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보는 것도 초능력이야? 그건 그냥 무당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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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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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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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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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6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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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전학

DUMMY

제14장. 전학



알람도 듣지 않고 일어났다. 매번 알람을 들어도 일어나기 힘들었는데 막상 알람 설정 안 하고 자니 비슷하게 일어났다. 괜히 억울했다. 늦잠을 자고 싶었는데 몸은 기억하는지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일어났다.

나는 어제 담임 선생님 차에서 내리고 집으로 들어와 엄마와 함께 늦은 저녁을 먹었다.

엄마는 보미의 몸 상태를 물어봤다. 나는 속으로 전종훈 선생님이 고쳐줘서 보미는 금방 나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속마음을 그대로 엄마에게 얘기하면 오늘 있었던 수많은 일들을 다 엄마에게 설명해야 했다.

그거는 조금 피곤하다 생각했다. 오늘 워낙 많은 일이 있어서 선생님 말대로 피로가 쌓였는지 더 피곤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나는 엄마에게 직접 연락 준다는 담임 선생님 말을 믿고 엄마에게 나중에 설명하기로 하고 했다.

나는 저녁을 다 먹고 샤워를 한 다음 쓰러진 건가 생각할 정도로 침대에 드러눕고 그 상태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을 맞이한 지금이다. 나는 눈이 저절로 떠졌어도 여전히 피곤한 기분이었다.

일단 나는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했다. 딱히 특별한 연락은 없었다.

오늘 하루는 정말 푹 쉬어도 될 것 같다. 깨끗한 휴대폰 배경 화면을 보고 안심이 된 나는 다시 편하게 잠에 들었다.


···


“명월아. 일어나 봐. 아직도 자?”

“으응··· 엄마? 엄마 회사는?

“반차 쓰고 왔지. 어제 많이 피곤했어? 지금 벌써 12시야.”

“벌써? 아··· 아침에 일어났는데 다시 잠들었나 봐.”

“밥 안 먹었지? 엄마랑 같이 먹자. 나가서 먹을까?”

“으응. 난 상관없어. 나 일단 씻고 올게.”

“그래.”


아침에 일어났다가 다시 잠 든 모양이다. 벌써 12시라니. 주말이 아닌 평일에 이런 늦잠을 자보는 게 오랜만이라 개운했다.

나는 지금 나에게 느껴지는 졸음에 엄마가 반차 쓰고 집에 온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아무런 의문을 품지 않을 채 얼른 나갈 준비를 마치고 엄마와 함께 밥을 먹으러 갈 생각뿐이었다.


평소에 자주 오는 파스타 식당에 왔다. 엄마랑 난 파스타라면 환장을 한다.

엄마는 익숙하다는 듯 나에게 뭐 먹을지 물어보지 않고 매번 먹던 걸 바로 시켰다.

아까까진 일어난 지 얼마 안 돼서 배고프다는 생각을 못 했는데 식당에 오니 확 배고파졌다.

나는 음식이 얼른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 계속 주방을 쳐다봤다. 그런 나를 정면으로 시선을 돌리게 한 건 엄마의 부름이었다.


“명월아.”

“어?”

“너 담임 선생님께 연락 왔었어. 너 전학 가야 한다며.”

“아··· 연락하셨구나.”

“왜 어제 말 안 했어.”

“아니··· 그냥 엄마 걱정할까 봐 그랬지.”

“그래도 그런 건 바로 말했어야지. 엄마가 얼마나 놀랐는 줄 알아? 담임 선생님께서 너 전학 가야 한다고 했을 때 네가 뭐 잘못해서 강제 전학 가는 줄 알았잖아.”

“에이, 내가 무슨···”

“그러니까 진작에 말했으면 좀 좋아? 으휴.”

“그래서? 나 전학 가도 돼?”

“얘는, 너 이미 간다고 했다며. 지금 와서 엄마한테 허락 맡아서 뭐해.”

“그래도··· 엄마가 싫어할 줄 알았지. 난.”

“아닌데? 엄마는 좋아. 너가 제대로 된 학교 가서 편하게 능력 쓸 수 있다는데 엄마가 반대할 이유가 뭐가 있어?”


