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보는 것도 초능력이야? 그건 그냥 무당이잖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저소르
작품등록일 :
2024.05.11 18:33
최근연재일 :
2024.09.16 23:2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056
추천수 :
10
글자수 :
201,725

작성
24.06.23 18:37
조회
32
추천
1
글자
22쪽

15. 우리 반

DUMMY

제15장. 우리 반



나는 따로 챙겨 온 종이 가방에서 체육복을 꺼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몇 안 되는 여자 친구들과 함께 탈의실로 향했다.

학교도, 친구도, 이 세상도 아직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라 가는 길이 조금은 어색했다. 그런 나와 다르게 반 아이들은 다들 낯가림이 딱히 없는지 처음 보는 나에게 친근하게 대해줬다.

특히나 자기소개할 때부터 질문이 많았던 채린이는 여전히 나에게 궁금한 게 많은 지 탈의실을 가는 동안에도 질문을 하였다.


“명월아. 근데 너는 어쩌다가 능력 발현됐어?”

“능력? 어··· 전 학교에서 이래저래 일이 좀 많았거든? 내가 그 일 해결하겠다고 나서다가 어쩌다 보니 능력이 나왔어.”

“무슨 일이 있었는데?”

“어··· 엄청 긴데 짧게 말하면 같은 학년 남자애가 우리 반 여자애를 성폭력 해서 걔가 범인인 걸 밝히려고 여기 저기 다녔거든. 그러다가 그 남자애 생각도 읽고 발혼도 하게 됐어.”

“아- 감정 변화로 인한 발현이구나? 특이한 능력치고는 평범한 발현이네?”

“아, 그래? 다들 그렇게 능력이 발현됐어?”

“우리 반은 다들 그렇게 발현됐어. 보통 멘탈계 능력은 겉으로는 티가 안 나서 다들 처음에는 능력자인 줄 모르거든. 그래서 어떤 계기로 감정이 요동쳐서 발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반대로 자연계는 완전 어릴 때부터 자기도 모르게 능력이 나와서 능력 발현을 일찍 하는 편이고.”

“아··· 그렇구나. 너 얘기 들으니까 궁금하다. 자연계 능력자는 어떨지.”


영화에서 보던 대로 사람 몸에서 물 나오고 불 나오는지 궁금했다. 내 능력이 멘탈계 능력이라 그런지 멘탈계 능력은 사람의 머리속에서 이루어지는 ‘그럴 법’한 능력이라고 느껴졌다. 하지만 자연계는 사람 몸에서 갑자기 다른 물질이 나와야 하는 능력이니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나는 솔직히 걔네 재수없어.”

“나도. 맨날 우리 보고 지들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잘난 척 엄청 하잖아.”


갑자기 채린이 자연계 학생들에 대한 비호감을 드러내자 지윤이도 그 말에 동의를 했다.

지금 보니 멘탈계와 자연계는 그닥 친한 사이는 아닌 것 같았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곧 있을 수업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될 것 같아 굳이 더는 묻지 않았다.

짧은 대화가 오간 짧은 복도를 지나 탈의실을 들어갔다. 체육복이 여러 벌 있는 학교라 그런지 탈의실의 시설 상태가 굉장히 좋았다. 화장실처럼 남녀가 구분 지어 있었고 여러 칸이 있었다. 그리고 세탁기와 건조기, 스타일러, 스팀다리미까지 있는 학교 탈의실은 정말이지 처음 봤다.

시설에 놀란 나는 놀란 눈으로 구경을 시작했고 반 아이들은 익숙하다는 듯 칸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내가 칸으로 안 들어가고 넋 놓은 채 구경만 하고 있자 민정이는 칸으로 들어 갔던 몸을 반 정도 나온 채 나에게 말했다.


“명월아. 뭐해. 얼른 갈아 입어.”

“어, 어.”


나는 민정이의 말에 정신을 차리곤 남는 칸에 들어갔다. 칸의 안도 역시 깔끔했다. 나는 한 칸짜리 탈의실에도 감탄을 하며 교복을 벗었다.

