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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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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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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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7 - 의장 선거(2)

DUMMY

게임 속 계략 용사 - 45

C.7 - 의장 선거(2)



드라코 컴퍼니.

대련장에 부속된 샤워장, 휴게실.


한바탕 폭풍 같았던 대련이 끝난 뒤.


-쏴아아.


샤워장에서 한 차례 몸을 씻어낸 김한은 떨떠름한 얼굴로 휴게실에 비치된 바나나 유우를 집어 들었다.


'···이게 여기에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목에 수건을 두른 채 김한의 옆에 털썩 주저앉은 진도기 부장이 김한의 손에 들린 바나나 유우를 바라보더니.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자랑하듯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하하, 자네 혹시 바나나 우유를 처음 보는 건가? 자네가 들고 있는 그 음료는 우리 회사 최고의 사내 복지 중 하나라 자부할 수 있다네. 어떤가 한번 맛보지 않겠나?"

"···그렇군요."


팩 입구를 열어 바나나 우유를 한입 마셔 본 김한은 생각보다 준수한 맛에 눈을 반짝였다.


'라이오네는 정말로···.'


김한은 다시 한번 속으로 라이오네 빙의자 설을 떠올렸으나.


'굳이 지금의 관계가 어긋날 행동을 할 필요는 없겠지.'


생각을 마친 김한은 그저 지금이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마침 고된 대련을 끝난 후 샤워까지 마친 상태였다.


노곤해진 몸에 목덜미를 스치는 바나나 우유 한 모금은 마치 한 줄기 빛과 같았다.


김한이 잠시 현대 문명의 이기라 할 수 있는 바나나 우유의 맛을 음미하며 눈을 끔뻑이던 때.


진도기 부장은 지금,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다는 듯.

은근한 어조로 김한을 떠보기 시작했다.


"크흠, 큼. 자네 혹시 이번에 진행되는 의장 선거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는가?"

"요크도기 부장님이 의장직 사임을 선언하시면서 새로운 의장 선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도기 부장은 김한이 의장 선출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렇다면 말일세. 지금 드라코 컴퍼니의 권력을 두고 나뉜 두 개의 세력에 대해 알고 있는가?"

"음, 혹시 바로트 부장과 자몽 부장을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진도기 부장은 김한의 대답에 눈을 빛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 그렇네 자네 생각보다 드라코 컴퍼니에 관심이 많았군!"

"당장 오늘 아침에만 해도 바토르의 이름을 연호하는 함성이 라이오네님의 집무실까지 울려 퍼지더군요. 그렇다면 그가 절대로 당선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가 누구일지를 떠올려 보았을 뿐입니다."


김한이 여기까지 이야기하자.

진도기 부장은 진지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다면 어째서 자몽은 바토르가 당선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그야, 바토르 부장이 자몽을 경쟁자로 여겨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김한의 답변에 진도기 부장은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며 김한에게 작금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흠, 그것도 그렇네만. 바토르는 기술부 부장으로서는 훌륭할지 모르겠으나. 그는 강경한 드워프 우월주의 사상을 가지고 있다네. 그가 품고 있는 사상은 결코 드라코 컴퍼니 모두를 아울러야 하는 자리에 적절하지 않네. 자몽은 그런 바토르의 속셈을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막기 위해 출마를 선언했네."

"설령 바토르가 그런 사상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라이오네님께서 이종족 평등법을 고수하고 계시는 이상 바토르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김한은 이전 라이오네와의 대담을 통하여 라이오네가 어떤 신념을 가졌는지 잘 알고 있었다.


라이오네가 사장으로 버티고 있는 이상.

바토르의 드워프 우월주의는 절대로 실현될 수 없었다. 


"그야 물론일세. 라이오네님께서 이종족 평등 사상을 가지고 계시지 않았다면 이리 다양한 종족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무리를 이루는 일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을 테니."

"그렇다면 진도기 부장님께서는 바토르의 무엇이 두려워 그의 의장 선출을 막으려 하시는 겁니까?"