엄마가 이렇게 호의적으로 나올 줄 몰랐다. 난 그동안 엄마는 내가 귀신 보는 것을 싫어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어? 엄마 나 귀신 보는 거 싫어하지 않았어?”

“엄마가? 싫어했다기 보다··· 걱정을 한 거지. 귀신들이 너한테 해코지할까 봐.”

“아··· 난 어렸을 때 내가 귀신 얘기하면 엄마가 불안해 보이길래 싫어하는 줄 알았지.”

“야, 그건···! 아, 흠. 그게 걱정해서 그런 거지.”


엄마는 분명 나에게 해명을 할 것처럼 목소리가 잠깐 커졌다. 하지만 엄마는 이내 곧 나에게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는지 했던 얘기를 반복했다.

그런 엄마의 행동이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본인이 직접 입을 막아 다른 얘기를 했다면 내가 물어도 솔직하게 말 안 해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물어보기를 포기하고 다른 질문을 했다.


“그럼··· 내가 귀신 보는 거 말고 다른 거는?”

“다른 거?

“담임 선생님이 말씀 안 하셨어? 전학 얘기 말고?”

“아, 너 능력자라는 거? 말씀해 주셨지. 너가 능력이 많다며? 우리 딸 대단한데?”

“뭘··· 엄마는 내가 안 이상해?”

“네가 뭐가 이상해? 그 학교는 너 같은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라며. 너 같은 사람이 많다는 건 이상한 게 아니지. 소속이 있잖아. 명월아. 네가 어렸을 때 귀신 얘기를 하면 엄마가 불안해 하는 것 같다고 했지? 혹시라도 엄마가 그런 모습을 보여서 너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 하지만 엄마는 그런 의도가 아니였어. 엄마는 너가 귀신을 보는 게 싫었던 게 아니야. 네가 귀신을 봐서 왕따를 당하고 손가락질을 당해야만 했던 게 싫었던 거야.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면 배척하거든. 왜냐하면 사람들은 나와 같지 않다는 건 나에게 위협이 될 거라 생각해. 그래서 네가 귀신 얘기를 할 때마다 귀신이 아닌 인간이 널 해코지하진 않았을까. 또 왕따를 당하진 않았을까. 그래서 네가 상처받진 않았을까. 그런 마음이 너에겐 엄마가 네 능력을 싫어하는 것처럼 비쳤나 봐. 엄마가 미안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엄마가 그런 걱정을 하는 줄은 몰랐다. 나는 단 한 번도 엄마에게 내 능력이 싫냐고 물어보지 못했다. 싫다고 할까 봐. 그래서 회피했다. 내 능력이 싫다는 건 결국 날 싫어한다는 의미니까.

하지만 엄마는 내가 내 능력으로 인해 상처받을까 걱정했던 것이었다. 난 그것도 모르고 나 하나 편하자고 엄마에게 귀신 얘기를 하고선 귀신이 없는 할머니집 마당을 가려고 했다.

엄마는 나에게 매번 마음 졸여가며 귀신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엄마는 자신의 딸이 누군가에게 상처받진 않았는지를 걱정하며 내 이야기를 집중하며 들어야 했다.

그 점이 꾹 참았던 내 눈물을 흘리게 했다. 나는 흐르는 눈물을 바로 닦고선 애써 울지 않은 척 대화를 이어 갔다.


“그럼 엄마는 왜 항상 할머니 집을 갔던 거야?”

