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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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언두
그림/삽화
원두
작품등록일 :
2024.06.29 22:10
최근연재일 :
2024.09.16 02:48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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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수 :
252,524

작성
24.09.04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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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46화. 운명의 문턱에서

DUMMY

미호는 유길 아줌마의 말을 곱씹었다. 사람들과 혼령들이 살아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그녀의 마음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그 희망의 불빛은 너무나도 희미해, 그녀의 마음 한켠에서는 여전히 불안과 두려움이 그녀를 조여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호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자신이 나서야만 한다는 결의가 그녀를 강하게 이끌었다.


그런데 그때 미호는 문득 유길 아줌마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미호는 유길 아줌마를 바라보며 긴장했다. 그녀의 앞에 서 있는 혼령이 분명 아는 얼굴이었지만, 지금까지 겪어온 일들 때문에 쉽게 믿을 수 없었다. 무명의 숱한 속임수와 배신으로 이미 많은 상처를 입었던 그녀는, 유길 아줌마의 등장 또한 무명의 또 다른 계략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유길 아줌마에게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그러고 보니 ...아줌마, 정말 유길 아줌마 맞으신가요? 어떻게 이곳에 계신 거죠?”


유길 아줌마는 미호의 경계심을 느꼈는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자신이 적의가 없음을 표현했다.


“미호님, 저예요. 당신이 알던 유길 아줌마. 제가 얼마나 당신께 감사하고 있는지 기억하시죠? 그날,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돕겠다고 맹세했잖아요.”


미호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여러 번 속아왔기에 쉽게 마음을 열 수 없었다. 미호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믿을 수 있겠어요? 무명이 저를 속이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잖아요. 당신이 정말 유길 아줌마라면... 그 증거를 보여주세요.”


유길 아줌마는 잠시 고민하더니, 미호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그 눈빛 속에는 깊은 슬픔과 결의가 서려 있었다.


“미호님, 그날 제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나세요? 제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서 죽은 제 시체와 함께 살고 있었다고 말씀드렸었죠. 당신이 그 상황을 해결해 주셨을 때, 제가 얼마나 큰 은혜를 받았는지 모릅니다. 당신 덕분에 어머니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그때부터 저는 항상 당신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만약 제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미호는 유길 아줌마의 말을 들으며 천천히 경계를 풀어갔다.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르며, 아줌마가 말한 내용이 거짓이 아님을 깨달았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켠에 남아있는 불신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


“...알겠어요. 일단 믿어보겠지만, 아직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아줌마는 지금 여기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요?”


유길 아줌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제가 이곳에 나타난 이유는 단순히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미호님. 저는 사람들이, 그리고 혼령들이 어디로 사라지는지 봤어요. 그들은 모두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어요. 아까 말한 것처럼 좀비처럼 우르르 몰려가더라고요 아무래도 무언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서 서둘러서 미호님께 이 사실을 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미호는 유길 아줌마의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한 걸음 더 다가가며 물었다.


“어디로 가는지 봤다고요? 그게 대체 무슨 뜻이죠? 그곳에는... 무명이 있는 거예요?”


유길 아줌마는 그 이름을 듣고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무명... 그 악령이요?”


미호는 놀란 표정으로 아줌마를 쳐다보았다.


“네, 맞아요. 무명이에요. 그 이름을 알고 계신가요?”


유길 아줌마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깊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


“물론이죠. 다른 분들한테 많이 들었어요. 아무튼 그들은 모두 홀린 듯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어요. 그 과정은 마치 전염병처럼, 하나가 다른 하나를 잠식하면서 연쇄적으로 퍼져나갔어요. 혼령들이 서로를 감염시키듯이, 사람들도 그 영향을 피할 수 없었죠.”


미호는 유길 아줌마의 설명을 들으며 가슴이 서서히 조여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명이 사람들과 혼령들을 끌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곳에는 분명히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을 것임을 직감했다.


그녀는 더 이상 망설일 수 없다는 결심이 섰다. 미호는 단호한 눈빛으로 유길 아줌마를 바라보았다.


"아줌마, 그 장소가 어디인지 알죠? 당장 저를 그곳으로 데려가 주세요.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어요."


유길 아줌마는 미호의 결연한 태도에 잠시 놀란 듯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미호님. 그럼 저를 따라오세요. 무명이라는 이름을 들으니 조금 두렵긴 하지만, 미호님이 함께라면 어떤 일이 있어도 그곳에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


미호는 주저하지 않고 유길 아줌마의 옆에 섰다. 그녀의 눈에는 굳은 결의가 담겨 있었고, 이제 그녀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무명을 찾아내고, 그가 벌이고 있는 이 끔찍한 일들을 멈추기 위해서라면 어떤 위험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가요, 아줌마.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 해요. 그리고 무명과 그가 속이고 있는 모든 이들을 구해낼 방법을 찾아야 해요."


유길 아줌마는 깊이 고개를 끄덕이며 앞장섰다.