근사한 탈의실에서의 환복을 하는 경험을 하고 탈의실에서 나왔다. 반 아이들은 이미 다 갈아입고 나와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학교 지리를 아직 몰라 친구들을 따라가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서두르는 몸짓으로 친구들에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친구들은 괜찮다는 듯이 서두르는 나를 보며 천천히 하라며 여유를 줬다.

그리고 다 함께 탈의실을 나갔고 탈의실 옆에는 이미 남학생들이 나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승원이와 지원이는 탈의실에서 나온 우리를 보고는 함께 움직였다. 여자 아이들도 남학생들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함께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 반 아이들은 이동을 할 때 다 함께 움직이나 보다 싶었다.

나는 전 학교가 남녀공학이었어도 분반이었기 때문에 아직 이런 상황이 어색하기만 했다.

그 어색함도 잠시, 아이들은 체육관을 이동하는 동안 나에게 학교에 대해 말을 해줬고, 이번에도 역시 채린이 말문을 텄다.


“우리가 지금 가는 곳은 강당이야. 오면서 별관 봤어?”

“어. 여기 본관보다 큰 것 같던데 건물 전체가 별관이야?”

“응. 맞아. 근데 다 한 공간은 아니고, 용도 별로 강의실처럼 나뉘어 있어.”

“무슨 용도?”

“그건 가서 말해줄게. 보면서 듣는 게 더 이해가 빠를 거야. 아, 그리고 이번 수업은 조절 수업이라 곧 자연계 애들 능력도 볼 수 있어.”

“조절 수업은 정확히 뭐하는 거야?”

“말 그대로 각자의 능력을 조절하는 수업이야. 그냥 조절을 하는 건 아니고, 선생님이 지시한 대로 조절해야 해.”

“근데 난 아직 조절하는 방법을 모르는데···”


내 말에 옆에 있는 지윤은 놀라며 내 쪽으로 얼굴을 들이 밀었다.


“어? 진짜로? 하긴, 그러고 보니까 명월이 너는 최근에 능력이 발현됐다고 했지?”

“맞아. 그래서 마인드리딩은 어느 정도 할 수 있는데, 발혼은 발현됐을 때 한 번 해보고 그 뒤론 한 적이 없어.”

“그럴 수 있지. 어차피 지금 수업 듣다 보면 능력 조절은 금방 배워.”

“그래?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지윤이의 말에도 조금은 걱정이 됐다. 나만 능력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이라 비교가 되면 어쩌나 싶었다.

반 친구들과 다른 반 친구들의 능력이 궁금하기도 하면서 벌써부터 위축이 됐다.

위축이 된 티를 내지 않으려 괜히 어깨를 과하게 피면서 걸어갔다. 조금 더 걷다 보니 구름다리가 나왔고 통창으로 된 구름다리를 지나 별관으로 들어왔다.


···


학교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걸으니 어느새 강당에 도착해 있었다. 강당은 밖에서 본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게임 속 같았다.

보통의 학교 강당이 아닌 전투 게임 속의 훈련 프로그램 같았다. 말을 잃은 채 경악과 비슷한 감탄을 하는 나를 보고는 민정이가 설명해줬다.


“아무래도 전에 다니던 강당과는 다르지? 조절 수업은 여기서 해. 아무래도 능력 조절을 배우는 시간이라 이래저래 예측하지 못한 상황들이 생기거든. 일단 저기 있는 살짝 까무잡잡하고 빨간 머리인 애 보이지? 쟤는 이화찬이라고 자연계 반의 화염 능력자야. 일단 화염 능력이라는 것 자체가 불을 다루는 거니까 조절을 못하면 순식간에 불이 나겠지?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지금 이 강당의 벽부터 모든 물체의 재질이 불에 타지 않는 금속 재질이야.”


민정이의 말을 듣고 다시 보니 차가운 금속으로 이뤄진 벽이 게임 같다는 느낌을 자아냈던 것 같다.


