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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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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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8,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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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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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11 - 호엘룬(1)

DUMMY

68.

C.11 - 호엘룬(1)



"그래. 너에게 한번 걸어볼까."


-삐, 삐, 삐, 삐, 삐이—.

-치지직!



* * *



래브도느가 외쳤다.


"오빠,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래브, 가능하다면··· 지금 상황을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마지막에 어떻게 되었더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

눈이 부셨다는 것만 기억났다.


래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우물거렸다.

대신 살다가 대답해주었다.


"그게···."

"모두 끝났단다."

"제가··· 이긴 겁니까?"

"물론이죠! 그 뒤로 오빠가 바로 쓰러지셔서 제가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알아요?"

"···미안합니다. 래브."


그녀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래브의 양 뺨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말라붙은 눈물 자국이 선명했다.


그녀에게 마음에 짐을 지워주는 것은 사양이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싱긋 웃어주었다.


마지막 순간.


르블랑과 마지막 격돌의 순간.

정신을 잃은 나는 분명 '검은 남자'와 마주했다.


그는 누아르 혹은 네로라고도 불렸다.

내가 '더 임파서블'의 최종 보스라고 생각한 녀석이기도 했다.


게임에서 살다메인 아스모데우스와 루시펠 오르텐시아를 제외한 모든 마왕을 처치한 후, 루시펠을 찾아가면 검은 남자로 변하여 최종 페이즈를 진행할 수 있었다.


만약, 살다메인이나 루시펠이 먼저 죽게 된다면 게임은 진행되지만.

무슨 짓을 해도 앤딩 크래딧을 보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럴 때면 나는 모든 맵을 샅샅이 뒤지다.

결국 사망하는 엔딩을 맞이하곤 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그가 이번처럼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내 생각은 이렇다.


내가 이 세계에 소환된 시점은 실제 게임 진행 시점보다 최소 일 년 이상 빨랐다.


나는 대륙의 역사를 내 입맛에 맞게 조정했다.

아마 그 부분에서 그에게 무언가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닐까?

나는 그저 그렇게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그 외에도 몇 가지 떠오르는 가정이 있었으나.


지금 시점에서 '검은 남자'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추측일 뿐이었다.

굳이 지금 그것을 모두에게 말할 필요는 없었다.


아직 앞으로의 해쳐나가야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는 상태.

모든 것은 남은 마왕을 처치한 이후의 일이다.


생각을 마친 뒤.

지금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의식을 잃고 있었던 겁니까?"

"으음, 오늘로 열흘하고도 하루째에요."

"이런."

"걱정하지 말거라. 그레이하운드는 정당한 주인을 찾게 되었으니."

"···그렇군요."


<탈태>의 반동에 더해. '검은 남자'에게 의식을 하이재킹당한 탓일까?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오랫동안 의식을 잃고 있었다.


그레이하운드의 분쟁이 무사히 종결된 것은 다행이지만.

만약 그 사이 만약 문제가 발생했다면, 나는 꼼짝없이 짐덩이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살다가 내 생각을 읽은 것일까?

그녀가 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흩트려 놓았다.


"한아,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할 필요는 없단다."

"···감사합니다."


내가 잠시 그녀의 따뜻한 손길을 느끼는 동안.

벌컥, 문이 열리더니.


"아, 김한님 정신이 드셨군요!"

"리타님 못난 꼴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저한테 죄송할 게 있나요. 만약, 김한님이 아니었다면 이곳은 교황청의 손아귀에 넘어가게 되었을 거예요."


···?

당신도 교황청 사람이잖아···.


"리타님도 교황청 소속이 아니십니까?"

"큿, 크흠! 사소한 건 넘어가기로 해요! 아무튼, 지금 몸 상태는 어때요?"


내 물음에 리타는 당황한 듯, 헛기침을 해 보이더니.

말을 돌리듯 내 상태를 물어왔다.


"개운합니다."

"후.후.후. 당연히 그렇겠지요. 제가 당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새벽 기도를···히끅! 아, 아니에요.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이미 다 말해놓고서는···.

귀여우니 모른 척 해주자.


"성녀님의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이, 이건··· 그러니까···! 제가 당신을 이렇게까지 돌보아드린 것은 당신이 마왕을 무찌를 용사이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절.대.로. 다른 생각일랑은 꿈에도 하지 마시길···!"

"물론입니다."


