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급 돌잡이 카피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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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주전자
작품등록일 :
2024.07.0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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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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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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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선배 위하는 후배

DUMMY

[KM 은행 – 510,324,210]


눈꺼풀을 몇 번이나 움직여 봤지만 달라지지 않는 숫자.

어안이 벙벙했다.

현실감이 안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텅장 되었으니 허리띠를 졸라야지, 라고 다짐했던 게 엊그제였는데.

사람 일이란 한 치 앞도 모른다는 말이 딱 맞았다.


이거면 룬 스톤이 몇 개니.


희희낙락하며 2부 사무실로 돌아가던 중, 입구에 서 있던 누군가가 손을 흔들었다.


“이야. 선배. 돌잡이 했다면서?”

“어. 그래.”

“드디어 국민의 혈세 값 하겠네. 축하해요.”


[대응국 2부]

김봉권 사원

등급 : C


축하한다는 놈 표정 보소.

입사 2년 차인 김봉권은 뛰어난 특성 덕에 승승장구하는 직원이다.


또한.

내 예전 부사수이기도 하고.


“눈물 나려고 하네. 고마워서.”

“그렇게 생각하면 일 한 번만 도와주지.”

“김 사원은 이미 팀을 꾸려서 움직이고 있잖아?”

“팀원 하나가 부상 때문에 좀 쉬어야 해서.”


빈정대는 말투 보소.

이 녀석이랑 친하냐고?


설마.


걸핏하면 내가 미숙아라며 대놓고 무시했던 아름다운 친구다.

지금도 말을 제멋대로 높였다가 놨다 하면서 사람 속을 긁고 있잖아.


“그 이야기는 제안서로 올려줘.”

“딱딱한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네. 선배님.”

“김봉권 사원. 우린 공무원이야. 일은 절차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을 텐데.”

“오. 각성 좀 하셨다고 다시 선배 노릇 하시는 거야?”

“네가 선배라고 불러주잖아. 모자란 부분을 지도해 달란 의미 아니었나.”


김봉권의 표정이 새빨개졌다.


전 부사수 나리야.

부탁하는 입장이면서 목에 힘주는 버릇은 어디서 배웠니.

팔짱을 낀 채 빤히 바라보니, 눈을 부라리던 김봉권은 몸을 홱 돌렸다.


“하. 좋아. 제안서? 금방 써서 보내 줄게. 선배님.”


일그러진 표정을 감출 생각도 없구먼.

슬쩍 긁어주니 바로 본심 드러내는 거 보소.

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랑 왜 어울려줬냐고?


▷복제 가능 특성

【통찰안(A)】 / 【일점 집중(B)】 / 【이중 적성(B)】 / 【지구력(D)】


이렇게 맛있는 걸 어떻게 참아.

목에 철심 박아놓은 녀석의 헛소리를 들어주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특성 - 통찰안을 복제했습니다.]


통찰안

등급 : A

모든 흐름을 눈으로 읽어내어 취약한 부분을 찾아낸다.


꽤 추상적인 설명이지?

쉽게 풀면 약점을 파악하는 능력이다.


공세의 허점을 찔러서 위력을 반감시키거나.

방어력이 떨어지는 부분을 읽어내는 등, 활용도가 넓은 특성이란 말이지.


밥도 안 먹었는데 배가 부르네.


“박 주임. 게이트 공략 보고서 언제까지 되나?”

“오전 안에 보내겠습니다.”


잠깐만.

밀린 보고서가 몇 개였더라.


인덕원 EI - 02

수원 EI - 06

그리고 왕송호수 건까지.


아무래도.

난 오늘 엿 된 것 같다.



***



타다다다닥-.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공무원의 알파와 오메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바로.

염병할 놈의 보고서다.


“박 주임님. 점심 안 드세요?”

“먼저들 드세요.”


텅 빈 사무실에서 홀로 보고서 작성에 열중이다가 후, 긴 한숨을 내뱉었다.


[인덕원 EI – 02 공략(2)]

[수원 EI – 06 공략_진짜최종_(1)]

[왕송호수 게이트 브레이크 사태 보고서(3)]


으아아아.

끝이다.

더 안 해!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뜨거워진 머리를 식혔다.


“정신병자 놈 때문에 뭔 고생이야.”


인덕원 보고서는 그나마 나았지, 수원 쪽 게이트는 옆 부서의 빌어먹을 작자가 사소한 걸로 태클을 걸어서 오래 걸렸다.


[12:58]


점심을 먹으러 가기는 이미 틀렸고.

내친김에 생각을 정리해 보자.


룬 스톤을 잡고.

【복제】란 규격 외의 특성을 획득하고 며칠이 지났다.


돌잡이 성공 후에는 눈에 들어온 헌터나 괴물의 특성을 복제해서 새기기에 급급했지만.

앞으로는 무슨 능력을 손에 넣을지 로드맵을 짜둬야겠다.


잠깐.

오해하지는 말아줬으면 한다.

지금껏 획득한 능력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마력 노심】이나 【괴력】 같은 특성들 덕에 변종 괴물을 만났을 때도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

그래도 말이야.

