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보는 것도 초능력이야? 그건 그냥 무당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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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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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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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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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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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견학

DUMMY

제12장. 견학



보미의 혼이 육체로 들어가고 얼마 안 있어 보미의 손가락이 아주 살짝 움직였다.

다행이다. 금방 의식이 돌아왔구나.

보미 부모님도 보미의 작은 움직임을 보셨는지 자리에서 튕겨지듯 일어나셨다. 그리곤 그대로 병실을 달려 나가 의사와 간호사를 부르셨다.

그동안 나는 보미 옆으로 가 아까처럼 보미의 생각을 읽으려 하였다.

심호흡을 하며 머리를 비우려 했다. 상황이 복잡해서 생각을 비우는 건 어렵긴 했지만 그래도 심호흡을 계속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잡생각을 떨쳐 냈다.

머리가 맑아지고 눈을 떠 보미를 바라보았다.


‘아··· 아프네···’


들린다. 보미의 생각이 들린다. 나도 모르게 긴장을 했었는지 보미의 목소리를 듣자 마자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곧 의사와 간호사가 들어왔고 보미의 상태를 확인하였다.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의사는 손으로 보미의 눈을 강제로 열고 눈 앞에서 손전등 같은 것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보미는 또렷한 눈빛을 하진 않았지만 빛을 따라 눈동자를 조금씩 움직이며 안광을 빛냈다.

보미 부모님은 다시 뜬 보미의 눈을 보고는 서로를 끌어안으셨다.

지금은 병실에 사람이 많아 복잡하기도 하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진료를 마치고 나가더라도 가족끼리 시간을 보낼 것 같아 나는 조용히 병실을 나왔다.

보미 부모님께는 인사드리고 싶었지만 그럴 경황이 없어 보이셔서 조용히 나왔다. 보미는 며칠 입원을 해야 할 테니 다음에 병문안을 다시 와 그때 인사를 드려야겠다.


나는 가벼워진 어깨를 하고 병원을 나섰다. 병원에서 우리 집은 조금 거리가 있기 때문에 버스를 타러 정류장 쪽으로 갔다.

인도를 따라 걷고 있는 중, 도로 쪽에서 자동차 클락션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난 큰 소리에 반사적으로 옆을 쳐다보자 의외의 인물이 창문을 내리고 나를 보고 있었다.


“명월아. 집 가는 거지? 내가 데려다줄게. 어서 타.”

“담임쌤? 여긴 무슨 일로···”

“뒤에 차 온다. 얼른 타. 일단.”


담임 선생님의 재촉에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급하게 차에 올라탔다.

뒤에 차가 오는 건 사실이었는지 담임 선생님은 사이드 미러를 확인하곤 출발하셨다.

나는 지금의 상황이 어리둥절하여 안전벨트도 못 맨 채 운전하는 담임 선생님만 바라보았다.

담임 선생님은 차에서 경고음이 들리자 곁눈질로 나를 살짝 보셨다.


“명월아. 안전벨트 해야겠는데? 경고음 울린다.”

“아, 네.”


나는 뒤로 맨 가방을 먼저 앞으로 가져와 안고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아까보다 자세가 편안해지자 마음이 조금 차분해졌다.

마음이 차분해지니 머리에 물음표로만 가득했던 것들이 물음표 옆에 질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여기까진 어쩐 일이세요?”

“회의가 이제 끝나서 지금 퇴근했어. 너무 늦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 딱 만났네.”

“제가 병원에 온 줄 아셨어요?”

“당연하지. 보미 입원 비용 내가 냈어.”

“선생님이요? 왜요?”

“왜긴. 내가 담임이니까.”

“담임 선생님은 원래 그런 것까지 해야 해요?”

“아니,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담임 선생님은 내 질문에 다 답을 해주셨지만 내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


“근데 입원 비용이랑 제 위치를 아는 거랑은 상관없잖아요.”

“명월이 너는 역시 머리가 좋구나. 아니면 내 생각을 읽은 건가?”

“네?”


담임 선생님 말에 너무 놀라서 나의 모든 세포가 멈춘 느낌이였다. 나는 움직이지 못한 채 크게 뜬 눈으로 담임 선생님을 쳐다봤다.

곧 신호에 걸린 차가 멈추고 담임 선생님도 날 바라보았다.

묘하게 전과는 달라진 눈빛에 나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그 눈빛에 압도를 당해 눈을 피하고 싶어도 몸은 이미 굳어버려서 피할 수 없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명월아. 내가 너한테 보여 주고 싶은 곳이 있어. 같이 가도 될까?”

“거, 거기가 어딘데요?”