“아··· 그렇구나.”

“그리고 물 능력자를 위해서라도 보통의 학교처럼 나무가 아니라 금속으로 해야 했대. 방수가 돼야 하니까. 그리고 천장이 엄청 높지? 저건 비행 능력자 때문에 그래. 그리고 바닥도 자세히 보면 가운데 금이 있지? 이건 식물 능력자랑 중력 능력자가 수업 받을 때 바닥이 양옆으로 열려. 그럼 흙으로 된 땅이 나와.”


몰아 치듯 알려주는 정보에 따라가기 힘든 수업을 듣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듣다 보니 다 자연계 학생들을 위한 장치였다.


“다 자연계 반을 위한 것들이네? 멘탈계 반을 위한 장치는 없어?”


내가 강당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질문을 하자 지원이가 말했다.


“저기.”

“어?”

“저기 맨 앞에 선생님 보이지? 저 분이 우리를 위한 장치야.”

“선생님?”

“자연계 반 담임 선생님인데 너 같은 확장자야. 저 분 능력은 너보다는 조금은 더 흔한 능력이긴 해서 명칭이 있어. ‘쉴더’라고. 이 수업 담당인 저 선생님은 쉴드랑 이그노어 둘 다 하실 수 있어.”

“그 능력들은 뜻 그대로 해석하면 돼?”

“맞아. 쉴드는 자연계 능력을 막을 수 있는 방패가 있다고 생각하면 되고, 이그노어는 말 그대로 무시하는 거라 멘탈계 능력을 피할 수 있어. 보통은 둘 중 한 능력만 있는데 선생님은 너처럼 확장자라서 둘 다 가능하셔. 그래서 학생들이 다치지 않도록 계속 능력을 써주시지. 아무래도 물리적으로 몸을 방어해야 하는 일은 자연계 반에서 많이 일어나다 보니까 자연계 반 담임 선생님도 하시는 거지.”

“아··· 근데 담임 선생님은 왜 계신 거야?”

“우리 반 쌤은 이론 수업 말고 웬만한 모든 실기 수업엔 다 있으셔. 학생들이 다치면 바로 치료해야 하니까. 선생님 안 계시면 그날은 실기 수업도 못해. 하루 종일 이론 수업만 해.”

“아··· 그렇구나.”


지원이의 설명을 듣던 중 지원이가 말한 쉴더 선생님이 호루라기를 부셨다. 그러자 학생들은 일제히 선생님 앞으로 줄을 섰고 나도 반 아이들을 따라 움직였다.

옆에서 채린이가 계속 챙겨주는 덕분에 채린이와 나란히 줄을 섰고 옆으로 같이 줄을 선 자연계 반 학생들을 살짝 흘겨봤다.

내가 생각한 대로 두 반은 서로 사이가 좋은 건 아닌지 멘탈계 반과 자연계 반은 교류 없이 각자의 반끼리 뭉쳐서 떠들었다.

바닥을 자세히 보면 멘탈계와 자연계 사이의 거리가 조금 있었다. 나는 그 공간이 왠지 모를 불편함이 서렸다.

금속으로 된 바닥만 뚫어지게 보다가 앞에서 들리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자, 오늘은 결석생 없지? 둘, 넷, 여섯, 여덞··· 어, 어. 그래. 다 있네. 그 멘탈계 반에 전학생이 왔다는데. 누구니?”


갑자기 언급된 내 소개에 나는 얼른 손을 들었다.


“어, 그래. 앞으로 좀 나와 볼래?”

“아, 네.”


애초에 자연계 반도 멘탈계 반처럼 학생 수가 적어 학생들이 선 줄 자체가 길지 않았다. 그래서 선생님 쪽으로 가는 시간은 몇 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자연계 반 아이들의 시선이 따가워 그 시간이 그닥 짧게 느껴지진 않았다.

