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보는 것도 초능력이야? 그건 그냥 무당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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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르
작품등록일 :
2024.05.11 18:33
최근연재일 :
2024.09.1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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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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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레벨업

DUMMY

제5장. 레벨업


나는 아침의 기억을 되살려 다시 보미의 집으로 달려갔다.

나는 매희에게 이번에도 학교에 남아 상황을 봐달라고 부탁했고, 매희는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곧장 아훈이와 보미 집으로 갔다. 202동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보니 5층으로 뜨고 있었다. 분명 가해욱일 것이다.

엘리베이터는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5층에 있는 걸 확인하곤 바로 계단으로 올라갔다.

5층에 가까워질수록 남자가 고함치는 소리와 문을 발로 차는 소리가 점점 커져 갔다.


“야!!! 너 내가 분명 지랄하면 영상 다 퍼트린다고 했지!!!”


5층에 도착하니 예상한대로 가해욱은 보미 집 앞에 있었다.

나는 가해욱을 보자 마자 발로 찼다. 가해욱은 그대로 넘어졌다. 가해욱은 넘어지고서도 날 째려보며 소리쳤다.


“넌 뭔데, 시발!!!”


아직 덜 맞은 것 같다.

나는 다시 발을 들고 가해욱의 그곳을 발로 깠다. 가해욱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그곳을 움켜잡았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렸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 때려도 분이 안 풀릴 것 같아서 여기서 멈춰야만 했다.


“야, 너 무슨 생각으로 여길 왔어? 너 보미한테 그런 짓을 하고도 아직도 협박이나 하고 싶냐?”

“아, 시발! 너가 뭔 상관이야. 그리고 내가 전보미한테 뭔 짓을 했다고!”

“뭔 짓 하긴, 성폭행하고 영상 찍었지. 공책도 너가 시작 한거지? 내가 모를 줄 알고? 지금 어차피 전교생이 다 알아.”


물론 거짓말이다.

내 거짓말에 가해욱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거짓말이긴 하지만 당황하는 꼴이 어이가 없다. 얘 지금 대놓고 학교에서 그런 짓 하고 영상까지 뿌렸으면서 정말 안 들킬거라고 생각한 거야?

···등신인가?

나는 일단 보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한 번 더 가해욱의 그곳을 발로 밟았다. 가해욱이 따라 들어오면 안 되니까.


“아아아악!!! 왜 자꾸 여길 때리고 지랄이야!!””


나는 도움닫기 하듯 힘차게 발로 밟고 나서 보미 집 초인종을 눌렀다.


“보미야, 나 명월이야. 아훈이가 말해줘서 왔어. 괜찮아?”


얼마 안 있어 문 넘어 보미 목소리가 들렸다.


“흐흑··· 며.. 명월아··· 와줘서 고마워··· 걔는··· 갔어?”


보미는 울고 있었던건지 흐느끼는 목소리로 답했다. 나는 바닥에서 그곳을 부여잡으며 뒹굴거리고 있는 가해욱을 본 다음 대답했다.


“내 옆에 있어. 내가 조금 패서 얘가 너 해칠 일은 없을 거야. 문 열어줘도 돼.”


보미는 안심시키는 내 말에도 걱정이 됐는지 문을 바로 열지 않았다.

보미가 문을 열어 주길 기다리고 있는 사이 가해욱은 이제 아픔이 조금 가셨는지 또 한 번 소리를 질렀다.


“야, 전보미!! 너 당장 나와! 내가 너 죽일 거야!!!”

“죽이긴 뭘 죽여, 죽을래?”


나는 이번에도 그곳을 발로 까고 입도 발로 밟았다. 너무 시끄러워서 어쩔 수 없었다.

가해욱은 아픔이 익숙해졌는지 금방 또 입을 나불거렸다. 젠장.


“야, 네가 쟤 도와줘도 소용없어. 나 누군지 몰라? 우리 엄마, 아빠가 변호사, 검사인데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전보미, 쟤? 쟤도 아무것도 못해. 그냥 쟤도 야동사이트에서 나돌아다니는 년밖에 더 되겠어? 야! 보미야!! 그래도 너 취업 걱정 없겠다! 내가 도와줄까? 크흐흑.”


