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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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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8
추천수 :
107
글자수 :
3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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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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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67화 - 협상회의 (6)

DUMMY

회의장의 문을 열고 나오자 낯익은 친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르마스와 마렌, 그리고 도적 친구들까지.


클로이도 옆에 멀뚱멀뚱 서있었으나 다행히도 아르마스와 특별한 마찰은 없어보였다.


"아니, 왜 혼자서 나오십니까? 이야기는 어떻게 되고..."


나홀로 회의장을 나선 것이 수상했는지 클로이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건냈다.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듯 덤덤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클로이 단장을 보며 그녀의 물음에 답해줬다.


"일단 저와의 협상은 결렬되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되는겁니까?"


"란돌프 양반의 말로는 전쟁을 하자군요. 나머지 중앙 정부에 소속된 국가들도 전부 끌여들여서 말입니다"


나의 말 한 마디에 모두가 깜짝 놀란듯 보였다.


란돌프의 말을 조금 억지스럽게 부풀린 감이 없지않아 있긴 하지만 사실이지 않는가?


그의 속셈이 어떤건지 알 수 없지만 결국 피를 보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전쟁을 하자구요? 알카타도르와 전쟁을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줄 모르실 분이 아닐텐데"


"그래서 도저히 이 부분은 혼자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벨지니아 왕자님을 연결해드렸습니다. 그래서 지금 안에서 피터지게 이야기중일 겁니다"


"벨지니아 왕자님을 연결했다뇨?"


"왕자님께 받은 물건이 있는데, 그게 거리상으로 멀리 떨어진 사람과도 이야기할 수 있는 마법이 깃들여있습니다. 그걸 사용했습니다"


"멀리 있는 자와 소통을 하는 마법이라... 직접 보진 못했지만 들어본 적은 있습니다. 그런 물건까지 취급하고 있었다니..."


"아무튼 앞으로의 일을 맡기고 저는 잠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렇군요"


클로이는 뭔가 심상치 않은듯 어두운 표정을 지은채 고개를 떨궜다.


분명 그녀도 갑작스런 전쟁을 원치 않을 것이다.


누가 자신의 목숨을 던지면서까지 남들과 싸우고 싶겠는가?


허나 클로이는 어찌됐든 왕국의 기사.


심지어 그냥 일반 기사도 아닌 단장이라는 직급을 달고 있는 자다.


고작 윗 놈들의 말 한마디로 자신의 목숨이 쉽게 내던져야 한다는 두려움과 단원들을 올바르게 통솔해야 한다는 압박감.


이 모든 것을 견뎌내기에는 아직까지는 벅차보이는듯 했다.


물론 벨지니아 왕자님도 지금 당장 전쟁을 선포하진 않을 것이다.


내가 아는 그분이라면 쉽사리 전쟁을 일으키고 많은 사람들의 피를 보고 싶어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모두가 숨을 죽인채 회의장 문이 열릴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한동안의 시간이 흐르고...


우리들 사이의 침묵을 깨는 회의장 문소리가 쇳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마젤라가 얼굴만 빼꼼 내민채 누군가를 찾고 있는 듯한 시늉을 냈다.


"아, 여기!"


마렌이 손을 흔들며 마젤라를 불렀다.


그러자 마젤라가 황급히 방 밖으로 뛰쳐나와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녀의 말 한글자 한글자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벨지니아 왕자님께서 들어오시랍니다. 여기 계신분들 전부 다요"


"우리 전부 다?"


"네. 직접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하셔서요"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채 마젤라와 회의장 안으로 들어섰다.


나머지 일행들도 내 뒤를 졸졸 따라오며 회의장 안에 들어서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칼마다르 왕족 놈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회의장 분위기가 꽤나 무거운 탓에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걱정이 앞섰다.


그렇게 회의 결과를 말하기 위해 벨지니아 왕자가 헛기침을 했다.


"흠. 다들 들어온건가?"


