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급 돌잡이 카피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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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주전자
작품등록일 :
2024.07.0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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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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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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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큭, 선이 보인다

DUMMY

“어, 어, 어어어어.”


김봉권의 얼빠진 목소리가 통로를 타고 울려 퍼진다.


“돌잡이하고 1주도 안 됐다면서요.”

“2부 구멍이란 별명. 상대 가슴을 뚫어준다고 해서 나온 건가?”

“뭘 본 거야.”


헌터 공익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메들리처럼 울려 퍼졌지만.

난 그들이 놀라든 말든, 방금 전 리빙 아머를 공격할 때 느낀 감각을 되새김질하기 바빴다.


【통찰안】.


이런 감각이구나.


선이 보인다.

때늦은 중2병이 찾아온 게 아니라.

【통찰안】으로 본 세상에는 푸른 선들이 드리워져 있었다.


통로를 잔잔하게 흐르는 공기의 흐름.

헌터 공익들의 몸.

그리고 리빙 아머의 갑주에도.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마력 소모가 꽤 된다는 거지.


위대한 동기님의 [마력 노심]이 열심히 일하는 중인데도.

보유 마력이 조금씩 소모된다.

느낌상으로는 0.2 파이어볼 정도 되겠군.


마력 노심이 없었으면 살인적인 마력 소모를 감당하지 못해서 상시 발동은 꿈도 못 꾸었을 것이다.


“음.”


눈도 뻑적지근하다.

브레이크가 터져서 지역 통제에 투입, 며칠 동안 철야 했을 때의 느낌이다.

숙련도 문제이거나 등급 하락의 여파일 터.


그래도.

성능 하나는 최고다.


“너, 당신, 아니 선배.”

“다들 쌩쌩하니 휴식 없이 갑시다. 넌 초과근무 싫어했잖아.”

“아. 씨. 팀장은 나라고요.”

“그러고 보니 김 사원은 부사수 시절에 개별 행동을 참 좋아했지.”


나는 김봉권을 지나치며 앞으로 나섰다.


철그럭- 철그럭-.


【통찰안】을 테스트해 볼 상대는 많이 있었다.

감 왔을 때 한 번이라도 더 능력을 활용해야 빨리 적응하지 않겠어?


“자신 없으면 빠지던가. 부사수 님.”

“흐, 흐으으으.”


여러 번 오물거리는 김봉권의 입술.

뭐라고 대답할지 모르겠지.

내 부사수로 있을 때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걸 혼자만 했단 말이야?


얼굴이 붉어진 채로 입술을 질끈 깨문 옛 부사수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김봉권은 입술을 질근질근 깨물었다.


‘씨X. 이게 무슨 일이야!’


충혈된 망막 위로 민호가 검을 들고 있는 모습이 투영되었다.


대응국의 세금 도둑.

2부의 구멍.

헌터 공익 담당 일진.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호칭으로 불리는 작자이지만, 대부분 긍정적인 의미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김봉권은 저 빌어먹을 선배가 죽을 만큼 싫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아니.

한 가지를 꼽자면.


‘저런 인간이 내 사수였다는 게 치욕스러웠다.’


A급 특성인 통찰안의 소유자.

돌잡이를 하는 순간 탄탄대로가 확정된 인재가 바로 자신이었다.

근데.

능력도 없는 미숙아 따위가 사수로 배정되다니.


그로부터 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화가 나고 마음이 부글부글 끓었다.


‘참 내. 7년 만에 돌잡이 했다고 얼마나 대단한 특성을 얻었겠어?’


돌잡이가 끝이 아니란 것을 알려 주리라.

모자란 능력 따위로 헌터라는 꿈을 꾼 게 얼마나 사치스러운지.

······분명.

그런 의도였을 터였다.


“저 괴물. 리빙 아머 맞잖아?”

“머리 위에 떠 있잖아.”

“그런데 막 돌잡이 한 양반이 칼 휘두르니까 왜 저렇게 쪼개지냐.”

“좋은 능력이라도 얻었나 봐요.”

“이제는 구멍으로 못 부르겠네. 쩝.”


태평한 헌터 공익들의 말이 불타고 있는 김봉권의 마음에 기름을 끼얹었다.


‘빌어먹을 헌공들.’


그의 활약상에 환호하고 박수치지는 못할망정.

7년 동안 버러지처럼 대응국에 빌붙어놓고 겨우 돌잡이에 성공한 작자를 보며 감탄을 해?


‘가만두지 않겠어.’


이번 게이트 공략만 끝나봐라.

갖가지 트집을 잡아서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 최전방으로 밀어 넣어 주리라.


민호처럼 업무평가에 해탈하지도 못했으면서.

애먼 각오를 다진 김봉권의 시선이 리빙 아머에게로 향했다.


