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보는 것도 초능력이야? 그건 그냥 무당이잖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저소르
작품등록일 :
2024.05.11 18:33
최근연재일 :
2024.09.16 23:2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048
추천수 :
10
글자수 :
201,725

작성
24.05.30 22:54
조회
43
추천
0
글자
19쪽

6. 조력자

DUMMY

제6장. 조력자


학교에 내 편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쭉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학생 부장 선생님을 보고 난 후, 그 어떤 선생님도 믿을 수 없게 됐다.

그래서 날 믿어준 보미와, 항상 내 옆에서 있어주는 매희가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이 일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은 보미도 본인이 당한 피해를 보상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매희는 어쨌든 귀신이다. 날 도와줄 순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 일을 해결할 힘은 없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이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하신 게 내심 기분이 좋았다.

지금까지 나에게 호통치는 사람밖에 없었는데, 드디어 인정을 받은 기분이였다.

또한, 이 일을 밝혀낼 뿐만 아니라 해결까지 할 수 있다는 신뢰가 생겼다.


신뢰가 생기고 선생님께 말씀드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하나가 걸렸다. 어디까지 말할 것인가이다.

사실, 가해욱의 폰과 명찰은 나조차도 모를 목소리로 인해 알게 됐고 그 마저도 명찰은 내가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 매희가 사물함 문을 통과하여 봐준 것이다.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일단 말하면서 생각해봐야겠다.


“일단 수민이가 말한대로예요. 저는 최민수 폰을 들고 학생 부장 선생님을 찾아갔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제 말이 사실이라면 영상을 확인해봐야겠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제 판단으론 굳이 학생이 성폭행 당한 영상을 확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런 말씀 좀 그렇지만··· 솔직히 학생 부장 선생님께 맡기기 불안해서 그냥 안 드리고 보미 집을 찾아갔어요.”

“보미 집은 어떻게 알았니?”


벌써부터 말문 막히는 질문이라니. 지금은 대충 둘러대고 나중에 보미와 입을 맞춰야겠다.


“어··· 전에 보미 집에 놀러간 적이 있어요. 보미 집이 학교와 가까워서 기억하는 건 쉬웠고요. 어쨌든 보미를 찾아 가서 얘기를 해보니··· 보미 말로는 그 영상을 찍은 사람은 같은 특별반 가해욱이예요.”

“해욱이? 그 전교 1등 말하는 거니?”

“네. 그리고··· 솔직히 이 얘기 때문에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그냥 말씀드릴게요. 가해욱이 보미에게 그런 짓을 한 이유는 본인이 보미에게 들킨 비밀 때문이예요. 가해욱 걔 학생 부장 선생님께 시험지를 사서 그동안 그걸로 공부하고 시험을 봤나 봐요.”

“뭐? 아니, 애초에 시험지 유출은 관리가 철저해서 거의 불가능한데··· 그리고 아무리 유출을 했어도 다른 과목까지 다 유출해야 전교 1등이 가능할 텐데··· 확실한 정보 맞니?”

“저도 학생 부장 쌤이 무슨 정확히 어떤 과목을 유출했는지는 몰라요. 솔직히 말하면 학부쌤이 그랬다는 것도 아직 100% 확신은 아니예요. 가해욱의 특별반 책상에 올려진 시험지를 보미가 봤어요. 특별반에 아무도 없을 때 본거라 보미가 주변에 누가 있는지 보려고 복도를 확인했더니 학부쌤이랑 대화하는 가해욱을 봤대요. 그래서 학부쌤이 유출했다고 생각했고요. 그리고 강당에서도 학부쌤이 가해욱만 집을 보내줬다면서요. 가해욱만 은근 편애하는 게 저도 두 사람이 분명 무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어떻게 아니? 강당은 남학생만 왔는데.”


미치겠다. 왜 자꾸 말실수를 하지.


“아··· 아침에 등교하면서 남자 애들 말 지나가면서 들었어요. 걔만 집 가서 다들 짜증내던데요.”


제발 믿어라. 제발.


