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급 돌잡이 카피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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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주전자
작품등록일 :
2024.07.08 16:12
최근연재일 :
2024.08.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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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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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조각&조각

DUMMY

“앉으쇼.”

“감사합니다.”


고급 가죽으로 된 접객용 의자.

촉감이 아주 부들부들하니, 꼭 최후의 만찬에 초대 받은 귀빈의 느낌이다.

너무 편안해서 몸이 딱딱하게 굳네.


그나저나.

세상 참 좁다.


연세에 맞지 않는 우락부락한 근육을 자랑하는 노인장.

박근호 장인은 한일 대장간의 주인이자, 우리나라 최고의 장인이다.

대장간에 간다고 해서 쉽게 만날 수도 없고.

이렇게 독대······ 는 아니지만, 손님 대접 받기도 쉬운 분이 아니다.


물론.

손님을 대접하는 자리인지, 고해성사의 장인지는 구분이 안 가지만 말이야.


“우리 지아랑은 관계가?”

“할아버지!!!”

“수강생입니다. 문화센터.”


저희 아무 사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주먹에 힘 좀 푸시죠. 어르신.


“흠. 흠. 그렇구먼. 두 사람은 몇 번이나 봤나?”

“세 번째입니다.”

“그래. 삿된 마음 품지 말고 잘 배우게.”

“아. 진짜아아아!!!”


미안합니다.

이래서 한일 대장간을 간다고 하니 질겁했군요.

조금 더 어필하지 그랬어요.


그나저나.

세상 참 좁다.


내 조각 강사님이 박근호 장인의 손녀라니.


공방이 문화센터 근처에 있다는 말이 이런 의미였구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손녀 제자라니 내가 직접 만들어드리지.”

“박근호 장인께서요?”

“요즘 좀 쉬는 중이라 몸이 근질근질했는데. 잘 됐지 뭐요.”


와.

이게 바로 인맥의 힘이라는 건가!


박근호 장인이 안식년에 들어가서 헌터들이 아쉬워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접객실의 불편한 공기를 감수할 만한 수확이다.


“뭘 주문하려고 오셨수?”

“할아버지. 그건 내가 이야기할게.”

“그래라.”

“칼 재질은 흑철. 제련 때 별가루 10그램 섞어주고. 폭은······.”


전문적인 이야기는 잘 몰라요.

나는 멀뚱거리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주문이 꽤 까다롭구먼. 룬 스톤이라도 조각하려는 건지 원.”


나는 흠짓 놀랐다.

그, 농담이시죠?

슬쩍 강사님을 보니 고개를 도리도리 했다..


휴.


내 능력의 비밀은 룬 스톤.

많이 알려지면 좋을 게 없다.

능력을 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얼마나 경계를 당하겠어?

나한테 룬 스톤을 비싼 가격에 필 수도 있고.


강사님한테는 룬 스톤 조각이 취미라는 말로 둘러댔지만.

아는 사람은 적을수록 좋았다.


“수강생 양반.”

“넵.”

“우리 혹시 구면이요?”

“아뇨. 장인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만. 뵙는 건 처음입니다.”

“흠. 어디서 본 것 같아서 말이야. 이상하다.”


제대로 된 헌터로 활동한 지 1달도 안 됐습니다.

무장 제작 의뢰를 할 일도 없으니.

박근호 장인을 볼 일은 없었다.


“아! 왕송호수의 영웅 아니요?”

“그게 제가 맞긴 한데요. 영웅이라고 불릴 정도는 아닙니다.”

“아니기는. 초등학생 구하려다가 팔 하나를 잃었다던데. 영웅이 맞지.”


그, 왜 제 팔을 마음대로 미래에 주고 오십니까?

손목 -> 팔 하나로 뻥튀기 되다니.

이래서 소문이 무서운가보다.


“실물보다 기사가 훨씬 낫네. 역시 기자들이 사진을 잘 찍어.”


예?

방금 전 말씀을 되물으려고 할 때, 박근호 장인이 뒷말을 붙였다.


“이틀 뒤에 오면 될 거요.”

“가격은 어떻게 됩니까?”

“됐수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동량한테 도움 줬다 칩시다.”

“제가 공무원이거든요. 청탁금지법 때문에 대가로 비쳐질 수 있는 건 못 받습니다.”

“단가를 정하는 건 나요. 값은 49,900원이니까 문제없지요?”


허 참.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안 받는 것도 예의는 아니겠지.


난 그저 조각을 배우러 왔는데.

이런 거물이랑 엮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감사합니다.”


난 거장의 호의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



“죄송해요. 할아버지가 좀 별나죠?”

“좋은 분인 것 같은데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운철이 10그램에 천만 원쯤 할 걸.

0 하나 더한 거 아니냐고?

참말이다.

주 재료로 운철을 쓴 무기는 최소 금액이 100억이라나.

병아리 눈물만 한 조각칼에 얼마나 많이 들어가겠냐만은,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별가루라던지, 듣도 보도 못한 재료들까지도 어찌어찌 넘어간다 치자.


