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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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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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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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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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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 첫 임무 (2)

DUMMY

[담합]


미시경제학에 따르면 타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하는 행위.


현재 우리나라의 법에 의하면 최고 3년 이하의 징역과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꽤나 악명높은 범죄 중 하나다.


경제학적으로 언급하기엔 어려우니, 쉽게 이야기하자면 돈 있는 놈들끼리 뭉쳐서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제품의 가격, 수량, 거래 조건 등을 제한하며 통제하는 행위다.


이는 곧 경제적으로 위험한 결과를 낳을 뿐만 아니라, 시장 경제를 완전히 박살낼 수 있기에 반드시 뿌리뽑아야 하는 악법.


독점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백성들에게 돌아갈 것이고, 심지어 최악의 상황에 치달으면 식량난에 처할 수 있다.


하루빨리 어떤 곳에서 이런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지 출동하여 놈들의 목을 꺾어놔야한다.


"역시 재근씨로군. 이 문서를 보고 이상한 점을 바로 알아내다니"


"지금 당장 출발하죠. 어디로 가야 이놈들의 낯짝을 볼 수 있을까요?"


"그건 나도 모르네"


"네...?"


"이 자료는 모든 왕국의 거래량을 평균으로 잡아낸 지표일세. 그래서 어디 지역이라고 콕 찝어서 찾아내기가 힘드네"


"그렇다면 어떻게..."


"하지만 작은 단서를 찾을만한 왕국이 하나 있다네. 바로 칼마다르 왕국일세"


칼마다르 왕국.


앞서 소개한대로 중앙 정부 5대 국가 중에서 무역 등의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왕국이다.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뜻은 곧 시장경제를 움켜쥐는 세력도 반드시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칼마다르 왕국에 가서 담합에 대한 단서를 찾아낸다면 이 사달을 만든 장본인을 만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럼 지금당장 칼마다르 왕국으로 출발하죠. 마렌과 그... 아르마스도 같이 갑시다"


"네"


아르마스는 나에게 90도 허리인사를 올렸다.


그나저나 아르마스가 이제 왕가친위대 대장직을 물러나게 되었으니 호칭을 뭐라고 불러야 하는걸까?


계속 대장이라고 부르기엔 아닌것 같고...


그냥 속 시원하게 직접 물어보는 편이 나아보였다.


"아르마스는 뭐라고 호칭을 지어줘야 할까요?"


"이제 그대는 저의 상사입니다. 막 대해도 되고, 반말로 대해도, 손찌검을 한다해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그저 명에 따를 뿐"


"그건 좀..."


나는 곤란한듯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허리를 숙인 아르마스를 내려다보았다.


아무리 대장의 칭호를 받았다 한들 어떻게 이런 자를 감히 막대할 수 있겠는가?


나같은 사람 열 트럭이 덤벼도 아르마스 한명의 털 끝하나 손댈 수 없는 그런 압도적인 존재가 바로 그녀다.


그렇기에 그녀의 상사로서, 그리고 그녀에게 조금이나마 예를 갖추기 위한 칭호가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다.


골치가 아파 머리를 꽁꽁 싸며 고민을 하던 찰나 마렌이 나의 등을 콕콕 찔렀다.


"오빠, 그럼 호칭을 굳이 불러야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오빠가 아르마스 언니보다 꿀릴게 없잖아?. 능력도 있고 나이도 많고 아는 것도 많아. 그럼 서로 대장이라는 딱딱한 호칭보다는 그냥 이름을 부르는게 더 낫지 않을까?"


"그런가?"


마렌의 말 그대로다.


내가 그녀의 상사라면 내가 그녀를 어떻게 불러도, 그녀가 나를 어떻게 불러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나의 주관 아닌가?


그래서 앞으로 우리의 사이에서는 딱딱한 존칭을 쓰기보단 형 누나 사이로 부르기를 원했다.


이것도 그녀의 로봇같은 성격을 고치기 위한 하나의 첫단추가 아닐까?


"그럼, 아르마스. 당신은 나이가 어떻게 되지?"


"19살 입니다"


"19살?"


겉모습으로는 근육이 우락부락하지 않는 평범한 여성의 모습으로 보이지만 아직 미성년자였다니.


게다가 놀라운 점은 마렌의 나이가 한 살 더 위라는 것이다.


그렇다는건 자신보다 한살 더 위인 마렌에게 그런 모진 모습을 보였다는 것인가...?


마렌의 모습이 자신보다도 훨씬 어려보여서 그런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19살이라는 나이에 대장직을 맡고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한다.


"그렇다면 아르마스. 우리 비밀결사대는 앞으로 호칭을 붙이지 않는다. 형, 누나, 언니, 오빠라는 호칭만 허락한다"


"...뭐라구요?"


아르마스는 당황한듯 얼굴이 새빨개진채 나를 빤히 응시했다.


"말 그대로야. 우리팀은 앞으로 나이순으로 호칭을 붙인다. 앞으로 마렌에게 언니라고 부르도록"


"...거부권은 없습니까? 대장..."


"어허, 대장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지"


이제야 아르마스가 성인이 되지 않은 파릇파릇한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성인이 되지도 않은 시기에 드래곤을 때려잡은 그녀.


허나 지금껏 호칭과 존댓말만을 써온 딱딱한 그녀에게 이러한 조치는 너무나도 가혹할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을 본 벨지니아 왕자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재근씨를 아르마스와 붙인게 맞았군"


"하지만 왕자님. 어떻게 감히 제가 이분들에게 대장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못하겠습니까? 이 부분만이라도 선처를..."


"나는 재근씨의 직속상관이네. 재근씨의 말이 곧 나의 말. 그렇다는건 내 말에도 토를 달겠다는 건가?"


