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급 돌잡이 카피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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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주전자
작품등록일 :
2024.07.08 16:12
최근연재일 :
2024.08.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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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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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개편

DUMMY

똑똑-.


“국장님. 한수창입니다.”

“어. 들어오게.”


국장실은 생각보다 검소했다.


책상 위에 쌓인 무수한 서류들.

그 앞에는 [대응국 최진영 국장]이라는 명패가 놓여 있었다.


대격변의 영웅.

수십 년 동안 최전선에서 싸워온 헌터 업계의 역사.

그 빛나는 업적 덕에 차기 균열청장 후보로 손꼽히는 높으신 분이 나를 슬쩍 보았다.


“시대가 언제인데 종이로 보고를 받으십니까.”

“나 때는 말이야. 종이가 아니면 눈에 들어오질 않았어요.”

“그게 다 혈세 낭비입니다.”

“업무의 효율을 올리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만.”


그······ 혹시 저 부르신 게 높으신 분들 싸움 관전하라는 건 아니죠?

이럴 줄 알았으면 팝콘이라도 챙겨 왔어야 했나.


“박민호 주임. 괜한 모습을 보였군. 미안하네.”

“아닙니다.”

“앉지. 나눌 이야기가 있어서 말일세.”


부장님과 함께 소파에 앉았다.


드득- 드득-.


국장님은 커피를 분쇄기에 넣고는 직접 손으로 돌려서 갈았다.


쿡쿡, 옆구리를 찌르는 부장님.

고개를 돌려보니 ‘아.아’라는 입모양을 하고 있다.


너무하시네.

설마 원두 갈고 있는 국장님한테 아이스 아메리카노 달라고 하겠어요?

음.

그래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닌 커피는 좀······.


“커피 좋아하나?”

“예.”

“원두가 입에 맞을지 모르겠구먼.”

“국장님이 직접 내려주시는 걸 언제 받아보겠습니까.”

“껄껄. 손님한테 커피 내려주는 게 취미이니 자주 찾아오게.”


국장님 사무실에 자주 오라고요?

허.

허허허허.


내가 헛웃음을 지으니 옆에 있던 부장님도 호탕한 척 크게 웃었고.

국장님도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듯 커피 향과 어울리는 그윽한 미소를 지으셨다.


아.

몰라.

모든 사람이 행복하면 된 거지. 안 그래?


국장님이 내려준 원두커피는 의외로 맛있었다.

얼음만 타면 완벽했을 텐데.

떨쳐내기 어려운 아쉬움에 커피 잔을 몇 번이고 흘겨보았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게 얼마만이던가?”

“정식 입사 때 이후로 처음입니다.”

“껄껄껄. 맞아. 그랬지.”


나 같은 말단이 국장님 같은 사람을 만날 일이 있겠나.


7년 전에도 대응국 국장이었고.

조만간 균열청 청장으로 갈 거라는 이야기가 파다한 사람.

그러니까 한 단어로 실세라는 분이다.


부장님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타령하지 말라며 괜히 눈치 주는 게 아니다.


“한 부장. 너무 주의시키지 않아도 돼.”

“아닙니다. 국장님.”

“이 친구가 이직하면 그냥 아저씨지. 무슨 의미가 있다고.”


오우.

화법이 아주 묵직하시구먼. 묵직해.


【냉철】 특성의 도움을 이런 곳에서 받을 줄은 몰랐다.


“시간도 늦었으니. 굳이 말 돌려서 하지 않겠네.”


국장님은 뜨끈한 김이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7년 전에 한 부장이 자네를 받자고 했을 땐,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어.”

“미숙아를 받아주셨으니 감사할 뿐입니다.”

“그렇지 않네. 지금 보면 내가 사람 보는 눈이 모자랐던 거지.”


국장님이 일반적인 케이스다.

날 뽑아준 부장님의 안목이 특이한 것일 뿐.


“이렇게 보자고 한 건 균열청 개편에 대해 말해주려고 해서라네.”

“개편이요?”

“자네의 별명이 헌터 공익 담당 일진이라다군.”


앗.

아앗.


부장님을 흘겨보니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렸다.

이 양반이.

상관한테 참 좋은 말 해주셨다. 아주.


“헌터 공익들한테 원리 원칙으로만 대했을 뿐입니다.”

“힐난하려는 건 아니네. 오히려 그건 칭찬받아야 할 일이지.”


달칵-.


국장님은 잔을 내려놓았다.


“반대로 생각해보자고. 헌터들이 균열청에 입사하길 꺼려하니, 공익 근무 제도가 생기지 않았나.”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균열청과 헌터 길드.

둘 중 대우가 더 좋은 곳은 당연히 헌터 길드다.

유력 길드들은 계약금부터 무장 지원, 그리고 정산비율까지 균열청을 앞섰다.


“그래도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사원이 많이 있습니다.”

