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보는 것도 초능력이야? 그건 그냥 무당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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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르
작품등록일 :
2024.05.1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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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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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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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바쁘다바빠 초능력사회

DUMMY

제23장. 바쁘다바빠 초능력사회



“아니, 무슨 학교가··· 애들이 결투를 안 한다고 눈치를 줘?”



내 상식으론 이해가 가지 않는다.


초딩도 아니고 고등학생씩이나 되는 애들이 결투 신청을 하질 않나, 그게 또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규칙이라고 하지 않나···.


심지어 그 결투라는 걸 안 하면 서로 눈치를 준단다.


당최 이해할 수 없는 이 학교의 문화에 나는 반 아이들에게 미간을 찌푸리며 믿지 못하겠다는 듯 말을 했다.


그러자 승원이가 한숨을 쉬며 자신도 답답하다는 듯 대답하였다.



“학교가 눈치를 준다기보다 학생들끼리 눈치를 준다는 게 더 맞겠지. 원래부터 이런 건 아니었어. 다들 처음엔 결투를 재미삼아 했으니까. 그런데 원래 뭐든 시합이라는 걸 하다 보면 애들끼리 과열이 되잖아? 그래서 처음엔 재밌게 시작한 결투가 피 튀길 정도로 치열한 결투가 됐어. 학교도 쉴더 선생님이랑 힐러인 담임 선생님이 있으니까 치명상 정도만 제지하는 편이고···.”


“피 튀긴다는 게 비유가 아니었어···?”


“부상당하는 경우 진짜 많지. 그래서 담임 선생님이랑 쉴더 선생님만 고생이야. 그리고 사실 우리 반은 공격형 능력이 전혀 아니라서 그동안 당한 게 많아. 심지어 방어형도 아니어서 공격도 정통으로 맞아서 부상당한 일이 허다해.”


“잠시만, 너희가 왜 공격형도, 방어형도 아니야?”


“아무래도···? 자연계는 뚜렷한 공격형 능력이고 심지어 방어력도 높은 편이야. 그런데 우리는 가만히 서서 머리 쓰는 것밖에 못하니까.”


“그게 왜? 특히 너는 커서잖아. 저주하는 능력은 누가 봐도 세보이는데?”


“뭐, 그렇긴 하지. 그런데 사실 난 내 능력에 트라우마가 조금 있어서 잘 쓰진 않아. 특히 사람이 다칠만 한 저주는 아예 안 써.”


“그렇구나. 무슨 트라우마인지 물어봐도 돼?”


“뭐, 그냥··· 흔한거지. 내 능력 때문에 사람이 다치는 걸 봐서 그런가. 그 다음부턴 능력 사용하는 게 겁이 나더라고. 하필 능력이 저주인 게 마치 내 인생 전체에 저주가 걸린 것 같아.”



체념하듯 말하는 승원이에 나는 문뜩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



···



나는 방울 소리가 가득한 할머니 집을 갈 때마다 마당에 앉아 평화로운 풍경을 바라보았다.


할머니 집을 간다고 할머니를 항상 뵌 건 아니었다.


할머니는 항상 방 안에서 바쁘신 것 같았다.


할머니가 말해주지 않아도 할머니가 바쁘다는 건 방울 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쉴 새 없이 울리는 방울 소리는 내 귓가를 때리듯 시끄러우면서도 그 소리가 울리면 울릴수록 내 마음은 평온해졌다.


그날도 평소처럼 마당에 앉아 평화로이 방울 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항상 끊기지 않던 방울 소리가 어느 순간부터 잠잠해지더니, 곧이어 사람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할머니를 뵐 일은 거의 없었기에 나는 귀신이 하나 없는 할머니 집에도 귀신이 있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고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곧 옷이 바닥에 쓸리는 소리와 함께 발자국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내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명월아.”



할머니였다.


어릴 적 나는 할머니를 무서워했기에 할머니가 나를 아무리 다정하게 불러준다 한들, 나는 할머니의 부름에 언제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깜짝 놀라며 뒤를 돌자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집은 참 조용하지?”



사실 할머니 집은 조용하지 않다.


항상 방울 소리로 가득 찼으니까.


그런데도 할머니는 나를 꿰뚫어 보는 눈으로 내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셨다.



“명월아. 너가 밖에서 너무 시끄럽고 힘들면 언제든 이 할미 집으로 와도 돼. 너는 그래도 된단다.”


“가, 감사합니다···.”


“그래, 명월아. 요즘은 힘들지 않니? 괴롭히는 것들은 없어?”


“음··· 어저께 어떤 남자애가 저한테 저주 걸렸다고 했어요. 귀신을 본다고요.”


“그래?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아니요. 왜냐하면 귀신은··· 절 괴롭히지 않거든요. 엄마가 그랬어요. 귀신은 때때로 사람을 귀롭히고 저주를 건다고요. 그런데 저는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래? 다행이구나.”


