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보는 것도 초능력이야? 그건 그냥 무당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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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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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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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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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6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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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디가드

DUMMY

제4장. 보디가드


보미의 이야기는 내 눈 앞을 흐리게 만들었다. 눈물밖에 흘리지 못했다.

나는 내가 보미를 위로하고, 이렇게 보미를 돕는 것으로 보미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건 내 오만이였다. 나는 보미가 어떤 고통을 느끼고 있을지 상상도 안 가는데 어떻게 치유한다는 말인가. 그건 말이 안된다.

더욱 마음 아픈 점은 보미는 자신이 당한 끔찍한 일이 이 세상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온갖 상처를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학교를 나왔다.

혼자 우는 것조차 남들에게 들킬까봐 편히 울지도 못했다니. 그런 보미를 일찍 알아주지 못해 미안함뿐이였다.


그와 동시에 남학생들에게서 강한 살인욕을 느꼈다.

가해욱은 자신의 비밀을 지키려고 여자애를 성폭행하고 그 짓을 증거로 남기기 위해 영상까지 찍었다. 그리고 남자애들은 그 영상을 보고도 그 누구도 신고하지 않았다. 다들 하나같이 그 영상을 ‘즐겨’ 봤다.

그런 것들이 굳이 살아서 뭐하지? 지금도 충분히 사회에 해가 되는데 더 큰 해악이 되기 전에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는 삭혀질 기미 없이 커져만 갔다. 나는 당장 학교로 돌아가서 불이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감정적으로 행동하면 일을 더 망칠 걸 알아 분노를 삼켜야 했다.


“보미야. 용기내줘서 정말 고마워. 너랑 대화하면서 내가 널 위로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였어. 난 당장 너가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가늠도 안 가는데 그런 내가 널 위로하겠다니···”

“아니야, 명월아. 너가 이렇게 내 얘기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내겐 큰 힘이야. 정말이야. 넌 심지어 직접 이 일을 해결해주겠다고 나한테 온 거잖아. 나야말로 정말 말로 다 표현 못 할만큼 고마워.”


그 와중에 날 생각해주는 보미의 말에 또 한 번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렇게 된 이상 나는 정말 이 일의 끝장을 봐야겠다. 일단은 학교로 돌아가야 했다.


“보미야, 일단 나는 학교로 갈게. 넌 집에서 쉬고 있어. 내가 무슨 일 생기거나 또 다른 거 알게 되면 바로 연락할게.”

“응, 알겠어. 나도 뭔 일 생기면 연락할게.”

“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내가 아훈이한테 말을···”

“어? 아훈이? 너가 걔를 어떻게 알아?”


아훈이에게 보미를 지켜봐 달라 해야겠다고 말하려 했는데 생각해보니 아훈이를 만났다는 말조차 보미에겐 말이 안 되는 일이였다.

나는 큰 비밀을 들킨 사람 마냥 몸을 굳히고선 눈만 굴린 채 변명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뚫어지게 보던 보미는 잠시 생각하는 듯싶더니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보미야, 너 혹시··· 귀신 뭐 그런 거 봐?”

“어? 야, 하하 그게 무슨 말이야, 귀신이라니···”

“아니, 그게 나 실은 저번에 도서실 갔다가 너가 허공에 대고 말 하는 걸 본 적이 있어서···”


보미가 매희랑 대화하는 걸 봤나 보다. 근데 생각해보면 살아서 안 되는 것들도 살아있는데 귀신 좀 보는 게 뭔 대수라고 이렇게까지 쫄려야 하나 싶다.

갑자기 자만감이 흘렀다. 이왕 흐른 김에 보미가 믿든 말든 그냥 말해보기로 했다.


“어··· 봤구나··· 하하··· 사실 나 외할머니가 무당이거든. 그래서 나도 조금 영향을 받아서 귀신을 볼 줄 알아. 너네 집 찾을 수 있었던 것도 아훈이가 알려줬어.”