“할머니 집? 그건 사람들이 너 미워하지 말라고. 항상 좋은 사람들만 곁에 있게 해달라고 빌러 갔지. 좋은 사람은 나와 다른 사람을 위협이라 생각하지 않아. 배울 점이 있는 사람으로 보지. 엄마는 매번 명월이에게 배워. 사람 마음이라는 건 끝없는 거구나. 결국은 죽어서까지 그 마음이 끝나지 않는구나. 그렇다면 이번 생은 기필코 명월이 너와 행복해야겠다. 생에 한이 남고, 분노가 남은 영혼들은 정말 불쌍한 존재구나. 우리 명월이를 그렇게 두진 말아야지. 나도 명월이와 함께 행복만 해야지. 한이 남지 않는 후회 없는 삶을 보내야겠다. 이런 소중한 다짐을 배워. 명월이 너는 그래서 엄마 삶에 가장 큰 행운이자 축복이야. 이런 지혜를 나에게 누가 줄 수 있겠니. 너만 줄 수 있어.”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애써 참은 눈물이 다 소용없게 됐다. 나는 엄마 사랑이 고픈 5살로 돌아간 것 마냥 자리에서 일어나 엄마 옆자리로 가 엄마를 끌어안았다. 그래도 지금은 엄마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이기엔 조금 창피한 나이니까.

엄마는 훌쩍 훌쩍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안긴 나를 품어줬다. 엄마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그동안 내 존재를 부정한 건 엄마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엄마가 내 능력을 싫어한다는 생각에 내 능력을 부정하며 평범한 척 살아왔고, 엄마의 마음까지 회피했다.

이제야 엄마가 그동안 왜 나에게 귀신 얘기를 종종 물어봤는지 이해가 간다. 엄마는 쭉 내가 걱정됐던 것이다. 내가 날이 갈수록 귀신 얘기를 안 하면서 말수가 줄어들자 또 왕따를 당하는 건 아닌지, 상처를 받은 채 살아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물어봤던 것이다.


“명월아. 엄마는 네가 스스로 한계에 두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금도 봐. 널 이상하게 보는 세상만 있는 게 아니라 네가 평범한 세상도 있잖아. 뭐든 뛰어들어 봐야 아는 거야.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그러니까 스스로 한계를 두지 마. 일단 앞으로 나갈 생각만 해. 힘들면 쉬어도 좋아. 다만 그 멈춘 자리가 너의 세상이라고 생각하진 마. 알겠지?”

“알겠어. 엄마.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에휴, 다 큰 줄 알았는데 아니네. 저거 우리 밥이다. 얼른 자리에 앉아. 밥 먹어야지.”

“응···”


나는 엄마 말대로 다시 내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곧 엄마 말대로 종업원이 우리 테이블로 와서 서빙을 해줬다.

오랜만에 하는 엄마와의 데이트에 나는 정말 5살로 돌아간 듯 내 세상이 엄마로 채워졌다.


···


고단했던 일주일이 지났다. 월요일은 공책 사건, 화요일은 가해욱 사건, 수요일은 보미의 자살이 있었다.

그리고 목요일과 금요일은 담임 선생님이 쉬어도 된다는 말에 집에서 3일 동안 쌓인 피로를 덜어 냈다. 엄마도 목요일 점심부터 반차를 내고 금요일도 연차를 냈다.

엄마는 나에게 곧 전학을 가면 아무래도 학교에 적응하느라 바쁠 거라고 주말까지 쉬자고 했다.

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 일반 고등학교가 아닌 초능력을 배우는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는 것이니 그 전까지 충분히 쉬어도 될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생각으로 목요일부터 주말까지 무작정 쉬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엄마랑 여유롭게 늦잠도 자고 카페에 가서 여유롭게 시간도 보내긴 했지만 이 놈의 제한고등학교는 전학을 가기 전까지 날 놓아주지 않았다.

물론 담임 선생님 덕분에 나는 학교를 안 나가도 됐지만, 그곳에서의 소식이 내 귀까지 들려왔다. 예를 들면 가해욱의 강제 전학 소식이라든가, 가해욱 부모님의 직위 박탈 소식 정도?

이 외에도 1학년 남학생 절반 이상의 정학 소식도 들렸다. 2학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심지어는 기말고사 직전의 상황에서 들린 이 소식은 모두에게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당연히 정학 징계를 받은 1학년 남학생 학부모는 학교에 항의를 했지만 소용없었다. 학교 전교생과 그 학생들의 학부모까지 이번 주에 있었던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았기 때문에 오히려 정학을 받은 남학생의 학부모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정학을 받은 남학생의 학부모들은 학교 측이 더 심한 처벌을 내릴까 두려워 더 이상 항의하지 못했고, 남학생들은 2학기 중간고사 성적이 그대로 기말고사에 반영이 되었다.