"네, 미호님. 제가 앞장설 테니 따라오세요. 우리가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유길 아줌마는 미호가 말하지 않아도 무명과 싸움을 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서둘러 그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한 미호는 유길 아줌마의 뒤를 따르며, 마음속으로 무명과의 대면을 준비했다. 이 여정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이든, 그녀는 반드시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유길 아줌마는 앞서가며,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내디뎠다. 그녀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희미한 흔적이 남아, 마치 오래된 혼령의 기운이 주변에 스며드는 것 같았다. 미호는 그 뒤를 따라가며, 이상한 기운에 사로잡힌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건물들은 모두 텅 비어 있었고, 거리의 모든 것이 무색해 보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잔잔한 기계음이 이 도시의 고요함을 더욱 강조했다. 이곳은 더 이상 인간의 세상이 아니었다.


미호와 유길 아줌마는 고요한 거리를 나란히 걸었다. 도시는 마치 유령도시처럼 조용했고, 바람조차 불지 않았다. 건물들은 어두운 그림자 속에 잠겨 있었고, 거리는 생명 없는 껍데기만이 남은 것처럼 보였다. 그런 가운데,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만이 도시에 울려 퍼졌다.


유길 아줌마는 앞서서 걸음을 재촉했다. 그녀의 걸음은 확신에 차 있었고, 흔들림이 없었다. 미호는 그녀를 따라가며 주위를 경계했다. 긴장은 했지만, 겁을 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떤 결심이 그녀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동안 겪은 일들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어준 것이었다.


"대체 어디로 가는 거예요?“


미호는 앞서 걷는 유길 아줌마에게 물었다. 긴장 속에서도 목소리는 차분했다.


유길 아줌마는 잠시 말을 멈추고, 길을 가리켰다.


"곧 알게 될 거예요. 조금만 더 가면 돼요."


둘은 오래된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골목 끝에는 오래된 지하철역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호는 그곳을 바라보며 잠시 멈췄다. 이곳이 도착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곳이 그토록 중요한 장소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여긴 지하철역이잖아요? 여길 왜...”


미호는 지하철역 입구를 바라보며 말을 맺었다.


유길 아줌마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미호를 바라봤다.


"이곳으로 사람들이, 그리고 혼령들이 이동한 곳이에요. 그들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이 바로 이곳이었죠. 그들은 이 지하철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사라졌어요."


미호는 그 말을 듣고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속에 더 큰 결의가 솟아올랐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지하철역 입구를 응시했다. 그 어둠 속에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피하지 않고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럼 여기에 모두가 있다는 소리죠? 이제 여기서 그들을 찾아내면 되는 거죠?"


미호는 굳은 결심을 담아 말했다.


유길 아줌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호에게 다가섰다.


"네, 미호님. 제가 제대로 안내해 드렸다면 이곳에서 그들과 마주하게 될 거예요. 준비가 됐다면, 함께 가도록 하죠."


미호는 지하철을 내려가기 전 팔을 바닥 방향으로 휘두르며 검을 소환해 내었다.


그 후 눈을 가늘게 뜨며, 입구를 향해 발을 내디뎠다.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길, 그곳에 자신이 찾아야 할 진실이 있을 것이다. 이제 그 진실을 마주할 시간이었다.


"이제부터가 진짜야... 각오하라고.."

구미호 소녀 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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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1화. 작은 점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그려낼 때 +2 24.09.16 8 1 9쪽
51 50화. 길고 긴 운명 24.09.13 8 1 10쪽
50 49화. 이 모든 악몽을 끝내기 위해 +2 24.09.12 9 1 11쪽
49 48화. 영혼과 그림자 그 어둠을 가르는 불꽃 24.09.09 8 1 12쪽
48 47화. 피로 물든 잔인한 지하 24.09.07 9 1 10쪽
» 46화. 운명의 문턱에서 24.09.04 9 1 9쪽
46 45화. 잃어버린 꿈의 고요함 24.09.03 10 1 9쪽
45 44화. 어둠 속으로 사라진 자들 24.08.30 10 1 9쪽
44 43화. 어둠 속의 조율 24.08.28 10 1 10쪽
43 42화. 악몽 +2 24.08.25 13 1 9쪽
42 41화. 구원의 서약 24.08.23 10 1 9쪽
41 40화. 승리하는 그날까지 24.08.21 10 0 10쪽
40 39화. 시작된 운명 24.08.20 10 0 12쪽
39 38화. 영원하다는 것. 24.08.17 7 1 14쪽
38 37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유 24.08.15 6 0 10쪽
37 36화. 간직하고 싶은 사람 24.08.12 9 0 8쪽
36 35화. 휴식을 원하는 마음 24.08.12 7 0 9쪽
35 34화. 승리의 환상 24.08.12 6 0 10쪽
34 33화. 처음으로 맞이한 승리의 순간 24.08.12 6 0 10쪽
33 32화. 흐르는 물에 흘려 보내고 24.08.12 6 0 10쪽
32 31화. 무너진 마음 24.08.12 6 1 10쪽
31 30.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의 가치 +2 24.07.26 9 0 11쪽
30 29화.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의지 24.07.24 7 0 11쪽
29 28화. 지는 싸움 24.07.21 11 0 11쪽
28 27화. 행운의 소녀 24.07.21 8 0 12쪽
27 26화. 등잔 밑이 어둡다 24.07.18 7 0 10쪽
26 25화. 마음 편한 날이 없어서 24.07.16 7 0 12쪽
25 24화. 닮았지만 비슷하지 않아서.. 24.07.15 8 0 14쪽
24 23화. 지켜야 했던 다짐 24.07.13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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