진도기 부장은 침중한 표정으로 김한에게 대답했다.


"그는 자신이 드라코 컴퍼니 의장에 취임함과 동시에 이종족 할당제를 실시하겠다 공약을 내세웠네."

"이종족 할당제··· 말씀이십니까?"


김한의 물음에 진도기 부장이 참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렇네. 모든 부서에 최소한의 종족 할당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이지."

"겉으로 보기에는 별문제 없어 보입니다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네. 드워프들은 체광, 단조, 건설 등의 분야에서는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경영, 관리, 행정에 있어서는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네. 내 말의 의미를 이해하겠는가?"

"···예산 집행 관련 부서에 드워프 들을 밀어 넣어 강제집행을 하겠다는 속셈이군요."


"그렇지. 그렇기에 바토르의 공약은 겉으로는 별문제가 없어 보이나. 공약을 호언하는 이가 그 바토르라는 것과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특정 직종에 편중된 이들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문제일세."

"더군다나 이번에 몬스터 투표권이 실행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 최소한의 지능검사만 통과한다면 지금까지 몬스터로 분류되어 투표를 행하지 못했던 이들 또한 투표가 가능해졌다네."

"만약 바로트가 의장으로 당선된다면 종족 할당제를 적용하여 재정부나 경영부에 능력과 상관없이 오우거나 오크 같은 이들이 배치 될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바로 그걸세. 그렇게 된다면 우사금 부장은 끔찍한 서류 지옥에 갇혀 재경부에서 영영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될걸세."

"···."


김한은 잠시 말레우스가 벽을 부수고 탈출했을 때의 우사금 부장을 떠올렸다.


그는 인자한 모습으로 그저 웃음을 짓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그 입에서는 핏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사건에 자신의 지분이 포함되어 있었음을 깨달은 김한은.

잠시 우사금 부장에게 애도를 표하기로 했다.


진도기 부장의 의도를 깨달은 김한이 말했다.


"진도기 부장님께서는 제가 자몽을 지지해 주기를 원하시는 거군요."

"바로 그렇네. 최근 연달아 드라코 컴퍼니아의 문제를 해결해 뛰어난 능력을 증명한 자네가 자몽을 지지해준다면 기울어진 균형의 추를 맞추는 데 큰 도움이 될걸세."


김한은 오랜 기간 훈련 받은 대로 먼저 셈을 해보려 했으나.


'바토르는 드라코 컴퍼니의 기반을 만든 것은 사실이나, 드라코 컴퍼니의 미래를 생각해본다면 당연히 자몽을 밀어주는 것이 맞다.'


이내 고개를 저으며 진도기에게 손을 내밀었다.


"좋습니다. 진도기 부장님의 말씀이 옳다 생각되니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무언가 요구하지 않는 건가?"


진도기 부장은 김한의 성격을 익히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가로 무엇을 지불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으나.


김한이 뜻밖의 호의를 내비치자, 이내 함박웃음을 지으며 김한의 손을 잡아 왔다.


"언제나 주고받는 거래만 할 수는 없는 법이죠."

"김한 자네의 호의에 감사하네. 내 이일을 꼭 기억함세!"


진도기 부장은 김한에게 받아낸 지지 선언을 자몽과 자몽 측 선거운동본부 요원에게 알리기 위해 서둘러 돌아갔다.


진도기 부장을 배웅해준 김한은 바나나 우유의 달콤함을 만끽하며 숙소로 돌아갔다.



* * *



김한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놀노르 공녀를 마주했다.


"···놀노르 공녀님?"

"어, 어! 김한님!"


놀노르 공녀는 대외적으로 알려지기로는 김한 일행에게 납치당하여 드라코 컴퍼니에 억류당한 상태였으나.


골고르 국왕과 라이오네의 묵인하에 행동의 제약 없이 드라코 컴퍼니를 활보하며 최근에는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김한은 놀노르 공녀를 납치한 입장에서 약간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으나. 드라코 컴퍼니에 복귀하자마자 들이닥친 잇따른 사건 사고를 해결하느라 그녀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한 상태였다.