“흐음··· 하긴 걔가 갔을 때 남학생들이 엄청 불만스럽긴 했어. 어쨌든 시험지 유출이 발단이였구나. 가해욱 학생은 보미에게 그런 짓을 해서 보미의 약점을 잡은 다음, 보미가 시험지에 대해 말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였고?”

“네, 맞아요. 가해욱은 보미에게 서로 약점이 잡혔으니 서로 언급하지 말자고 했대요. 근데 본인이 먼저 보미 영상을 유포했어요. 그래서 남자 애들이 그 영상에 대해 알고 있었고요. 최민수도 그 영상 보고 보미를 조롱했습니다. 그것 때문에 전 최민수 폰을 뺏은 거고, 보미는 학교를 나갔고요. 보미를 찾아 가서 가해욱이 무슨 짓을 했는지 얘기 듣고 저는 점심쯤 학교에 왔어요. 그때 최민수가 자기 폰 내놓으라고 했고, 그때 선생님이 아시는 대로 쌤이 오셔서 상황이 종료됐습니다.”

“그 뒤로는? 어쩌다가 왜 특별반에 있었지?”

“아··· 그게···”


그걸 설명하려면 내가 들은 이유 모를 목소리를 말해야 하는데 그럴 순 없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는 내 얘기의 신빙성을 더 낮출 것이다.

내가 모은 증거와 정보가 확실하다는 것을 알려줘야 선생님을 날 믿어줄 것이다. 하지만 보미 집에서 가해욱과의 만남과 특별반까지의 이야기는 일반인이 들었을 땐 말이 안 된다. 그리고 나도 아직 정확하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기에 더더욱 말할 수 없었다.

어차피 지금까지 계속 거짓말을 섞어서 얘기했으니 그냥 이번에도 거짓말로 대충 무마해야겠다.


“사실 보미 집을 갔어요. 이유는··· 점심 시간에 선생님이 오시기 전, 남자 애들은 아무래도 찔리는 게 있었는지 다들 최민수랑 저 싸우는 거 구경하러 나왔거든요. 근데 가해욱이 안 보이더라고요. 지 약점 감추려고 보미에게 해코지한 애가 일 터졌을 때야 말로 정말 보미에게 뭔 짓을 할 것 같아서 너무 불안했어요. 그래서 보미 집을 다시 가봤더니 보미 집 앞에 가해욱이 있더라구요.”

“보미는 괜찮고?”

“네. 보미가 문을 열지 않았고, 가해욱은 집 앞에서 소리 지르며 보미를 협박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가해욱이랑 싸움이 붙었어요.”

“그래서 가해욱은 지금 어디에 있니?”

“제가 다시 학교 오기 전에 경찰에 신고해서 아마 잡혀가지 않았을까요?”

“걔가 잡혀간 거랑 너가 특별반 온 거랑 상관관계가 있니?”

“사실 서로 싸우다가 가해욱이 흥분해서 말했어요. 사물함에 보미 명찰이 있다고요. 제가 보미한테 물어보니 가해욱이 범죄 저지를 때, 가해욱이 가져간 것 같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게 증거가 될 것 같아요.”

“그렇구나. 그럼 일단 가해욱의 사물함을 봐야겠구나.”


말하면서 고민하다가 가해욱의 휴대폰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명찰은 대충 둘러댈 수 있는데 폰에 대해서는 도저히 뭐라 말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선생님은 그래도 내 거짓말을 믿어 주시는 것 같다. 다행이다.

선생님은 가해욱의 사물함을 봐야겠다며 일어나셨다.

갑자기 일어나신 선생님에 나는 어리둥절했지만 나만 계속 앉아있기도 뭐해 그냥 어리둥절한 채로 같이 일어났다.

특별반으로 바로 갈거라 생각과는 다르게 선생님은 1학년 교무실로 가셨다.


“선생님 지금 교무실로 갈건데 명월이 너도 같이 갈래?”

“교무실은 왜요?”

“우린 가해욱 사물함의 비밀번호를 모르잖아. 그래서 너도 안에 보미 명찰이 있는지 확인 못 한 것 아니니?”