그리고 학생 부장 선생님에게도 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학교 시험지 유출과 학생 측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아 해임되었다. 이 뜻은 곧 가해욱 측에서 뇌물을 줬다는 것이 인정되어 가해욱 부모님 역시 징계를 받았다.

그리고 이 모든 사실들이 기사화되어 우리 학교는 불명예와 명예를 한 번에 챙긴 모순적인 경험을 했다.

대부분의 남학생이 같은 학년 여학생을 상대로 성희롱을 했다는 사실, 그리고 전교 1등 남학생이 여학생을 성폭행을 했으며 그 학생의 성적은 알고 보니 학교 선생님의 시험지 유출로 얻어진 성적 조작이라는 사실이 우리 학교가 불명예스럽게 이미지를 실추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은폐하지 않고, 입시에 예민한 대한민국 고등학생이라는 이유로 봐주지 않고 가해자 학생 모두를 징계 처리한 우리 학교는 다시 명예를 회복했다.

이런 소식은 우리 반 단체 카톡방에서 반 친구들이 실시간으로 공유했기 때문에 내가 굳이 알아볼 필요는 없었다.

이미 다 소식을 듣고 난 후에도 담임 선생님이 따로 연락을 주셨다. 그때 나는 학생 부장 선생님의 해임 소식을 들었다.

아무래도 담임 선생님의 권력이 조금 압박으로 넣어진 듯했다. 이 모든 일들이 단 이틀 만에 이루어진 건 말이 안 됐다.

전용준 선생님은 국초부의 권력을 이용하여 학생 부장, 가해욱 그리고 가해욱의 부모님까지 모두에게 처벌을 내린 것 같았다.

선생님에게서 그 소식을 들으니 이제서야 국초부가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선생님은 정확하게 어떤 방식으로 그들에게 처벌을 내렸는지는 말씀 안 해주셨다. 그러나 선생님은 그런 인간들에게 시간을 쓰는 것도 아까워서 빨리 처리하고 다시 복귀해야 한다고 말씀하실 때 눈치챘다. 이 선생님 그냥 주말까지 일하기 싫어서 권력을 이용해 일 처리 속도를 높였구나 싶었다.

부도덕하다 생각하진 않았다. 어차피 그들에겐 처벌이 내려졌어야 하니까.

나는 그렇게 내가 안 물어본 소식들을 접하면서 계속 생각이 난 사람은 보미였다.

그래서 토요일은 엄마와 함께 보미 병문안을 갔다. 담임 선생님 말대로 전정훈 선생님이 보미가 금방 회복할 수 있는 수준만 치유했는지 보미는 금방 활력을 되찾았다.

보미는 나를 보자마자 맑은 웃음을 보여줬고, 보미는 혼이었을 때의 걱정과 달리 마음도 잘 치유가 됐는지 가해욱 소식을 직접 말하며 속 시원하다고 했다.

그 모습에 보미가 금방 활기를 찾은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리고 보미에게 내 전학 소식을 전했다. 초능력 학교라는 건 말하지 못했지만, 집이랑 조금 더 가까운 곳으로 전학 간다고 말했다.

보미는 내 전학 소식을 듣고 눈썹을 한껏 내리며 아쉬운 티를 냈다. 나는 자주 병문안 올 거라 약속했다. 보미도 멀리 가는 거 아니면 종종 보자고 말했다.

그렇게 토요일도 지나고 일요일은 전학 갈 이한고등학교의 교복을 사러 갔다. 물론 초능력 학교라고 교복이 전투복 일거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다른 학교와 다를 바 없는 교복에 오히려 놀랐다.

대신 체육복이 종류별로 많았다. 수영복까지 교복에 포함된 학교는 처음 봤다. 평소에 운동을 잘 안 하는 터라 종류 별로 사야 될 체육복을 보고 걱정이 앞섰다.

교복까지 산 일요일도 지나고 드디어 월요일이 왔다.