김한은 조금 미안한 감정을 담아 놀노르 공녀에게 물었다.


"공녀님 드라코 컴퍼니에서의 생활은 마음에 드십니까?"

"물론 저는 잘 지내고 있답니다. 제가 생각했던 만큼 꿈같은 곳은 아닌 것 같지만요."


놀노르 공녀는 조금 시무룩한 얼굴로 답했다.


'아무래도 공녀의 신분으로 인턴 생활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는구나. 하지만 내가 단기적인 도움을 주게 된다면 놀노르 공녀는 이후 더욱 고립되고 말 것이다. 이것은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겠지.'


김한은 무언가 응원의 말을 해주고 싶었으나.

그조차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진심으로 공녀를 응원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

잠시 김한의 말을 기다리던 공녀는 조금 쓸쓸한 표정으로 김한의 근황을 읇었다.


"김한씨의 소식은 저도 들었답니다. 굉장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신 것 같더라구요."

"무엇하나 쉬운 일이 없는 법이죠."


김한의 그 대답에 공녀는 꺄르르 웃어 보이더니.


"후후, 김한씨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 있다니 정말 놀라운데요! 그거 아시나요? 지금 드라코 컴퍼니에서 제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김한씨랍니다!"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놀노르 공녀님 만약 무슨 문제가 있으시다면 반드시···."


놀노르 공녀는 김한의 말을 끊으며 검지를 자기 입술에 가져다 댔다.


"거기까지! 저는 김한님이 저를 이곳까지 데려와 주신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답니다. 만약 여기에서 적응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온전히 제가 감당해야 할 문제이지요."

"공녀님···."


김한은 놀노르 공녀의 목소리에 작게 물기가 서려 있음을 깨달았으나 차마 더 이상 그녀를 채근할 수 없었기에 그저 그녀의 이름을 한 번 부르는 것으로 대화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



* * *



서류 뭉치에 쌓여있는 라이오네가 결국 참지 못하고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더는 못해! 안 해! 싫어! 이런 삶을 살기 위해 드라코 컴퍼니를 세운 게 아니란 말이에요!"

"라이오네님 그렇게 땡깡을 부려봤자 서류가 더 쌓일 뿐입니다."


메이냥의 채근하는 듯한 목소리에 라이오네는 질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노려보며 폭포수같이 말을 쏱아냈다.


"메이냥 어째서 저만 이렇게 고통받아야 하나요? 당신도 손이 있으면 이 종이에 도장을 찍을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이 최종결정 과정은 오롯이 최종결정자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합니다. 만약 제가 이 마지막 의사 결정에 관여하게 된다면 드라코 컴퍼니는 라이오네님의 뜻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겠지요."


메이냥의 똑 부러지는 대답에 할 말을 잃은 라이오네는 그저 머리를 감싸 쥐며 육성으로 고통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 그렇다면 잠시만이라도 좋으니 굴린을 불러주세요!"

"만약 이 서류를 전부 처리하신다면 굴린을 불러오도록 하겠습니다."


"꺄아악! 그게 대체 무슨 소리예요 메이냥 이 서류를 다 처리하려면 해가 두 번은 떠야 한단 말이에요!"

"그건 그동안 라이오네님께서 굴린과 꽁냥거리시느라. 서류 결제를 뒤로 미뤄온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마음을 겸허하게 다잡고 업무를 진행하시지요."


힘없이 자리로 돌아온 라이오네는 순간 자신의 앞에 올라온 서류를 보지도 않고 결제하여 넘겨버렸다.


메이냥은 그런 라이오네의 모습에 미간을 모으며 무언의 질책 어린 눈빛을 보냈으나.


이미 사흘 이상 철야를 진행 중이었던 라이오네에게 그 정도 눈빛은 일상과도 같은 일이었다.


메이냥은 잠시 라이오네가 재가한 서류의 제목을 살펴보았다.


그 서류의 제목은 <평등을 위한 이종족 할당제> 였다.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던 메이냥은 그저 라이오네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보일 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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