확인했다. 매희를 통해서. 하지만 그렇게 말한 순 없으니 또 한 번 거짓말을 했다. 나는 양심에 찔리는 표정을 숨기곤 멋쩍게 웃으며 맞다는 식으로 응답했다.


1학년 교무실에 도착한 우리는 조용히 들어갔다. 1학년은 아직 자습 중이였다.

선생님은 자신의 자리로 가서는 서랍에서 전동 드릴을 꺼내셨다.

그게 왜 서랍에서 나오지??? 그리고 그걸 왜 챙기시는거지???


“아니, 쌤···! 그건 왜···”

“비밀번호 모른다니까?”


이 선생님 원래 이렇게 똘기가 있는 성격이였나?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전동 드릴을 챙기곤 다시 특별반으로 향했다.

특별반 문을 열자 학생들이 우리를 쳐다봤다. 그리고 선생님 손에 든 전동 드릴 보고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조금 쪽팔렸다.

선생님은 학생들 시선 따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사물함으로 직행했다.

그러곤 바로 전동 드릴 전원을 키고선 큰 소리를 내며 사물함을 뜯어냈다.

학생들은 갑자기 나는 큰 소리에 다들 하던 걸 멈추곤 일어나서 우릴 구경했다.

선생님은 문을 다 뜯어 내곤 사물함 안을 확인하셨다.


“여깄네. 얘는 여기서 공부를 안하나? 책은 없고 명찰만 잔뜩 있네.”


선생님은 매희가 말한 명찰 6개를 모두 꺼내셨다.


“여기 보미 명찰 있네. 경찰한테 증거로 제출해야겠다. 근데 나머지는 뭐지?”

“제 생각이긴한데 가해욱이 그동안 보미에게 한 것처럼 다른 여자 애들한테도 그런 짓을 한 다음 전리품처럼 모은 것 같아요.

“그런 애들은 학교가 아니라 교도소를 가야 할 텐데. 이것도 다 증거로 내야겠다. 지금 같이 교무실 갈래?”

“교무실은 왜요?”

“거기에 경찰이 있으니까.”


아니 이 선생님은 왜 이렇게 생략을 많이 하지?


“경찰이 왜 있어요??”

“왜긴 왜야. 내가 아까 최민수 폰 압수하면서 신고한다고 했잖니. 그래서 경찰 오고 나서 선생님들 전체 회의 열린거야.”


매희 이 녀석은 왜 이 중요한 걸 말 안 한 거야. 나는 이번에도 얼떨떨한 상태로 선생님을 같이 따라갔다.

교무실은 아직 회의 중이였다. 그리고 선생님 말대로 경찰도 함께 있었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지금 저희 반 학생이 뭘 좀 알아와서요. 경찰 선생님들께도 드릴 게 좀 있습니다.”


일이 커질 거야 예상했지만 막상 닥치니 많이 긴장됐다.

선생님은 내가 지금까지 말한 것들을 간략하게 요약한 후 모든 선생님들 앞에서 전달했다. 물론 학생 부장 선생님이 가해욱에게 시험지를 준다는 말을 빼고.

나도 담임 선생님이 말하는 동안 내심 학생 부장 선생님을 언급 안 하길 바랐다. 거의 확신하지만 완전히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말하면 괜히 우리의 신뢰만 낮아질 것이다.

담임선생님이 말하는 동안 나는 학생 부장 쌤의 얼굴을 봤다.

티는 안 내려고 하지만 사색이 된 얼굴로 굳어 있었다.

선생님들은 시험지 유출 건을 듣자마자 다들 웅성거렸다. 그런 선생님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담임 선생님이 말했다.


“선생님들. 저도 시험지 유출이 심각한 문제라는 거 압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희 학생 사건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렇게 경찰 분들도 오셨으니까요. 계속 얘기하자면 가해욱 학생은 시험지 유출을 알리지 못하게 피해자 학생에게 그런 짓을 하였고, 피해자 학생 집도 찾아가서 협박을 했습니다. 저희 반 학생 명월이가 가서 그 상황을 말렸구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해욱 학생의 일을 증명할 만한 증거를 실수로 말했다고 합니다. 그게 이 명찰입니다.”


