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보는 것도 초능력이야? 그건 그냥 무당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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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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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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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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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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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사실 초능력이 행운일 수도

DUMMY

제8장. 사실 초능력이 행운일 수도



나는 보미와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보미는 아직 혼의 모습이 익숙하지 않은 지 장애물을 피해 가며 걸었다. 그러다가 한 번씩 내 눈치를 보고는 길에 세워진 가로등 같은 것들을 만져 보았다.

보미는 혼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물을 매희처럼 쉽게 만지기란 어려웠다. 그래도 점차 익숙해지고 있는지 사물을 통과할 때도 있고, 만질 때도 있었다.

나는 보미가 어떤 심정일지 가늠이 안 갔다. 보미는 어제까지만 해도 나에게 이 사건을 해결할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오늘 아침 학생 부장의 말을 듣고 바로 죽음을 결심하였다.

도대체 어떤 고통을 겪어야 그런 결정을 고민도 없이 내렸는지 그저 가슴이 너무 아려 왔다.

보미의 고통을 상상할 수 없는 나는 보미에게 쉽사리 말을 걸지 못했다. 보미 역시 나에게 그런 광경을 보인 게 미안한 눈치여서 그런 지 보미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보미가 나에게 미안한 기색을 보이자 나도 보미에게 미안함이 들었다. 괜히 내가 일을 크게 만들어 보미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 같았다.

서로에 대한 죄책감의 굴레를 돌며 우리는 점점 더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

서로를 눈치를 보며 말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경찰서에 도착했다.


“명월아. 어디로 들어가야 하지?”

“그러게. 나도 경찰서는 처음이라··· 일단 들어가볼까?”

“그래.”


우리는 누가 봐도 경찰서를 처음 방문한 사람처럼 두리번거리며 어색하게 들어갔다.

보미는 사람들에게 안 보이겠지만, 나는 교복을 입고 어색하게 있으니 경찰서 안 사람들이 나를 한 번씩 쳐다봤다.

그런 시선에 괜히 위축이 되어 각 부서를 표시한 팻말만 보고 걸었다.

그러다가 수사과가 눈에 띄어 그곳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쭈뼛거리며 들어가니 문 앞자리에 위치한 젊은 남자 한 명이 나를 보았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 저 여기 근처에 있는 제한고등학교 학생인데요. 이번에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 때문에 왔는데···”

“아, 제한고등학교? 잠깐만 기다려봐.”


남자는 곧 자신보다 직급이 높아 보이는 사람에게 갔다. 그 사람은 남자의 말을 듣고 문 앞에 있는 날 보았다. 그리고 무표정 속 반가운 기색을 내비췄다.

나는 왜 반갑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반감보단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들어가서 얘기해도 될까요, 학생?”

“아, 네.”


이 사람은 마치 내가 오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 마냥 나에게 무슨 일로 왔는지는 묻지 않고 바로 자리를 안내했다.

나와 보미는 그 사람을 따라 드라마에서나 보던 취조실 같은 곳을 들어갔다.

우리는 처음 와 보는 이곳을 신기해하며 이곳저곳 둘러보며 들어갔다.


“하하. 학생들이 거의 안 올만한 곳이라 신기하죠? 저 거울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밖에서 볼 수 있는 거 맞아요. 근데 지금은 당연히 아무도 없고 CCTV나 녹음도 안하고 있으니 편하게 말해도 돼요”


이 사람은 마치 내가 남들에게는 하지 못할 말을 할 거라는 걸 이미 안다는 듯 나에게 과하게 안심을 주려 했다.

이런 태도는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오히려 더 경계심이 들었다.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자리에 앉았고 마치 취조를 하려는 듯 그 사람은 내 앞에 앉았다.


“인사가 늦었네요. 디지털범죄수사과 형사 김아영이라고 합니다.”

“아, 안녕하세요. 전 제한고등학교 1학년 문명월이라고 합니다.”

“명월 학생 얘기는 들었어요. 경찰분들에게 인계받았을 때 학생이 증거를 줬다고 하던데, 맞나요?”