···


전학 가는 첫 날은 엄마가 데려다 줬다. 엄마는 날 정문에서 내려주고 힘내라는 말을 해줬다.

나는 엄마에게 먼저 가라고 말했고, 엄마의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정문 앞에 서있었다.

등교길은 전 학교와 다를 바가 없었다. 나와 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고, 월요일을 맞이해 피곤해 보이는 학생, 친구와 함께 수다 떨며 등교하는 학생 등 내가 전 학교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나와 같은 명찰 색을 한 학생들은 나를 한 번씩 흘겨봤다.

아무래도 같은 학년이지만 처음 본 나를 신기해하는 눈빛이겠지. 이 세계에서도 2학기 말에 전학을 오는 경우는 흔치 않은가 보다.

나는 그 시선들은 애써 무시한 채 학교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장 저번 주에 갔던 교무실을 들어 갔다. 나는 금요일에 담임 선생님, 그러니까 전용준 선생님이 전해주신 말을 잊지 않았다.


“명월아. 그 월요일엔 바로 교무실로 가. 형이 그 말하는 거 까먹었다고 전해 달래. 그 날 가서 형 찾아서 같이 교실 들어가. 알겠지?”


선생님은 요원임을 밝혔음에도 여전히 나에게 선생님 같은 태도로 친근하게 대해주셨다.

나는 그런 담임 선생님의 말을 잊지 않고 새로운 담임 선생님을 찾았다.

전정훈 선생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날 보고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으로 오셨다.


“어, 명월아. 시간 맞춰서 잘 왔다. 바로 올라갈까? 아마 지금쯤이면 우리 반 애들은 다 있을 거야.

“네. 근데 전 몇 반이에요?”

“아, 그걸 말 안해줬구나. 여기는 1, 2, 3반 이런 식으로 있지 않아. 속성대로 반에 들어가.”

“속성이요?”

“어. 예를 들어 자연계 속성은 아무래도 공격성이 높은 능력이다 보니 멘탈계 속성이랑 떨어트려 놓듯이.”

“자연계는 뭐고, 멘탈계는 뭐죠···?”

“그래, 아직 너한테 어렵겠구나. 자연계는 말 그대로 자연적인 능력이야. 물을 다스리거나, 바람, 불, 번개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지.”

“와··· 그게 진짜 현실에서 일어나는구나···”

“그리고 멘탈계가 너가 들어갈 반이야. 생각을 읽거나, 미래를 보거나, 사람의 생각을 조종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선생님. 들을 수록 너무 불안해요. 제가 정말 들어가도 되는 건가요?”

“명월아, 네 능력이 제일 놀라워···”


나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며 선생님의 발이 있는 쪽만 보고 걸었다. 너무 많은 정보를 한 번에 들은 것 같아 버거웠다.

선생님의 발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 새 내가 있을 반 앞에 도착했다.

팻말을 확인하니 ‘P반’이라고 적혀 있었다. 선생님은 팻말 아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문 밖에서부터 들린 소음이 바로 잦아 들었다.

나는 학생들이 모여 있는 쪽은 보지 못하고 선생님의 등만 보고 걸었다. 그러고 선생님은 단상 앞에서 멈춰 섰고, 나 역시 그 옆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자, 다 왔지? 빈자리 없는 거 봤으니까 출석 넘어간다. 너희도 보면 알겠지만 우리 반에 전학생이 왔어. 2학기 말에 오는 전학생은 드물지만 이 친구는 우리가 특별히 스카우트했으니까 너희도 반겨주고. 자, 명월아. 자기소개하자.”

“네. 어··· 안녕하세요. 이번에 전학 오게 된 문명월입니다.”

“끝이니?”

“뭘 더 소개할 지 모르겠어서요···”

“명월이에게 질문 있는 사람?”


선생님이 묻자 마자 가운데 앉은 한 여학생이 바로 손을 들었다.


“능력이 뭐야?”

“어··· 쌤, 저는 제 능력 뭐라고 해야 하죠?”

“아, 명월이 너는 혼 능력자라고 명명하면 돼.”