“그런데 자꾸 사람들이 저한테 저주 걸렸다고 하니까 제가 그런가 싶을 때도 있어요. 저주에 걸려서 귀신을 보는 것 같기도 해요.”


“명월아. 그 누구도 너에게 저주를 걸 수 없어. 그건 너 역시 너에게 저주를 걸면 안 된다는 뜻이란다.”


“저주요? 제가 저주를 걸어요?”


“그래. 저주.”


“저주는··· 귀신만 걸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엄마가 그랬는데···.”


“그래, 맞지. 그런데 저주는 귀신만 걸지 않아. 사람이 사람에게 걸기도 하고, 사람이 귀신에게 걸기도 하지. 그리고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도 저주를 건단다.”


“누가 그런 짓을 해요? 저주는 안 좋은 건데··· 왜 자기한테 안 좋은 걸 해요?”


“네가 아직은 어려서 모르는 게야. 원래 인간은 수없이 많은 날들을 스스로에게 저주를 걸며 시간을 보낸단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지. 그러니 그 실수를 만회하든, 실수를 더 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든, 실수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내든 뭐든 하면 된단다. 하지만 어떤 인간은 그 실수를 자신에게 단단히 묶어두고는 평생을 스스로를 탓하고, 원망하고 그렇게 저주하며 살아가. 그러니 어떤 일을 겪든 거기에 묶여 있지 않고 항상 앞으로 나아가야 해.”


“하지만··· 이미 묶어버렸다면요? 이미 묶은 사람은 나아갈 수 없어요?”


“명월아. 묶은 건 풀면 된단다. 어떤 매듭이든 풀리는 방법이 있어. 풀리지 않는다 싶으면 아예 잘라내는 것도 한 방법이지.”


“너무 꽉 묶여 있으면요? 자를 수도 없게 너무 단단하면 어떡해요?”


“그럴 땐 다른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하면 된단다. 원래 저주라는 건 인간은 외롭게 만들어. 하지만 내가 묶은 저주만 볼 게 아니라 앞을 보면 생각보다 우리 주위엔 많은 사람이 있단다. 한 사람보다 둘이 나을 땐, 도움을 요청해도 될 일이지. 또한 저주란 것은 저주라고 생각하면 묶인 매듭이 단단해 보이지만, 저주라 생각하지 않으면 언제든 그 매듭을 풀어낼 방법이 보이지.”



···



나는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신 말을 떠올리곤 승원이를 바라봤다.



“그럼 네 능력은 언령이라고 생각해 봐. 할머니가 나한테 그랬거든. 저주를 저주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별게 아니게 된다고.”


“어?”



승원이는 내 말에 머리를 한대 맞은 듯, 벙찐 표정을 하였다.



“그리고 너한테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모르지만, 네가 고의로 한 게 아니잖아. 그러니까 너무 스스로한테 저주를 걸진 마.”


“어, 어··· 그래. 고마워.”



여전히 벙찐 표정을 한 승원이는 뒤늦게 대답하였고, 나는 승원이에게 큰 위로를 해주기 위해 한 말은 아니었기에 조금 머쓱하기도 했다.



“언령이라고 하니까 멋진데? 승원아, 다음부턴 너도 결투 한 번 참여해 봐! 다치게만 안 하면 되잖아!”



지윤이는 승원이 옆에서 멋있다며 호들갑을 떨었고, 나는 지윤이의 말에 잊고 있던 결투가 생각났다.


결투를 얼른 끝내야 도서관을 가든 할 텐데.


생각지도 못한 결투에 계획이 틀어졌다.


이렇게 된 이상 결투를 빨리 끝낼 수밖에 없다.


나는 촉박해진 마음에 발을 동동 뛰며 아이들에게 물었다.



“맞다, 결투! 우리 그럼 지금 결투하러 가야 하는 거야? 지금?”


“쟤네가 지금 신청하러 간다고 했으니까, 아마 빠르면 다음 시간이고, 늦으면 방과 후? 선생님들이 신청서 받고 시간표 죠율하셔야 해서 조금 걸려.”



다급하게 말하는 나와는 다르게 채린이는 시계를 보며 여유롭게 대답하였다.


채린이 말고도 다른 아이들도 역시 이화찬의 말에 짜증을 내던 전에 비해 여유로운 기색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생각해둔 계획이 있나 싶어 물어보았다.



“그런데 다들 왜 이리 여유로워? 얼른 작전 짜야 하는 것 아니야?”


“작전? 우리 한 번도 짠 적 없는데?”



내 말에 채린이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를 들은 듯,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나는 그런 채린이를 보고 정말 궁금해서 그동안 어떻게 결투를 해왔는지 물었다.



“작전을 안 짜고서 결투를 어떻게 해···? 그동안 어떻게 했어?”