“아, 네. 어쩌다 보니···”

“흠, 저도 궁금한 게 많았는데 이렇게 와주니 너무 반갑네요. 명월 학생도 무언가 할 말이 있어서 왔을 텐데, 일단 명월 학생 얘기 먼저 들어볼까요?”

“아, 다름이 아니라 그 우리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여쭙고 싶은 게 있어서요.”

“어떤거죠?”

“제가 경찰분께 가해자 휴대폰과 가해자가 수집한 명찰을 드렸어요. 분명 유죄가 입증될만한 증거였는데 오늘 아침 학교를 나와 보니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고 하네요. 증거불충분이 된 정확한 이유가 알고 싶어요.”

“아··· 나도 학생에게 얻고자 하는 답이 있으니 솔직하게 말해야겠네요. 증거 불충분으로 종결한 사람은 접니다. 일단 상사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이 사건 그냥 처분하라고.”

“하지만···!”

“알아요. 학생. 굉장히 찝찝하다는 것. 하지만 저 역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경찰분들이 증거를 넘겨줬을 때, 이미 폰은 아작이 나 있었어요. 그리고 명찰도 학교에서 이미 분실물 처리가 된 명찰들이라고 학교 측 서류도 같이 주더라고요.”

“폰이 이미 아작이 나 있었나요? 침수된 게 아니라?”

“침수? 왜 침수라고 생각하죠?”

“아··· 그게···”


형사 분이 말한 정보에 집중해서 내 정보를 숨길 생각을 못했다. 담임 선생님께 말한 것처럼 아무래도 대충 둘러대는 수밖에.


“실은 가해자 학생이랑 싸우다가 걔가 흘린 폰을 습득해서 증거로 넘길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들고 다니다가 그만 화장실에서 한 번 빠트렸거든요. 바로 빼긴 했지만요.”

“아, 그렇군요. 폰이 침수된 건 몰랐어요. 작동을 확인해 봤나요?”

“네. 작동이 되길래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천에서 물귀신이 폰을 가져다줬을 때, 이미 한 번 조작을 해봤다. 딱히 문제없길래 대충 털고 주머니에 넣었고 폰에 문제가 있을 수는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예 박살이 나 있을 줄은 몰랐다.


“사실 침수가 됐어도 이미 부서진 폰이라 확인할 방법은 없었어요.”

“그렇군요··· 그럼 명찰은 어떻게 된거요?”

“명찰은 아까 말한 그대로입니다. 학교 측에서 경찰 쪽으로 서류 하나를 보냈대요, 자신의 학교 학생들 명찰이 증거라고 하니 혹시 분실물 중 하나일까 싶어 보냈답니다. 그리고 확인해 보니 분실물 리스트에 있긴 하더라고.”


이 부분이 구리다. 분명 조작된 리스트일 것 같지만 역시나 심증일 뿐 물증이 없다.


“명월 학생 마음 이해합니다. 저도 구려요. 구린내가 나도 불기소 처분이 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경찰청장님의 지시가 있었어요.

“지시요?”

“네. 청장님이 직접 지시하셨어요. 뭐, 증거가 불충분하고 딱 봐도 애들 장난 같으니까 그냥 불기소 처분하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을 들으니까 더 구려졌다. 애들 장난 같다고 하는 높으신 분이 왜 직접 지시까지 내린거지?


“명월 학생. 그럼 이번엔 제가 질문해도 될까요?”

“아, 네. 그럼요.”

“제가 이 사건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된 이유는 그 높으신 가용익 판사, 김해진 변호사가 어제 이곳에 왔습니다. 물론 절 만나러 온 건 아니고 경찰청장님을 만났더군요. 전 사실 대략의 사건 내용과 불충분했던 증거로밖에 이 사건을 보지 못해서 굳이 그 분들이 여기까지 왔다는 게 이해가 안 갔어요. 그런데 마침 가해자 학생이 그 분들의 자식이라고 하길래 뭔가 구린 게 있구나 싶었습니다.”


가해욱의 부모까지 개입이 되었다. 이 얘기를 들으니 방금 전 경찰청장의 지시가 이해가 갔다. 아마도 가해욱 부모와 모종의 거래를 한 거겠지.