보유 특성에 따라 스펙이 올라가니.

레벨이 더 올라가기 전에 우선적으로 손에 넣을 능력 리스트는 짜놔야 했다.


끼이익-.


나는 의자에서 허리를 떼었다.

문서 파일을 켠 후, 가볍게 풀어 준 손가락으로 여태 흡수한 능력들을 정리했다.


힘 - 괴력(C)

민첩 - 없음

체력 - 없음

맷집 - 없음

마력 - 마력 노심(A-) / 퀵 리로드(C)


돌잡이 4일 차에 특성을 셋이나 얻은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무려 SSS급 특성인 【복제】는 레벨이 올랐을 때 능력치를 안 올려주는 정도?


다른 능력들을 흡수해서 올리란 말이겠지.

여기서 더 원하면 도둑놈 심보다.


버릇없는 후배님한테 얻은 【통찰안】도 흡수면 민첩과 힘에 보너스가 붙겠지.


그래도 모자란 걸.

이왕이면 레벨이 오를 때마다 모든 스탯을 최대치로 올리고 싶다.

좋은 능력도 얻었으니.

이 정도 욕심은 내도 괜찮지 않을까?


“체력과 맷집이라.”


더 레벨이 올라가기 전에.

능력치 상승에 도움이 되는 특성들을 엄선해서 효율적으로 복제할 필요가 있다.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하니, 식사를 마친 직원들도 하나둘 사무실로 돌아왔다.


띵동~♬


[옥수 DR - 03 협조 요청서]

발신자 : 김봉권

수신자 : 박민호


이야.

저 친구 성격치고는 참 빨리도 보냈다.


형식은 엉망이고 군데군데 오타도 끼어 있고, 비문도 상당했다.

쓰기 싫어서 온몸을 비튼 티가 팍팍 나는 요청서잖아.


이 정도면 1부의 정신병자가 아니어도 무한 반려 신공을 펼칠 수 있을 것 같군.

그렇지만 착한 사수인 나는 참아줘야겠지?

마침 옛 부사수의 팀에서 얻어 갈 능력도 있고 말이야.


스으으읍-.


방금 전만 해도 보상금 덕에 뭘 안 먹어도 배가 불렀는데.

이제는 입맛이 확 살아났다.

흐흐.

군침이 싹 도는군.


“말한 대로 요청서 보냈다. 선배님.”

“언제 갈 거지?”

“우리는 준비 끝났어. 바로 가도 돼요. 전 사수님.”

“그럼 따로 움직이자. 들릴 곳이 있어서.”

“15시까지 올 수 있어?”

“어. 충분해.”

“조금 이따 봅시다. 선배.”


호칭이 수시로 바뀌는 거 보소.

가시 돋친 말에서는 적대감을 감출 생각도 없어 보인다.


지갑도 두툼해졌겠다.

출장 버튼을 누르고는 헌터 마켓으로 향했다.


“룬 스톤 10개만 주세요.”


통장이 텅장으로 진화하기까지 5분이면 충분했다.

공수래공수거요.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가는 건 당연한 이치, 는 개뿔.

속이 쓰리지만 어쩌겠어.


룬 스톤 하나는 곧바로 조각을 새겼다.

이번에 떠오른 조각 이미지는 커다란 눈동자.

동공 위에 룬 문자 여럿이 새겨져 있어서 난이도가 높았다.


[특성 - 통찰안(A)을 룬 스톤에 새겼습니다.]

[완성도가 낮습니다. 이식 시 숙련도 페널티가 붙습니다.]


“쯧.”


【퀵 리볼버】때처럼은 안 되네.


가혹한 시스템의 판단에 혀를 차고는 조각을 꽉 쥐었다.


[통찰안 특성을 흡수했습니다.]

[조각의 완성도가 낮습니다. 통찰안의 등급이 B로 하락합니다.]


후.

그래도 C까지 떨어지진 않았다.


조각 수업을 안 나갔으면 아무리 잘 나왔어도 B- 였겠지?


잘나신 부사수님의 특성도 맛있게 먹었겠다.

비워 놓은 복제 슬롯을 다시 채우러 갈 시간이다.



***



옥수역 근처에 있는 공원.


끼익-.


게이트는 주차장에서 200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민간인 접근을 통제하던 경찰이 다가왔다.

나는 목에 걸어 둔 사원증을 가볍게 내밀었다.


“통과하셔도 됩니다.”

“예. 수고 많으십니다.”


팔짱을 끼고 있던 김봉권은 나를 보더니 입술을 씰룩거렸다.


“선배. 굉장히 빨리 오셨네요?”


약속 시간은 15:00.

3분 일찍 도착했으니 딱 맞춰 온 셈이다.

팀원들 앞에서 꼽을 주시겠다는 건데.


“그러게. 너무 빨리 왔네.”

“예?”

“김 사원은 부사수로 있을 때 10분씩 늦었잖아.”

“3년 전 이야기를 왜 지금 해!”