“그동안 작전이 딱히 필요가 없었어. 승원이는 결투에 거의 참여 안 하고, 나는 메모리너니까 결투에는 딱히 필요한 능력이 아니라서 나도 참여 잘 안 해.”


“그럼 다른 애들은?”


“그나마 결투에서 능력을 쓸 만한 애들은 지윤이랑 지원인데···”


“근데? 근데 왜?”



채린이는 말을 하다 지윤이와 지원이를 슬쩍 보며 눈치를 보고는 말을 하길 망설였다.


그래서 나는 그런 채린이에게 답을 재촉했고, 채린이 대신 지원이 답하였다.



“사실 민정이가 결투 전에 능력을 써주거든. 우리가 이기는지, 지는지. 근데 민정이가 본 미래는 항상 우리가 져. 그래서 뭘 더 열심히 하진 않아. 그리고 자연계는 빠지는 애들 없이 다 나오니까 아무래도 우리가 불리하지.”



나는 지원이의 설명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두 명만 나가니까 당연히 지지···.



“아니, 애들아. 너희 그러면 한 번이라도 제대로 작전 짜 본 적 있어?”



내 말에 아이들은 서로를 쳐다본 후,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하···. 그러니까 당연히 지는 미래를 보지. 그리고 미래는 언제든 바꿀 수 있잖아. 안되겠다. 우리 강당 가서 작전 먼저 짜자.”



도서관을 향해 가던 발걸음을 강당 쪽으로 방향을 트는 날 본 아이들이 다급히 내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지윤이가 날 붙잡으며 말하였다.



“아니, 명월아. 우리 도서관 가야지···! 너 능력 알아봐야 하잖아.”


“아, 됐어. 이미 글렀어. 그리고 그런 건 당장 결투하고 나서도 할 수 있는데 뭘.”


“아니, 그래도···. 어차피 자연계 반 애들이 이길 거고···!”


“그런 게 어딨냐! 어차피 이기는 게 어딨어, 세상에. 들어보니까 너네 작전도 안 세우고 제대로 결투한 적 없는 것 같은데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해봐야지. 제대로 하면 지더라도 걔네 약점 분석할 수 있을 거야. 연구하고 다음에 이기면 돼.”


“그, 그런가?”



괜히 핏대까지 세우며 말하는 날 보고는 아이들은 동요가 됐다.


우리 반 친구들이 참 귀가 얇구나.


이러니까 자연계가 하는 말들도 다 들어주고 있지.



“자, 일단 강당 가자. 들어보니까 우리 반 전용 강당이 있는 것 같은데 거기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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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업로드 지연 공지 24.06.29 22 0 -
32 32. 정보의 바다 시대에 도서관이라니 24.09.16 6 0 8쪽
31 31. 화해의 도서관 24.09.13 10 0 7쪽
30 30. 손발도 맞아야 아주 큰 소리가 난다. 24.09.11 10 0 8쪽
29 29. 들리지 않는 대화 24.09.09 12 0 10쪽
28 28. 쌈닭들 24.09.06 14 0 10쪽
27 27. 일석이조 24.09.04 13 0 9쪽
26 26. 보호막 24.09.02 14 0 9쪽
25 25. Just One Second. 24.08.30 19 0 10쪽
24 24. 헤쳐 모여. 작전이다. 24.08.28 17 0 9쪽
» 23. 바쁘다바빠 초능력사회 24.08.26 24 0 11쪽
22 22. 결투를 신청한다. 24.08.23 18 0 10쪽
21 21. 제대로 수업을 하는 날이 없음 24.08.22 18 0 7쪽
20 20. 도망쳐야 하는 순간도 있다. 24.08.20 19 0 8쪽
19 19. 이러다 다 죽어 24.08.17 20 0 8쪽
18 18. 자, 이제 잠에 듭니다 24.08.14 32 0 10쪽
17 17. 쉬는 시간 24.08.12 31 1 11쪽
16 16. 죽고 싶은 사람 이리 모여라 24.07.09 34 2 11쪽
15 15. 우리 반 24.06.23 32 1 22쪽
14 14. 전학 24.06.16 48 1 23쪽
13 13. 수용할 줄 아는 능력 24.06.16 38 0 24쪽
12 12. 견학 24.06.14 36 0 19쪽
11 11. 선택 24.06.12 36 0 15쪽
10 10. 마지막 미션 24.06.11 46 0 16쪽
9 9. 갑작스러운 의문 24.06.09 39 0 14쪽
8 8. 사실 초능력이 행운일 수도 24.06.09 40 1 20쪽
7 7. 저세상 베프 24.06.04 41 0 19쪽
6 6. 조력자 24.05.30 43 0 19쪽
5 5. 레벨업 24.05.29 49 1 21쪽
4 4. 보디가드 24.05.26 48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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