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보는 것도 초능력이야? 그건 그냥 무당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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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저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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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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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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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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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저세상 베프

DUMMY

제7장. 저세상 베프


나는 교실로 가 있으라는 담임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고 교무실로 향했다.

의문의 목소리를 통해 알게 된 USB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나는 곧장 교무실로 향했다. 회의실과 교무실은 같은 층에 있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으려면 얼른 움직여야 했다.

발걸음을 바쁘게 움직이며 가고 있던 내 눈 앞에 천장에서 사람이 뚝 떨어졌다. 매희였다.


“야! 어디 가냐?”

“아, 깜짝이야. 나 교무실. 뭐 좀 확인하려고.”

“얘 또 나 빼고 지 혼자 움직이네. 같이 가!”


나는 매희의 말을 무시하곤 서둘러 교무실로 이동했다. 어차피 매희는 따라올거니까.

선생님들은 아직 회의를 하고 있어서 교무실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교무실 안에 있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시험 기간인 지금 교무실을 분명 잠겨 있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 문을 열어 보긴 했지만, 역시나. 문은 자물쇠에 걸려 덜컹거리고 움직이지 않았다.

난 멋쩍게 매희를 쳐다봤다.


“왜, 필요할 때 되니까 내가 보이니.”

“어차피 따라올 생각이였잖아. 안에 들어가서 좀 열어주라. 응?”


매희는 살짝 삐진 듯 입술을 삐죽거렸지만 이내 곧 툴툴거리며 교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귀신인 매희가 키를 만져서 자물쇠를 여는 것은 당연히 어렵지만 창문 걸쇠 여는 것 정도는 쉬웠다.

매희는 익숙한 듯, 교무실로 들어가 창문 걸쇠를 내렸다.

나는 얼른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복도를 살펴본 후, 누가 보기 전에 얼른 창문을 넘었다.

턱이 높은 창문을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넘었다. 창문에서 가볍게 바닥으로 착지한 후, 괜히 교복 치마를 털었다. 그리고 나는 곧장 학생 부장 선생님 책상으로 갔다. 책상 위에 있던 노트북에 USB 하나가 꽂아 있었다.

이 USB가 그 목소리가 말한 USB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교무실에서 그걸 확인할 순 없었다.


“USB? 이게 그 시험지 담긴 USB인가?”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확신할 수 없어. 중요한 물건이니까 다른 곳에 보관할 수도 있고.”

“원래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야. 명월이 너가 지금은 일단 들고 가서 집에서 확인해봐. 만약 다른 USB면 밤이라도 학교 오면 내가 책상 위에 둘게.”

“좋은 방법이긴 하네. 확인은 해봐야 하니까··· 알겠어.”

나는 매희 말대로 일단 USB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창문을 넘기 위해 창문을 조심스럽게 열고는 복도를 살펴봤다. 복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창문을 넘어 교무실을 나왔다.

그리고 또 한 번 복도를 살피며 창문을 닫았다. 매희는 내가 창문을 닫자마자 재빨리 창문 걸쇠를 다시 걸어 잠갔다.

지금 당장 USB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노트북이 없었다. 학교 컴퓨터실을 이용할 수 있지만 곧 종이 칠 시간이라 교실로 돌아가야 했다. 종례 때 자리를 비우면 선생님이 분명 이상하게 생각하실 게 뻔했다. 그래서 일단 선생님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교실로 향했다.


···


1학년 전체가 아직 자습 중이였기 때문에 교실 뒷문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시간을 확인하니 어차피 곧 종례 시간이라 짐을 챙겼다. 방과후 수업은 듣지 않을 생각이였다.

짐을 다 챙기곤 보미에게 온 연락이 있는지 확인했지만 딱히 연락은 오지 않아 다시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창문 밖을 구경하며 조금 더 기다리니 종이 울렸고 그와 동시에 아이들 소음이 들렸다.

곧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어, 얘들아. 조용히 자습 잘 했지? 오늘 방과 후는 하지 않고 바로 하교할 거야. 다들 곧장 집으로 가도록 하고. 알겠지? 그럼 내일 보자.”


방과 후 수업을 안 해서 다행이였다. 어차피 째려고 했지만!


나는 교실 뒤 사물함 위에 앉아 있는 매희와 눈 인사를 하고는 서둘러 집으로 갔다.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던져 두곤 바로 노트북을 켜서 USB를 연결했다.

파일을 들어가니 역시나 시험지로 예상되는 파일명이 수두룩 했다. 다행히 제대로 된 USB를 찾은 것 같다.