"그, 그렇지만..."


"재근씨와의 여정을 무사히 끝내면 그때는 다시 대장직을 물려주고 어떠한 호칭을 붙이던 마음대로 하게 해주겠네. 그때까지만 잘 다녀와주게"


"...왕자님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어떻게든 벨지니아 왕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아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을 쳤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별의 별 생뗴를 부려도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자 아르마스는 이제서야 체념한듯 고개를 떨구었다.


"알았어, 그럼 당분간은 나에게 형님이라고 불러도 되니까 그렇게 부르도록 해"


"이게 무슨... 조폭 무리들도 아니고 형님이라고..."


"자, 자. 얼른 우리가 해야할 일도 있고 하니 출발하자구"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마무리되고 나와 마렌, 그리고 어두운 표정의 아르마스가 마차에 올라타 모두의 배웅을 받으며 성 밖을 나섰다.


아르마스는 아직까지도 충격 받은듯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는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 몸을 맡긴채 팔짱을 끼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아르마스"


"네, 대장... 아니, 형님"


"그래. 이제야 듣기 좋네. 벨지니아 왕자님이 왜 우리를 한 팀으로 묶었는지 알고 있지?"


"네, 저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중요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하셔서..."


"왕자님과 약속했지. 나와 함께 조사단 여정을 다니며 아르마스를 대장직에 걸맞는 자로 만들어주겠다고. 우리에게 이러한 호칭을 붙이는 것도 대장직에 걸맞는 자격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면 돼"


"...저는 이러한 호칭이 정말 저에게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 저에게 이렇게 대한다고 해서 뭐라고 했던 자가 한명도 없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고작 미성년자가 드래곤을 때려잡기까지 하고, 최연소 대장직을 맡은 자를 누가 감히 막대하겠는가?


누구라도 그녀의 압도적인 무력 앞에 꼬리 말린 강아지가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입 밖으로 차마 이 부분들은 직접적으로 이야기 할 수 없었기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마차 밖을 바라보았다.


"나와 여정을 함께하다보면 알게 될거다"


"...?"


아무런 말 한마디도 없이 정적만이 감도는 마차 안...


그렇게 3시간 가량 쉬지않고 달리다보니 어느새 창 밖 너머로 거대한 성벽 하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알카타도르 왕국만큼이나 임팩트가 있진 않았지만 확실히 누가봐도 웅장해보이는 듯한 크기와 압도적인 규모의 벽.


그 벽 너머로 우리가 첫 임무로 투입될 장소가 있었다.


"형님. 저기가 바로 칼마다르 왕국입니다"


아르마스의 입에서 형님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는게 꽤나 우스꽝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점차 한 발자국씩 다가가니 이제야 실감이 오는듯 하여 간담이 서늘했다.


벨지니아 왕자의 권력을 등에 업고 투입되는 첫 임무.


가슴 한켠으론 떨리면서도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엄청난 권력을 등에 업어 마음만큼은 편했지만 이 일들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등 미묘한 감정들이 나의 머리를 감싸왔다.


허나 이러한 걱정만 하면 뭐가 달라지겠는가?


마음을 다잡고 마침내 칼마다르 왕국에 다달을 무렵이였다.


마차를 끌고있던 인부가 조심스래 아르마스에게 물었다.


"저... 죄송하지만 한가지 여쭤볼 것이 있습니다"


"뭐지?"


"제가 왕자님께 듣기로는 저희가 알카타도르 왕국 소속이라는 것을 꼭 숨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저기..."


인부가 한 손으로는 마차의 끈을, 한 손으로는 칼마다르 왕국을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 끝을 조심스래 바라보니 엄청나게 긴 행렬의 마차들이 눈에 들어왔다.


알카타도르에 들어왔을때도 꽤나 많은 마차들이 줄지어 있었지만 눈 앞에 펼쳐진 장면들은 이와 차원이 달랐다.


보석을 박아 넣었는지 번쩍거리는 마차, 집채만한 마차, 낡아서 금방이라도 부러질듯한 삐걱거리는 마차 등.


온갖 왕국에서 칼마다르 왕국을 방문하기 위해 찾아온 상인들로 보였다.


"저희가 알카타도르에서 왔다고 밝히면 지금이라도 당장 들어갈 수 있겠지만... 밝히지 않는다면 좀 오래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나 걸리는가?"


"제가 볼땐... 6시간 정도?"


우리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나가는 인부의 말을 듣고, 말문이 턱 막혀 아무말도 이어나갈 수 없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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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7화 - 천라지망 (4) 24.08.14 1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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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2화 - 적폐청산 (4) 24.08.08 16 2 10쪽
52 51화 - 적폐청산 (3) 24.08.07 16 1 10쪽
51 50화 - 적폐청산 (2) 24.08.06 16 1 10쪽
50 49화 - 적폐청산 (1) 24.08.03 23 1 10쪽
49 48화 - 첫 임무 (6) 24.08.02 17 1 10쪽
48 47화 - 첫 임무 (5) 24.08.01 16 1 10쪽
47 46화 - 첫 임무 (4) 24.07.31 16 1 10쪽
46 45화 - 첫 임무 (3) 24.07.30 18 1 10쪽
» 44화 - 첫 임무 (2) 24.07.29 17 1 10쪽
44 43화 - 첫 임무 (1) 24.07.11 18 2 10쪽
43 42화 - 출세 그리고 이별 (4) 24.07.10 18 2 10쪽
42 41화 - 출세 그리고 이별 (3) 24.07.07 22 2 10쪽
41 40화 - 출세 그리고 이별 (2) 24.07.06 28 1 10쪽
40 39화 - 출세 그리고 이별 (1) 24.07.05 22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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