-적. 강하다.

-우리 방어. 효과 없다.


전신이 통짜 쇠로 되어 있는 리빙 아머들은 종이처럼 나풀대면서 쓰러졌다.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잠깐만. 박민호가 찌른 포인트, 마력의 흐름이 모인 곳 아닌가?’


통찰안에 보이는 리빙 아머의 약점.

민호가 내지른 검은 푸른 선이 모여 있는 곳을 정확하게 노렸다.

설마.

돌잡이하고 통찰안을 얻은 건 아닐까?


‘그럴 리 없어.’


김봉권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발동 시 마력을 소모하고.

상대의 흐름에 간섭하려면 추가로 힘을 소모해야 한다.


‘갓 돌잡이를 끝낸 헌터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야.’


우연일 것이다.

저 세금 도둑이 자신과 같은 A급 특성을 각성했을 리 없다.


‘무능력자치고는 잘 싸웠, 아니지. 능력이 모자라니 발악한 것뿐이야.’


김봉권은 애써 민호의 활약을 폄하했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속을 좀먹는 열등감에서 시선을 돌릴 수 없었을 것이다.


철그럭-.


김봉권이 마음속 소리를 필사적으로 외면하고 있을 때.

통로 반대편에서 몰려오던 리빙 아머들이 모두 고철 덩어리로 변했다.


“후.”


민호의 입에서 기다란 한숨이 흘러나왔다.


“선배. 조금 쉬고 가지.”

“고맙다.”

“무리했으니까 이후로도 쉬엄쉬엄해. 이건 팀장 명령입니다.”


민호가 활약하는 모습을 더 보고 싶지 않다.

이젠 손가락 빨고 지켜보고 있어라.


‘부사수로 있던 시절보다 훨씬 강해진 내 모습을 보여 주마.’


김봉권의 마음이 불타올랐다.



***



턱 끝까지 차오른 호흡.

후- 하- 후 – 하 쉬지 않고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었다.


입김이 뜨끈뜨끈하다.

한계까지 힘을 쥐어 짜내면서 달궈진 폐부가 몸을 식히려고 쉼 없이 운동을 했다.


폐만 그럴까.

심장도 두방망이질했다.


[마력 노심]과 동화된 심장은 마력과 신선한 공기를 전신에 흘려보내 주느라 분당 190번씩 뛰었다.

3대 500 쳤을 때도 이렇게까지 힘들진 않았는데.

통찰안의 능력을 맛보고 너무 흥분해서 컨디션도 안 살피고 무아지경에 빠져 버렸다.


돌잡이 전에는 늘 긴장을 유지했는데.

게이트에서 흥분했다가 못 볼 꼴 당한 친구들이 대응국에만 한 트럭이다.

잘난 척하는 부사수 나리도 호된 꼴을 당한 적이 있었다.


“리빙 아머의 마석은 선배가 캐.”

“알았다.”


방금 전에 휴식하자고 한 사람 어디 갔나.

돈 되는 일이니 너그럽게 넘어가 주겠다.


숨을 가다듬은 후, 리빙 아머의 몸에 붙은 마석을 떼어냈다.


그 와중에도.

나는 헌터 공익 중 한 명을 힐끗거렸다.


[특성 – 철벽을 복제했습니다.]

[룬 스톤 / 마석에 각인하거나 방출할 수 있습니다.]


철벽

등급 : B

방어력이 증가되고 경직 효과가 감소한다. 마력을 집중하면 방어구의 성능이 올라간다.


대놓고 ‘나 탱커용 특성이요'라고 비명을 지르는 듯한 설명.


크.

이거거든.


내가 김봉권의 제안을 매정하게 내치지 않은 진정한 목적이었다.


철벽 자체도 쓸 만했고.

레벨이 올랐을 때 스탯 보정까지 붙으니(붙는다.)


“김 사원.”

“팀장님.”


김봉권이 팀장이니 존중해 주는 게 원칙상으로는 맞다.

근데.

옛 부사수님께서 나랑 같이 일할 때 한 번도 존중해 준 적이 없거든.

원래 거울 치료가 효과는 제일이란다.


“김 사원 팀장님. 언제 출발할 예정이냐?”

“20분 뒤에 출발할 거요.”


충분했다.


“김 사원. 잠깐 다녀온다.”

“어딜 다녀와.”

“화장실.”

“어우. 더러워. 빨리 다녀와.”


김봉권 팀과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후에 룬 스톤을 꺼냈다.


개당 5천만 원이나 하는 아이템으로 조각이라니.

누가 봐도 자연스럽지는 않았다.


긴장할 때마다 배가 아픈 체질의 덕을 이런 식으로 보네.


사각- 사각-.


[특성 - 철벽을 룬 스톤에 새겼습니다.]