근데 조각칼을 만들어주는 분이 안식년으로 쉬고 있는 박근호 장인이네?


이 시점에서 조각칼의 가치는 그야말로 폭증!

관상용으로 팔아도 수십억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값을 헤아릴 수 없는 선물을 덜컥 주시는데 당연히 좋은 분이지!


“미안해요. 이럴 줄 알고 같이 가기가 좀 그랬는데.”

“가자고 한 건 접니다. 오히려 강사님이 사과를 받으셔야죠.”

“에이. 됐어요.”


강사님은 머리카락을 빙빙 꼬았다.


“할아버지는 수강생님이 마음에 드나 봐요.”

“그, 장인께서는 마음에 드는 사람은 그렇게 노려보십니까?”

“으으. 그건 이유가 다르잖아요.”


샷건이 마려운 표정을 마주한 사람은 어떤 생각이 들겠어.


“한 가지만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대답은 안 할 수도 있지만요.”

“강사님은 박근호 장인께 야금술을 배우신 것 같은데요.”

“뭐어, 그렇죠?”

“왜 한일 대장간에서 일을 안 하시고 문화센터에 강의를 여신 겁니까?”


나 한 명 가지고는 수입도 안 난다.

시간을 버리는 일인데도.

강사님은 폐강이 될까 전전긍긍하다가 나를 수강생으로 받아주었다.


“사실 할아버지랑 내기를 했거든요.”

“내기요?”

“수강생이 없으면 조각은 포기하기로.”


왜.

그런 내기를?

내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오른 걸 본 강사님은 쓴웃음을 지었다.


“저는 야금술만이 아니라 조각도 같이 하고 싶거든요.”

“그래도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게 좋지 않습니까?”

“이거 한 번 봐주세요.”


[붉은 심장 펜던트]

등급 : 매직

조각한 루비를 끼워서 마법적인 힘이 부여된 목걸이다.

*화염 저항 Lv 7

*마력 회복 Lv 4


웬 매직 아이템이람.

나는 아이템 설명을 천천히 살펴본 후, 짧게 탄식했다.


“마력 회복이 더 높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군요.”

“시세는 얼마쯤으로 보여요?”

“3천 정도면 무난하게 팔릴 것 같습니다.”

“제작비가 4천 들었어요.”


이게 그 함정 카드 발동, 그런 거냐?


“제 능력으로 만든 아이템이에요.”

“헌터셨습니까?”

“네. 대장장이 직업이고, 조각 특성을 받았거든요.”


어버버버.

나는 고개를 홱 돌렸다.


“강사님. 원래 특성은 섣불리 공개하시면 안 됩니다.”

“왕송호수의 영웅님이 막 떠들고 다니시진 않을 거잖아요. 그죠?”

“조금 전까지도 몰랐으면서.”

“아, 아니거든요! 알았거든요!”


예예.

당연히 그러시겠죠.


조각 특성.

광물을 조각해서 병장기에 끼워 넣으면 아이템으로 만들어주는 제작 능력이란다.


“전 조각 특성을 살려서 뛰어난 장인이 되고 싶어요.”

“할아버님께서는 그걸 반대하시는군요.”

“야금술 하나만 익히기도 벅찬데 언제 조각까지 손을 대냐는 말이죠.”


박근호 장인이 할아버지라면 당연히 그러지 않을까.

나는 어설프게 웃었다.


“재능은 있거든요. 제가.”


본인 입으로 그런 말 하면 낯간지럽지 않나?


“할아버지가 그랬거든요?”

“전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표정에 써 있어요.”


휴.

난 또 독심술 같은 게 있는 줄.


7년 간 균열청에서 일하며 백전연마한 내 포커페이스를 꿰뚫어보다니.

보기보다 눈썰미가 좋은 걸. 이 강사님.


문득.

한 가지 실험해보고 싶은 게 생겼다.


“혹시 이런 거 보셨습니까?”


예비용으로 조각해놓은 [파이어볼] 마석을 내밀었다.

【황혼의 심장】을 얻은 뒤로는 화력이 증강되어서 통 쓸 일이 없었지만.

보험용으로 챙겨둔 물건이다.


파이어볼 조각을 본 강사님은.


“윽, 엑, 어억?!”


이라는 괴성을 터트리더니 동그래진 눈으로 파이어볼 조각을 살펴보았다.


“이거!!!!! 저한테 파세요!!!”

“가지셔도 됩니다.”

“앗! 우왓! 잠깐만요. 이거라면 될 지도 몰라!”


갑자기 연장을 챙긴 강사님이 작업을 준비했다.

어.

지금 일을 시작하면 전 어떻게 하라고.


“조각 재료 준비해놨거든요? 칼 옆에 있으니 그걸로 연습하세요.”

“강의를 너무 날로 드시는 거 아닙니까.”

“보강 한번 해드릴게. 나 급해요!”


윽.