애써 그 시선을 무시하며 선생님 옆으로 왔다. 전정훈 선생님은 전용준 선생님과 형제라 그런 지 전용준 선생님과 비슷한 분위기다. 무심한 표정이지만 그래도 무섭지 않은 호감형 얼굴. 그런데 쉴더 선생님은 반대로 차가운 인상을 지니셨다.

그래서 선생님 옆으로 섰을 때, 조금은 긴장이 됐다. 선생님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진 않았지만 차가운 인상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선생님의 눈을 마주치지 않고 학생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자연계 학생들의 얼굴이 이제서야 자세히 보였다. 자연계라고 멘탈계 반 아이들의 모습과 상반되는 모습은 또 아니었다. 모두들 평범한 학생으로 보였다.

하지만 자연계 반 아이들은 나를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지 내 몸에 구멍이 날 정도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나는 그 눈빛이 아까 반 아이들에게 받은 질문 폭탄보다 부담스러워 차라리 선생님을 쳐다보는 게 낫겠단 생각에 선생님에게서 거둔 눈을 다시 선생님에게로 돌렸다.

선생님은 내가 자신의 옆으로 오자 나를 한 번 보시곤, 다시 아이들 쪽으로 시선을 돌리셨다.


“너희 내가 1학년 첫 수업 때 말했지. 너희가 한 능력을 다룰 수 있는 능력자라도 계속 연습을 해야 한다고. 그건 졸업하고 나서도 계속 해야 하는 거야. 그리고 내가 뭐라 했지? 너희가 그렇게 평생 다뤄야 할 능력이 하나라는 거에 감사하라고 했어. 내가 확장자라서 아는 데 능력이 하나인 것과 두 개인 건 하늘과 땅 차이야. 너희는 능력 하나만 있어도 이렇게 매일 조절 수업을 하면서 능력을 다뤄야 하는 데 그게 하나가 더 있다고 생각해 봐. 그거 진짜 머리 아프다.”


선생님은 정말 머리가 아픈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씀하셨다.


“자, 내가 이런 얘기를 다시 하는 이유는 너희에게 조심하라고 말하고 싶어서야. 선생을 하고 있는 나 역시도 너희에게 말한 것처럼 아직도 내 능력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어. 당연히 너희보다야 훨씬 능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조절도 잘 하지만, 너희에게 말한대로 능력은 꾸준히 공부하고 연습을 해야 감을 안 잃어. 그래서 나도 지금까지 하고 있는 거야. 그런데 그렇게 맨날 공부해야 하는 능력이 선생님처럼 두 개인 것도 아니고 더 많으면 어떻게 되겠니?”


선생님의 질문은 학생들을 집중시키기 위한 유도 질문이 아니라 정말 학생들의 답을 요구하는 질문이었는지 질문을 하시곤 말을 마치셨다.

멘탈계 학생들은 이미 내 능력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알고 있어서 질문에 대한 답 혹은 또 다른 질문을 하지 않고 조금은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반면 자연계 반 학생들은 본인들의 담임 선생님보다 능력이 많다는 말에 놀랐는지 서로를 쳐다보며 웅성거렸다. 그리곤 아까 민정이가 말한 화염 능력자인 학생이 손을 들었다.


“쌤! 근데 그게 가능해요?”

“그럼 내가 수업 시간에 불가능한 얘기로 시간을 낭비하겠냐. 내가 서두가 길었지. 그만큼 너희에게 경고를 해주고 싶어서야. 자, 전학생은 확장자다. 참고로 선생님보다 능력이 더 많아. 발현이 된 지 얼마 안 됐고 이제 전학 와서 아직 능력을 조절하기 어려울 거야. 그러니까 너희도 조심해라.”

“쟤 능력이 뭔데요? 아, 쌤. 그리고 어차피 멘탈계인데 저희가 뭐 하러 조심까지 해요.”


화염 능력자의 조롱하는 듯한 말을 끝으로 자연계 학생들은 자기들끼리 비웃었다. 차라리 대놓고 웃기라도 하면 욕이라도 할 텐데 자기들끼리 눈을 마주치고 웃음을 참는 척하며 비웃었다. 그리고 일부러 그러는 지 이번엔 절대 내 쪽을 보지 않았다.