[완성도가 조금 낮습니다. 이식 시 숙련도 페널티가 붙습니다.]

[철벽의 등급이 B- 로 하락합니다.]


B- 가 어디니.

A는 하나가 통으로 떨어지던데.


맷집과 관련된 특성도 흡수했겠다.

나는 상태창으로 레벨 업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확인했다.


레벨 - 3(98%)


개똥도 쓸 데가 있다는 옛 성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잘난 부사수 나리가 쉬자고 안 했으면 특성을 흡수하기 전에 레벨 업 당할 뻔했다.


“오늘은 초입만 둘러보고 복귀할 거니 빨리들 일어나요.”


김봉권이 눈을 부라리자 헌터 공익들이 하나둘 바닥에서 엉덩이를 떼었다.


“초과근무 엄청 싫어한다더니. 진짜네.”

“우리도 빨리 가면 좋죠. 뭐.”


조금 더 전진하니 통로가 2배 정도로 넓어졌다.

널찍해진 길에 맞춰 늘어난 리빙 아머들이 일행을 맞이해 주었다.


“이제는 진형대로 갑니다. 철호 씨가 앞장서.”

“날 봐라!!”


[도발의 함성]


텅 빈 헬멧이 일제히 끼긱, 소리를 내며 탱커에게로(탱커 쪽으로) 돌아갔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은 모습에 헌터 한 명이 힉- 하고 짧게 신음을 내뱉었다.


【철벽】


방패 위에 떠오르는 검은색.

코팅을 한 것처럼 광택이 반들거린다.


지척까지 다가온 리빙 아머가 칼을 휘둘렀지만 탱커의 방패에는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철벽.

흔들림 없이 편안하게 적의 공격을 막아 내는 능력이다.


-침입자는 죽인다.

-그게 명령.

“철 쪼가리들이 뭐라고 지껄이냐!”


김봉권은 탱커가 붙들어놓은 리빙 아머들을 가차 없이 썰었다.

안전이 확보되자마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네.


나도 질세라 탱커가 마킹하지 못해 삐져나온 리빙 아머의 마력 선을 잘라 내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힘(大) / 민첩(大) / 체력(小) / 맷집(中) / 마력(大)이 올라갑니다]


【통찰안】과 【철벽】 덕에 추가 보정이 붙은 능력치 보너스.

물론.

세 개의 능력치 상승 폭이 大로 표기된다고 해서 동일하게 오르는 건 아니다.

【마력 노심】과 【퀵 리볼버】 보정을 받는 마력은 증가치가 더 높을 테고.

보정치가 가장 떨어지는 민첩은 상승 폭이 가장 적겠지.


여기서 가중치가 올라가면 특대 보정까지 나오니 더 많은 특성을 복사해 두어야겠다.


“박 주임님! 거기에 두 마리 더 가요!”


도발의 효과가 떨어지자마자 리빙 아머들이 옆으로 샜다.

내 쪽으로 향하는 푸른 선.

【통찰안】 덕에 리빙 아머들이 노리는 방향을 읽을 수 있었다.


이전이었으면 회피하거나 쳐냈겠지만.

새 능력도 얻었으니 한번 해 볼까.


나는 거리를 벌리지 않고 리빙 아머에게 접근했다.

보급형 방어구 위로 떠오르는 은은한 광택.

헌터 공익처럼 정면으로 받아내는 대신, 푸른 선이 알려 주는 궤적에 맞춰 힘을 슬쩍 흘려보냈다.


카가가각-.


괜찮아.

튕겨냈다!


살짝 찢겨진 팔 토시.

보급형 방어구의 형편없는 내구력을 생각하면 【철벽】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되었다.


푸른 선을 읽어내고.

방어구에 마력을 둘러서 막아낸 후.

괴력으로 끌어올린 힘을 쏟아내어 틈을 쪼갠다.


-······분, 하다.


리빙 아머 하나가 쓰러지기 무섭게.

후열의 적이 빈자리를 메웠다.


불쑥 날아드는 칼날.

녹슬어 있는 게 잘못 맞으면 파상풍 걸릴 것 같다.

몸에 닿으면 곤란하게 생겼지만.

안 닿으면 그만이잖아.


【철벽】으로 공격을 흘려내고.

【통찰안】을 사용해서 약점 간파.


서걱-!


디오닉 합금검으로 벤다.


한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몰려드는 리빙 아머들을 상대로.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무리 지어 달려들던 리빙 아머들이 하나씩 쓰러진다.


그야말로 무아지경.


“근접 딜러면서 탱킹도 해?”

“도대체 무슨 특성을 각성한 거야.”

“진짜 미쳤네.”


헌터 공익들의 감탄사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은.

새로 얻은 특성들의 연계로 어디까지 싸울 수 있을까.

그것만이 내 관심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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