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보는 것도 초능력이야? 그건 그냥 무당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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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르
작품등록일 :
2024.05.1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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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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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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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자, 이제 잠에 듭니다

DUMMY

제18장. 자, 이제 잠에 듭니다.



채린이에게 이것저것 듣다 보니 쉬는 시간이 벌써 끝나버렸다.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체육복을 교복으로 갈아입고 명상 수업 교과서를 책상에 올려두자마자 수업 종이 들려왔다.


아침엔 애들과 인사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몰랐지만 책상에 앉아보니 책상 수가 확실히 적다는 게 느껴졌다.


학생 수가 전 학교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적은 수이긴 하지만 이렇게 책상에 앉아서 보니 확 더욱 실감이 난다.


근데 이렇게 되면···.


수업 때 잠을 못 자잖아···!



드르륵-



“다 왔지? 어서 앉아라.”



수업 때 잠을 못 잔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에 빠지기 직전,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이 반에 전학생이 왔다지? 아, 저깄네. 아마 자기소개는 이미 했을 테지?”



다행이다. 자기소개를 또 하진 않겠군.



“근데 난 처음 보잖아. 공평하게 서로 자기소개하자.”



···뭐지.



“나는 명상 수업을 맡고 있는 박혜진이라고 한다. 자, 이제 전학생 차례.”


“아, 저는 문명월입니다···.”


“그래. 명월이 넌 능력이 뭐지?”


“확장자입니다. 영안, 마인드 리딩, 발혼을 할 수 있어요.”


“대단한데? 나는 내 능력을 최면술이라고 말해. 다른 사람에게 환각을 심어줄 수 있거든. 그리고 다른 사람의 기억을 읽어낼 수도 있어. 그게 내가 명상 수업을 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



음···. 명상 수업이라길래 편할 줄 알았는데 마냥 편하진 않겠군···.



“이 반 친구들은 아마 전 수업에서도 그랬겠지만, 아무래도 내가 전학생에게 내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말해줘야겠지? 다른 친구들은 지겨워도 조금만 참아줘. 아마 오늘 하루 종일 이럴 테니까.”


“저희는 수업 적게 해서 좋아요!”



선생님의 말에 민정이가 호기롭게 대답했다. 선생님은 그런 민정이를 한 번 보고 웃어주시곤, 다시 날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이 수업은 말 그대로 명상을 하는 수업이야. 보통의 명상은 너의 마음이나 머릿속을 비우고 깨끗한 마음을 얻기 위해 하는 건데, 우리가 할 명상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달라. 정확히는 내면에 있는 능력에 집중하는 거야.”



내면에 있는 능력? 그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지금은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갈 거야. 머릿속을 완전히 비운 다음에 모든 감각을 정신에 집중시키는 거야. 그리고 네가 너의 머릿속에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거지.”



아···!


그런 거구나···!


전혀 모르겠다.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구나. 뭐, 그럴 수 있어. 원래 뭐든 직접 해봐야 해. 자, 마인드 리딩 능력이 있다고 했지?”


“네.”


“지원이랑 같은 능력이네. 그럼 지원이가 먼저 시범을 보일까?”


“네!”



지원이는 발랄하게 대답하고는 명상의 준비 자세가 따로 있는지 의자를 책상에서 조금 빼낸 다음, 손을 책상 위에 늘어트려 놓았다.



“명월이는 지원이 바로 옆자리니까 한 번 잘 봐.”


“네.”


“지원아. 한 번 해봐.”



지원이는 선생님 말에 의자 등받이에 등을 편안히 기대고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원이가 말했다.



“들어왔어요.”


“그래. 잘했어. 명월아. 들어왔다는 게 무슨 말이냐면, 지원이 자신의 능력 근원으로 왔다는 말이야. 이 반 아이들은 모두 멘탈계 능력자라 능력을 정신으로 사용해. 그러니까 능력의 근원 역시 정신 속에서 찾아야 하지. 그래서 명상을 하면 그 근원에 닿을 수 있는 거야.”



선생님의 말씀이 완전히는 아니지만 조금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능력은 멘탈계 능력만 있는 게 아니잖아.


자연계 능력자들은 그 근원이 어디에 있는 거지?



“선생님. 그러면 자연계 능력자는 근원이 어디에 있나요.”


“내가 너희를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능력의 근원’이 너희의 정신 속에 있다고 하는 거지. 실제로 ‘근원’이라는 존재가 우리에게 정말 존재하는지는 몰라. 아직까지 연구진들이 밝히지 못한 부분이지. 이건 역사 시간에 배울 텐데. 아직 역사 수업은 안 들었지?”