"네. 전원 들어왔습니다"


"...오랜만이군. 아르마스"


"왕자님도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아르마스는 홀로그램처럼 빛을 뿜어내며 얼굴만 덩그러니 나오는 왕자를 향해 인사를 올렸다.


"칼마다르 왕족 분들께 들었네. 귀가 닳도록 이야기 하지 않았나? 갑작스러운 돌발행동은 하지 말아달라고 말이야"


"...면목 없습니다"


"그래도 알고 있다네. 재근 대장과 함께 다니면서 나름대로 돌발행동을 자제했다는 걸 말이야.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은가?"


"네..."


"자네는 왕국으로 돌아오게 되면 나와 개인적으로 이야기좀 하세. 할 말이 있으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토록 자존심도 강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않는 아르마스가 이렇게까지 꼬리를 내리고 핀잔을 들을 정도라니...


최연소로 드래곤을 때려잡을 정도로 무서울 것 없어보이는 그녀가 어떻게 왕자의 말에는 이렇게나 순종적일까?


갑작스럽게 궁금증이 폭발했지만 현재는 그런 분위기가 아닌것 같아보이니 그 이야기는 나중에 기약하기로 했다.


그렇게 아르마스를 향한 몇 마디를 끝으로, 이번엔 화제를 돌려 벨지니아 왕자가 나에게 말을 건냈다.


"그건 그렇고 재근 대장"


"네, 왕자님"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내가 잠깐만 자리를 비워달라고 해서 기분이 나쁘거나 하진 않았지?"


"아닙니다. 그것보다 나눴던 이야기들을 얼른 듣고싶은걸요"


그렇게 벨지니아 왕자는 칼마다르 왕족들과 이야기를 나눴던 회의내용을 하나하나씩 읊어나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생각보다 큰 진전이 없었다는 것.


우선 아르마스가 박살낸 검문소와 란돌프의 저택은 알카타도르 왕국 기술자들을 파견하여 복구할 것이다.


그에 따른 배상도 당연히 마련할 계획이지만, 생각보다 란돌프 저택의 값어치가 상당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값어치를 따져봤을때 현재 국고의 1%가량을 쏟아부어야할 정도라고 한다.


누군가에겐 국고의 1%가 별거 아니라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회계나 투자 등의 재무 관리를 해본 사람은 뼈저리게 알 것이다.


고작 집 하나를 고치는데 1%나 들 정도면 엄청난 투자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벨지니아 왕자가 이를 갈며 아르마스에게 쓴소리를 내뱉은 것이라 추측된다.


두번째는 생각보다 서로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칼마다르 왕족 놈들이 나에게 했던 말 그대로 벨지니아 왕자에게 하소연을 한 모양이다.


벨지니아 왕자도 도적들을 등용하여 일을 벌린 것에는 인정하고 사과했으나, 현재 칼마다르 상인 협회에서 벌인 일들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우리의 손에 증거까지 모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자신들이 계속 억울하다는 입장만 수차례 반복한 것 처럼 보인다.


결국 모두가 만족할만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고, 흐지부지한 상황이 되고 만다.


왕자가 직접 나섰음에도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인가...


결국 이 길의 끝에는 파멸밖에 남아있지 않는 전쟁만이 있을 뿐인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눈 앞이 캄캄해져갈 무렵, 다행히 한줄기 희망이 빛이 보었다.


바로 빠른 시일 내에 중앙 정부의 다섯 국가 대표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추가적으로 각 종족을 대표하는 이들을 약 5명 가까이 초대하여 그들과 함께 회의를 진행하자는 것.


그야말로 엄청난 스케일의 장이 한 순간에 만들어졌다.


다행히 전쟁이라는 살벌한 결과에 도출되지 않았음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나눈 회의 내용이네. 더 궁금한 점이 있나?"


"아닙니다. 란돌프씨의 말대로 정말 전쟁이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노심조사했는데 다행입니다"


"란돌프 경도 현재의 상황에 억울했는지 자기도 모르게 나온 말이라고 하더군. 진심이 아니라며 미안하다고는 하지만... 뭐, 현재의 상황이 억울한지 아닌지는 그때 가봐야지 알테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왕국으로 복귀하면 될까요?"


