 (3) 24.08.07 15 1 10쪽
51 50화 - 적폐청산 (2) 24.08.06 16 1 10쪽
50 49화 - 적폐청산 (1) 24.08.03 23 1 10쪽
49 48화 - 첫 임무 (6) 24.08.02 17 1 10쪽
48 47화 - 첫 임무 (5) 24.08.01 15 1 10쪽
47 46화 - 첫 임무 (4) 24.07.31 16 1 10쪽
46 45화 - 첫 임무 (3) 24.07.30 17 1 10쪽
45 44화 - 첫 임무 (2) 24.07.29 16 1 10쪽
44 43화 - 첫 임무 (1) 24.07.11 17 2 10쪽
43 42화 - 출세 그리고 이별 (4) 24.07.10 17 2 10쪽
42 41화 - 출세 그리고 이별 (3) 24.07.07 21 2 10쪽
41 40화 - 출세 그리고 이별 (2) 24.07.06 27 1 10쪽
40 39화 - 출세 그리고 이별 (1) 24.07.05 2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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