“아, 네. 전 수업은 조절 수업이었어요.”


“아, 그렇구나. 어차피 역사 수업 때 배울 거니까 그건 그때 들으면 되고. 계속 설명하자면 자연계 능력자나 멘탈계 능력자나 그 어떤 능력자든지 간에 ‘근원’이 있다면 아마 다 비슷하게 몸속에 존재할 거라는 게 현재 밝혀진 내용이야. 그러니까 사실 자연계 능력자도 명상을 하면 도움이 돼. 그래서 지금 옆 반 아이들도 명상 수업을 하는데 너희랑 조금 방식이 달라.”



아까 지윤이가 멘탈계만 명상 수업을 듣는다고 했는데 지윤이가 잘 못 안 건가?



“자연계 반 아이들은 ‘집중 수업’이라고 해. 내가 정말 다양한 능력자에게 최면을 걸어 봤는데, 그들에게 환각을 걸어서 능력을 증폭시키게 하면 멘탈계는 머리가 아프다고 하고, 자연계는 몸이 아프다고 해. 그리고 자연계 능력자들은 능력을 사용할 때 몸에서 기운이 나온다고 말해. 아무래도 자연계 능력자는 능력이 몸 밖으로 표출이 되어서 그런 것 같아. 이걸 다 종합해 보면 멘탈계 능력자가 머릿속에 있는 능력의 근원을 찾으면 되듯이, 자연계는 몸에서 찾으면 된다는 말이 돼. 실제로 몇 년에 걸쳐 연구하고 수업을 해 본 결과, 자연계는 우리처럼 명상을 하기 보다 일어선 상태로 몸의 기운에 집중하는 게 더 능력 향상이 되더라고. 그래서 자연계 반 아이들은 지금 그걸 배우고 있어. 이해가 됐니?”


“네. 이해됐어요.”



자연계 능력을 비교해서 설명을 들으니 더욱 이해가 갔다.



“자, 그럼 지원아. 너의 근원을 명월이에게 말해줄래?”


“네. 어···. 내 근원은 꾸불꾸불한 길처럼 생겼는데···. 이게 도로처럼 생긴 건 아니고···.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아···! 롤러코스터 같아! 평지 위에 있는 꾸불꾸불한 도로가 아니라 위아래 사방으로 길이 있는 롤러코스터 같단까? 난 그래서 이게 멀리서 보면 뇌 모양일 거라고 생각했어. 인간의 뇌가 꾸불꾸불한 것들이 막 엉켜있잖아. 그 속에 내가 들어온 것 같아.”


“잘 들었지? 능력의 근원은 본인의 능력과 연관이 되어 있어. 아무래도 능력자들이 능력을 사용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형상화하는 것 같다는 연구 결과가 있거든.”



지원이는 나랑 같은 마인드 리딩이니 그 능력을 뇌 모양으로 형상화한 건가?


생각보다 근원이라는 거 되게 단순하네.



“자, 지원아. 이제 그만 나와도 돼.”



선생님의 말에 지원이는 아주 느리게 눈을 떴다.



“이번엔 누가 시범을 보여볼까. 아, 그래. 민정아. 이번엔 네가 한 번 해볼까?”


“네-“



민정이도 지원이처럼 의자를 뒤로 빼내고 손을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그리곤 눈을 감았다.



“민정이는 근원을 찾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려. 민정이는 명상에 집중하고 있고. 그동안 명월이를 위해서 조금 더 설명해 볼게. 일단 민정이 능력은 들었지?”


“네. 예언 능력이라고 들었어요.”


“맞아. 미래를 보는 능력은 말 그대로 능력의 시점이 미래를 두는 거야. 그래서 능력의 근원을 현재에 찾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보면 돼. 그래서 민정이가 근원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리는 이유가 미래에 있는 근원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야. 그리고 애초에 미래라는 건 변수가 너무 많아서 아무리 능력치가 높은 예언 능력자들도 모든 미래를 알 수 없어. 가능성이 있는 여러 개의 시나리오를 보는 거에 가깝지. 그래서 예언할 수 있는 미래가 가짓수로 뻗어 나가기 때문에 근원을 찾기가 다른 능력자보다 더 어렵지.”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민정이를 보니 손과 목이 조금씩 움찔거린다. 마치 접신을 하는 것 마냥.


민정이는 눈을 감고 있지만 눈꺼풀 뒤로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보일 정도로 자신의 세계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 모든 움직임들이 한순간에 멈췄다.



“찾았어요.”


“그래. 그럼 너의 근원을 한 번 명월이에게 말해볼래?”