"그러게. 회의의 날짜는 아직 미정이지만 알카타도르 왕궁에서 진행할 예정이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빠른 시일내에 철수하겠습니다"


"알겠네. 조심히 오도록 하게"


그렇게 말 한마디를 끝으로 벨지니아 왕자의 실루엣은 점차 희미해져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징표에서 뿜어져나오던 빛들은 점차 희미해져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장을 가득 매운 빛들은 언제 그랬냐는듯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벨지니아 왕자와의 이야기를 끝낸 칼마다르 왕족들은 헛기침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볼 일은 끝났지? 이제 우린 할 일이 있어서 이만"


마제스키와 란돌프, 레이크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희미한 미소를 띈채 회의장 밖을 나섰다.


자기들이 이겼다는 것 마냥 회의장을 나서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부글부글 속이 들끓었다.


허나 어쩌겠는가...


이미 그들은 나의 손을 떠났고, 결과로만 따져봤을땐 나의 임무는 실패했음에나 다름 없다.


조금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았는지, 그리고 더 현명한 방법이 있지 않았는지 후회가 밀려왔다.


나는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코쿤과 마젤라와 함께 회의장 밖을 빠져나왔다.


한층 무거운 마음으로 회의장 밖을 나섰을땐, 나와 이 여정을 함께 한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나 걱정했다는 마렌, 무덤덤한 모습을 유지했지만 안도하는 모습이 역력한 아르마스, 마지막으로 나와 일을 함께 해준 도적친구들까지.


이런 모습을 보고있자니 단전에서부터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그런 부류의 감정이 솟구쳐 올라왔다.


지금껏 살아오며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다.


앞으로 다가올 대회의라는 큰 숙제가 남아있기에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


나는 이제서야 마음의 짐이 조금이나마 덜어진듯, 동료들에게 환한 미소를 보일 수 있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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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4화 - 협상회의 (3) 24.08.28 9 0 10쪽
64 63화 - 협상회의 (2) 24.08.27 9 0 10쪽
63 62화 - 협상회의 (1) 24.08.26 7 0 10쪽
62 61화 - 천라지망 (8) 24.08.23 12 1 10쪽
61 60화 - 천라지망 (7) 24.08.22 14 1 10쪽
60 59화 - 천라지망 (6) 24.08.16 12 1 10쪽
59 58화 - 천라지망 (5) 24.08.14 13 1 10쪽
58 57화 - 천라지망 (4) 24.08.14 12 1 10쪽
57 56화 - 천라지망 (3) 24.08.13 13 1 10쪽
56 55화 - 천라지망 (2) 24.08.12 14 1 10쪽
55 54화 - 천라지망 (1) 24.08.10 14 1 10쪽
54 53화 - 적폐청산 (5) 24.08.09 17 1 10쪽
53 52화 - 적폐청산 (4) 24.08.08 16 2 10쪽
52 51화 - 적폐청산 (3) 24.08.07 16 1 10쪽
51 50화 - 적폐청산 (2) 24.08.06 16 1 10쪽
50 49화 - 적폐청산 (1) 24.08.03 23 1 10쪽
49 48화 - 첫 임무 (6) 24.08.02 17 1 10쪽
48 47화 - 첫 임무 (5) 24.08.01 16 1 10쪽
47 46화 - 첫 임무 (4) 24.07.31 16 1 10쪽
46 45화 - 첫 임무 (3) 24.07.30 18 1 10쪽
45 44화 - 첫 임무 (2) 24.07.29 16 1 10쪽
44 43화 - 첫 임무 (1) 24.07.11 18 2 10쪽
43 42화 - 출세 그리고 이별 (4) 24.07.10 18 2 10쪽
42 41화 - 출세 그리고 이별 (3) 24.07.07 22 2 10쪽
41 40화 - 출세 그리고 이별 (2) 24.07.06 28 1 10쪽
40 39화 - 출세 그리고 이별 (1) 24.07.05 2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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