상황이 이렇게까지 커졌으면 나 같은 고등학생이 권력자를 이길 방법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을 계속 하고 싶었다. 그게 정의라고 생각했다.


“명월 학생, 저에게 사건에 대해서 자세하게 말해줄 수 있나요? 저도 앞 뒤 내용을 좀 파악해야 따로 수사를 하든 학생을 돕든 할 것 같아서.”


이 형사에게서 담임 선생님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유 모를 신뢰가 생겼다. 지금 가해욱은 학교 밖의 사람인 자신의 부모님을 이 사건으로 끌어들였다. 그것도 법조계 권력자로.

그 말은 즉, 나도 학교 밖의 내 편이 필요하단 뜻이다. 학교 안에서의 내 편이라 생각하는 담임 선생님도 증거 인멸을 막지 못했다. 그렇기에 나는 학교 밖이라는 영역에서 내 편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 형사는 오늘 처음 본 낯선 사람이다. 나를 반가워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반가움은 단지 이 사건의 진상을 알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비롯될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이 사건에 대해 말해준다 한들 이 형사가 날 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날 도와줄지는 미지수다.

내가 말없이 혼자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형사가 먼저 말을 꺼내 날 설득시켰다.


“명월 학생이 지금 고민하는 이유 알아요. 저는 이 사건이 이렇게 종결될 사건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까 들어보니 피해자 학생이 오늘 아침에 자살을 했더군요.”


나는 그 말에 놀라서 숙인 고개를 들어 형사를 쳐다봤다. 앞을 보는 내 시야에 걸친 보미 역시 자신의 얘기에 조금 놀란 모습이였다.


“피해자 학생이 자살까지 했는데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가 됐고, 불기소 처분을 경찰총장이 직접 지시했고, 그 총장은 가해자 학생의 부모님인 가용익 판사, 김해진 변호사를 만났고··· 너무 수상하지 않나요? 이건 뭐 드라마에서도 이 정도로 떡밥을 주면 욕 먹어요. 너무 티가 나잖아요.”


맞는 말이다. 나는 아주 살짝 눈을 흘겨 보미를 쳐다봤다. 보미도 형사 말을 듣고 순간 나를 쳐다봤다. 우리 둘은 그렇게 눈이 마주쳤고 그 순간 나는 어떠한 다짐이 섰다.


“저도 오늘 아침에 가해자 학생이 아무렇지도 않게 등교한 모습을 보고 확실히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드릴게요. 하지만 제가 말했다는 건 꼭 비밀로 해주셔야 해요.”

“당연하죠. 그 약속 꼭 지킵니다. 오늘 팀원들 입단속시켜서 명월 학생이 여기 온 것도 비밀로 할게요.”

“네. 감사해요.”


나는 조철민 사물함에서 나온 공책 사건부터 최민수 휴대폰 사건, 그리고 가해욱과 보미에게 있었던 일까지 모두 말했다. 보미 이름을 언급할 때마다 죄책감이 생겨 나도 모르게 보미 쪽을 계속 쳐다봤다.

보미는 그런 내 행동을 이해한다는 듯 내가 쳐다볼 때마다 작게 고개를 끄덕거리곤 괜찮다는 표시를 해줬다.

형사는 중간에 내 말을 끊고 질문하거나 하진 않았다. 다만 각 사건에 대해 말을 할 때마다 놀라움, 역겨움, 충격감 이 3가지 감정을 표정과 눈빛에 드러냈다.

처음에 공책 사건에 대해 언급했을 때는 형사가 너무 크게 놀라 내가 말을 멈출 정도였다. 나는 형사가 질문이나 감정 표현을 동반한 말을 꺼낼거라 생각해 말을 멈췄지만 형사는 그런 나를 보고 계속 말을 하라는 제스처로 손을 내 쪽으로 하여 위로 들어 올렸다.

우리는 몇 번 이 행동을 반복하다가 결국 나중엔 형사님이 리액션이 좋구나 하고 형사님이 놀라도 그냥 계속 말을 이었다.

형사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리액션을 크게 했고 내가 말을 마칠 때쯤 속에서 열불이 난다며 책상 위에 둔 생수병을 들고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아니, 지금 이게 다 며칠 만에 이루어진 일들이라고? 그것도 고등학교에서?”