“위험한 곳은 아니야. 이미 시간이 조금 늦었으니까 부모님께 연락 드려. 담임 선생님이랑 있다고 말씀드리고,”


날 어디로 데려간다는 말에 나는 순간 달리는 차 문을 열어 뛰어내릴 뻔했다. 하지만 곧이어 부모님께 연락드리라는 말에 그 다짐은 넣어두었지만 아직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내 질문에 대한 담임 선생님의 대답을 들었지만 아직 의문투성이였다. 오히려 의문이 더 생겼다.

왜 보미의 병실 비용을 그것도, 1인실 비용을 담임 선생님이 내줬으며 내가 보미가 있는 병원에 있다는 걸 어떻게 아셨을까. 또한 내가 생각을 읽는 걸 아시는걸까? 아니면 그냥 떠보는 걸까?

그리고 무엇보다 날 어디로 데려가는걸까.

나는 일단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다. 식은땀을 흐르게 하는 불안감 때문에 손이 떨려 문자가 아닌 전화를 했다.

신호음이 몇 번 가더니 엄마가 전화를 받았다.


”어, 엄마. 나 아까 학교 마치고 친구 병문안 갔었어. 이제 집 가려고.”

“아니, 명월아. 그 친구 맞지? 오늘 뉴스도 나왔어. 너희 학교 애 자살했다고. 걔 맞아?”

“어, 어. 나랑 같은 반 친구. 근데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 없어서 괜찮대. 그래서 지금 입원하고 있어서 병문안 갔다 왔어.

“어유, 그래. 잘했어. 너는 언제쯤 돌아올 것 같아?”

“나 지금 병원 앞에서 담임 선생님 만나서 선생님이 데려다주신다길래 같이 있어. 그래서 아마 금방 갈거야. 아, 그리고 엄마. 나 배터리가 없어서 30분 후에 엄마가 전화해 줄 수 있어?”

“잘 충전해두지. 알겠어. 선생님께 안부 전해드리고-“


나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며 엄마에게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배터리가 없는 것과 전화를 하는 것은 전혀 연관성이 없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이 날 어디로 끌고 가서 무슨 짓을 할 지 모르기에 엄마가 곧 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담임 선생님께 인지시켜야 했다.

나는 손끝이 아리는 공포 때문에 그냥 이대로 차 문을 열고 달아나고 싶었다. 그러나 또 다른 마음 한 켠에서 호기심이 도사리고 있어 목적지를 확인하고만 싶었다.

내가 엄마와의 통화를 마치니 무거운 정적이 차 안을 누르고 있었다. 나는 내가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걸 담임 선생님 앞에서 모르는 척 야 할지, 아니면 어떻게 알았냐고 캐물어야 할지, 무엇이 최선인지 구분이 안 갔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행동은 묵언수행이었다.

1분이 한 시간 같은 시간이 지나자 선생님은 속도를 줄이더니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골목을 들어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산 하나가 보였고 그 산 중턱보다 좀 더 아래쪽에 한 건물이 보였다.

선생님은 그 건물로 가려는 듯 산의 입구로 들어섰고 오르막길을 좀 더 오르니 그 건물의 모습이 완전히 보였다.

그 건물은 학교였다. 선생님은 학교에 들어서곤 주차장에 주차를 하셨다. 난 선생님이 주차를 하실 동안 창문을 통해 학교 외관을 구경했다.

조금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학교 건물 자체는 우리 학교 보다 작은 것 같은데 운동장 우리 학교의 2배를 넘는 듯 굉장히 넓었고 별관 하나는 옆에 있는 학교 건물보다 더 컸다.

무슨 학교인지 생각하고 있을 쯤 선생님은 주차를 마치고 차 시동을 끄고 있었다.


“내리자. 명월아.”

“네.”


나는 선생님과 함께 차를 내렸지만 차에서 내린 다음의 목적지는 몰랐기에 선생님이 차 문을 닫고 움직이길 기다렸다.

선생님은 자연스럽게 학교 건물 방향으로 걸으셨고 나도 선생님 옆으로 가 선생님 걸음에 맞춰 걸었다.


“명월아. 여기가 이제 너가 전학 올 학교야.”

“네? 전학이요? 저 전학 안 가는데요?”

“응, 아니야. 너 전학 가.”


이게 무슨 소리지.


···


나는 선생님의 황당한 소리를 듣고 어이가 없었지만 선생님을 보니 장난을 하시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가 정말로 나도 모르는 전학을 가야 하는 상황인 것 같아서 내가 강제 전학을 당했나 생각했다.