담임 선생님은 말을 마치며 회의실 테이블 위로 명찰을 올려 뒀다.


선생님들은 명찰을 보고는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선생님들은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이 학생들끼리 이뤄진 일이라는 사실도 놀랄 일인데 학생이 범죄를 저지르면서 전리품까지 챙긴다는 사실에 많이 놀란 것 같았다.

학생 부장 선생님은 명찰을 보고는 담임 선생님께 물었다.


“아니, 이게 증거라는 걸 어떻게 알죠? 뭐 사실 아직 가해욱이 가해자라는 것도 모르잖아요. 전선생. 선생이 학생을 그렇게 몰아가면 안 되지.”


아주 대놓고 네가 시험지 유출했다고 광고를 해라. 가해욱이 뭐라고 저렇게까지 감싸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하하. 쌤. 피해자한테 직접 들은 말이니까 가해욱이···”

“어디 건방지게 선생님들 말씀하고 있는데 끼어들어!”


가해욱을 옹호하는 선생님 말에 나도 모르게 반박을 했다. 하지만 선생님의 호통으로 내 말을 묻혔다. 피해자는 하나도 생각하지 않는 선생님에 화가 났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학생 부장이 가해욱을 옹호하는 이유는 단순히 이 일이 묻히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저지른 ‘시험지 유출’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또한 시험지 유출의 대가로 가해욱에게 받는 뇌물이 있으니까.

생각이 거기까지 이어지자 아까 가해욱에게 느낀 살인욕이 또 한 번 느껴졌다.

그러자 가해욱과 있었을 때처럼 다시 한 번 세상과 난 단절되었다.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명월이 저 년, 분명 알고서 저러는 걸 텐데.. 그게 뭐든 말하지 못하게 입을 막아야겠어. 내가 1학년 전과목 시험지를 다 해욱이한테 주는 걸 들통나면 난 끝이야. 회의가 끝나면 시험지 복사한 USB부터 없애야지.’


이번에도 머리 속에서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음성은 학생 부장의 것이였다.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자, 나는 다시 세상의 소음이 들렸다.

나는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학생 부장한테 말대꾸를 했다.


“선생님 말씀을 끊었다면 죄송합니다. 근데 저로 인해서 일이 이렇게 커졌는데 저도 어느 정돈 책임이 있지 않나 싶어서 말을 꺼냈어요. 사실 제가 선생님께 폰을 드렸을 때 선생님이 피해자 영상을 봐야 알 수 있다고 하셔서 전 선생님이 이 일의 범인을 알고 싶으신 게 아닌가 했거든요.”


내 말이 끝나자 선생님들은 단체로 학생 부장을 봤다.

학생 부장은 당황한 표정으로 내 말에 대답하지 못한 채 선생님들 눈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이때다 싶어 말을 계속 했다.


“그래서 제가 범인을 알아내려 열심히 노력을 했거든요. 보미 말 들어보니까 한 과목도 아니고, 1학년 전체 과목이 다 유출이 됐더라고요?”


물론 거짓말이다. 보미는 그런 말 한 적 없다. 방금 전 들을 목소리로 학생 부장을 떠봤다.

학생 부장은 떠보는 내 말에 완전히 창백해졌다.


“아무래도 전과목 유출이면 큰 사건이죠. 그래서 가해욱이 어떻게든 보미의 입을 막으려고 그런 범죄까지 저지른 것 같아요. 말도 안 되죠. 그래서 보미 집까지 가서 협박을 했고요. 그때 가해욱이 저한테 명찰 얘기를 했어요. 그리고 이 명찰은 특별반에 있는 가해욱 사물함을 뜯었더니 나왔어요. 이 정도면 당연히 가해욱이 범인인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내 말에 경찰은 명찰을 어떤 봉투에 넣었다. 아무래도 증거로 가져가는 것 같았다. 나는 이때다 싶어 경찰분들에게 가해욱의 폰을 건넸다.