“아- 할머니가 무당이셔? 되게 신기하다. 그럼 도서실에서도 귀신이랑 대화한거구나.”

“어, 맞아.”

“근데 아훈이는 어떻게 만난거야? 난 이런 거 아무래도 잘 몰라서··· 그냥 드라마 같은 것 보면 이승에 남아 있는 귀신은 한을 못 풀어서 그런거라는데··· 아훈이도 그런 거야?”

“꼭 그런 것만은 아니고, 아훈이는 내가 보기엔 저승에 갈 줄을 모르는 것 같아. 근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그렇구나. 다행이다··· 사실 아훈이는 병으로 죽었거든. 그래서 유치원도 못 가고 집이랑 병원만 다니면서 치료받았어. 다른 애들처럼 친구들이랑 같이 못 노니까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 그래서 내가 가끔 학교 갔다 와서 같이 놀아 주고 그랬어”

“그랬구나. 어쩐지 아훈이가 너 되게 좋아하더라. 나중에 또 만나면 내가 말 전해줄게. 혹시 아훈이에게 하고 싶은 말 있어?”

“음··· 아훈이가 저번에 같이 축구 하고 싶다고 했거든? 나중에 만나면 같이 꼭 축구하자고 전해줘.”

“그래, 알겠어.”

“어머, 보미야. 벌써 급식시간이야. 너 얼른 가봐야 할 것 같은데?”

“헐. 그러네. 나 가볼게. 보미야. 아훈이한테 내가 너 뭔 일 생기면 말해달라고 할거야. 그러니까 걱정 말고 있어.”

“알겠어. 정말 고마워.”


보미와 인사를 하고 나는 바쁘게 1층으로 내려왔다. 나는 아파트 공동 현관을 나가자마자 아훈이를 찾았다.

이리 저리 보다가 비어 있는 주차장에서 아직 공놀이를 하고 있는 아훈이를 발견했다.


“아훈아!”

“어, 명월이 누나! 보미 누나 만났어요?”

“응, 덕분에. 고마워, 아훈아.”

“별거 아닌데요, 뭘!”

“아훈아, 보미 누나가 나중에 꼭 축구 같이 하자고 전해달라는데?”

“정말요? 우와!!”

“우리 아훈이는 좋겠네~ 나중에 우리 셋이서도 축구 할까? 누나도 아훈이랑 놀고 싶은데.”

“저는 너무너무 좋아요!”

“하하. 고마워, 아훈아. 누나는 지금 학교로 다시 가봐야 해서··· 그 전에 아훈이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들어줄 수 있을까?

“부탁이 뭔데요?”

“혹시라도 보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으면 누나에게 말해줄 수 있을까? 누나 요 바로 앞에 있는 학교에 있을 거야.”

“그럼요! 당연하죠! 보디가드 같은 건가요?”

“그럼. 너는 이제 보미의 보디가드야. 보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저 학교로 들어와서 2층에 있는 1학년 2반으로 오면 돼. 할 수 있지?”

“네!!”


아훈이는 기합이 잔뜩 들어간 채 충성을 하는 손짓을 하며 자신감이 찬 얼굴로 날 바라봤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기특하게 느껴졌다.

나는 아훈이와 인사를 하고 발 빠르게 학교로 돌아갔다. 아마 지금은 급식 시간일 테니 선생님들 눈치 안 보고 교실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


역시나 점심 시간이라 그런지 학생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자연스럽게 교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최민수에게 폰을 돌려줘야 하는데 아직 영상이 삭제되지 않은 폰을 그냥 줘도 될지 고민이 됐다.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려면 학교에 있었던 매희와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아서 매희를 찾으려 했다.

교실엔 보이지 않아 복도 밖으로 나가 보았다. 도서실에 있을 수도 있단 생각에 도서실이 있는 3층으로 올라 가려 계단으로 향했다.