진짜 덜 맞았네. 아니다. 그냥 죽일까? 지금 보는 사람이 딱히 없어서 죽여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까 가해욱을 봤을 때 바로 발부터 나가 패버렸던 때와 다르게 이번엔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내 안에서 무언가 걷잡을 수 없이 끓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느낌이 단순한 분노인지 아니면 정말 얘를 죽이고 싶어서 나오는 살인욕구인지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방금 전까지와는 분명 다른 감정이다. 하지만 이 감정을 정확한 단어로 말하기가 어렵다.

온 세상과 단절된 채 오로지 나만 남은 기분이였다. 기체도, 고체도 아닌 무언가가 나를 감싸 세상과 격리시키곤 나에게 무언의 압박을 하는 것 같았다.

분노인지 살인욕인지 알 수 없는 감정만이 내 머리를 지배하고 날 감싼 어떤 압박은 내 몸을 지배해 움직일 수 없었다.

501호 앞에서 나와 가해욱을 가만히 지켜보던 아훈이도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내가 이상하다 생각했는지 내 앞으로 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누나··· 누나, 왜 그래요?”


아훈이 목소리를 들렸던 것 같지만 무어라 했는지는 모르겠다. 세상이 웅웅거리며 소음이 차단된 기분이였다.

아훈이 말에 대답을 하지 못한 채 가해욱만 가만히 쳐다봤다.

가해욱도 아까와는 다른 나의 모습에 살짝 뒷걸음질을 치며 날 쳐다봤다.


“야..! 너.. 너··· 뭐하는···”


사실 가해욱 말도 들리지 않았다. 여전히 세상이 웅웅거렸다.

그런데 그때, 너무나 선명하게 목소리가 들렸다.


‘이 새끼 뭐지, 지금? 얘 진짜 뭐 아는 거 있나? 에이, 설마··· 얘가 어떻게 알겠어··· 어차피 증거도 없어. 여기 오는 길에 하천에다 폰 버린 걸 얘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 알더라도 절대 못 찾아. 명찰도 그래. 내가 특별반에 명찰 두는 건 아무도 몰라. 얘도 알 리가 없잖아. 그래, 난 좆될 일 없어.’


이 목소리는 뭐지. 분명 가해욱의 목소리다. 내가 가해욱만 너무 빤히 쳐다봐서 가해욱 목소리만 들리는 건가? 그렇다고 하기엔 가해욱은 지금 내 앞에서 겁에 질린 얼굴로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목소리를 무시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 목소리가 사실이라면 보미에게 이 난리를 치러 오기 전, 가해욱은 상황을 모멸하기 위해 증거를 인멸했다는 뜻이다.

역겨울 정도로 뻔뻔한 행동에 순간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슨 감정인지 헷갈렸던 아까와는 다르게 확실한 감정이였다.

내가 당장 쟤 혼만 꺼낼 수 있다면 증거도 안 남기고 완벽범죄로 죽일 수 있을 텐데···

난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바로 가해욱의 머리를 잡았다. 나도 알 수 없는 반사적인 행동이였다.

머리를 잡고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러자, 가해욱은 맥없이 쓰러졌다.


···


쓰러진 가해욱을 보고 점차 정신이 들었다. 세상으로부터 차단된 듯한 느낌이 들던 그 시간은 마치 나의 착각이라는 듯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왔다. 나는 조금씩 정신이 맑아지고 소음도 들렸다.

정신이 들자 내가 가해욱을 죽였을까 하는 두려움이 몰아 쳤다.

천천히 가해욱의 얼굴에 귀를 가까이 하여 그의 숨소리를 들었다.

느리고 작은 숨소리가 들렸다. 가해욱의 숨소리를 듣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죽이진 않아 다행이다.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아까의 내 자신이 무색할 정도로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가해욱이 죽진 않았다는 확신이 들자, 나는 본능적으로 내가 가해욱의 혼을 잠재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도 내가 어떻게 가해욱의 혼을 잠재웠는지 모르겠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훈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말했다.


“누나! 누나가 이 형 재운 거예요?”


난 멋쩍게 웃으며 대답을 회피했다.

내가 혼을 잠재운 것은 맞지만, 직감으로 알뿐 확실하진 않았으니까.

아훈이는 귀신이라 그런지 가해욱이 죽지 않고 혼만 잠들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챈 모양이었다.


난 혹시 몰라 다시 한 번 가해욱이 숨 쉬는 것을 확인하곤 보미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보미야! 가해욱 지금 기절했어. 얘 일어나기 전에 얼른 문 열어줘!”


보미는 문 앞에서 우리 상황을 듣고 있었는지 문을 바로 열어줬다.