선생님은 학교 건물로 들어선 후, 이미 이곳의 지리를 아는 듯 빠르게 이동하셨다. 선생님은 마치 이 학교의 선생님인 듯 굉장히 자연스럽게 행동하셨다.

나는 그런 선생님의 뒤를 따라 가며 학교 안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요 며칠 담임 선생님을 보면 행동력이 빠른 사람이라 판단되는데 그런 사람이 날 전학시킨다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도 이미 마음 속으론 선생님의 뜻대로 될거라 생각했는지 체념하고는 내가 다닐 학교를 관찰했다.

선생님은 이 학교 교무실로 들어섰다. 이미 학교 선생님들은 퇴근하고 남을 시간이라 교무실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딱 한 분 계셨는데 그 분은 교무실 문이 열리고 우리가 들어온 걸 보시자마자 일어나셨다.

근데 얼굴이 낯익었다. 어디서 많이 봤는데···

알 듯 말 듯 이 기시감을 느끼고 있을 때, 담임 선생님이 말했다.


“어, 형. 혼자네?”


형? 그러고보니 저 선생님은 우리 담임 선생님을 닮으셨다. 바로 옆에 있었는데 왜 눈치를 못 챘을까.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아니면 오히려 바로 옆에 있어서 아예 생각조차 못 한 걸 수도 있다. 설마 둘이 형제인가?

내가 두 사람의 관계를 파악할 동안 담임 선생님의 친근한 말에 그 분도 놀랍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나갔다.


“지금은 퇴근시간이지. 나야 당직이기도 하고 너 만나야 하니까.”

“아, 명월아. 여긴 이 학교 선생님. 인사해.”

“안녕하세요.”

“아- 너구나. 문명월 맞지?”

“네, 맞아요.”

“나는 이제부터 너 담임 선생님이 될 전정훈이라고 해.”

“아, 네···”


전정훈? 담임 선생님과 같은 성씨다. 형제가 맞는 것 같다. 굳이 두 사람에게 형제냐고 묻진 않았다. 두 사람이 형제든 아니든 나에겐 딱히 중요하진 않았으니까.

나는 이 두 사람에게 질문은 한다기 보다 이 상황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원했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어색하게 서 있기만 했다.


“일단 앉아서 얘기해볼까?”


···


전정훈 선생님은 교무실 뒤편에 있는 테이블로 우리를 안내하셨고, 담임 선생님과 나는 안내를 받고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전정훈 선생님은 자리에 앉지 않고 우리에게 대접할 차를 내오러 구석으로 가셨다.

곧이어 컵 두 개를 들고 오셔서 우리에게 각각 한 잔씩 주시고는 자리에 앉으셨다.


“자, 이제 얘기해보자. 명월아. 학교 들어오면서 구경은 좀 했니?”

“네. 근데 건물이 조금 이상했어요. 학교 건물은 작고 운동장이랑 별관이 크더라고요.”

“맞아. 그건 우리 학교의 특수성 때문에 그거에 맞춰서 지은 거야.”

“특수성이요? 그게 뭔데요?”

“명월아. 나는 계속 너를 지켜봤어. 그래서 동생에게 부탁을 좀 했지. 지금 네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너 좀 잘 봐달라고. 내가 널 지켜본 이유는 네가 특수한 사람이기 때문이야. 우리 학교는 그런 특수한 학생만 다닐 수 있고. 그래서 그 학생들에 맞춰서 학교를 지었단다.”

“제가 왜··· 특수한 사람이죠?”

“너 초능력 있잖아. 귀신 보는 거.”

“네? 초능력이요? 제가 무슨··· 저 그런 거 없어요! 무슨 말도 안되는···”


초능력이라는 단어에 나는 기겁을 하며 놀랐다. 이게 무슨 판타지 영화도 아니고 듣기만 해도 오글거리는 단어에 나는 강하게 부정했다.

내가 손사래를 치며 지나치게 부정을 하자 이번엔 담임 선생님이 말했다.


“명월아. 너가 지금까지 평범한 환경에서 자라서 받아들이기 힘들 거라는 거 알아. 하지만 잘 생각해봐. 네가 지금까지 경험한 것들. 상식적으로 그 행동들이 정말 평범하다고 생각해?”


선생님의 질문에 나는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아니라고. 평범하지 않다고.

하지만 나는 그동안 그 경험들이 평범한 일상에 걸쳐질 수 있다고 합리화해왔다.

이런 생각에 내가 쉽게 대답하지 못하자 담임 선생님은 말을 이으셨다.


“솔직히 아니잖아. 내가 너 그동안 지켜봤다고 형이 그랬지. 너 오늘 아침에 보미가 옥상에서 떨어진 후에 허공에 대고 말하고 있었어. 그거 설명해봐.”