나는 순간 호기심에 파일을 열어 볼까 했지만 양심에 찔려 그러진 못했다. 그래서 파일명만 확인하고 USB를 다시 빼고는 교복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바로 옷을 갈아 입고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피로가 한순간에 몰려온 느낌이였다.

오늘 하루가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하루만에 내가 찾아내고, 알아낸 것들이 성취감을 불러일으켰다.

내 교복 주머니에 있는 USB, 시험 유출 증거와 경찰에게 넘긴 성폭행 증거까지. 이 모든 게 내가 이 사건을 완전히 마무리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다. 오로지 나의 힘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그런 믿음.

이제 나에게 더 이상의 풀어야 할 미스터리는 없으며 이미 다 해결했으리라 생각하였다.


그리고 다음 날이 밝았다.


···


이 모든 상황이 이해가지 않았다. 왜 보미가 죽어야만 했는지.


보미는 어제 말한 대로 등교를 했다. 그리고 하루도 안 지나서 마주칠 줄은 생각 못했던 가해욱도 등교를 했다. 어제와 다른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


이 모든 건 수업도 시작하기 전, 짧은 등교시간에 일어난 일이다.

나는 아침에 집을 나서자마자 곧장 보미 집 쪽으로 갔다. 보미는 조금은 걱정이 있는 얼굴이였다.


“많이 걱정돼, 보미야?”

“어··· 괜찮다고는 못 하겠네.”

“걱정마. 내가 계속 같이 있을게. 너가 원하면 오늘 수민이한테 말해서 내가 너 옆 자리에 앉을게.”

“고마워, 명월아.”


보미를 다독여주며 짧은 등교길을 같이 걸었다. 보미의 집과 학교는 가까이에 있어 우리는 대화를 길게 하지 못한 채 학교에 들어섰다. 보미는 긴장을 한 얼굴로 사람들을 살폈고, 살피면서 어쩌다 마주친 시선을 피하기 위해 눈을 굉장히 바삐 움직였다. 난 그런 보미의 손을 꽉 잡아주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평소에는 길다고 전혀 생각치 못했던 정문에서 1학년 복도까지의 거리가 마라톤 마냥 길게 느껴졌다.


1학년 복도에 들어선 후, 나와 보미는 복도에서 가해욱과 마주했다.

순간 내 심장을 누군가 내려친 듯이 쿵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곤 황급히 보미를 쳐다봤다. 보미는 나보다도 더한 충격을 받은 듯, 완전히 얼어 있었다.

가해욱은 그런 우리 둘을 보며 비웃고 지나갔다.


그나마 정신을 차린 내가 보미 손을 끌고 교실로 들어왔다. 반 친구들은 보미를 보는 순간 대화를 멈추었다. 그런 정적을 눈치 채지도 못한 채 얼어 있는 보미는 손만 떨었다.

난 그런 보미의 어깨를 붙잡고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보미야. 잠시만 기다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보미는 초점 잃은 눈을 한 채 내 말은 들리지 않은 듯했다.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보미의 짝꿍인 수민이가 내 눈에 띄었다.


“수민아. 혹시 보미 옆에 있어줄 수 있을까?”

“어, 어. 그럼.”

“고마워. 그리고 혹시 남자 애들 오면 다른 애들이랑 같이 막아줄 수 있어. 지금 아무래도 보미가 많이 힘들어해서···”

“당연하지. 걱정하지마!”


나는 수민이에게 보미 곁을 부탁하곤 교실을 나왔다.

나는 곧장 가해욱의 반으로 갔다. 교실 문을 열고 여학생이 왜 들어오냐는 남학생들의 말을 무시한 채 가해욱 앞에 섰다.


“너 뭐냐?”

“뭐가?”

“너가 여기 왜 있냐고.”

“여기 왜 있긴. 난 아-무 잘못도 안 했으니까 여기에 있지.”


얘 대체 뭘 믿고 이렇게 여유를 부리는거지?

그 순간, 어제처럼 내 머리 속에서 가해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겨우 이 새끼가 뭘 하겠어. 내 폰이 경찰에게 넘겨진 건 놀랐지만··· 뭐 어때. 폰은 부수면 증거 인멸되는데. 근데 이 새끼 명찰은 어떻게 알았지? 근데 그것도 뭐 이젠 상관없어. 내가 분실물을 주웠다고 해준다고 하니까.’


이 목소리를 듣고 이젠 확신했다. 아, 내가 이제 누군가의 생각을 읽을 수 있구나.

살아있는 인간의 육체에는 혼이 깃들어 있고, 나는 혼과 대화할 수 있다면 살아있는 인간의 혼의 말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지금 들린 이 목소리도 어제와 같이 가해욱의 목소리이다.