“네··· 뭐··· 그렇게 됐죠.”

“너 나중에 형사 할 생각 없니?

“네?”

“학생. 형사도 그렇게까지 빠르게 사건 진행하기 힘들어. 너 재능이야 그거.”


갑작스런 칭찬에 당황을 했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형사의 눈을 그저 피하기만 했다.


“어쨌든, 명월 학생은 가해욱이라는 그 가해자 학생이 증거를 인멸했을 거라고 보는 거죠?”

“네. 지금 형사님 말 들으니까 더더욱 확신이 서요.”


뭐, 사실 이미 가해욱의 생각을 읽고 와서 알 수 있었던 정보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가해욱 측에서 증거를 인멸한 것은 맞지만 누가 어떻게 한 지는 몰랐다.

형사님의 말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명찰은 학생 부장 선생님이 도와준 것 같고, 휴대폰은 경찰 측과 합의하여 진행된 일인 것 같다.


“형사님. 혹시 가해욱 휴대폰 갖고 계시나요?”

“휴대폰? 아, 아직 넘기기 전이라서 우리가 갖고 있긴 해. 왜죠?”

“아무래도 그 휴대폰이 가장 중요한 증거인 것 같아서요. 그 휴대폰 유심칩이라도 복구해서 어떻게 할 수 없을까요?”

“유심칩? 우리도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야. 근데 폰이 워낙 심하게 훼손됐기도 하고, 뭘 해보기도 전에 청장님이 불기소 처분하라고 지시를 했거든. 그래서 유심칩을 복구할 시간도 없었지.”

“어떻게 안될까요?”


나는 동아줄을 잡는 심경으로 형사님을 바라봤다. 하지만 형사님은 나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혼자 깊은 고민에 빠진 듯 심각한 얼굴을 하고 계셨다.

다시 절망으로 빠질 때쯤 이미 절망감을 느낀 듯한 보미의 얼굴이 보였다. 그런 보미를 위해서라도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아, 학생. 그 휴대폰 말이야. 어제 처음 경찰한테 넘겨줄 때 그땐 안 부서져 있었지?”

“네. 그래서 경찰분들이 보고는 이 정도면 증거 충분하다고 하고선 가져가셨어요.”

“그래? 그럼 잠깐 기다려봐.”


형사님은 갑자기 일어나서 빠르게 취조실을 나가셨다. 그러고는 곧이어 내가 문 앞에서 봤던 남자와 함께 돌아오셨다.

나는 어떻게 된 건지 상황 파악을 하려 남자와 형사님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두 분은 내 앞에 나란히 앉으시더니 곧이어 남자가 손에 든 물체를 책상 위로 올렸다.

그 물체는 내가 경찰에게 넘긴 가해욱 폰이었다. 형사님이 말씀하신대로 폰은 아작이 나 있었다.


“가해욱 폰인가요?”

“맞아. 학생이 보다시피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어. 근데 명월 학생 말 들어보니까 방법이 있을 것 같아.”

“김형사님. 그게 무슨 말씀···”


형사님의 말에 남자는 조금 놀랄 듯 눈을 크게 뜬 채로 형사님을 바라봤다.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할만한 대답을 내놓으라는 듯 눈을 형사님에게서 떼지 않았다.

형사님은 그런 남자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고는 이내 여유로운 말투로 말했다.


“아, 둘이 인사를 안 했네. 일단 소개부터 하자. 여기는 제한고등학교 1학년 문명월 학생이야. 그리고 여기는 나랑 같은 팀인 최건우 형사. 자, 이제 서로 인사해.”


형사님의 말에 나와 남자는 서로 어색하게 고개를 숙이곤 인사를 했다. 형사님은 진짜로 방법을 찾은 듯 아까보단 확실히 여유로운 태도로 분위기를 풀어 냈다.


“최형사. 지금부터 잘 들어. 우리는 제한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사건 다시 수사할거야.”

“그 성범죄 영상 사건이요? 하지만 그건 이미 불기소 처분된 사건이잖아요.”

“어차피 불기소 처분이라도 다시 기소할 수 있으니까 상관없어. 문제는 불기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기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바꿔야 하는 거야.”