“내 근원은 어떤 원을 중심으로 줄기 같은 것들이 사방으로 뻗어 있어. 그 원은 마치···. 수정구슬처럼 생겼어. 그리고 줄기들은 그 구슬과 연결되어 있는데 너무 많아서 얼마나 있는지 나도 세본 적은 없어.”


“잘했어. 민정아. 이만 나와도 돼.”


“네.”



민정이는 지원이가 한 것처럼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허억···!!”



민정이는 한순간에 몸이 경직되더니 고개가 꺾인 채 기괴한 신음 소리를 냈다.



“민정아! 얼른 눈 뜨고 선생님 봐!”




선생님은 경직된 채 말도 제대로 안 나오는지 막힌 소리만 내는 민정이에게 달려가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민정이는 굳은 채로 눈을 확 떴다.


그에 바로 민정이의 눈과 마주친 선생님은 민정이의 어깨에 올린 손을 확 빼내었다.


그리고 말없이 민정이를 계속 쳐다보았다.




“민정이는 지금 능력을 쓰고 있어. 그런데 이런 식으로 능력을 쓴 적이 없는데···.”




선생님의 말에 반 아이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서로를 번갈아 보았다.




“안되겠다. 능력을 써서라도 민정이를 깨워야겠어.”




선생님은 바로 손을 민정이의 얼굴에 갖다 대었다.




“민정아. 네가 있는 곳은 현실이 아니야. 뭘 보았든 지금 나와야 해.”




아까부터 선생님만 보고 있던 민정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서··· 선생님···.”




민정이는 축 늘어져 있던 손을 부들부들 떨어대며 힘겹게 손을 올리고 있었다.


몸이 완전히 굳어 있었는지 손을 올리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그리고 민정이는 아주 힘겹게 손을 올려 자신의 얼굴에 있는 선생님의 손을 잡았다.




“헉···!”




민정이가 손을 잡자마자 선생님은 놀란 듯 숨을 들이켰고, 민정이에게 잡힌 손과 놀라 커진 두 눈이 박제가 된 듯 선생님 역시 그대로 굳어버렸다.




“미···민정이는 지금 우리의 미··· 미래를 보고 있어···.”




선생님도 말하기가 힘든 건지 말을 더듬으며 겨우겨우 입을 떼어내셨다.


그리고 굳어 있는 몸 그대로, 눈만 돌려 우리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내 눈앞에 시체 더미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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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업로드 지연 공지 24.06.29 22 0 -
32 32. 정보의 바다 시대에 도서관이라니 24.09.16 6 0 8쪽
31 31. 화해의 도서관 24.09.13 10 0 7쪽
30 30. 손발도 맞아야 아주 큰 소리가 난다. 24.09.11 9 0 8쪽
29 29. 들리지 않는 대화 24.09.09 12 0 10쪽
28 28. 쌈닭들 24.09.06 14 0 10쪽
27 27. 일석이조 24.09.04 13 0 9쪽
26 26. 보호막 24.09.02 14 0 9쪽
25 25. Just One Second. 24.08.30 19 0 10쪽
24 24. 헤쳐 모여. 작전이다. 24.08.28 17 0 9쪽
23 23. 바쁘다바빠 초능력사회 24.08.26 23 0 11쪽
22 22. 결투를 신청한다. 24.08.23 18 0 10쪽
21 21. 제대로 수업을 하는 날이 없음 24.08.22 18 0 7쪽
20 20. 도망쳐야 하는 순간도 있다. 24.08.20 18 0 8쪽
19 19. 이러다 다 죽어 24.08.17 20 0 8쪽
» 18. 자, 이제 잠에 듭니다 24.08.14 32 0 10쪽
17 17. 쉬는 시간 24.08.12 30 1 11쪽
16 16. 죽고 싶은 사람 이리 모여라 24.07.09 33 2 11쪽
15 15. 우리 반 24.06.23 32 1 22쪽
14 14. 전학 24.06.16 48 1 23쪽
13 13. 수용할 줄 아는 능력 24.06.16 38 0 24쪽
12 12. 견학 24.06.14 36 0 19쪽
11 11. 선택 24.06.12 36 0 15쪽
10 10. 마지막 미션 24.06.11 46 0 16쪽
9 9. 갑작스러운 의문 24.06.09 39 0 14쪽
8 8. 사실 초능력이 행운일 수도 24.06.09 40 1 20쪽
7 7. 저세상 베프 24.06.04 41 0 19쪽
6 6. 조력자 24.05.30 43 0 19쪽
5 5. 레벨업 24.05.29 49 1 21쪽
4 4. 보디가드 24.05.26 48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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