“며..명월아··· 나 이제 어떡해···흐흑···”


흐느끼면서 말하는 보미를 보자마자 나는 보미를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걱정하지마. 내가 다 해결할 수 있어.”


나는 확신에 찬 말투로 보미에게 말했다. 그러곤 조금은 급하게 보미의 얼굴을 마주보고 물었다.


“보미야. 너 명찰 어디에 있어?”

“명찰···? 갑자기 명찰은 왜? 난 명찰 교복에 계속 꽂아 두긴 하는데···”


보미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난 보미 방으로 들어가서 보미의 교복을 확인했다.

교복 마이와 교복 조끼 모두 확인해봤지만 둘 다 명찰은 없었다.


“마이랑 조끼 둘 다 없어. 다른 데 둘 만한 곳 없어?

“어라? 나 항상 조끼에 명찰 꽂아두는데 왜 없지? 거기에 없으면 나도 모르는데···”

“언제부터 없었는지 기억 안 나?”

“잠만···어··· 생각해보니까 저번 주에 그 가해욱 일 있고 나서 교복을 빨았는데 명찰을 못 본 것 같아. 나는 항상 교복 세탁기에 넣기 전에 내 책상 위에 명찰을 빼두고 교복 넣거든. 그러고 나서 월요일 아침에 교복 입으면서 명찰을 꽂는데 딱히 기억이 안 나네···”


보미 말을 듣고 난 내 머릿속에서 들린 말이 사실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뒀다.

난 보미에게 신신당부하며 말했다.


“보미야. 나 진짜로 이 일을 해결할 방법을 알 것 같아. 그리고 내가 분명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즐어. 그러니까 넌 절대로. 절대 밖에 나오지마. 너의 안전이 우선이야. 내가 일단 경찰에 신고할게. 쟤가 언제까지 저러고 누워있을지 모르니까. 근데 너도 알겠지만, 쟤는 경찰서를 가더라도 금방 나올 거야. 그러니까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나한테 연락해. 지금도 봤지? 나 바로 달려와서 쟤 기절시켰잖아. 몇 번이고 또 달려올 거야. 그러니 무슨 일 생기면 나한테 먼저 연락해.”


보미는 알겠다는 듯이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보미 집을 나와 아직 누워 있는 가해욱의 발을 한 번 실수로 밟아주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타자마자 바로 112를 눌러 신고를 했다.


“네, 안녕하세요. 지금 제 친구한테 연락이 왔는데요. 자기 집 문을 엄청 두드리면서 소리 지르는 남자가 있대요. 제 친구 집 폴라아파트 202동 502호입니다. 가주실 수 있나요?”


신고를 받은 경찰 분은 바로 출동하겠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엘리베이터가 5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동안 이뤄진 짧은 통화였다.

나는 발걸음을 서둘러 하천 쪽으로 갔다. 하천 찾는 일은 쉽다. 어차피 우리 동네 하천은 하나밖에 없다. 지금 이 아파트와 학교 사이에 있는 사거리에서 서쪽으로 가면 나오는 하천이다.

가해욱이 정말로 하천에 휴대폰을 버렸으면 일이 더 쉬워졌다.

물에는 반드시 물귀신이 있으니까.


···


나는 아파트에서 하천까지 지친 기색도 없이 뛰어갔다.

하천에 도착하자마자 숨을 고르고 바로 귀신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역시나. 돌다리 위에 앉아 있는 귀신이 하나 있었다.

난 그 귀신에게 가서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아까 휴대폰 던진 남학생 보셨을까요?”


아무리 귀신이라도 너무 예의가 없었나. 바로 본론부터 말한 게 신경이 쓰였다.


걱정과는 다르게 귀신은 나의 무례한 행동은 그닥 신경쓰지 않았다. 다만, 자신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더 놀라 보였다.

귀신은 대답을 하지 않고 축축하게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그 초면에 바로 본론부터 말해서 죄송해요. 근데 제가 조금 급해서요. 제 친구가 큰 일을 당했는데 그 폰이 있어야지만 해결할 수가 있어요. 혹시 못 보셨나요?”


귀신은 나의 다신 묻는 물음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듯 자신의 뒤쪽을 쳐다봤다.

저 곳에 버렸나보다. 하지만 이 하천은 꽤나 폭이 넓고 깊이가 꽤 깊을 것이다.

어떻게 폰을 가져오나 고민하던 찰나 귀신이 드디어 입을 뗐다.


“내가 꺼내줄까?”