그때 갑자기 몸이 홱 돌려졌다. 최민수였다.


“야, 네 내 폰 훔치고선 어떻게 했냐? 당장 안 내놔?”


하필 1학년은 밥을 다 먹고 교실로 돌아올 시간이라 최민수가 낸 큰 소리에 학생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렸다.


“어떻게 했으면 뭐 어쩔건데.”

“아, 얘 뻔뻔하네. 야, 너 그거 절도야.”

“넌 성범죄자야. 더러운 새끼야. 어디 성범죄가 말을 걸고 있어.”


내 말에 최민수는 얼굴이 붉어졌다. 수치심보단 억울함이 더 커 보였다.


“야, 왜 나한테만 그러는데? 너가 봤으면 알 거 아냐. 내가 찍은 것도 아니고, 내가 영상 올린 것도 아닌데 나한테만 지랄인데!!!”

“영상 보고 신고도 안 해, 차라리 무시했으면 덜 했을 텐데 너 그 영상 다른 남자 애들한테 뿌렸잖아. 넌 범죄가 뭔 지 모르니?”


우리 주변에 몰린 여학생들은 우리 대화를 듣고 자기들끼리 수근거렸다.

반면, 남학생들은 아무 말 못한 채 자기들끼리 눈치를 봤다. 몇 명은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다.

분명 영상의 흔적을 지우려 하는 거겠지. 뻔뻔한 새끼들


학생들이 복도에 몰려 있으니 선생님들이 왔다.


“야! 너네 또 뭐하는거야! 당장 교실로 안 돌아가!”


담임 선생님이였다. 오늘 아침 조철민이 우리 반에서 소동을 벌였을 때도 담임 선생님이 와서 조철민을 데리고 갔다. 항상 우리 곁에 있는 것처럼 무슨 일이 있으면 항상 이렇게 달려와 주신다. 이런 담임 선생님이라면 이 영상에 대해 말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긴다.


담임 선생님께 폰을 드려야 하나 고민하며 주머니에 손을 뻗는 순간, 수민이가 나보다 빨랐다.


“쌤! 남자애들 폰 검사하세요!”

“뭐? 폰 검사는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남학생들은 단체로 패닉이 온 모양이었다. 눈을 크게 뜨고 비둘기 마냥 단체로 목만 이리저리 움직였다.


“남자애들이요. 여학생이 성폭행 당하는 영상 지들끼리 공유했어요. 이거 범죄잖아요.”


선생님은 수민이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얼굴로 남자 애들 쪽을 바라봤다.

남자 애들은 짜기라도 한 듯 다 같이 고개를 숙이고 눈을 피했다. 이렇게 찌질한 새끼들이 보미에게 그런 짓을 하고 자기들끼리 즐겼다는 사실이 날 더 화나게 만들었다.

보미를 생각하자 욱한 나는 주머니에 있던 최민수의 폰을 꺼내 선생님께 드렸다.


“제가 확인했어요. 이 폰 얘, 최민수 폰이예요. 오늘 아침에 선생님이 조철민 데리고 가시고 나서 얘가 보미한테 이상한 말을 하길래 제가 뺐었어요. 너희도 봤지?”


내가 우리 반 애들을 바라보며 말하자 수민이가 바로 동조하며 말을 이었다.

“저희 다 봤어요. 보미한테 야동이니 뭐니 하면서 자기들한테 몸 보여달라고 했어요.”


증인이 많아 증거가 필요 없었다. 우리 반 자체가 증거였다.

선생님은 최민수의 폰을 받아 들더니 고민에 잠긴 표정을 하셨다. 그리곤 최민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 우리 반 애들 말 사실이야?”

“아, 아··· 그, 그게요···”


데자뷰처럼 오늘 아침의 조철민 마냥 말을 더듬었다. 내 앞에선 소리지르던 짐승은 어디로 갔는지 하나같이 다 강약약강이였다.