“3부의 강성범 부장처럼 말인가.”

“예.”

“S+ 급 특성으로 국내 5강의 러브콜을 받았는데도 균열청에 입사했지. 참 고마운 일이야.”


자랑스러운 동기 나리만이 아니다.

2부에도 그런 동료들이 꽤 있으니까.


나는?


글쎄요.

돌잡이에 맞는 물건 찾는데 바빠서 사명감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걸.


“하나, 사명감이 밥을 먹여주진 않네.”


균열청의 높으신 분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동기님이 실망할 걸요.

나는 대답하지 않고 국장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앞으로 균열청의 모토는 성과 중심이 될 거라네.”

“성과 중심이요?”

“대표적인 변화로는 몬스터 부산물 처분 때 수수료를 내리는 일이 되겠군.”


균열청의 정산 비율은 6대4.

일반 길드가 지원 팀까지 보내주면서 7대3을 받는 걸 생각하면.

날강도 같은 비율이긴 하다.


“8대2. 이 정도면 근무 의욕이 막 샘솟지 않겠나?”

“정말······ 엄청나네요.”


이 정도 정산 비율이면 균열청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지 않을까?

7년 동안 근무해온 직장에 찾아온 변화의 바람.


물론.

최근에 개벽 길드의 헤드헌터가 내민 조건이 원체 강력하다 보니 체감은 덜 되었다.


“또한 A급 이상 특성을 지닌 사원에게는 진급 말고 특별한 혜택을 줄 예정이라네.”


A급 이상이면 나도 해당되겠네.

국장님은 ‘특별한’ 혜택이 무엇인지까진 이야기하지 않으셨다.

내가 물어보긴 좀 그렇잖아.


“어떻게 생각하나?”

“파격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왜 이 이야기를 박 주임에게 할까, 궁금해 보이는구먼.”


음.

정곡을 찔렀군.


“저 같은 월급쟁이는 처우가 더 좋아진다고 하면 감사할 뿐입니다.”

“이번에 개편을 단행하기로 한 건 모두 자네 때문이라 그래.”

“예?”

“대응국에서 7년 동안 버틴 친구가 좋은 특성을 얻었는데 합당한 대우는 해줘야 하지 않겠느나, 라며.”


국장님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저 친구가 강력하게 주장하더구먼.”

“국장님. 그 말씀은 안 하시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아.

그런 거였구나.

부장님을 흘겨보니 내 시선을 슬쩍 피했다.

귓불은 또 왜 붉어지셨대.


“개편이 박 주임 때문에 진행되는 건 아니니 부담 가지진 말게.”

“원래 준비하던 거였어. 너 각성했다고 해서 국장님께 좀 더 어필한 것뿐이야.”

“솔직하지 못하긴. 태성에서 그 난리를 피운다고.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부추긴 게 누구던가?”


국장님의 시선이 움직인다.

나는 그 눈빛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했다.


“태성만 박 주임을 원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네. 국내에서 두 번째 SS급 헌터 아니던가.”

“아직 정식으로 책정한 건 아닙니다만.”

“몸값을 올리겠다고 뻔히 드러날 거짓말 할 사람은 아니라고 보네.”


SS -> S+이니 완전 공갈은 아니죠.


“자네를 따로 보자고 한 건 조금만 기다려달란 말을 하고 싶어서라네.”

“그 개편이 진행될 때까지 말입니까.”

“알겠지만 공공기관은 융통성이 없는 조직 아니던가.”


그 융통성 없는 조직의 수장 급인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좀······.


“왕송호수의 영웅 덕에 그나마 한 달로 줄인 거라네.”

“게이트 브레이크 사태와 이번 개편이 관계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태성 길드에서 자네 이름값을 높여준 덕에 국회에서 어필할 요소가 더 늘었거든.”


여기서 국회까지 나오는 거야?

나는 훅훅 늘어나는 스케일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적할 생각이 있더라도 다른 길드들과 접촉하는 것을 한 달만 유예해주게.”


그······ 이미 했는데요.

제가 손 내민 건 아니고 그쪽에서 먼저 찾아온 거니 노 카운트 해주시겠죠.

난 바로 답하지 않고 생각을 정리했다.


“제가 만족할 수 있을 정도의 조건을 기대해도 되는 겁니까?”

“박 주임. 국장님께 조건 운운하는 건······.”

“껄껄. 솔직해서 좋지 않은가. 적어도 균열청 잔류 가능성은 남겨준다는 의미이니.”


후르릅-.


“100% 장담할 순 없지만 최선을 다할 걸세.”

“그 말씀이면 충분합니다.”


이직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한 달이면.

나도 생각을 정리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특성 - 천재를 복제했습니다.]

【천재】

등급 : A

스킬 이해도와 마력 구성을 더 빠르게 잏래한다.


이야기가 끝나갈 때 즈음 복제도 끝났고.

참.

얻어가는 게 많은 대화였다.