“그래주실 수 있나요?”

“하천에 뭘 던지는 사람이 많아서 물건 잡는 건 이제 나한테 쉬워.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봐.”


귀신은 내 무례함이 딱히 신경 쓰이지 않았던 듯 호의를 베풀었다.

잠시 후, 귀신은 돌다리 위로 휴대폰을 올려줬다.


“이거 맞아?”

“잠시만요···”


폰 케이스 뒤에 넣어져 있던 학생증을 꺼내 보니 가해욱 이름이 있었다. 이 폰이 확실하다.


“아, 맞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아니야.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뭘.”


해야 할 일? 그게 무슨 뜻이지?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급한 일이 있었다. 의문을 품은 채로 난 몸을 바삐 움직였다.

나는 다시 학교로 뛰어 갔다. 보미의 집과 하천, 그리고 학교까지 다 근처라서 다행이지, 한 곳이라도 먼 곳에 있었으면 분명 아까 쓰러지고도 남았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난 특별반으로 향했다.

1학년은 오늘 결국 계속 자습만 했는지 특별반에서 공부하는 1학년 학생들이 몇 명 보였다.

내가 들어오자 학생들은 ‘쟤가 왜 들어오지’라는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난 신경 쓰지 않고 특별반 교실 벽면에 있는 사물함으로 걸어가 가해욱 사물함을 찾아 댔다.

당연하게도 사물함 잠겨 있었다. 이걸 당장 열어서 증거를 회수해야 할 텐데.


나의 수상한 행동에 특별반 학생 중 한 명이 일어나 말을 걸었다. 우리 반 아이였다.


“명월아, 무슨 일 있어?”

“너 혹시 가해욱 사물함 비밀번호 모르지.”

“어, 그치. 나는 모르지.”


어떻게 열어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매희가 들어왔다.


선생님들은 아직도 회의하고 있나? 매희가 이렇게 바로 나타난 걸 보면 이 근처에서 있었을 텐데, 근처에 있을만한 이유는 선생님들의 회의밖에 없었다.

매희는 내 옆으로 오더니 가해욱 사물함을 기웃거렸다.


“명월아, 내가 안으로 머리 넣어서 한 번 볼까?”


난 해달라는 의미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무래도 지금은 주변에 친구들이 있어서 대놓고 매희랑 대화를 하면 이상하게 볼 게 뻔했다.

매희는 내 고갯짓을 바로 알아챘는지 사물함에 머리를 쑤욱 넣었다.

정말 뭐가 있기는 한건지 매희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꽤 오래 사물함을 봤다.


“사물함 다 봤는데, 다른 짐은 하나도 없고 뭔 명찰만 몇 개 있는데? 전보미 거랑 같이.”


역시나. 보미의 명찰은 가해욱한테 있었다. 근데 명찰이 더 있다는 건 무슨 말이지?

나는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매희를 쳐다봤다.

매희는 그런 내 표정을 쉽게 읽은 듯 바로 답해줬다.


“여자애들 명찰인 것 같아. 보미 것까지 해서 한 6개? 그 정도 있었어. 보미랑 다른 한 개는 우리 반 애들 이름이라 알겠는데 나머지는 모르겠네.”


가해욱은 분명 보미를 성폭행을 한 후, 명찰을 가져왔다.

지금까지의 가해욱을 생각해봤을 때, 가해욱은 과시욕이 있다. 애초에 공책을 시작한 것도 여자 애들이랑 어디까지 스킨십을 했는지 남자애들에게 자랑을 하기 위한 것이고, 보미 집 앞에서도 법조계인 자신의 부모님을 들먹이며 자신의 신분을 자랑했다.

이런 행동을 봤을 때, 다른 명찰들도 분명 보미와 같은 피해자의 명찰일 것이다. 그리고 가해욱은 그것을 전리품 마냥 모으는 것이다.

아, 결국 피해자는 보미가 끝이 아니였구나. 아, 그냥 아까 죽일걸.


그때, 특별반 문이 열리면서 학생부장 선생님이 들어왔다.


“야!! 문명월! 너 지금 자습시간에 뭐하는 거야!!”


얼른 주변을 돌아보니 아까 특별반에 앉아 있던 남학생 하나가 선생님 옆에 있다.

하긴, 내가 애들 공부하는데 소란을 피우긴 했다.


“죄송합니다. 뭐 좀 알아볼 게 있어서요.”