“아, 참! 저 이것도 주웠는데··· 혹시 이것도 증거가 될까요? 아까 가해욱 만났을 때 주운 겁니다. 가해욱 폰 같은데··· 증거 인멸을 하려 했는지 물에 젖어 있었어요. 이것도 증거가 될까요?”

“아, 물론이죠. 학생. 잘했어요. 이거면 충분히 증거가 될 겁니다.”


가해욱의 폰을 건네니 회의실 전체가 웅성거렸다. 학생 부장은 깜짝 놀란 듯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폰을 바라봤다.

저렇게 감정적이고 다 드러나는 사람이 어떻게 시험지를 유출시킨거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갔지만 굳이 이해하고 싶진 않다.

담임 선생님은 내가 경찰에게 폰을 건네는 것을 보며 물으셨다.


“가해욱 폰? 그건 아까 말 없었잖아.”


아무래도 그땐 변명이 생각나지 않았으니까요.


“아, 그냥 까먹었어요...!”


담임 선생님은 잠깐 의심 쩍은 눈초리를 비추더니 이내 별 상관없다는 듯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러곤 선생님들 쪽을 바라보더니 말을 하셨다.


“전 피해자가 우리 반 학생인 만큼 이 사건 무조건 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해욱 학생도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하고요.”


담임 선생님 말에 선생님들은 의견이 엇갈렸다.

이 사건이 학교 밖으로 새어 나가면 학부모 감당은 어떻게 하냐는 사람과 그래도 학생 처벌은 확실히 해야 하다는 사람으로 나뉘었다.

선생님들이 열띠게 토론하는 모습에 난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근데 말씀 중에 죄송한데··· 그 이미 어제 공책 사건부터해서 오늘 일, 학생들 하교하면 학부모분들께 알려질 일 아닌가요? 그럼 수습은 뭐가 됐던 해야 하는데 가해자가 처벌도 받지 않고 여학생들이랑 학교 다니는 게 학부모 입장에선 더 문제 삼을 일인 것 같은데··· 정확히 뭘 감당하기 어려우신 건가요?”


정곡을 찌르는 내 말에 회의실은 한 순간에 조용해졌다. 어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일까.

교장 선생님은 그런 분위기를 한 번 눈치 보곤 나를 보셨다.


“학생 말도 맞는 말이지. 그 명월이라고 했나? 부탁 좀 해도 되겠니?”


이 학교는 나에게 부탁이 뭐 이리 많을까.


“어떤 부탁이요?”

“보미 학생에게 가해자 학생은 학교 측에서 잘 처리해줄 테니 걱정 말고 학교에 나와달라고 할 수 있니?”

“하지만 보미가 지금 학교를 나올 수 있는 상태는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가해자 학생이 처벌받은 걸 알면 안심하고 학교를 다닐 수 있지 않겠니? 그리고 언제까지 집에 있을 순 없잖니. 나와서 친구들을 만나고 하면 상태가 훨씬 나아질 거다.”


전혀 내키지 않았다. 내일 아침 한순간에 남자 애들 전체가 정학 먹고 학교 못 나올 것 같진 않은데. 자신의 영상을 즐겨 본 남학생들이 가득한 학교에 어떻게 등교하라는 거지?


옆을 보니 담임 선생님도 내키지 않아 보였다.


“명월아. 너도 내키진 않겠지만 발만 전해줘. 굳이 강요하진 말고. 어쩔 수 없지, 뭐.”


보미에게 학교 상황 전해주며 교장이 이렇게 말했다 정도만 말해야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보미에게 학교를 나오라곤 하지 못하겠다.


경찰은 사건 조사를 시작하겠다는 말과 함께 학교 밖으로 나갔다. 선생님들은 남학생들과 가해욱의 처벌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담임 선생님은 논의가 시작되자 나에게 말했다.


“명월아. 지금부턴 선생님들이 처벌에 관해서 회의를 해야 하니까 너는 교실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 교실로 올라가 있을래? 아, 교실로 돌아가기 전에 보미에게 전화로 아까 교장 선생님이 말씀하신 거, 전해줄 수 있니?”


“아, 네. 알겠습니다.”


나는 회의실을 나왔다. 그리고 바로 휴대폰을 꺼내 보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사이에 보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불안했다.

