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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연재수 :
68 회
조회수 :
2,255
추천수 :
107
글자수 :
310,700

작성
24.08.0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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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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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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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2화 - 적폐청산 (4)

DUMMY

하지만 지금당장 화가 난다고 바뀌는게 있겠는가?


나는 그저 마제스키 왕의 이름으로 공짜로 숙식을 제공받는 사람인지라 제공되는 식사를 조용히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돈내고 먹는 양반들도 있는데, 공짜로 먹는 사람이 목에 핏대 세워가며 따지고들면 그거야말로 진정한 민폐가 아닌가?


그래서 눈물을 삼킨 빵을 잘근잘근 씹어먹으며 숙소 밖을 나서게 되었다.


아침의 기분좋은 찬 공기와 함께 지저귀는 새소리가 들려왔다.


여유롭게 아침산책이나 즐길까 고민하던 도중,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져 그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걸어오는 발걸음마저도 위풍당당한 그녀.


바로 아르마스였다.


허나 아르마스 옆에선 낯익은 두명의 인물이 함께 걸어오는 것도 눈에 보였다.


"어? 저들은..."


어제 그 난리법석을 피웠던 난동 사이에서 우연히 마주했던 그들.


말로와 코쿤 단장이였다.


"잘 주무셨습니까? 숙소가 썩 나쁘지 않죠?"


코쿤 단장은 숙소 앞에서 멍때리고 있던 나에게 다가오더니 호탕한 웃음을 보였다.


당연히 숙소가 5성급에 버금간다는 정도는 나도 안다.


허나 아직까진 식사에 대한 사안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아르마스에게만 조용히 이야기하기로 생각했다.


"네, 덕분에 잘 잤습니다. 침대가 아주 물렁물렁한게 잠이 그냥 쏟아지던데요"


"하하, 그거 다행이군요"


호탕하게 웃음 짓던 코쿤 단장의 뒤로 말로가 눈치를 보며 슬며시 앞으로 다가왔다.


"아, 안녕하십니까요. 잘 주무셨는지..."


말로의 눈에는 누가봐도 잠을 이루지 못한 흔적이 빽빽했다.


초점을 잃은 동공과 초췌한 이목구비, 그리고 턱끝까지 내려온 듯한 다크서클의 삼위일체.


목소리에 아무런 힘마저 느껴지지 않던 그였지만 어쩌겠는가?


그동안 도적질로 한탕 즐겨왔으니 이제라도 속죄한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니 말이다.


게다가 조사에 협조만 해준다면 면죄부를 쥐어준다고 약속까지 했으니 그는 죽기살기로 우리를 도울 것이다.


아니, 도울 것이 아니고 도와야만 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래요, 그간 조사를 잘 이뤘는지?"


"네... 정말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돈벌이를 하는 자에겐 그에 따른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걸 꼭 깨달았으면 좋겠네요"


"예, 아무럼요"


"그건 그렇고..."


나는 슬며시 아르마스를 바라보았다.


내가 잠든 사이, 그리고 새벽 사이에 특별한 일이 있었는지 궁금증으로 산을 쌓았다.


나의 이런 생각을 미리 읽기라도 한듯 아르마스는 옅은 미소를 띄며 숙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일단 자세한 내용은 저희 방에 가서 이야기드리죠. 코쿤 단장과 말로도 따라오도록"


"알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아르마스를 따라 줄줄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사람 서너명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마렌은 아직까지도 꿈나라에서 벗어나올 낌새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아르마스, 어제 마렌을 얼마나 굴렸길래 저래?"


"아, 일단 그 이야기부터 드려야겠네요. 일단 앉죠"


아르마스는 방 한가운데에 있던 푹신한 소파에 몸을 맡겼다.


그녀를 따라 우리들도 조용히 침대와 방 한구석을 차지하던 의자 등에 걸터 앉아 그녀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일단 마렌언니는 짐작했듯이 체력은 물론, 검술의 기초도 모릅니다. 아마 몇년간은 저의 털끝하나 건들지 못할테죠"


"그런가..."


"하지만 굉장히 재밌는 점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음?"


아르마스는 천천히 어제 밤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읊어나갔다.