그리고 어제 들은 목소리를 토대로 명찰과 가해욱의 폰을 찾을 수 있었던 것처럼 이번 목소리도 분명한 사실이다.

저 말이 사실이라는 뜻은 그동안 내가 한 짓은 다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내가 모은 증거들은 결국 가해욱의 손에서 다시 없어지고 말았다.


나는 전의를 상실했다. 이 이상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다. 폰과 명찰이 가해욱의 한 만행을 입증할 유일한 증거일텐데···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왔다.

할 말을 잃은 채 서있는 날 보고 가해욱은 비웃기 바빴다.


“명월아. 너도 이제 나한테 지랄 그만 하고 네 할 일 해.”


시발 새끼가.



자존심이 제대로 상한 나는 이대로 교실을 나가기 죽어도 싫었다.

그래서 어젯밤에 주머니에 넣어둔 USB를 꺼내 들었다.


“그래야지. 나도 그냥 이제 시험 공부나 하려고. 이걸로.”


난 USB를 가해욱 눈 앞에서 흔들었다.


“이거 있으면 나도 전교 1등 할 것 같아. 안 그래?”

가해욱은 USB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 당황하고는 주변을 살폈다.

그러곤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내게서 USB를 빼앗으려는 듯 내게 손을 뻗었다.


나는 그런 가해욱의 손을 피하고 뒤로 물러섰다.


“너도 열심히 해, 해욱아. 나도 열심히 할게.”


가해욱은 내 의미심장한 말에 이를 바득 갈았지만 지금 교실에서 나에게 뭐라고 할 순 없었다. 주변에 학생들이 있었으니까.

지금 가해욱에겐 보미의 일보다 이 시험지 유출이 더 큰 약점일 것이다. 그러니 가해욱의 심기를 건드리긴 위해선 나도 거기에 맞추어야 한다.

가해욱의 낮은 수준을 내가 맞춰야 한다는게 기분 더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지금 정의를 위해 행동하는지, 분노에 휩싸여 복수를 하는지 나조차도 알 수 없었다. 단지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 그대로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토대로 바로 행동이 나왔다.


나는 가해욱을 흘겨보고는 남자 반 교실을 나와 우리 반으로 갔다.

교실에 도착하니 보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얼른 수민이에게 보미의 행방을 물었고, 수민이는 보미가 학생 부장 선생님의 부름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당장 보미에게 가야 했다.


···


나는 보미가 있을 만한 곳을 생각해봤다. 학생 부장이 보미와 은밀히 말할 만한 곳은 상담실밖에 없었다.


상담실 앞에 도착하니 매희가 있었다.


“명월아, 큰일이야! 얼른 옥상으로 가야 해”

“무슨 일인데?”

“내가 조금 있다가 설명해줄게, 일단 얼른!”


나는 매희의 말을 듣고 다시 옥상으로 뛰어 갔다.


옥상에 도착하자 이미 옥상 문이 열려 있었다. 옥상을 살펴보니 옥상 끝에 서 있는 보미가 있었다.


“보미야! 내려와, 얼른!”

“명월아. 학생 부장 선생님이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 나보고 자퇴하래.”

“뭐···?”

“어차피 가해욱은 증거도 없어서 죄를 무를 수도 없대. 그리고 걔는 학교도 계속 나올거래,”

“아니야, 보미야. 내가 다른 증거도 구해왔어. 내가 해결할게. 일단 내려오자, 응?”


보미는 말리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듯, 허공만을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가해욱이 계속 학교를 다니면 나만 불편하지 않겠냐고, 영상을 완전히 지우기도 힘들어서 전학 가서도 계속 힘들거래. 그래서 나보고 자퇴하고 홈스쿨링하래.”


학교는 결국 보미에게 선사할 수 있는 최악을 선사했다.

학생 부장이 아무리 가해욱과 한 패라고 하더라도 결국 이 학교의 선생님이다. 개인이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학생에게 이러한 결정을 전달할 수 없다. 결국 학교가 내린 결정이란 뜻이다.

나는 보미가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 당연히 누구나 자신의 친구가 죽지 않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감정보다 더 크고 복잡한 감정이였다.

나도 이 감정을 말로 정의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내 감정은 중요하지 않았다. 무슨 감정이던 간에 난 결국 보미를 살리고 싶었으니까.


“보미야. 시험지 유출 있잖아. 내가 그거 증거 찾았어. 이것 봐! 이거 밝히고 나서 다른 것들도 다 밝히면 돼. 그러니까 제발 내려와줘.”

