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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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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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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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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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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3화 - 첫 임무 (1)

DUMMY

마렌과 헤어지고 아침이 되었다.


나는 어제 입었던 옷 그대로 씻지도 못한채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침대에 드러눕고 있었다.


분명 마렌과 헤어지고 왕궁 게스트 룸 안에 들어온 것 까진 기억이 났는데 그 이후의 기억이 술먹고 필름이 끊긴듯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마 갑작스럽게 수면 패턴도 바뀌고, 전날에 마렌의 기습고백으로 인해 뜬 눈으로 지새고, 사건을 해결하는 등 긴장이 풀리다보니 몸에서 바로 반응이 온 모양이였다.


나는 퉁퉁 부은 눈을 지닌채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넬라프로지티아 왕국도 분명 나에겐 사치스러울 만큼 웅장했지만 이 곳은 차원이 달랐다.


2배는 더 커보이는 듯한 방의 크기, 점프를 해도 닿을 수 없을정도로 높은 천장, 가격을 매길 수 없을정도로 번쩍거리는 장식품 등이 눈에 밟혔다.


특히나 내가 누워 있던 침대.


내가 살아왔던 세계에서 만나본 최고급 침대 못지 않게 부드럽고 폭신하다.


마치 내가 구름 위에 눕게 된다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안락함이다.


그래도 창 밖에 따갑게 내리쬐는 햇빛과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니 벌써 아침이 다 된 모양이였다.


나는 꼬질꼬질한 모습을 벗기 위해 황급히 화장실로 달려가 단장을 마쳤다.


게다가 화장실 옆 탁자 위에는 내가 입을 수 있는 옷 한벌이 가지런히 접힌채 준비되어 있었다.


"이게 뭐지?"


넘쳐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접혀있던 옷을 펼쳐보았다.


전에 벨지니아 왕자를 처음 봤을때 그가 입었던 옷의 재질과 매우 흡사할 정도로 고급스럽고 편해보이는 옷이였다.


내가 살아왔던 세계에서도 실크로 도배된 옷을 입어본 적이 없는데 이 곳에선 흔하게 입는 옷인가 싶어 무의식적으로 헛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이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진짜 왕궁에서 일하는 사람이 됐구나...'


어제는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보니 크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한숨 개운하게 자고 머리가 맑아진채 생각해보니 현재의 상황이 믿겨지지 않았다.


내가 살아온 세계에서 그저 평범하게 열심히 일하던 시민에 불과했지만, 이 세계에서는 최고의 유능한 인재로 발탁되어 이런 취급을 받는다.


상상해봐라.


그저 공부만 하고 일만 하던 내가 하루아침에 왕의 가호를 받아 이런 사치를 누리고 있으면 믿겨지겠는가?


어찌됐든 나는 이 세계 최강의 국가 알카타도르의 실세에게 인정 받은 몸이 된 것은 사실이다.


마음을 다잡고 준비된 옷을 갈아입으며 조심스래 방 밖을 나온 순간이였다.


"오빠!"


방문 바로 밖에서 마렌이 용수철 튀어나오듯 달려와 나에게 안기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마렌의 모습에 나는 당황하여 얼굴이 빨개진채 말을 더듬었다.


"어, 그, 그래. 잘 잤지?"


"이거봐라 오빠. 나도 이거 입으라고 선물해주셨어"


나는 조심스래 마렌이 입고 있는 옷을 훑어보았다.


짙은 청색인 나의 옷과는 반대로 하늘하늘한 새하얀 실크옷을 입고 있었는데, 까무잡잡하고 건강미 넘치는 마렌과 왠지 모르게 잘 어울리는 패션이였다.


게다가 오프숄더인 원피스 모양의 옷은 더욱 그녀의 몸매를 과시하는 듯 하여 뭔가 섹시하면서 청순하다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아무튼 그녀와 찰떡으로 잘 어울리는 옷이였다.


"그래, 예쁘네.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다 보고 있는데 잠깐만 떨어져주면 안될까...?"


나에게 꼭 안겨서 붙어있는 마렌을 힘겹게 뗴어에니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쳇, 오빠 나올때까지 조용히 있어줬는데 너무해. 거의 1시간을 기다린 것 같은데"


"1시간이나?"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방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잘했지?"


나는 청량한 마렌의 미소를 보고 나서야 뭔가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껏 봐왔던 마렌의 모습이다.


어제 봤던 그녀의 행동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때가 되면 말한다는 그녀의 비밀은 또 무엇이고...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켜가며 어제의 일을 회상하던 찰나, 한 여인이 다가와 나에게 인사를 건냈다.


"잘 주무셨습니까, 대장님. 벨지니아 왕자님과 마로니아 공주님은 1층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대장이라니..."


대장이라는 말에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지금껏 대장이란 자는 하츠나 테오, 아르마스와 같은 무시무시한 자들 뿐이였는데 그들과 동급으로 불러주니 말이다.


주머니 속에 징표가 잘 잠들어있는지 확인하고 그 여인을 따라 1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왕궁 1층 입구에 도착하는 순간 아침햇살이 따갑게 내 눈을 괴롭혔다.


그리고 그 사이에 보이는 사람들.


"드디어 왔군. 오래 기다렸다네"


벨지니아 왕자, 마로니아 공주, 아르마스, 넬라 공주와 타이커스 단장.


그리고 하츠 대장도 눈에 보였다.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늦잠을 자버렸나 보군요. 다들 이렇게 빨리..."


"재근씨..."


넬라 공주와 타이커스는 내 말을 끊고 한 발자국씩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둘이 함께 바닥에 바짝 엎드려 큰절을 올렸다.