선생님이 대신 대답해준 답에 반 아이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도 처음 들어본 능력인 것 같았다.


“자- 애들아. 명월이는 우리 나라에 몇 없는 ‘확장자’야. 아무래도 혼 능력자라는 말이 생소하지? 명월이는 ‘혼’이라는 확장된 능력 범위에서 영안 능력, 발혼 능력, 마인드 리딩까지 할 수 있어. 그래서 아마 생소할 거야.”


선생님이 보충 설명이 끝나자 아이들은 아까보다는 조용해졌지만 이해를 해서 조용해진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놀랍다는 듯이 다들 입을 벌리곤 이해할 수 없단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초능력자들도 처음 들어 본 능력을 초능력이라 할 수 있나? 나도 모르게 의기소침해졌다.

다시 아까 그 여학생이 질문을 했다.


“그럼 전학생은 시험 어떡해요? 다음 주에 저희 시험인데.”

“아, 그건 명월이는 이번 시험만 실기평가로 넣기로 했어. 필기는 아직 우리 학교에서 배운 게 없으니까. 명월아, 우리 학교 시험 제도는 선생님이 조금 있다가 설명해 줄게.”

“아, 네.”

“명월아. 그럼 너도 자리에 앉자. 저기 딱 하나 빈자리 있지? 맨 뒤에. 너 온다고 새로 꺼낸 책상이니까 저기 앉으면 돼. 그리고 수업에 필요한 교과서랑 시간표는 사물함에 미리 넣어 놨어. 너 사물함은 맨 끝에 이름표 있으니까 그거 보고 찾으면 돼.”

“아, 알겠습니다.”


나는 맨 뒷자리로 가면서 친구들의 시선을 온 몸으로 받아야 했다. 교탁에서 교실 뒤 까지가 천리라도 되는 듯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내가 드디어 자리에 앉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수업 준비하라는 말과 함께 교실을 나가셨다.

그러자 반 아이들이 모두 내 주위로 모여 들었다.


“너 진짜 확장자야?”

“어··· 나도 최근에 알았어.”

“지금까지 네가 확장자인 줄 몰랐어? 그럼 능력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거야?”

“보니까 그동안 영안 능력만 사용했다가 최근에 다른 능력도 사용하게 됐거든. 그래서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전학 온 거야.”

“그렇구나! 되게 신기하다!”


이 학교는 각 반의 학생 수가 많지 않은 지 우리 반은 나까지 10명도 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지금 질문을 폭격 수준으로 받고 있어 정신이 없었기에 우리 반 아이들이 정확하게 몇 명인지는 확인이 안 됐다.

하지만 이 학교에서 적응하려면 친구 관계는 더더욱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 하나하나 정성껏 대답해 줬다. 평범한 고등학교라면 친구 관계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겠지만 이곳은 내가 모르는 정보가 너무 많았다. 그러니 더더욱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나는 팬싸인회를 하는 아이돌의 기분을 경험한 듯 모든 질문에 답을 해주려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각자의 능력을 무엇인지에 대해 소개하기 시작했다.


“아, 내 이름은 강채린이야. 능력은 메모리너야. 다 기억하는 게 능력이야.”


이 친구는 아까 내가 자기소개할 때, 혼자 손을 들며 질문했던 친구이다. 들어보니 전용준 선생님과 같은 능력이었다. 이 친구 역시 엄청 똑똑하겠지.


“나는 정승원이야. 내 능력은 커서야. 저주하는 사람. 내가 저주하면 그대로 되거든.”


이 친구에겐 정말 잘해줘야지.


“안녕! 나는 안지윤이야! 나는 마인드 컨트롤러야. 말 그대로 생각을 조종할 수 있어!”


꼭 베프가 되어야지.


“나는 한민정이야. 내 능력은 예언자야. 미래를 볼 수 있거든.”


오, 나중에 내 미래 물어봐야지.


“안녕. 나는 나지원이야. 나는 마인드 리더야. 같은 능력이라 하니까 되게 반갑네.”


같은 능력을 가졌다고 하니 나 역시 반가웠다.