“명월아. 나 다 들었어. 너가 가해욱 증거 찾았다고 했잖아. 근데 그거··· 가해욱이 다시 없앴어. 증거를 인멸했다고. 물론 선생님은 그 증거가 가해욱의 범죄를 입증하기 어려워서 증거로 인정이 안됐다고 했지만, 난 그 말 안 믿어. 휴대폰이랑 명찰은 증거로 너무 명백한데, 어떻게 그게 인정이 안돼? 그럼 걔가 증거를 인멸한거겠지. 걔는 결국 어떻게든 죄가 없어질 애야.”


보미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 사실이였으니까.

가해욱의 폰과 명찰이 증거가 아니라니. 말이 안 된다. 가해욱 폰에 보미 영상 원본도 있을 테고, 명찰도 범죄 현장에서 가져온 물품인데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은 모순이였다.

보미 말대로 가해욱은 어떻게든 증거를 없애고 죄를 없앨 인간이다.


“명월아. 내가 죽으면 너가 날 볼 수 있으려나?”

“보미야··· 왜 그런 말을 해···”

“명월아. 내가 죽고 싶은 건 가해욱이 나 죽고 편하게 살았으면 해서가 아니야. 내 죽음이 영원히 걔한테 꼬리표로 달렸으면 좋겠어.”

“보미야, 그건 너가 안 죽고도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아니. 내가 살아있으면 걘 그냥 지금처럼 살아 갈 거야. 난 꼭 걔가 천벌을 받았으면 좋겠어. 명월아. 그러니까 너가 나 좀 도와줘.”

“도와 줄게. 보미야. 도와줄 테니까 얼른 거기서 내려···”




보미가 죽었다.


···


나는 아무도 없는 학교 뒷틀로 가서 혼자 숨을 골라냈다. 과호흡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숨이 안 쉬어졌기 때문이다.

잠시동안이라도 아무도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보미는 그런 내 마음을 아는 듯, 날 따라오진 않았다.


난 이제 무얼 해야 하지. 다 끝낼 수 있으리라 믿었던 가해욱에 관한 증거는 이미 가해욱 손에서 인멸되었다.

USB를 증거로 시험지 유출에 대해 밝힌다 하더라도 보미 사건까지 해결될거란 보장은 없다. USB는 정말 시험지 유출만 밝힐 수 있는 증거니까.

경찰도 한 패였나? 그렇다면 왜 어제 회의 시간에 내가 가져온 증거들을 증거로 충분하다며 가져간 이유는 뭐지?

일단 경찰한테 가야 했다. 가서 어떻게 된 건지 보고 와야겠어. 못 본다면 혼의 목소리라도 들어야겠다.


나는 목적지를 정하자 다시 페이스를 되찾았다. 계속 절망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보미가 도와달라고 했잖아. 어떻게든 보미가 이 이승에 한이 없도록 해야 했다.


가해욱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서를 알아내기 위해 담임 선생님에게 가야 했다.

나는 다시 학교 안으로 들어가 담임 선생님을 찾아 헤맸다. 아마 1학년 교무실에 계시겠지.


지금은 시험기간이라 교무실을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노크를 하고 선생님을 밖에서 불렀다.


“담임쌤! 저 명월이요.”

“명월이? 어, 그래. 잠시만.”


잠시 후, 담임 선생님이 교무실 밖으로 나왔다. 선생님은 내가 무슨 얘기를 할지 이미 안다는 듯이 나에게 상담실 가서 얘기하자고 하셨다.

저번처럼 상담실에 마주 보고 앉아 얘기를 시작했다.


“보미 때문에 왔지?”

“네, 맞아요. 학생 부장 선생님이 보미에게 자퇴하라고 했던데, 이건 학교 측 결정인가요?”

“하··· 이걸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사실 어제 너 가고 나서 선생님들이 계속 회의를 했어. 아무래도 큰 사건이다 보니까 회의가 길어졌지. 일단 가해욱을 정학시켜서 경찰의 수사가 끝날 때까지 보미가 안전하게 학교를 다녀야 한다고 말한 선생님이 반, 그리고 경찰에서 가해욱에 대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가해욱과 보미 둘 다 학교로 나와야 한다는 선생님이 반이였어.”

“그건 말도 안 돼요. 저희가 어제 명찰도 찾았고, 증거가 다 충분했잖아요. 그럼 당연히 가해욱이 정학을 받아야죠!”

“보미 너도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증거들, 결국 증거로 인정이 안 됐어. 솔직히 나는 가해욱 측에서 증거를 조작했을 수도 있다고 봐. 아니면 경찰들에게 뇌물을 줬거나. 근데 그게 뭐가 됐든 다 심증이니···”


나는 가해욱의 목소리를 들었으니 증거를 조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사람의 생각을 읽었다고 진술할 순 없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공간이 분리된 것 마냥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보고는 선생님은 내 정신을 깨웠다.