야심한 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지하 5층에 도착한 아르마스와 마렌은 곧바로 대련장에 들어갔다.


그리고 마렌에게 기본적인 체력 측정과 검술의 재능이 있는지 판단하고자 수차례 뺑뺑이를 돌렸다고 한다.


그러니 마렌이 저 모양대로 쓰러졌겠지...


아무튼 아르마스의 짐작대로 그녀의 무력으로서 잠재력은 0에 수렴했다.


심지어 자신마저 지킬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연약한 마렌의 상태에 절로 한숨이 나올 지경이였다고 한다.


허나 마지막으로 남은 테스트 결과가 그녀를 깜짝 놀라게 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마법기사단에 들어간 자들이라면 모두 특수한 검을 제작하여 항상 허리춤에 지니고 다닌다.


그 검은 쇠붙이로 만들어진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검이 아니다.


자신 마력의 한계치를 담아낼 수 있는 일정 수준의 특수한 마법석을 박아 넣었다는 점.


그렇기에 항상 마법기사들은 자신을 위해 주문제작한 검 만을 사용하는게 원칙이다.


그래서 초보 마법사가 고급 마법을 자유롭게 다루는 자의 검을 잡는 것만으로 끔찍한 고통을 받게 된다.


심지어 억지로라도 그 검을 이용해 마력이라도 방출하는 날엔, 곧바로 각성자가 되어버릴 수 있는 위험한 물건.


그만큼 이 세계에선 자신의 마력 한계치를 정확히 알고 다루는 점이 마검사로서 매우 중요한 덕목이라고 한다.


아르마스는 얇은 동아줄이라는 잡는 심정으로 자신이 쓰는 검을 쓰러져있던 마렌에게 내밀었다.


체력이 다하여 눈이 풀린듯한 마렌은 건내받은 검을 이리저리 허공에 휘두르더니 쉬고싶다는 요상한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나와 코쿤은 아르마스의 말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그게 사실인가?"


"사실입니다. 마렌 언니는 저의 검을 쥐고도 아무렇지 않은듯 허공을 휘저었습니다"


"말도 안돼... 어떻게 그런..."


"마렌 언니는 마법사로서 엄청난 재능이 숨겨져 있습니다. 심지어 저도 감당하기 힘들 수 있을 정도가 아닐까 싶은..."


나를 포함한 모두가 군침을 꿀꺽 삼키며 꿈 속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마렌을 쳐다보았다.


갑자기 강해지고 싶다고 하면서 보인 그녀의 행동과 다짐, 그리고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엄청난 마법사로서의 재능.


하루 하루가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마렌의 과거와 집안에 대해 궁금한 점이 한두가지가 싹텄다.


이정도로 마법사로서 재능이 있는 그녀라면 분명 코코나 마을 사람들에게도 같은 핏줄을 가진 자가 존재할텐데 왜 마법을 다루는 자가 없는 것일까?


그리고 마렌 아버지의 친구가 각성자가 되기 직전 만났던 사람의 정체와 목적은 무엇일까?


이런 심도 깊은 내용을 읊어봤자 마렌은 하나도 모를 것이다.


여유가 되고 아르마스와 여정을 함께 한다면 이러한 궁금증도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어찌됐든 마렌을 하루빨리 마력을 자유롭게 다루는 한명의 마법사로서 거듭나게 도와주는 것이 앞으로 아르마스의 사명이다.


아르마스라는 좋은 스승을 둔다면 그녀는 반드시 이 세계를 뒤흔들만한 무궁무진한 최고의 일류 마법사가 될 것이다.


우리의 이런 심각한 대화를 오가는 상황에도 마렌은 아는지 모르는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단은 푹 자게 냅두고 오늘부터 열심히 가르켜줘, 아르마스"


"알겠습니다. 일단 어제 마렌 언니와 있었던 일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수고했어. 그럼 오늘 아침 일찍 나가서는?"


"아, 저는 곧바로 코쿤 단장을 찾아가서 어제 있었던 일들과 현재 조사중인 상황을 대략적으로 듣고 왔습니다"


아르마스의 입에서 나온 어제의 일이라고 한다면 도적들과 병사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조사 상황을 뜻한다.