"우리는 재근씨에게 큰 은혜를 입었어요. 처음 뵈었을땐 이상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이제야 이 마법 나침반이 당신을 가리킨지 알 것 같네요. 지금까지 너무 감사했어요"


"아이, 이러지 마세요. 어제도 고맙다고 머리 몇 번씩이나 조아렸잖아요. 얼른 일어나요, 우리사이에"


나는 바닥에 바짝 엎드린 공주와 타이커스를 일으켜 세우며 아무렇지 않은듯 미소를 건냈다.


자세히 보니 넬라 공주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어제 어떻게 이 감사의 말을 전할까 밤새 고민하고, 지금껏 우리의 추억이 생각나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펑펑 울었네요, 헤헤"


"...이제 어엿한 한 국가의 지도자라고 몇 번을 이야기 했잖아요. 저도 열심히 제 일을 다할테니 여러분들도 열심히 재건하는데 힘 써주세요. 조만간에 다시 한번 찾아갈테니"


"재근씨 오시면 성대하게 파티를 열겁니다.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실테니 각오하세요"


"하하하, 그 날을 기대하죠"


지금껏 근심걱정 때문에 흙 빛으로 얼굴이 물들여진 넬라 공주와 타이커스 단장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그들의 얼굴이 웃음 꽃을 피어나게 하는 소망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지금도 이 세계에선 이들과 같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차고 넘쳐나고 있을 것이다.


내 힘을 다하여 그들을 구원하고, 이들처럼 행복을 전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연신 다짐했다.


그렇게 그들은 하츠 대장의 호위 아래 넬라프로지티아 왕국으로 가는 마차에 몸을 맡긴채 사라졌다.


흙먼지를 가득 내뿜으며 사라지고 있던 마차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내가 지녔던 모든 잡념과 미련이 날리는 듯 기분이 상쾌했다.


이를 멀찌감치 지켜보던 벨지니아 왕자가 헛기침을 했다.


"으흠"


"에고, 죄송합니다. 잘 도착할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만..."


"이해하네. 떄마침 마로니아 공주도 건강을 많이 회복하여 그들의 배웅을 도왔네"


"다행이군요. 그동안 별일 없으셨죠?"


지금껏 병세에 힘겨워하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한껏 편안해보이는 미소와 함께 나에게 인사를 건냈다.


"재근씨 덕분에 잠을 잘 자게 됐어요. 식사도 잘 하고 있고 두드러기와 같은 가려움도 없어져서 살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해요"


"아닙니다. 이렇게라도 건강을 회복하셔서 다행이네요.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더 힘드셨을텐데"


"이제 조사대장으로서 역할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벨지니아 오빠에게 들었어요. 앞으로 먼 여정을 떠나기 전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자 이렇게 나왔답니다"


"그렇군요, 그건 그렇고... 먼 여정을 오늘 당장 떠나게 되는건가요?"


나는 슬쩍 옆에 있던 벨지니아 왕자를 훑어보았다.


벨지니아 왕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다네.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할 것 같아서 말일세. 이동하는 동안엔 피로하지 않도록 최고급 마차를 준비해주겠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가 처음으로 맡을 임무는 어떻게 됩니까?"


"이걸 받게"


벨지니아 왕자는 품 속에 있던 한 양피지 두루마리를 나에게 건냈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왕자가 건낸 두루마리를 천천히 펼쳐보았다.


그러자 이것 저것 수많은 식료품들의 이름과 연도별 가격, 거래량 등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자네라면 이 양피지 안에 적혀있는 문서들이 뭔가 이상하다는 점을 단번에 알걸세"


"이상한 점?"


나는 왕자가 건낸 양피지를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우리가 흔하게 알법한 당근이나 감자, 쌀과 같은 식료품뿐만 아니라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식료품들도 눈에 보였다.


그런데 굉장히 이질적인 상황이 자료중에 포착되었다.


"이게 진짜 연도별 거래량과 물가지수인가요?"


"그렇네. 내 부하들이 현재 거래중인 왕국들의 물가지수를 세세히 기록하여 내게 건내준 자료이니 틀림없을걸세. 뭐가 이상한지 알겠나?"


"저희 세계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역시 이 곳도 사람사는 세계군요... 가만히 있다간 왕국이 식량난에 처할겁니다"


양피지 안에 빼곡히 기록된 자료들에 의하면 한 연도를 기점으로 특정 식료품의 매수량과 거래량, 그리고 물가가 말도 안되게 이질적인 지점이 있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는 알 수 있다.


[담합] 혹은 [독점거래]라는 부당행위가 이 세계 어딘가에서 판치고 있다는 점을 말이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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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7화 - 천라지망 (4) 24.08.14 1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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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5화 - 천라지망 (2) 24.08.12 1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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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2화 - 적폐청산 (4) 24.08.08 15 2 10쪽
52 51화 - 적폐청산 (3) 24.08.07 16 1 10쪽
51 50화 - 적폐청산 (2) 24.08.06 16 1 10쪽
50 49화 - 적폐청산 (1) 24.08.03 23 1 10쪽
49 48화 - 첫 임무 (6) 24.08.02 17 1 10쪽
48 47화 - 첫 임무 (5) 24.08.01 15 1 10쪽
47 46화 - 첫 임무 (4) 24.07.31 16 1 10쪽
46 45화 - 첫 임무 (3) 24.07.30 18 1 10쪽
45 44화 - 첫 임무 (2) 24.07.29 16 1 10쪽
» 43화 - 첫 임무 (1) 24.07.11 18 2 10쪽
43 42화 - 출세 그리고 이별 (4) 24.07.10 18 2 10쪽
42 41화 - 출세 그리고 이별 (3) 24.07.07 21 2 10쪽
41 40화 - 출세 그리고 이별 (2) 24.07.06 28 1 10쪽
40 39화 - 출세 그리고 이별 (1) 24.07.05 2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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