“네가 뭘 알게 있다고 이렇게 들쑤시고 다녀!”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선생님. 범인 잡겠다고. 거의 다 잡은 것 같은데 다 선생님 덕분이예요. 선생님이 절 믿고 맡겨 주셨잖아요.”


나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뻔뻔하게 말했다. 학생 부장 선생님은 본인도 본인이 했던 말을 기억하는지 나에게 더 호통을 치진 못했다.

호통을 치지 못하는 거랑은 별개로 자존심이 상하셨는지 얼굴이 붉어지셨다.

나는 묘한 승리감을 느끼며 특별반을 나왔다.

특별반에서 가해욱의 사물함도 확인했으니 이젠 범인을 밝히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이 모든 사실을 학생 부장 선생님께 말하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담임 선생님께 말해볼까?

나 혼자 이 사실에 대해 떠들어도 어른들 눈에는 친구에 대한 의리로 탐정 놀이나 하는 여고생으로 밖에 안 보일 게 뻔하다. 더군다나 다른 학생도 아니고 가해욱을 범인으로 밝히고 그 과정에서 학부 선생님의 비리까지 말한다면 학교는 더더욱 내 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담임 선생님도 결국 이 학교 선생님인데 온전히 내 편이 되어 주실까?

고민에 휩싸여 옆에서 쫑알대는 매희 목소리도 듣지 못한 채 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때, 바닥에 초점을 두고 걷던 내 눈 앞에서 구두가 보였다.

누군가 싶어 위를 올려다보니 담임 선생님이였다. 담임 선생님을 생각하며 고민하고 있던 터라 눈 앞에 나타나니 티나 나게 당황을 해버렸다.

선생님은 내가 무엇 때문에 당황했는지는 그닥 상관없었는지 의외의 말을 하셨다.


“타이밍 좋게 만났네. 명월아. 선생님이 부탁을 할 게 좀 있는데··· 들어줄 수 있니?”

“부탁이요? 어··· 일단 먼저 들어볼 수 있을까요?”

“그럼, 당연하지. 상담실로 갈까?”


나는 지금 가해욱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터라 사실 선생님이 부탁이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미를 위해 이 학교를 들쑤시고 다닐 거라서 부탁을 못 들어주겠다고 말을 하진 못하겠다.

일단 들어나 보자라는 심정으로 선생님을 따라 상담실로 들어갔다.

선생님은 나에게 자리를 안내해 주시고선 상담실 안에 있는 작은 냉장고를 열어 오렌지 주스를 꺼내셨다.


“이거 먹으면서 들어.”

“아, 감사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명월이 너 요즘 보미 도와주고 있니?”


나는 순간 심장이 발 밑으로 떨어진 듯 했다.

담임 선생님이 하실 말씀이 보미와 관련된 일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다.

솔직히 말하면 마음 한 켠에 어느 정도 걱정은 했다. 그 사건은 선생님이 해결할 테니 이제 그만 하라고 하면 어떡하지라는 그런 걱정.

혹시나 했던 마음이라 아닐 거라는 생각에 크게 고려하지 않아 이에 대한 대답을 준비하지 않았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눈만 굴리고 있었다.

선생님은 내 대답을 기다리다 먼저 말을 한 번 더 꺼내셨다.


“보니까 너는 가해자 쪽도, 피해자 쪽도 아닌데 계속 언급이 되더라고.

공책 사건 때, 그 교실 수업이였던 선생님은 너가 상황 설명해줬다고 하고.

오늘 아침 철민 학생도 너 얘기하더라. 그래서 걔 얘기 듣다가 정확한 상황 진술이 필요할 것 같아서 우리 반 수민이를 회의 시간에 불렀거든?

수민이 말로는 조철민 사물함을 연 사람은 너가 아니라 자기라고 하던데?

근데 너는 아침에 조철민한테 너가 열었다는 식으로 얘기해서 조철민은 너가 그런 줄 알고 나한테 너 얘길 하더라고.”


사실 정확히는 내가 열었다곤 안했다. 그냥 주어를 생략하고 생활복을 넣기 위해 사물함을 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굳이 선생님께 정정해드릴 말은 아닌 것 같아 대답을 하지 않고 계속 듣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최민수가 보미 영상 얘길 했다며? 그때도 너가 최민수 폰을 뺐었고. 그리곤 너가 오전 수업내내 안 보이다가 점심 시간에 또 최민수랑 시비가 붙었다고 하더라. 그리고 지금도. 특별반 학생이 교무실 와서 갑자기 너가 들어와선 애들 사물함을 보고 있다고 말했어.”