나는 현재까지의 상황에 대해 궁금하여 눈을 번쩍인채 그녀의 말에 경청했다.


"뭐라고 하는데?"


"먼저 어제 검문소를 박살낸 일에 대해서는 더이상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오히려 제가 병사들에게 자비를 베풀었다고 생각하라고 코쿤 단장이 그러는군요"


"음, 그건 다행이네"


어제 있었던 그 소동은 다행히 코쿤 단장의 선에서 잘 해결된 듯 싶었다.


잘 있던 검문소 하나가 순식간에 박살나버려서 나름 가슴 한켠에 미안함이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덮어준다고 하니 다행이기도 하며 고맙기까지 했다.


그리고 현재는 천막으로 된 임시 검문소를 설치하여 열심히 보수 작업에 돌입했다고 한다.


"저도 조금 미안하긴 했는데 뭐 어쩔 수 있겠습니까? 그들이 먼저 칼을 들이밀었는데"


"...앞으론 잘 조절해줘. 괜히 다른 사람들 힘쓰게 하지 말고"


"조심하겠습니다"


"그 일은 이제 알겠으니 조사 상황은?"


아르마스는 오늘 꼭두 새벽부터 코쿤 단장과 말로에게 들었던 내용들을 토대로 천천히 현재 조사 상황을 이야기했다.


다행히 현직 도적 말로를 넘겨준 덕분에 조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된 상태다.


우리의 짐작대로 현재 검문소 기사들과 몇몇 도적들간 긴말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검문소 기사들이 만만하다고 생각하는 인원들의 정보와 좌표를 찍어주고, 그를 토대로 도적질을 일삼온 행적들이 적발됐다.


어제 나왔던 말 그대로 도적들은 주로 밤 또는 어두운 골목길에 주로 활동했으며, 무력으로 제압하기 힘든 상대와 동행할 경우 숙소에 몰래 잠입하거나 소매치기 등의 범죄도 행했다고 밝혔다.


허나 현재까진 소수의 검문소 기사들이 관계가 된 것으로 조사했지만, 앞으로 수사망을 확대하여 도적들과 손을 잡은 자가 왕국 내에 더 있는지 밝힐 전망이라고 한다.


그리고 하루빨리 코쿤의 기사단들이 도적들을 모조리 소탕할 계획이라고 한다.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과정을 듣고 나는 흐뭇함에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게다가 남의 피눈물을 빨아먹는 도적놈들이 조만간 정리될 예정이라는 소식은 사이다를 한바가지 퍼먹은 듯한 시원함까지 선사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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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0화 - 천라지망 (7) 24.08.22 14 1 10쪽
60 59화 - 천라지망 (6) 24.08.16 1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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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7화 - 천라지망 (4) 24.08.14 12 1 10쪽
57 56화 - 천라지망 (3) 24.08.13 13 1 10쪽
56 55화 - 천라지망 (2) 24.08.12 14 1 10쪽
55 54화 - 천라지망 (1) 24.08.10 14 1 10쪽
54 53화 - 적폐청산 (5) 24.08.09 17 1 10쪽
» 52화 - 적폐청산 (4) 24.08.08 16 2 10쪽
52 51화 - 적폐청산 (3) 24.08.07 16 1 10쪽
51 50화 - 적폐청산 (2) 24.08.06 16 1 10쪽
50 49화 - 적폐청산 (1) 24.08.03 23 1 10쪽
49 48화 - 첫 임무 (6) 24.08.02 17 1 10쪽
48 47화 - 첫 임무 (5) 24.08.01 16 1 10쪽
47 46화 - 첫 임무 (4) 24.07.31 16 1 10쪽
46 45화 - 첫 임무 (3) 24.07.30 18 1 10쪽
45 44화 - 첫 임무 (2) 24.07.29 16 1 10쪽
44 43화 - 첫 임무 (1) 24.07.11 18 2 10쪽
43 42화 - 출세 그리고 이별 (4) 24.07.10 18 2 10쪽
42 41화 - 출세 그리고 이별 (3) 24.07.07 21 2 10쪽
41 40화 - 출세 그리고 이별 (2) 24.07.06 28 1 10쪽
40 39화 - 출세 그리고 이별 (1) 24.07.05 2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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