“아이고. 게이트 들어가려니까 긴장돼서 화장실 좀 다녀와야 하나. 그럼 시간 딱 맞겠다.”


오른손으로 배를 살짝 문지르니 김봉권의 표정이 코 풀고 버린 휴지처럼 구겨졌다.


“내가 팀장입니다. 다음부터는 저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시죠.”

“다음에도 요청하게? 팀원 관리가 힘에 부치면 얼마든지 도와달라고 해.”


3년 전 부사수도 이렇게 챙기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요.

따스한 배려에 감동받았는지 김봉권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래서 오늘 포지션은 뭐지?”

“선배. 1부 신입도 이겼다면서. 근접 딜러 맡아줘.”

“저기요. 2부 구······ 아니. 박민호 주임, 최근에 돌잡이 했다면서요.”

“헌공 씨. 팀장은 나입니다.”


대화에 끼어든 헌공을 노려보는 김봉권.

헌공은 살기 어린 눈빛에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철호 씨가 탱킹, 나랑 선배님이 근접 딜러를 합니다. 영호 씨랑 준식 씨는 후위를 맡아주시죠.”


탱킹 1 / 근접 딜러 2 / 원딜 1 / 서포터 1.


게이트 공략의 정석적인 인원 구성이다.


“총지휘는 저, 김봉권이 합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박민호 주임님이 대리를 하겠지만 그럴 일은 없겠죠.”


헌터 공익들은 딴청을 피우거나 슬쩍 혀를 내밀었다.

어지간히도 잘난 척을 한 모양이다.

헌공의 주적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팀 분위기 참 화목하고 좋네.


“그럼 진입합니다.”


탱킹을 맡은 헌터와 김봉권이 선행.

그 뒤를 따라 푸른 균열 안쪽으로 발을 쑥 밀어 넣었다.

순식간에 바뀌는 시야.

칙칙한 벽돌로 만들어진 일직선 형태의 통로가 나타났다.


“엥? 여기 게이트. 왜 직선형이에요?”

“R타입은 통로 형태로 된 게이트에 붙이는 명칭입니다.”


I가 필드형 게이트라면.

R 타입은 ‘길’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운이 좋으면 직진만 하다가 게이트를 공략할 수 있지만.

미궁처럼 통로가 빙빙 꼬여 있는 케이스라면 엄청 고생해야 한다.


“힘으로 벽을 부수는 건 안 됩니다.”

“왜요?”

“게이트의 규칙이니까요.”


정상급 헌터들은 게이트의 ‘규칙’을 무시하고 벽에 구멍도 뚫을 수 있다던데.

이 팀한테는 해당되지 않으니 거기까진 설명하지 말자.


“선배. 그런 것까지 일일이 말해 줘?”

“팀원한테 게이트 공략 브리핑해 주는 건 기본이다.”

“예예. 기본 열심히 지키세요.”


저벅- 저벅-.


발자국 소리가 울리면서 통로의 적막감을 몰아낸다.

얼마 정도 걸었을까.

맞은편에서 희미한 불빛 사이로 그림자가 아른거렸다.


철그럭거리는 소리.

갑주가 부딪칠 때마다 나는 마찰음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텅 빈 갑주 위에 아른거리는 붉은 안광.

천천히 걸어오는 몬스터 둘을 본 헌터 공익이 신음을 내뱉었다.


“리빙 아머네요. 방어력이 높아서 까다로운 괴물이 걸렸네.”

“대응국 쪽 일이 늘 이 모양이죠.”


대응국에서 맡는 게이트들은 하나 같이 인기가 없었다.

몬스터가 까다롭거나.

혹은 사냥했을 때 보상이 별로 없거나.


김봉권은 헌터 공익들을 흘겨보더니 조소를 날렸다.


“평범한 헌터라면 그렇겠지.”

-적. 배제.

“고철 덩어리는 닥치고 있어.”


카가각!


쇠로 만들어진 갑주가 큰 저항감 없이 썩둑 잘려나갔다.


“통찰안 진짜 사기네요.”

“진짜. 스킬도 없이 철도 베어버리고.”


헌터 공익들이 쑥덕거렸다.


“선배는 괜찮겠어?”

“왜. 못 미덥니.”

“리빙 아머가 상대인데 제식 검법으로 흠집이나 날까 싶네.”

“어떻게든 되겠지.”

“킥. 그럼 잘해 보쇼. 철호 씨. 탱킹은 이따 해 줘요.”


하나 남은 리빙 아머가 느린 속도로 다가온다.

김봉권을 한 번 흘겨봐주고는.


후욱-.


심호흡과 함께 발을 떼어서 리빙 아머와의 간격을 좁혔다.


【통찰안】

[제식 검법 - 3형 : 일점 찌르기]


“이야. 정말 리빙 아머한테 제식 검법을 쓴 거야? 그래 봐야 검만 상하······.”


카가가각.


리빙 아머의 가슴팍에 뚫린 구멍.

텅 빈 갑주가 부르르 떨리더니 풀썩, 하고는 쓰러졌다.


김봉권의 입이 쩍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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