당사자들이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무시하는 저 태도에 나는 어이가 없어 입 안을 혀로 굴렸다.

그리고 아까 반 아이들이 왜 자연계 반에 적대심을 표했는지 이해가 갔다. 그래서 반 아이들을 쳐다보자 그들도 짜증난다는 눈빛으로 자연계 쪽 아이들을 째려봤다.

이래서 우리 반 아이들끼리 뭉쳤구나. 나도 갑자기 동지애가 들었다.


“자, 조용. 이화찬. 너 경고다. 내가 분명 여러 번 말했어. 그딴 태도 보이지 말라고. 알겠어?”


담임 선생님은 날카롭고 무거운 말투로 이화찬을 다그쳤다. 하지만 자연계 반 아이들은 이런 상황이 여러 번 있었는지 딱히 반성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선생님들 역시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더 이상 다그치지 않고 상황을 넘기셨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셨다.


“자, 명월아. 아까 하긴 했지만 앞으로 웬만한 수업들은 거의 다 자연계 반 아이들이랑 들어야 하거든. 귀찮겠지만 그래도 자기 소개 한 번만 더 해줄래?”

“아, 네.”


나는 선생님 말에 대답을 하고 자연계 반 쪽을 봤다. 그 아이들은 우리 반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를 궁금해하는 눈빛을 비추지 않았다. 호기심보단 ‘일단 들어나 보자.’ 같은 눈빛을 보였다.

괜히 승부욕이 돋았다.


“안녕. 나는 문명월이라고 해. 이제야 전학 온 이유는 내가 능력자인 줄 몰랐다가 사람 하나를 죽일 뻔하고 이 학교로 스카우트 받아서 왔어.”


괜한 자존심에 죽일 뻔했다는 말을 할 때 조금 목소리에 힘을 줘서 말했던 것 같기도 하다. 자연계 반 쪽, 특히 이화찬이라는 아이의 눈을 쳐다보며 말을 했다. 사람을 죽일 뻔했다는 말에 이화찬을 포함한 자연계 반 아이들은 비웃음이 서린 얼굴이 조금씩 굳었고 눈빛도 나에게 조금 더 집중을 하는 모양새였다.


“나도 여기 와서 알게 된 건데 담임 선생님은 내가 ‘혼 능력자’라고 하셨어. 그리고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난 확장자고 지금까지 발현된 능력은 영안, 마인드 리딩 그리고 발혼이야. 참고로 난 아직 발혼 능력 조절할 줄 몰라. 그러니까 너희가 많이 도와줘.”


나는 발혼 능력을 조절할 줄 모른다는 말을 할 때 역시 자연계 반 아이들을 아까보다 더 진하게, 거의 째려보듯이 쳐다봤다.

도와달라는 말은 아무래도 정말 말 뜻 그대로가 아닌 경고의 의미로 말했다. 자연계 반 학생들은 내 뜻을 이해했는지 아까보다 얼굴이 더 굳은 것 같았다.

나는 묘한 승리감을 느끼며 우리 반 아이들 쪽을 보자 짜증이 나 보였던 아까와는 다르게 편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뒤에 있던 지윤이는 나를 향해 엄지를 올리며 해맑게 웃었다.

어떤 이든 나의 편으로 만드는 방법이 같은 사람을 적으로 두면 된다더니 벌써 반 친구들이 ‘우리 반’이 됐다.

나는 엄지를 올린 지윤이와 눈을 마주치며 조금 웃었고 나를 보고 있던 우리 반 아이들 역시 웃음을 참고 있었다.

선생님들도 시비라고 하기엔 애매한 나의 말에 대해 굳이 지적하지 않아 자연계 반 아이들의 얼굴에만 짜증이 서려 있었다.

그 얼굴들을 보고 괜히 통쾌했다. 유치하지만 한 방 먹인 기분이었다. 나는 자기소개를 마치고 자연계 반 아이들의 표정을 확인한 다음 선생님들을 보았다.