“그건···”

“그리고 선생님도 아까 병원 갔었어. 보미 부모님께 죄송하다고 사과드리고 두 분께는 학교 측의 자그마한 피해 보상이라고 하곤 1인실 비용 냈어. 너가 다른 사람 신경 안 쓰고 능력 쓰는 걸 보고 싶었거든. 널 지켜보려 했던 게 목적이지만 죄송한 마음이 든 건 사실이야. 보미가 그런 일을 당하고 자살까지 하려고 한 건 우리의 예상 밖이니까. 어쨌든 나는 병원에서 네가 오길 기다렸어. 너는 정이 많은 아이니까 분명 보미를 찾아올 것 같아서. 보니까 선생님들이 회의 들어가자마자 학교 나와서 병원 간 것 같던데, 맞니?”

“네, 맞아요.”

“그래서 나도 보미 병문안을 핑계로 회의 참석 안 하고 바로 병원으로 갔어. 널 몰랐겠지만 선생님은 항상 너 주변에 있었어. 네가 보미 병실 들어가고 얼마 안 있다가 나왔지? 그러고 옥상으로 갔고. 나도 따라서 가니까 이번에도 허공에 대고 말하더라. 보미랑 대화한 거니?”

“네, 맞아요. 그것도···”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한 분석에 이번엔 거짓말을 할 생각도 못 하고 곧이곧대로 대답했다.


“명월아. 선생님은 이렇게 뒤에서 널 지켜본 게 다야. 아까 차에서 너에게 내 생각을 읽었냐고 했지? 그건 추측이야. 널 지켜본 결과 네가 단순히 귀신만 보는 것 같진 않아서. 너 그동안 생각을 읽고 증거를 찾아낸 거지?”


나는 몸이 반으로 나뉘어질 것만 같은 갈등에 휩싸였다. 내가 여기서 그렇다고 하면 정말 내가 초능력자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꼴이 될 것만 같다.

하지만 아니라고 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걸 보였고, 그것들에 대해 부정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내가 초능력자는 아니다. 일단 설명을 드려야겠다.


“네··· 맞아요. 원래부터 생각을 읽을 수 있던 건 아니에요. 처음으로 읽었던 건 어제 보미 집 앞에서 가해욱의 생각을 읽었던 거예요. 그때 걔가 하천에 휴대폰 버린 거, 명찰을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가 의도적으로 읽은 건 아니에요! 순간적으로 걔한테 너무 화가 나다 보니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됐어요. 저도 아직 제가 어떻게 생각을 읽었는지 정확히 몰라서 설명드리기 어려워요.”

“흠··· 그렇구나. 그럼 그때 말고 생각을 읽었던 적이 또 있니?”

“어··· 어제 선생님이랑 같이 회의실 들어갔을 때요. 그때 학생 부장 선생님의 생각을 읽었어요.”


나는 여기서 그 생각을 읽고 교무실을 멋대로 칩입해 USB를 가져왔다는 사실까지 말씀드려야 하나 망설였다.

내가 망설이는 사이 선생님은 흔들리는 내 눈빛을 보시고는 무언가 알아차리신 듯 질문을 하셨다.


“그래서? 학생 부장 선생님 생각을 읽고 어떻게 했니?”


아직 고민하던 중에 질문을 받아서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초능력이라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시는 두 분에게 못할 얘기가 있나 싶었다.

그 생각이 들자 갑자기 뇌가 뒤집힌 듯, 지금까지 혼란스러웠던 생각이 한순간에 정리되어 머릿속이 맑아졌다. 엉켜있던 생각들이 풀어지자 나는 아무도 나를 뭐라 하지 못할 거라는 근자감이 생겼다.


“그 USB를 손에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교무실을 들어가서 그 USB를 가져왔어요. 그 USB가 아까 제가 형사님께 드린 USB에요.”

“근데 교무실 문은 잠겨있을텐데?”

“아, 그건 학교에 있는 귀신에게 부탁했어요 안에 들어가서 걸쇠 좀 열어달라고요.”


두 분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그 나이에 초능력 얘기하는 두 분이 더 신기한데.


“또 없니?”

“오늘 아침에 가해욱 생각을 읽었어요. 그때 걔가 증거를 훼손했다는 사실을 알고 경찰서로 간 거였어요. 그때 이제 제가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전까진 머리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뭔지 몰라서 혼란스러웠거든요. 그걸 알고 나니까 스스로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까 보미 병문안 가서 누워 있는 보미 육체의 생각을 읽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읽히지 않아서 혼이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옥상을 가니까 보미가 있었고요. 그때 선생님이 절 보신겁니다.”