“그게 어떻게 가능해요?”

“명월 학생이 힌트를 줬어. 너 이거 유심칩 빼서 데이터 복구시킬 수 있지?”

“유심칩은 안 망가졌으면 가능은 해요.”

“뭐해? 그럼 얼른 가서 복구시켜.”

“아, 넵”


예상외로 일은 빠르게 진행됐다. 다행히도 최건우 형사님도 호의적인 건지 그냥 상사 말을 잘 듣는 타입인 건지는 모르지만 우리 편인 것 같았다.

나는 보미를 한 번 쳐다봤다. 보미는 희망이 생긴 듯 희미하게 미소를 띄고 있었다.


“명월 학생. 더 궁금한 건 없어요?”

“아··· 혹시 그 보미 명찰을 좀 받을 수 있을까요?”

“보미? 그 피해자 학생?”

“네, 맞아요.”

“지금은 사건이 불기소 처분 상태라서 줄 수는 있는데 지금 사건을 다시 기소할 예정이라 아마 그것도 증거가 될 거야. 그래서 지금 주기는 어려울 것 같아. 미안해요.”

“아, 아니에요. 사건이 다시 수사되면 좋은 거죠.”

“이해해 줘서 고마워요.”


그래, 사건을 이대로 끝내고 보미 명찰을 되찾는 것보다 다시 시작하고 나중에 찾는 게 낫겠지. 그래도 보미에게 드는 미안한 마음에 나는 또 보미를 보게 됐다.

보미는 내가 걱정한 것과는 달리 기소할 예정이라는 말에 화색을 띠며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런 보미를 보고 안심하고 있는 찰나 취조실의 문이 열리곤 최건우 형사님이 들어오셨다.


“김 형사님. 복구됐어요. 데이터 USB에 옮겨서 노트북에 저장했습니다.”

“어, 어. 잘했어. 노트북 가져와봐. 한 번 확인해보자.”

“네.”


최건우 형사님은 나 역시도 노트북 화면이 잘 보이도록 노트북을 테이블 중앙에 두고 화면을 조작하셨다.

저장된 파일을 이것저것 확인하다가 갤러리 파일을 보게 되었다.


“어, 저거··· 저 파일 봐야 할 것 같은데요.”

“갤러리? 최형사 저거 열어봐.”

“네.”


최건우 형사님은 곧장 갤러리 파일을 열었다. 그리곤 스크롤을 천천히 내려 우리가 갤러리를 확인할 수 있게 하셨다. 보미도 옆에서 같이 뚫어지게 파일을 확인하였다.

그때, 보미가 손가락으로 한 영상을 가리켰다.


“어, 저거! 저거야. 명월아.”

난 보미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형사님들에게 말했다.


“저거예요! 저기 두번째 줄의 네번째요!”

“이거? 이거 맞지?”


나는 바로 보미를 쳐다봤고 보미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도 바로 형사님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야, 최형사. 이 영상 가져가서 IP 확인해봐. 지금 상황 보니까 이렇게 겁도 없이 증거를 훼손한 것 보면 분명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할거야. 뭐 자기도 영상 다운 받은거다, 자기가 찍은 거 아니다, 뭐 이러면서.”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영상 유포한 주소 다 추적해, 알았지?”

“네.”

“아, 명월 학생. 그 가해자 학생이 피해자 학생들 명찰을 모으는 것 같다고 했지?”

“네, 맞아요.”

“알겠어. 최형사. 하나만 더. 영상 분석해서 영상에 나오는 가해자 손 확인해. 실제 가해자 손과 일치하는지 확인하게. 그리고, 무조건 비밀 유지하도록. 알겠어?”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내가 할 일은···”


대화를 마치자 최건우 형사님은 곧장 노트북을 들고 취조실을 나가셨다.

김아영 형사님도 곧 나갈 듯한 채비를 하시며 주머니에서 무언갈 찾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명월 학생. 일단 이건 내 명함.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해요. 나도 바로 할게. 꼭 번호 저장해두고. 생각보다 일찍 연락이 갈 수도 있어요.”

“아, 네··· 알겠습니다.”