이렇게 들어보니까 무슨 금쪽이가 따로 없다. 내가 무슨 짓을 한건지 깨달았지만 그 행동들에 대한 죄책감은 들지 않았다. 다만 죄책감 없는 그 마음이 죄송스러웠다.

그래서 난 안 죄송해서 죄송한 마음에 고개가 숙여졌다.

선생님은 그런 나를 보며 웃으시더니 부드럽게 말씀하셨다.


“하하. 명월아. 내가 지금 널 혼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칭찬을 하고 있는 거야. 같은 반 친구를 위해서 이렇게 발 벗고 수사를 해 주다니. 담임 선생님으로서 너무 기특해.”


예상치 못한 반응에 오히려 내가 당황했다.


“너가 앞장서서 남자 애들 상대하고, 보미가 나가니까 너도 나갔고, 너만 할 수 일이잖니. 그러니까 선생님 말은, 누가 알아 채고 나한테 이른 게 아니라, 친구를 돕고자 너의 마음이 다 드러나서 선생님이 알 수밖에 없었다는 거야. 그래서 그런 너라면 내 부탁을 들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부탁이 뭔데요, 선생님?”

“너가 지금 어디까지 알아냈는지 선생님에게 말해줄 수 있니? 그걸 토대로 선생님도 보미가 이 학교를 잘 다닐 수 있게 하고 싶어. 너가 선생님을 못 믿어도 이해할게. 하지만 이 일을 법적으로 해결하는 건 학교 밖에서 충분히 가능해. 물론 학교는 이 일이 학교 밖으로 나가는 걸 어떻게든 막을 거야. 그래서 힘이 들긴 하겠지만 불가능하진 않아. 하지만 어쨌든 보미가 생활해야 할 곳은 ‘학교’잖아. 그러려면 학교의 도움이 필요해. 학교에 있는 모든 이가 보미의 편은 아니더라도 학교에 보미의 편이 하나라도 있으면 보미가 마음 놓고 학교를 다니는 게, 조금은 가능하지 않겠니?”


선생님 말도 일리가 있다. 이 사건을 어딘가에 제보를 하든 고소를 하든 학교 밖에서 이 일을 알릴 방법은 많았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보미가 안전하고 편안히 지낼 수 있는 ‘학교’라는 공간이 필요하고, 보미는 그 공간을 누릴 권리가 있다.

어차피 가해욱을 이 학교 밖으로 내보려면 어떤 선생님이든 내 편이 있어야 했다.

한 번 믿어 보기로 했다.



작가의말

명월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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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정보의 바다 시대에 도서관이라니 24.09.16 6 0 8쪽
31 31. 화해의 도서관 24.09.13 10 0 7쪽
30 30. 손발도 맞아야 아주 큰 소리가 난다. 24.09.11 10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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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헤쳐 모여. 작전이다. 24.08.28 17 0 9쪽
23 23. 바쁘다바빠 초능력사회 24.08.26 24 0 11쪽
22 22. 결투를 신청한다. 24.08.23 18 0 10쪽
21 21. 제대로 수업을 하는 날이 없음 24.08.22 18 0 7쪽
20 20. 도망쳐야 하는 순간도 있다. 24.08.20 19 0 8쪽
19 19. 이러다 다 죽어 24.08.17 20 0 8쪽
18 18. 자, 이제 잠에 듭니다 24.08.14 32 0 10쪽
17 17. 쉬는 시간 24.08.12 31 1 11쪽
16 16. 죽고 싶은 사람 이리 모여라 24.07.09 34 2 11쪽
15 15. 우리 반 24.06.23 32 1 22쪽
14 14. 전학 24.06.16 48 1 23쪽
13 13. 수용할 줄 아는 능력 24.06.16 39 0 24쪽
12 12. 견학 24.06.14 37 0 19쪽
11 11. 선택 24.06.12 36 0 15쪽
10 10. 마지막 미션 24.06.11 47 0 16쪽
9 9. 갑작스러운 의문 24.06.09 40 0 14쪽
8 8. 사실 초능력이 행운일 수도 24.06.09 40 1 20쪽
7 7. 저세상 베프 24.06.04 42 0 19쪽
6 6. 조력자 24.05.30 44 0 19쪽
» 5. 레벨업 24.05.29 50 1 21쪽
4 4. 보디가드 24.05.26 49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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