나는 직접 묻진 않았지만 나의 시선엔 이제 그만 들어가도 되냐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여유로운 미소를 띄고는 내 질문이 담긴 시선에 답을 하듯 고개를 끄덕이셨다. 나는 그런 담임 선생님을 보고 왠지 모를 안도감에 살짝 깊은 날숨을 내쉬곤 자리로 들어 가려 하였다.

그런데 자연계 반 쪽에서 들리는 조금 격양된 목소리에 발걸음은 떼지도 못한 채 다시 자리에 서야만 했다.


“선생님! 어차피 저희 배틀 수업하려면 전학생 능력 미리 봐야 하는 것 아니에요? 오늘 수업 전학생부터 시켜요!”


이화찬이다. 이화찬은 맨 앞과 맨 뒤가 아닌 가운데에 서있던 자리를 앞으로 옮기며 공격적으로 말했다. 이화찬이 말한 건 제안이지만 사실상 압박이었다. 선생님들도 거절하지 못할 압박.

배틀 수업이 정확히 어떤 수업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딱 봐도 학생들끼리 능력으로 배틀을 하는 것일 게 뻔했다.

그런 수업을 해야 한다면 이화찬의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나와 배틀을 하기 위해선 내가 어떤 능력이고, 어느 정도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자연계 반 아이들도 대비해서 공부를 할 것이다.

충분히 근거 있는 압박에 선생님들도 거절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그런 나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선생님 두 분은 서로를 쳐다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으셨지만 이내 곧 나를 보시곤 눈썹을 내리며 미안한 표정으로 바뀌셨다.


“그··· 명월아. 화찬이 말도 맞는 말이야. 사실 오늘 수업에서 전반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려주고 너한테 한 번 해보라고 하려고 하긴 했거든. 이렇게 갑작스럽게 너가 능력을 보일 상황을 만드려고 했던 건 아닌데··· 미안하다. 일단 설명 먼저 해줄게. 자리에 들어가 있어. 화찬이 너도. 넌 그 네 능력 같은 성격 좀 죽여라. 전학생 놀라게 뭘 이 앞까지 나오고 그래. 얼른 들어가.”


자연계 반 담임 선생님의 말에 나는 자리로 돌아갔고 역시나 짧은 동선이었지만 그 사이에 우리 반 친구들의 걱정 어린 시선을 받아야 했다.

나는 괜찮다는 식으로 웃어 보였고 옆에 있던 채린이도 걱정 말란 의미로 내 어깨에 손을 올려 토닥거렸다.

이화찬도 선생님 말에 조금 머쓱한 얼굴로 자리에 돌아갔다.


“자. 너희는 이미 다들 알겠지만 그래도 전학생을 위해서 한 번 더 설명을 할게. 일단 조절 수업은 무조건 한 사람씩 진행한다. 우리 학교에선 어떤 식으로든 사고가 일어나기 십상이야. 그래도 최대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하는 거니까 어떤 경우든 다른 학생이 능력을 사용할 땐, 나머지는 절대로, 절대 능력을 사용해선 안돼. 다만 위급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할 때가 있어. 예를 들어 화염 능력자가 조절을 못해서 능력이 폭주를 하면 당연히 물이 필요하겠지? 그런 경우엔 선생님의 지도하에 능력을 사용할 거야. 물론 너희에게 그 상황을 온전히 맡기진 않아. 다른 선생님 혹은 능력자가 오기 전까지 하는 인공호흡 같은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네.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능력을 사용할 타임엔 무조건. 선생님의 지시대로만 할 것. 그 지시가 구체적이면 그 구체적인 지시에 맞게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능력을 사용해야 해. 혹은 선생님이 너에게 추상적으로 말할 수도 있어. 예를 들어 ‘최대한 능력을 키워봐.’, ‘능력을 모은다고 생각하고 모양으로 만들어봐.’, ‘너가 생각하는 가장 행복한 기억을 조작해 봐.’ 이런 것들이 있어. 그럼 그 지시도 역시 추상적으로 창의적이게 구현하면 돼. 지시는 당연히 각자의 능력에 맞춰서 하기 때문에 다 다른 지시를 받게 될 거야. 알겠니?”

