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소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허언두
그림/삽화
원두
작품등록일 :
2024.06.29 22:10
최근연재일 :
2024.09.16 02:48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525
추천수 :
14
글자수 :
252,524

작성
24.08.30 18:56
조회
9
추천
1
글자
9쪽

44화. 어둠 속으로 사라진 자들

DUMMY

미호는 무명이 납치한 허주와 나린의 모습이 사라진 후,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무명에게서 느껴지는 강력한 기운과, 허주와 나린이 절망에 휩싸인 표정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자신을 탓하며 다시 한 번 투명한 장벽을 부수려 했다. 그러나 장벽은 여전히 단단하게 버티고 있었다.


“안 돼··· 이렇게 당할 순 없어.. 빠르게 움직여야 해”


미호는 자신의 실수를 되뇌이며 필사적으로 방법을 찾으려 했다. 시간이 얼마 없음을 직감한 그녀는 여우의 힘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미호의 몸에서 푸른 빛이 번져나왔고, 7개의 꼬리가 거대한 힘을 뿜어내며 장벽을 강하게 내리쳤다.


"제발 부서져라!"


미호의 외침과 함께, 장벽은 결국 산산이 부서졌다. 그러나 그녀는 승리감을 느낄 새도 없이 곧바로 허주와 나린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이미 이들의 인기척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도시의 밤은 여전히 고요했고, 아무도 그녀의 처절한 투쟁을 알아채지 못했다. 미호는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지금 상황에서 그녀의 가장 큰 걱정은 로다와 채린, 그리고 미영이었다. 그들이 무사할지 확인해야 했다.


그녀가 도심 속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와 도미노 사거리로 접어들었을 때, 미호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거리는 비정상적으로 조용했다. 평소라면 늦은 밤에도 사람들로 붐볐을 거리가 텅 비어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도, 가로등 아래 비치는 그림자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거리를 지나는 차들마저 하나도 없었다.


“뭐지...?”


미호는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지만, 그 바람에 스치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제야 미호는 무언가 끔찍한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혼령들조차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항상 눈에 띄지 않게 거리를 떠돌던 혼령들이 이젠 보이지 않았다.


“이건... 가능하지 않아...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녀는 불안감이 커지는 것을 느끼며, 다시 집으로 향했다. 길을 따라 걷는 동안에도 그 누구도 마주치지 않았다. 아무런 인기척도 없는 텅 빈 도시가 마치 거대한 무덤처럼 느껴졌다. 미호의 가슴 속에 서늘한 공포가 밀려들었다.


“모두 어디로 간 거지...?”


불안함에 휩싸인 미호는 더욱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 미호는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심장이 쿵쿵대는 소리를 들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엄마...? 채린아...? 미영아...?"


미호의 목소리는 점점 더 초조해졌고, 그녀는 방마다 열어보며 그들을 찾았다. 그러나 집 안은 완벽하게 텅 비어있었다. 아무런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함께 있던 가족들이 마치 증발한 것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 순간, 미호의 머릿속에 무명의 조롱하는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건 단지 시작일 뿐이다.. 네가 지키고자 했던 모든 것을 하나하나 빼앗아갈 거다.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미호는 머리를 감싸쥐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혼란스러운 감정이 그녀를 덮쳤고, 이 모든 것이 현실인지 악몽인지 구분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녀는 무언가 잘못된 일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미호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자신을 다독였다.


“이렇게 당하고 있을 순 없어. 무명의 의도에 말려들지 말아야 해.”


그러나 그녀의 결의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미호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어두운 밤의 도시에는 여전히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한번 무명의 음모에 빠져들고 있다는 공포를 느꼈다.


“모두 어디로 간 거야···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그녀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지만, 그 누구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미호의 마음속에는 절망감이 점점 더 커져갔다. 그녀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든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지만, 동시에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공포가 그녀를 압도하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이 무명의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음을 깨달은 미호는 점점 더 초조해졌다. 그녀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 다짐이 점점 더 무색해지고 있었다.


그 순간, 미호의 귓가에 무명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어리석은 여우여.. 틈을 보인 너의 잘못이구나.. 이제는 시간이 없구나.. 어서 빨리 이들을 죽여 너를 키워 이 세상을 내 것으로 만들겠다..”


그와 동시에 무명에게 잡혀있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호야!!.. 살려줘....”


미호는 그 목소리를 무시하려 했지만, 무명의 기운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 살아있는 친구들의 목소리에 안심하게 되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힘을 끌어올리며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결코 너에게 무릎 꿇지 않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겨내고 말겠어.”


그러나 그 다짐이 무색하게도,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깊은 불안과 공포가 자리 잡고 있었다.


미호는 결의를 다지며 다시 걸음을 내디뎠지만, 그녀의 가슴 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불안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무명의 목소리가 점점 더 강하게 그녀를 조롱하듯 울려 퍼졌고, 그녀는 이 거대한 악의 계획이 시작된 이유와 이를 멈추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절망적인 혼란 속에서 답을 찾으려 애썼다.