“국장님. 박 주임, 이번에 게이트 합쳐진 건 때문에 보고서 써야 합니다.”

“아. 바쁜 친구 두고 말이 많았군. 그만 가보게.”


부장님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



균열청에서 대규모 개편 이야기를 듣고.

보스 몬스터가 악마로 변하는 것을 봤어도.

내 일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KM 은행 – 154,732,190]


아니.

이미 꽤 많이 달라졌구나.


“정산 금액이 엄청 많네요?”

“비상사태 땐 수수료가 없잖아요. 지난 번처럼요.”

“아. 게이트 브레이크.”

“게이트가 합쳐진 것도 비상사태로 취급된다 하더라고요.”


룬 스톤 두 개 값이 뚝닥 생겼네.

비상사태 만만세다.


이번에 [악마화]나 관련 특성들을 복제하다 보니 룬 스톤이 바닥나버렸다.

슬슬 쫄렸는데 시기적절하게 돈이 들어왔으니.

이러면 망설이지 않고 또 복제해야지.


“부장님. 저 연차 쓰겠습니다.”

“오냐.”

“이유 안 물어보세요?”

“너 요즘 주 5일 게이트 공략했어. 당연히 쉬고 싶겠지.”


딱히 쉬려고 그러는 건 아닌데요.


[악마화]를 시험해보려고 하는데, 트레이닝 센터에서 하기는 조금 꺼림칙했다.


헌터 중 흑마기를 다룰 수 있는 건 관련 특성을 보유한 ‘흑마법사’ 직업뿐.


이미 각성하면서 【황혼의 심장】을 얻었다고 기자들한테 떠들었다.

그런데.

악마화는 너무 이질적이잖아.


“이왕 쉬러 가니 부모님께도 안부 좀 전해드리고.”

“본가에 간다고 안 했는데요.”

“너 쉬러 갈 때는 늘 부모님 뵈러 가지 않았냐?”

“여자친구 만나러 갈 수도 있지 않습니까.”

“네가? 여자친구???”


말씀이 심하시네.

근데.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란 녀석.

7년 동안 어떻게 산거니.


“저번에도 반차 쓰라니까 본가 가던 거 아니었냐.”

“그건 또 어떻게 아십니까.”

“왕송호수면 수원 가는 길 아니야.”


예리하기도 하지.

이래서 눈치 빠른 상사는 좋아할 수가 없어.


“어쨌든 쉬고 와.”

“감사합니다. 부장님.”


본가라.

돌잡이를 했다고 말씀드리기는 해야지.

직접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벌써 2주 가까이 지나가버렸다.


불속성 효자라고 하셔도 부정하기가 어렵겠어.


휴대전화로 본가 근처에 있는 사설 트레이닝 센터 위치를 파악하고는 그쪽으로 향했다.


“아. 혹시 왕송호수의 영웅 아니십니까?”

“맞긴 한데 영웅은 좀 낯간지럽네요.”

“저, 저! 문에 싸인 하나만 남겨주십쇼. 저희 센터의 가보로 삼겠습니다!”


트레이닝 센터 사장님의 호들갑에 못 이겨서 굵직한 보드 마커로 싸인을 했다.


“설비는 무료로 쓰십쇼!”

“제가 공무원이라서요. 킹영란법에 걸릴지도 모릅니다.”

“하하핫. 저희 센터가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서 모든 분들 할인해드리는 거라 문제 없습니다.”


나만 할인해주는 게 아니라 모두를?


“우와아!”

“나도 공짜인 거 맞지?”

“에라이. 기분이다. 모두 무료니까 편하게 쓰쇼!”


싸인해 준 보답이라는 게 훤히 보였지만 더 거절하진 않았다.


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순 없잖아.


“감사합니다.”

“뭘요. 제가 영광이죠.”


작은 해프닝 끝에 들어온 1인실.


난 슬래커한테서 얻은 【악의 정수】를 활성화했다.


“정수리인가.”


【황혼의 심장】과 달리 머리에서 꿈틀대는 흑마기.


근데 말이야.


흑마기를 모으니까 【황혼의 심장】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서로를 배척한다고 해야 하나.

그게 아니면······.


난 턱을 만지작거렸다.


“이거. 될 지도 모르겠는데.”


[황혼의 심장과 악의 정수가 공명합니다.]

[메인 - 황혼의 심장]

[서브 - 악의 정수]

[두 특성을 융합하겠습니까?]

[융합 실패 시 서브로 설정한 특성은 삭제됩니다.]


밑져야 본전.


핵심 스킬인 [악마화]가 있으니, 이 정도는 시도해 볼 만 했다.


“융합한다.”


작가의말

*융합 설정이 조금 변경되었습니다.


융합을 사용할 땐 메인과 서브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같은 특성이나 스킬이어도 메인 / 서브 위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어떻게든 작업을 시간 내에 맞춰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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