선생님은 최민수의 반응을 보고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너희 남자애들 단체로 미쳤구나? 너 최민수는 폰 압수야. 내가 경찰에 신고할거거든. 증거로 제출해야지. 그리고 내가 너희 반 담임 선생님들께도 말씀드릴거야. 지금 내가 들은 이 모든 일들. 그러곤 너희 폰도 압수할 거야. 네들이 지금 영상 없애도 디지털은 다 흔적 남는 거 알고 있지? 너희 싹 다 각오해라.”


남자 애들 표정은 볼 만했다. 딱 그 표정이다.

‘좆됐다.’


···


1학년 남학생들 전체가 폰을 압수당하자 학교는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우리 반 담임 선생님은 1학년 선생님들에게 우리가 했던 이야기를 전했고, 1학년 교무실에선 회의가 열렸다. 그래서 우리는 오후 수업은 자습을 해야 했다. 난 자습을 핑계로 도서실을 왔다.

매희가 있을까 싶어서 도서실에 온건데 아무도 없었다. 매희 얘는 어디로 간건지.

나는 도서실 책상에 가방을 두고 도서실을 나가려 했다.


“명월아, 어디 가니?”


사서 선생님의 부름에 난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았다.


“아, 저 화장실 좀 가려구요. 괜찮을까요?”

“어- 그럼 어여 다녀와.”


사서 선생님이 빡빡하지 않은 분이라 다행이다. 난 그 길로 바로 도서실을 나와 특별반으로 향했다.

아까 그 소동이 있었을 때, 내가 위치를 가장 궁금해하는 두 명이 보이지 않았다.

매희와 가해욱.

가해욱은 영상을 찍은 당사자이니 아침에 있었던 소동을 듣고 바로 조치를 취하느라 학교에선 보이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매희는 내가 돌아오면 바로 나한테 올거라 생각했는데 보이지 않는다.

매희는 분명 여기저기 사람들의 말을 들으러 돌아다닐 것이다. 그래서 아까 점심 시간에도 분명 근처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보진 못했다.

지금 시간에 또 이야기를 들으러 다닐 만한 곳은···

교무실에 있겠구나.


나는 생각이 마치자마자 바로 1학년 교무실을 향했다.

내가 보통 매희를 찾는 때는 사람을 찾듯이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보통 내가 매희를 필요로 할 때 신기하게도 매희가 먼저 날 찾아왔고, 아니면 내가 이렇게 매희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가면 매희가 딱 그 곳에 있었다.

1학년 층 복도는 조용했다. 나 역시 발걸음 소리를 낮추며 조용히 이동했다.

1학년 교무실 앞에 도착했다. 나는 교무실을 기웃거리며 매희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웃거려도 매희는 나오지 않았다. 무언가 이상해서 교무실 문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어 봤다. 아무 소리도 안 들렸다.

선생님들이 분명 회의를 한다고 했는데 여기서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보면 1학년 전체가 가해자와 피해자가 됐고, 성폭행과 디지털 성폭행까지 이어진 사건이니 1학년 선생님들만의 문제가 아니긴 했다.

학교 자체에 큰 영향을 줄만한 큰 사건이니 선생님들이 전체 회의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바로 1층에 있는 회의실로 이동했다.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1층 계단 앞에서 통화 중인 담임 선생님이 보였다.

나는 왠지 모르게 몸을 재빨리 숨겼다. 아무래도 자습 시간인데 돌아다니다가 괜히 선생님한테 혼나는 것보단 낫겠다는 생각이였던 것 같다.

선생님은 통화 상대방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 좀 더 봐야 할 것 같아. 아직은 확실하지 않아. 근데 그 쪽 얘기는 확실한거야? 난 그냥 아닌 것 같아서. 어. 어. 아, 그래? 그럼 일단 지켜보지, 뭐. 내가 상황을 만들어 볼게.”