보강 하니 정령 소환 조각 때가 떠올라서 더 말을 못하겠다.


사각- 사각-.


어설픈 자세로 호박을 깎고 있을 때.


사각- 사각-.


강사님은 나한테서 강탈해간 파이어볼 마석을 조각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목걸이에서 빠진 루비.

강사님은 막 조각을 끝낸 푸른 마석을 비어버린 소켓에 넣으며 마력을 불어넣었다.


【조각】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아 떨어진 파이어볼 마석과 은색 목걸이가 마력으로 연결되었고.


화아악-!


마석에서 흘러나온 푸른빛이 서서히 붉게 물들었다.


“그게 강사님의 능력입니까?”

“네. 수강생님이 주신 마석도 특성의 대상이 되긴 하네요.”

“중요한 건 결과물이 괜찮느냐, 겠네요.”

“으으. 너무 떨리는데 저 대신 능력 좀 확인해주시겠어요?”


강사님한테서 전달 받은 목걸이.

나는 상태창으로 능력치를 확인했다.


[붉은 화염 펜던트]

등급 : 매직

마법이 새겨진 마석을 조각하여 만든 목걸이다.

*마력 회복 Lv 6

*내장 스킬 - 파이어볼


“F······ 미친!”


와.

너무 놀라서 영어로 욕을 할 뻔했다.


매직 등급에 내장 스킬이라고?

직업제한도 없이 마력만 소모하면 파이어볼을 쓸 수 있는 아이템이라니.

미쳤다.

진짜 미쳤어.


“어, 어때요?”

“내장 스킬로 파이어볼이 붙었습니다. 1억은 할 것 같네요.”

“어억!!”


강사님은 기묘한 비명을 내뱉으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



“물 좀 드세요.”

“히엑. 헥. 감사해요.”


누가 보면 이 공방이 내 거인 줄 알겠다.


강사님은 놀란 마음을 겨우 진정시켰는지, 마석을 낀 목걸이를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와아아. 진짜네요.”

“제가 거짓말이라도 했겠습니까.”

“이 아이템을 제가 만들었다는 게 안 믿겨져서 그래요.”


나도 놀란 건 마찬가지입니다.


마석에 조각한 능력은 1회용이다.

놀 그런트를 상대할 때에도 마석 여러 개를 한 번에 태웠고.

만일을 대비해서 파이어볼 마석만 몇 개 만들어놨지만,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않았다.


하나 던질 때마다 돈이 증발하는데.

어떻게 막 쓰고 그러니.


근데.

강사님의 능력과 결합되니, 파이어볼이 내장된 아이템으로 다시 태어났다.


“수강생님. 이 목걸이 제가 가져도 될까요?”

“애초에 강사님 거잖아요.”

“그 마석은 수강생님이 주셨으니, 제 게 아니죠.”

“저번에 보강해달라고 불러낸 거. 이걸로 퉁 치는 걸로 합시다.”


밥 사주려고 했는데.

그랬다간 박근호 장인께서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보실 것 같았다.


차라리 이게 싸게 먹히는 거지.


“정말 그걸로 될까요?”

“물론입니다.”

“고마워요! 보강 필요할 땐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어휴.

그러면 저도 땡큐죠.


희희낙락하는 강사님을 보며.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보아하니 강사님의 특성과 내 [조각] 스킬은 궁합이 좋아 보였다.


【조각】과 [조각]이 합쳐졌을 때 나오는 시너지 효과.

그 바탕에는 강사님이 지닌 대장장이로써의 재능과 기술이 깔려 있다.


만약에.

더 많은 스킬을 마석에 새겨서 강사님한테 가져다주고.

그걸 아이템으로 만들면 값이 얼마나 되려나?


“저어어어어. 수강생님. 부탁이 있어요.”

“당장은 못 구해다드립니다.”

“말도 안 했거든요!”

“이 타이밍에 부탁하실 게 스킬이 새겨진 마석 달라는 거 말고 또 있습니까?”

“그거야 그렇죠.”


아직 시기상조다.


스킬을 불어넣은 마석을 공급하다 보면.

【복제】라는 내 특성까지도 유추할지 모른다.


강사님하고 신뢰를 조금 더 쌓았을 때.

저 사업을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앞으로 복제할 때 룬 스톤 값 걱정은 안 해도 되겠어.


“으헤헤헤헤.”

“복 달아나니까 그렇게 웃지 마세요.”

“넵.”


작가의말

요즘 연재 시간이 들쑥날쑥해서 죄송합니다. ㅠ 원래 시간으로 돌아올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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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각&조각 +2 24.08.08 828 25 12쪽
28 고민 좀 해볼게요 24.08.07 959 28 13쪽
27 사라진 흔적 24.08.05 1,093 26 12쪽
26 사냥감과 사냥꾼 +1 24.08.04 1,153 30 12쪽
25 흑색 균열 24.08.03 1,203 31 12쪽
24 능력의 활용법 +1 24.08.02 1,245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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