“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말해도 해봐야 이해가 더 쉬울 거야. 자. 그럼 일단 명월이는 저기 가운데로 가. 나머지는 각자 위치로.”


선생님의 손 끝을 따라 뒤를 돌아 강당의 가운데를 보니 원이 하나 있었다. 나는 그 원으로 갔고 학생들은 자연계와 멘탈계가 나뉘어 강당의 양 끝으로 가 계단에 앉아 있었다.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머리론 이해했지만 마음은 이성적으로 되진 않았다. 선생님이 말하는 그 지시가 무엇일지 예상이 안 갔다. 자연계 능력은 눈에 보여지는 능력이니 예상이 가지만, 멘탈계는 대체 어떤 지시가 받고, 그 지시대로 하는 지를 어떻게 확인하는지 예상이 안 갔다.

나는 저 앞에서 힘내라는 듯 나를 보고 있는 담임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 어째서인지 담임 선생님은 나보다 더 긴장을 한 듯한 표정이었다.

그런 표정을 하고 있는 담임 선생님을 보자 의지가 되어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은 차분해졌다.

차분해진 나를 눈치채셨는지 스피커에서 쉴더 선생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자? 명월아. 준비됐지?”

“네. 준비됐어요.”


나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쉴더 선생님을 보았고, 선생님도 입을 여셨다.


“자, 그럼 이제 내 혼을 빼앗아 봐.”




작가의말

새로운 자살 방법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신 보는 것도 초능력이야? 그건 그냥 무당이잖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업로드 지연 공지 24.06.29 22 0 -
32 32. 정보의 바다 시대에 도서관이라니 24.09.16 6 0 8쪽
31 31. 화해의 도서관 24.09.13 10 0 7쪽
30 30. 손발도 맞아야 아주 큰 소리가 난다. 24.09.11 10 0 8쪽
29 29. 들리지 않는 대화 24.09.09 13 0 10쪽
28 28. 쌈닭들 24.09.06 15 0 10쪽
27 27. 일석이조 24.09.04 13 0 9쪽
26 26. 보호막 24.09.02 15 0 9쪽
25 25. Just One Second. 24.08.30 19 0 10쪽
24 24. 헤쳐 모여. 작전이다. 24.08.28 17 0 9쪽
23 23. 바쁘다바빠 초능력사회 24.08.26 24 0 11쪽
22 22. 결투를 신청한다. 24.08.23 18 0 10쪽
21 21. 제대로 수업을 하는 날이 없음 24.08.22 18 0 7쪽
20 20. 도망쳐야 하는 순간도 있다. 24.08.20 19 0 8쪽
19 19. 이러다 다 죽어 24.08.17 20 0 8쪽
18 18. 자, 이제 잠에 듭니다 24.08.14 32 0 10쪽
17 17. 쉬는 시간 24.08.12 31 1 11쪽
16 16. 죽고 싶은 사람 이리 모여라 24.07.09 34 2 11쪽
» 15. 우리 반 24.06.23 33 1 22쪽
14 14. 전학 24.06.16 48 1 23쪽
13 13. 수용할 줄 아는 능력 24.06.16 39 0 24쪽
12 12. 견학 24.06.14 37 0 19쪽
11 11. 선택 24.06.12 36 0 15쪽
10 10. 마지막 미션 24.06.11 47 0 16쪽
9 9. 갑작스러운 의문 24.06.09 40 0 14쪽
8 8. 사실 초능력이 행운일 수도 24.06.09 40 1 20쪽
7 7. 저세상 베프 24.06.04 42 0 19쪽
6 6. 조력자 24.05.30 44 0 19쪽
5 5. 레벨업 24.05.29 50 1 21쪽
4 4. 보디가드 24.05.26 49 1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