“명월아. 너 가해욱 폰 어떻게 찾았다고 했지?”

“네? 아, 네. 그거 가해욱이랑 싸울 때 떨어진 거 주워 왔어요.”

“폰이 떨어질 정도면··· 심하게 싸웠니?”

“아··· 그건 아니고, 일방적으로 걔가 맞았어요. 그냥 발로 몇 번 까니까 알아서 넘어지던데요.”

“걔가 덩치값을 못하는구나. 선생님은 사실 너가 가해욱 폰을 넘겼을 때, 다 해결될 거라 생각했어. 사실 그만한 증거가 어디 있겠어? 보미 영상 원본도 거기에 있을 테고, 유포한 흔적도 있을텐데··· 아, 이게 휴대폰은 없어도 유심칩만 있으면 가능한데···”


유심칩?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난 폰을 주웠을 때 있는 그대로 경찰에 넘겼다. 그리고 아까 가해욱의 생각을 들었을 땐, 폰을 부수면 된다고 했다.

정확히 유심칩을 부순다는 말을 아니니 유심칩만 찾으면 다시 증거를 손 안에 가져올 수 있다.


“저, 선생님. 그 혹시 가해욱 사건 조사하고 있는 경찰서가 어디인지 아세요?”

“서부경찰서. 그건 왜?”

“아, 별 건 아니고··· 그 어차피 수사 종결할 거면 보미 명찰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려구요.”

“아, 애들 명찰도 같이 넘겼지. 그래, 받을 수 있으면 받는 게 좋지.”

“네, 그럼 안녕히 계세요.”


나는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곧장 학교 건물 밖으로 나왔다. 가해욱의 휴대폰을 어떤 방식으로 증거 인멸할지 모르니 서둘러야 했다.

내가 급하게 나오자 학교 운동장에 있던 보미가 날 봤다.


“명월아, 어디가?”

“너 명찰 찾으러 가. 서부경찰서에 있대.”

“그래? 그럼 같이 가자.”


이렇게 붙어 다닌 게 몇 년 동안 쭉 그런 것처럼 나와 보미는 기시감 하나 없이 당연하다는 듯 같이 움직였다. 그 느낌이 보미의 죽음을 더 실감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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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정보의 바다 시대에 도서관이라니 24.09.16 6 0 8쪽
31 31. 화해의 도서관 24.09.13 10 0 7쪽
30 30. 손발도 맞아야 아주 큰 소리가 난다. 24.09.11 10 0 8쪽
29 29. 들리지 않는 대화 24.09.09 12 0 10쪽
28 28. 쌈닭들 24.09.06 14 0 10쪽
27 27. 일석이조 24.09.04 13 0 9쪽
26 26. 보호막 24.09.02 14 0 9쪽
25 25. Just One Second. 24.08.30 19 0 10쪽
24 24. 헤쳐 모여. 작전이다. 24.08.28 17 0 9쪽
23 23. 바쁘다바빠 초능력사회 24.08.26 24 0 11쪽
22 22. 결투를 신청한다. 24.08.23 18 0 10쪽
21 21. 제대로 수업을 하는 날이 없음 24.08.22 18 0 7쪽
20 20. 도망쳐야 하는 순간도 있다. 24.08.20 19 0 8쪽
19 19. 이러다 다 죽어 24.08.17 20 0 8쪽
18 18. 자, 이제 잠에 듭니다 24.08.14 32 0 10쪽
17 17. 쉬는 시간 24.08.12 31 1 11쪽
16 16. 죽고 싶은 사람 이리 모여라 24.07.09 34 2 11쪽
15 15. 우리 반 24.06.23 32 1 22쪽
14 14. 전학 24.06.16 48 1 23쪽
13 13. 수용할 줄 아는 능력 24.06.16 38 0 24쪽
12 12. 견학 24.06.14 36 0 19쪽
11 11. 선택 24.06.12 36 0 15쪽
10 10. 마지막 미션 24.06.11 46 0 16쪽
9 9. 갑작스러운 의문 24.06.09 39 0 14쪽
8 8. 사실 초능력이 행운일 수도 24.06.09 40 1 20쪽
» 7. 저세상 베프 24.06.04 42 0 19쪽
6 6. 조력자 24.05.30 43 0 19쪽
5 5. 레벨업 24.05.29 49 1 21쪽
4 4. 보디가드 24.05.26 48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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