밖으로 나간 미호는 일단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더 살펴보기로 했다. 그녀는 골목길을 지나 큰 도로로 나섰다. 도시의 풍경은 변함없이 불길하게 적막했다.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이 간간히 깜빡이며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어냈고, 그 그림자들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그녀를 뒤따라왔다.


걸음을 옮길수록 미호의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대체.. 대체 왜 나야...”


미호는 이 넓은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을 받아야 하는 운명이 원망스러웠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려웠다.


“난 이제.. 자신이 없어...”


미호는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더 강해지면서, 자신이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휩싸였다. 그 순간 순간에도 무명의 목소리가 그녀의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들려오며, 그녀를 괴롭혔다. 목소리는 마치 그녀의 심리적 방어막을 무너뜨리려는 듯했고, 미호는 그것을 견딜 수 없었다.


결국 미호는 자신의 정신적 고통을 참지 못하고, 공허한 거리로 도망쳤다. 아무도 없는 도시에 혼자 남겨진 그녀는 절망감에 휩싸여 거리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가로등 불빛이 깜빡이며 그녀의 그림자를 쫓아왔고, 공허한 도시는 그녀의 심리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미호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골목길과 대로를 가로지르며 달렸다. 그녀의 숨소리는 거리를 가득 채웠고, 길거리를 지나면서 점점 더 무거워지는 마음을 느꼈다. 도시의 정적 속에서 그녀의 고통이 더 부각되었고, 그녀는 자신이 왜 이렇게 고통받고 있는지, 이 상황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른 채로 계속 달렸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지쳐갔고, 점점 더 절망적인 기분이 밀려왔다. 미호는 이 무한한 도망이 자신을 어떤 해방으로 이끌 것인지에 대한 희망조차 잃어버린 듯했다. 그녀는 공허함과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때, 달리던 미호는 무언가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미호를 넘어지게 만든 것은 돌이었다. 그 돌은 길가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오래된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미호는 숨을 헐떡이며 돌에 가까이 다가갔다.


"도망치는 자에게는 결코 평화가 오지 않는다. 진실은 당신이 멈출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돌에는 마치 미호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문구를 읽은 미호는 갑자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이 목소리와 공허함에서 도망치는 것이 자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도망치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어쩔 수 없는 운명인가....”


미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이제 이 고통의 원인을 직시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문구를 읽은 후, 미호는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도망치기보다는 문제와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결심을 하면서, 그녀는 새로운 결심을 가지고 일어섰다.


그녀는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도망치기보다는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의 길은 아직 멀고 험난할지 모르지만, 이제는 스스로의 내면과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구미호 소녀 1.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구미호 소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추석 24.09.16 4 0 -
52 51화. 작은 점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그려낼 때 +2 24.09.16 8 1 9쪽
51 50화. 길고 긴 운명 24.09.13 8 1 10쪽
50 49화. 이 모든 악몽을 끝내기 위해 +2 24.09.12 8 1 11쪽
49 48화. 영혼과 그림자 그 어둠을 가르는 불꽃 24.09.09 7 1 12쪽
48 47화. 피로 물든 잔인한 지하 24.09.07 9 1 10쪽
47 46화. 운명의 문턱에서 24.09.04 8 1 9쪽
46 45화. 잃어버린 꿈의 고요함 24.09.03 10 1 9쪽
» 44화. 어둠 속으로 사라진 자들 24.08.30 10 1 9쪽
44 43화. 어둠 속의 조율 24.08.28 10 1 10쪽
43 42화. 악몽 +2 24.08.25 13 1 9쪽
42 41화. 구원의 서약 24.08.23 9 1 9쪽
41 40화. 승리하는 그날까지 24.08.21 10 0 10쪽
40 39화. 시작된 운명 24.08.20 9 0 12쪽
39 38화. 영원하다는 것. 24.08.17 7 1 14쪽
38 37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유 24.08.15 6 0 10쪽
37 36화. 간직하고 싶은 사람 24.08.12 9 0 8쪽
36 35화. 휴식을 원하는 마음 24.08.12 7 0 9쪽
35 34화. 승리의 환상 24.08.12 6 0 10쪽
34 33화. 처음으로 맞이한 승리의 순간 24.08.12 6 0 10쪽
33 32화. 흐르는 물에 흘려 보내고 24.08.12 6 0 10쪽
32 31화. 무너진 마음 24.08.12 6 1 10쪽
31 30.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의 가치 +2 24.07.26 9 0 11쪽
30 29화.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의지 24.07.24 6 0 11쪽
29 28화. 지는 싸움 24.07.21 11 0 11쪽
28 27화. 행운의 소녀 24.07.21 8 0 12쪽
27 26화. 등잔 밑이 어둡다 24.07.18 7 0 10쪽
26 25화. 마음 편한 날이 없어서 24.07.16 7 0 12쪽
25 24화. 닮았지만 비슷하지 않아서.. 24.07.15 8 0 14쪽
24 23화. 지켜야 했던 다짐 24.07.13 11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