도통 알 수 없는 말들뿐이였다. 선생님은 심각한 얼굴로 말씀하셨다. 지금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선생님의 말을 연결해보려 했지만 딱히 연결되는 것 같진 않다.

그냥 선생님의 사적인 일 같아서 신경 끄기로 했다.

선생님은 통화를 마치고서 회의실로 들어갔다. 내 예상이 맞았다.

나는 선생님이 문을 닫으시는 것까지 확인한 후,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갔다.

회의실 앞에서 기웃거리자 뒷문을 통해 매희가 나타났다.

매희는 날 보며 반갑다는 듯이 빠르게 달려왔다.


“야! 명월아! 진짜 대박이야!!”

“야, 일단 다른 데로 가자. 나 너무 쫄린다.”

“어, 어. 그래그래.”


나는 매희와 함께 도서실로 이동했다. 도서실에 사서 선생님이 있긴 하지만 우리 학교 도서실은 자습실 같은 공간이 따로 분리가 되어 있어 매희와 조용히 말한다면 사서 선생님은 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난 사서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자리에 앉았다. 역시나 사람은 나 하나였다.


“그래서, 내가 가고 나서 무슨 일 있었어? 너 아까 점심 시간에 있었던 일은 알아?”

“야, 당연히 알지! 나 그때 완전 뒤에 있었어. 아니, 너 아까 가자 마자 남자 애들 교실로 뛰어가는거야. 나도 따라갔지. 자기들끼리 ‘좆됐다’ 그러고 있더라고. 일단 1학년 거의 다 그 영상을 본 것 같긴 해. 몇 명 빼고.”

“누구?”

“그냥 뭐 조용한 애들 있잖아. 청소 시간에 남자 애들 다 밖에서 축구할 때 교실에 남아서 청소하는 애들. 애초에 그런 애들 빼고 지들끼리 따로 단톡방을 만든 것 같았어. 아! 그거부터 말해야겠다. 나 어제 강당 갔었잖아. 그 공책 사건은 조철민이 남자 애들 다 같이 한 거라고 말해서 그냥 다 같이 강당 가서 반성문 쓴 거였거든? 내가 어제 들어보니까 좀 조용한 애들은 공책이 뭔지도 모르더라. 그냥 물귀신 작전인가봐.”

“아··· 치사하네, 미친놈. 강당에선 뭐 더 다른 일은 없었어?”

“아, 걔가 누구였지··· 이름이 특이했는데··· 야, 그 왜 내가 내 타입이라고 했던 애 있잖아. 그 전교 1등!!”

“가해욱?”

“어, 어. 맞아! 내가 강당 딱 들어갔을 때가 학부가 강당 앞에서 남자 애들 혼내고 있을 때였거든? 학부 옆엔 조철민이 공책 들고 무슨 죄인 마냥 서 있더라. 근데 갑자기 가해욱이 손 들면서 ‘쌤, 저는 모르는 일인데요?’ 이러는 거야. 그래서 선생님이 조철민 쳐다보니까 조철민이 살짝 가해욱을 눈치 봤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되게 말을 더듬거리고 제대로 말 못하더라고. 근데 결국 맞다고 대답했어. 그러곤 걘 학부가 집 가도 된다고 해서 집 갔고.”


허, 학년 부장 선생님은 이제 완전 가해욱 편이구나. 다시 또 분노가 치밀어 오르려고 할 때, 매희가 말을 이었다.


“근데 가해욱 가고 나서 남자 애들이 좀 어수선한거야. 그래서 가까이 가봤더니 되게 억울한 듯이 말하더라? 내가 계속 들어보니까 그 공책 시작한게 가해욱이야.”


정말 추악하기 따로 없다. 결국 공책부터 영상까지 다 가해욱 짓이다. 나는 화를 겨우 참아가며 매희의 말을 계속 들었다.


“근데 남자 애들이 그때 엄청 억울해해서 난 당연히 오늘 아침에 가해욱한테 다들 한 소리할 줄 알았거든? 근데 전혀 아니였어. 다들 평소처럼 대하더라. 그리고 이게 대박이야.