“근데 어떻게 확신했지? 읽히지 않았는데 혼이 없다고 했잖아. 그건 네가 아직 그 능력을 연마하지 못해서 못 읽을 수도 있었던 건데.”

“음··· 저도 그 생각을 하긴 했는데요. 사실 제 외할머니가 무당이세요. 그래서 저는 그 영향을 받아 저도 귀신을 볼 줄 알아요. 물론 할머니처럼 굿을 할 수 있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귀신을 보고, 귀신과 대화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의 원리가 ‘혼과 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혼과 얘기할 수 있으니 혼의 생각도 들릴 수 있다고 생각했죠. 인간이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건 혼이 말한 것을 인체의 작용으로 내뱉기 때문에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그러니 결국 생각은 혼의 이야기니 제가 들을 수 있는 거라고 판단했어요.”

“음··· 능력에 대한 이해가 좋구나. 그리고 또 다른 일은 없었니?”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건 솔직히 나로선 이해 가능한 선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해가 가지 않아 이해 자체를 회피한 일이 있다.

어제 보미의 집 앞에서 개해욱의 혼은 잠재워 기절시킨 것.

그거야말로 정말 어떻게 했는지 감이 안 잡히고 어떤 행위인지조차 모르겠다.

이미 뭐 어쩌라고 마인드가 된 이상 숨길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이걸 어떻게 설명하느냐였다.


“그··· 사실은 다른 것도 하나가 더 있는데요. 그건 저도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하기가···”

“일단 말해봐.

“사실 어제 보미 집 앞에서 가해욱의 혼을 잠재웠어요. 그랬더니 걔가 기절했고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제가 너무 화가 나서 저도 모르게 홧김에 한 행동에 가까워요. 저도 대체 제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데··· 걔를 정말 죽일 기세로 걔 머리를 잡고 제 쪽으로 당기고 놨어요. 그러니까 이게··· 아···”

“머리채를 잡았다기보단 너도 모르게 뭘 끌었다는 거에 더 가깝니?”

“네! 맞아요! 제 머리로는 무슨 행동인지 모르겠는데 몸은 익숙한 느낌이였어요. 마치 이미 그 행동을 해봤던 것 마냥···”


내 말에 두 분은 서로를 바라보셨다.

나는 내가 가해욱에게 한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두 분의 눈빛을 완전히 읽진 못했지만 왠지 두 분은 이미 알고 있는 걸 확신하는 눈빛이였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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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정보의 바다 시대에 도서관이라니 24.09.16 6 0 8쪽
31 31. 화해의 도서관 24.09.13 10 0 7쪽
30 30. 손발도 맞아야 아주 큰 소리가 난다. 24.09.11 10 0 8쪽
29 29. 들리지 않는 대화 24.09.09 12 0 10쪽
28 28. 쌈닭들 24.09.06 15 0 10쪽
27 27. 일석이조 24.09.04 13 0 9쪽
26 26. 보호막 24.09.02 14 0 9쪽
25 25. Just One Second. 24.08.30 19 0 10쪽
24 24. 헤쳐 모여. 작전이다. 24.08.28 17 0 9쪽
23 23. 바쁘다바빠 초능력사회 24.08.26 24 0 11쪽
22 22. 결투를 신청한다. 24.08.23 18 0 10쪽
21 21. 제대로 수업을 하는 날이 없음 24.08.22 18 0 7쪽
20 20. 도망쳐야 하는 순간도 있다. 24.08.20 19 0 8쪽
19 19. 이러다 다 죽어 24.08.17 20 0 8쪽
18 18. 자, 이제 잠에 듭니다 24.08.14 32 0 10쪽
17 17. 쉬는 시간 24.08.12 31 1 11쪽
16 16. 죽고 싶은 사람 이리 모여라 24.07.09 34 2 11쪽
15 15. 우리 반 24.06.23 32 1 22쪽
14 14. 전학 24.06.16 48 1 23쪽
13 13. 수용할 줄 아는 능력 24.06.16 38 0 24쪽
» 12. 견학 24.06.14 37 0 19쪽
11 11. 선택 24.06.12 36 0 15쪽
10 10. 마지막 미션 24.06.11 47 0 16쪽
9 9. 갑작스러운 의문 24.06.09 39 0 14쪽
8 8. 사실 초능력이 행운일 수도 24.06.09 40 1 20쪽
7 7. 저세상 베프 24.06.04 42 0 19쪽
6 6. 조력자 24.05.30 44 0 19쪽
5 5. 레벨업 24.05.29 49 1 21쪽
4 4. 보디가드 24.05.26 48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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