“일단 일어나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일단 학생은 학교로 돌아가보도록 해요. 내가 경찰서 정문까지 데려다 줄게요.”

“아, 네. 감사합니다.”


나는 명함을 주머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사님은 문을 열어 나에게 길을 터주시고는 본인이 직접 문까지 닫고 내 옆으로 와 같이 걸으셨다.


“오늘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나도 이 사건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서 제한고등학교로 가려던 참이였거든요. 물론 영장도 없이 가는 거라 바로 막힐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덕분에 일이 너무 쉽게 풀렸어요.”

“제가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예요”

“도움? 도움 정도가 아니지. 거의 뭐 이건 명월 학생이 수사하고 우리가 돕는 입장이지. 진짜 형사할 생각 없어요?”

“아, 하하. 제가 아직은 뭘 하고 싶다 생각한 적은 없어서요.”


담임 선생님 이후로 오랜만에 어른다운 어른을 만나서 그런지 조금은 편하게 의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내 얘기도 서슴없이 나왔다.

형사님과 시덥지 않은 얘기를 하며 걷다 보니 얼마 안 있어 정문이 나왔다.


“명월 학생, 조심히 가요. 내가 학교까지 차로 데려다 주고 싶은데 명월 학생이 준 숙제를 해야 해서.”

“아닙니다! 여기까지 같이 와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사실 아까 들어오면서 조금 무서웠거든요.”


전보다 확실히 풀어진 분위기에 서로 농담을 주고 받으며 편하게 말했다.

나는 형사님께 목례를 하고 경찰서를 나와 다시 학교로 향했다.

내 옆에 계속 붙어 있었던 보미를 보니 보미도 한결 편해진 표정이었다.


“명월아. 정말 고마워.”

“아니야, 뭘 약속했잖아. 우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해주기는 쉽지 않잖아.”

“널 위해서도 있지만 날 위해서 하는 거기도 해. 내가 이 짓을 안 하면 꽤 오랫동안 잠을 편히 못 잘 것 같거든.”


보미와 나는 아까 경찰서로 향했을 때보다 훨씬 홀가분한 마음으로 학교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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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정보의 바다 시대에 도서관이라니 24.09.16 6 0 8쪽
31 31. 화해의 도서관 24.09.13 10 0 7쪽
30 30. 손발도 맞아야 아주 큰 소리가 난다. 24.09.11 10 0 8쪽
29 29. 들리지 않는 대화 24.09.09 13 0 10쪽
28 28. 쌈닭들 24.09.06 15 0 10쪽
27 27. 일석이조 24.09.04 14 0 9쪽
26 26. 보호막 24.09.02 15 0 9쪽
25 25. Just One Second. 24.08.30 19 0 10쪽
24 24. 헤쳐 모여. 작전이다. 24.08.28 18 0 9쪽
23 23. 바쁘다바빠 초능력사회 24.08.26 24 0 11쪽
22 22. 결투를 신청한다. 24.08.23 19 0 10쪽
21 21. 제대로 수업을 하는 날이 없음 24.08.22 19 0 7쪽
20 20. 도망쳐야 하는 순간도 있다. 24.08.20 19 0 8쪽
19 19. 이러다 다 죽어 24.08.17 21 0 8쪽
18 18. 자, 이제 잠에 듭니다 24.08.14 32 0 10쪽
17 17. 쉬는 시간 24.08.12 31 1 11쪽
16 16. 죽고 싶은 사람 이리 모여라 24.07.09 34 2 11쪽
15 15. 우리 반 24.06.23 33 1 22쪽
14 14. 전학 24.06.16 49 1 23쪽
13 13. 수용할 줄 아는 능력 24.06.16 39 0 24쪽
12 12. 견학 24.06.14 37 0 19쪽
11 11. 선택 24.06.12 37 0 15쪽
10 10. 마지막 미션 24.06.11 47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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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사실 초능력이 행운일 수도 24.06.09 41 1 20쪽
7 7. 저세상 베프 24.06.04 42 0 19쪽
6 6. 조력자 24.05.30 44 0 19쪽
5 5. 레벨업 24.05.29 50 1 21쪽
4 4. 보디가드 24.05.26 49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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