반 친구들의 소개가 끝나니 이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차분해지자 우리 반 아이들이 나까지 겨우 6명이라는 사실이 내 눈으로 확인되기 시작했다.

나는 같은 반 친구들의 능력을 듣자 다른 반 학생들의 능력 역시 궁금해졌다. 나는 누구를 굳이 지목하진 않고 친구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물었다.


“혹시 다른 반도 우리 반처럼 학생 수가 적어?”

“응. 애초에 능력자가 많이는 없거든. 그리고 더 있을 수는 있는데 너처럼 모르고 있어서 학교에 안 다니는 애들도 꽤 있나 봐. 그래서 국초부에서 능력자 발굴하려고 이곳저곳 돌아다닌다는 얘기 들었어.”


인사할 때부터 텐션이 높아 보였던 지윤이가 빠르게 답해줬다. 나는 지윤이의 말에 바로 전용준 선생님을 떠올렸다. 선생님도 그런 업무를 지시받고 나의 담임 선생님이 된 거겠지.


“그럼 다른 반 애들 능력도 뭔 지 알아?”

“당연하지. 우린 합동 수업 많이 해. 명월이 너도 지금 체육복으로 갈아 입어 해. 혹시 체육복 가져왔어?”

“어. 가져왔어. 여긴 체육복이 많길래 체육 수업도 많을 것 같아서 챙겨왔어.”

“잘했어. 우린 실습 시간이 많거든. 옷은 탈의실 가서 갈아 입으면 돼. 우리랑 같이 가자!”


반 학생 수가 적은 만큼 다 같이 친한 분위기인지 다들 서로 많이 친해 보였다.

나는 단순히 그렇게만 생각했다. 다 같이 뭉친 이유는 그들의 전략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작가의말

공모전 덕분에 연재 열심히 했습니당,,, 아마 15화부턴 연재일에 맞춰서 올릴 듯 싶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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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정보의 바다 시대에 도서관이라니 24.09.16 6 0 8쪽
31 31. 화해의 도서관 24.09.13 10 0 7쪽
30 30. 손발도 맞아야 아주 큰 소리가 난다. 24.09.11 10 0 8쪽
29 29. 들리지 않는 대화 24.09.09 13 0 10쪽
28 28. 쌈닭들 24.09.06 15 0 10쪽
27 27. 일석이조 24.09.04 14 0 9쪽
26 26. 보호막 24.09.02 15 0 9쪽
25 25. Just One Second. 24.08.30 19 0 10쪽
24 24. 헤쳐 모여. 작전이다. 24.08.28 17 0 9쪽
23 23. 바쁘다바빠 초능력사회 24.08.26 24 0 11쪽
22 22. 결투를 신청한다. 24.08.23 19 0 10쪽
21 21. 제대로 수업을 하는 날이 없음 24.08.22 19 0 7쪽
20 20. 도망쳐야 하는 순간도 있다. 24.08.20 19 0 8쪽
19 19. 이러다 다 죽어 24.08.17 21 0 8쪽
18 18. 자, 이제 잠에 듭니다 24.08.14 32 0 10쪽
17 17. 쉬는 시간 24.08.12 31 1 11쪽
16 16. 죽고 싶은 사람 이리 모여라 24.07.09 34 2 11쪽
15 15. 우리 반 24.06.23 33 1 22쪽
» 14. 전학 24.06.16 49 1 23쪽
13 13. 수용할 줄 아는 능력 24.06.16 39 0 24쪽
12 12. 견학 24.06.14 37 0 19쪽
11 11. 선택 24.06.12 37 0 15쪽
10 10. 마지막 미션 24.06.11 47 0 16쪽
9 9. 갑작스러운 의문 24.06.09 40 0 14쪽
8 8. 사실 초능력이 행운일 수도 24.06.09 40 1 20쪽
7 7. 저세상 베프 24.06.04 42 0 19쪽
6 6. 조력자 24.05.30 44 0 19쪽
5 5. 레벨업 24.05.29 50 1 21쪽
4 4. 보디가드 24.05.26 49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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