난 매희에게 몸을 더 기울였다.


“오늘 아침에 조철민이랑 최민수가 그 난리 치고 나서 최민수도 그렇고 다른 남자 애들도 다 가해욱한테 갔어. 막 ‘해욱아, 우리 이제 어떡하지?’ 막 이러더라. 걔가 뭐라고 대답할 지 궁금해서 계속 봤는데 대답은 안 하더라고. 뭘 그렇게 계속 생각하는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어.”


분명 가해욱은 이 상황을 어떻게 빠져나갈지 고민하는 거였을 것이다. 가해욱이 행동하기 전에 내가 먼저 움직여야 했다.


“매희야, 일단 걔 교실에 있나 확인해보자.”

“왜?”


난 매희에게 대답도 안 하고 서둘러 1학년 층으로 이동했다. 매희는 뒤에서 뭘 알아야 가지 않겠냐며 투덜거리면서도 날 따라왔다.


1학년 층으로 이동하는데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야, 명월아. 저 꼬마 나만 보이는 거 아니지?”


아훈이였다. 보미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아훈아, 나 여기 있어!”

“누나! 누나! 얼른 보미누나한테 가야 해요!”


난 그 말을 듣자마자 뛰었다. 뛰면서 폰을 꺼내 보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가는 동안 아훈이에게 물었다.


“아훈아, 보미한테 무슨 일 생겼어?”

“지금 이상한 형아가 누나 집 막 두들기고 있어요!!”


아, 가해욱 이 시발 새끼가.



작가의말

화끈한 명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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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업로드 지연 공지 24.06.29 22 0 -
32 32. 정보의 바다 시대에 도서관이라니 24.09.16 6 0 8쪽
31 31. 화해의 도서관 24.09.13 10 0 7쪽
30 30. 손발도 맞아야 아주 큰 소리가 난다. 24.09.11 10 0 8쪽
29 29. 들리지 않는 대화 24.09.09 12 0 10쪽
28 28. 쌈닭들 24.09.06 15 0 10쪽
27 27. 일석이조 24.09.04 13 0 9쪽
26 26. 보호막 24.09.02 14 0 9쪽
25 25. Just One Second. 24.08.30 19 0 10쪽
24 24. 헤쳐 모여. 작전이다. 24.08.28 17 0 9쪽
23 23. 바쁘다바빠 초능력사회 24.08.26 24 0 11쪽
22 22. 결투를 신청한다. 24.08.23 18 0 10쪽
21 21. 제대로 수업을 하는 날이 없음 24.08.22 18 0 7쪽
20 20. 도망쳐야 하는 순간도 있다. 24.08.20 19 0 8쪽
19 19. 이러다 다 죽어 24.08.17 20 0 8쪽
18 18. 자, 이제 잠에 듭니다 24.08.14 32 0 10쪽
17 17. 쉬는 시간 24.08.12 31 1 11쪽
16 16. 죽고 싶은 사람 이리 모여라 24.07.09 34 2 11쪽
15 15. 우리 반 24.06.23 32 1 22쪽
14 14. 전학 24.06.16 48 1 23쪽
13 13. 수용할 줄 아는 능력 24.06.16 39 0 24쪽
12 12. 견학 24.06.14 37 0 19쪽
11 11. 선택 24.06.12 36 0 15쪽
10 10. 마지막 미션 24.06.11 47 0 16쪽
9 9. 갑작스러운 의문 24.06.09 39 0 14쪽
8 8. 사실 초능력이 행운일 수도 24.06.09 40 1 20쪽
7 7. 저세상 베프 24.06.04 42 0 19쪽
6 6. 조력자 24.05.30 44 0 19쪽
5 5. 레벨업 24.05.29 49 1 21쪽
» 4. 보디가드 24.05.26 49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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