다행히 보미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아, 보미야. 다행이다. 별 일 없었어?”

“응. 너 덕분에 가해욱은 경찰이 데려갔어. 명월이 너는 별 일 없고?”

“나는 가해욱이 범인이라는 확실한 증거 다 찾아서 담임 선생님께 드렸어. 안 그래도 담임 선생님이 경찰을 부른 모양이더라고. 그래서 바로 경찰 분께 증거도 드렸고, 가해욱이 범인이라고 선생님들께 말씀드렸어.”

“정말···? 그럼 가해욱은 처벌 받는거야?”

“어. 그럴 것 같아. 교장 선생님이 안 그래도 가해욱 처벌할 예정이니까 보미 너 등교할 수 있냐고 물어보라는데···. 괜찮아, 보미야?”

“아··· 그래도 가해욱 없으면 괜찮을 것 같아. 나도 용기 내서 학교 가볼게. 안 그래도 너 가고 나서 많이 생각했어. 너 말대로 나는 잘못이 없잖아. 내가 왜 학교를 못 나가야 해. 난 당당하지 못할 이유 없어.”


보미가 많이 괜찮아진 것 같다. 나는 진심으로 그런 보미를 응원한다.


“그럼, 보미야. 내일 학교 같이 갈래? 내가 아침에 너희 아파트 정문에서 기다릴게.”

“나야 좋지! 말은 이렇게 해도 막상 내일 긴장할 것 같아. 너가 옆에 있어주면 훨씬 안심이 될 것 같긴 해”


보미의 말에 난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내가 도움이 된다니. 괜히 뿌듯했다.


오늘이 얼른 끝나고 내일도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보미가 자살하기 전까진.



작가의말

담임쎔 행동력 좋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신 보는 것도 초능력이야? 그건 그냥 무당이잖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업로드 지연 공지 24.06.29 22 0 -
32 32. 정보의 바다 시대에 도서관이라니 24.09.16 6 0 8쪽
31 31. 화해의 도서관 24.09.13 10 0 7쪽
30 30. 손발도 맞아야 아주 큰 소리가 난다. 24.09.11 10 0 8쪽
29 29. 들리지 않는 대화 24.09.09 12 0 10쪽
28 28. 쌈닭들 24.09.06 15 0 10쪽
27 27. 일석이조 24.09.04 13 0 9쪽
26 26. 보호막 24.09.02 14 0 9쪽
25 25. Just One Second. 24.08.30 19 0 10쪽
24 24. 헤쳐 모여. 작전이다. 24.08.28 17 0 9쪽
23 23. 바쁘다바빠 초능력사회 24.08.26 24 0 11쪽
22 22. 결투를 신청한다. 24.08.23 18 0 10쪽
21 21. 제대로 수업을 하는 날이 없음 24.08.22 18 0 7쪽
20 20. 도망쳐야 하는 순간도 있다. 24.08.20 19 0 8쪽
19 19. 이러다 다 죽어 24.08.17 20 0 8쪽
18 18. 자, 이제 잠에 듭니다 24.08.14 32 0 10쪽
17 17. 쉬는 시간 24.08.12 31 1 11쪽
16 16. 죽고 싶은 사람 이리 모여라 24.07.09 34 2 11쪽
15 15. 우리 반 24.06.23 32 1 22쪽
14 14. 전학 24.06.16 48 1 23쪽
13 13. 수용할 줄 아는 능력 24.06.16 38 0 24쪽
12 12. 견학 24.06.14 36 0 19쪽
11 11. 선택 24.06.12 36 0 15쪽
10 10. 마지막 미션 24.06.11 47 0 16쪽
9 9. 갑작스러운 의문 24.06.09 39 0 14쪽
8 8. 사실 초능력이 행운일 수도 24.06.09 40 1 20쪽
7 7. 저세상 베프 24.06.04 42 0 19쪽
» 6. 조력자 24.05.30 44 0 19쪽
5 5. 레벨업 24.05.29 49 1 21쪽
4 4. 보디가드 24.05.26 48 1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