내 즉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리타의 미간이 좁혀지며 차양막이 드리우듯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런, 좋지 않은데.

한 마디 덧붙여 볼까.


"제가 고통을 즐기는 것은 아니나, 고작 이 정도의 상처로 이렇게 성녀님의 관심을 받을 수 있으니. 이것은 남는 장사라 할 수 있겠습니다."

"크, 큿흠. 그, 그렇죠! 성녀인 제게 신성 기도를 받는다는 것은 상당히 영광스러운 일이랍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그 마음가짐을 유지해주시길!"


그렇게 말한 리타가 헤실헤실한 얼굴로 뒤돌아 방을 나가버렸다.


일단 넘어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할 무렵.


래브가 조금 질렸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살다는 그저 흐뭇하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빠···."

"···그래."

"한아, 방금 병상에서 일어난 와중에 고생이 많구나."

"살다님···."


파티를 유지하는 것이 참 어려운 일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 * *



드라코 컴퍼니아에 복귀했다.


다음 목표는 마몬.

호엘룬에 몸을 숨긴 녀석이다.


게임상에서는 신수에 의태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지는 알 수 없지만.


"아, 자몽님."

"김한! 그레이하운드에서의 활약은 전해 들었소. 아, 마침 요정의 가루를 사용하여 가공한 무기가 완성되었는데 함께 보러 가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나는 마몬전에 대비하여 자몽에게 조금 특별한 주문을 해둔 상태였다.

그것이 무엇이냐면.


"어떻습니까?"

"사용해봐도?"

"물론입니다."


자몽이 내게 보여준 것은 황금으로 도금된 라이플 소총이었다.

탐욕의 화신이라 불리는 마몬의 어그로를 끌어줄 특수무기였다.


게임에서 마몬은 대부분 까마귀로 의태한 상태로 만나게 되는데. 도금 무기나 반짝이는 갑옷을 입고 앞에서 어그로를 끄는 것이 공략의 핵심이었다.


총을 받아들여 그립감을 확인했다.

견착부부터 가늠쇠까지.

마치 처음부터 내 몸과 하나였다는 것처럼 착 감겨왔다.


"좋네요."

"만족하신다니 다행입니다. 여기 총알 또한 준비해 두었습니다."


자몽이 내민 것은 금빛으로 반짝이는 탄환이었다.


"요정의 가루를 사용한 강화 마력 탄입니다. 두 세트 총 육십발을 준비했습니다."

"그 안에 승부를 볼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준비를 마친 나는 라이오네에게 최종 재가를 받기 위해 그녀의 집무실을 찾았다.


입구에 메이냥이 서 있었다.

그녀가 따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아, 그리고 안에 선객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집무실에 들어서자.

메이냥의 말처럼 라이오네의 반대편에 한 사내가 앉아 있었다.

내가 조심스럽게 기척을 보이자.


"라이오네님."

"아, 김한님 마침 잘 오셨어요! 음, 마침 당신을 찾아온 손님이 있답니다. 제프라고 했나요?"

"김한님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주와이외즈 이후로 오랜만에 뵙는군요."


벌떡 일어난 제프가 나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나도 작게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답해주었다.


제프는 이제 그레이하운드와 호엘룬의 접경지대를 지배하는 우두머리가 되어있었다.


그 또한 공사다망할 터.

그런 그가 나를 찾아왔다고?

혹시, 마몬이 나보다 먼저 세력을 일으킨 걸까?


어찌 되었건.

제프가 이렇게 찾아왔다는 것은 호엘룬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었다.


"김한님께 전해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제프의 말을 들은 라이오네가 나를 보며 말했다.


"후후, 이분은 참 운이 좋은 것 같네요. 사실 김한씨는 외부 일정으로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잦아. 이렇게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인물이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이렇게 자리가 만들어지게 되었으니. 저희는 인연이라 할 수 있겠군요."

"하하, 그렇다면 저는 라시타에게 헌금이라도 해 보여야겠습니다."


적당히 안부의 말을 주고받으며.

제프가 사건의 전말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최근 호엘룬의 상황이 심상치 않기에 부하를 보내 확인한 결과 몇 가지 주목할만한 점이 있어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말씀해보시지요."


"호엘룬에서 혁명군이 조직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보셨습니까?"

"혁명군이라고요?"


혁명군!


나는 잠시 혁명군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단일 국가로서 유일하게 제국을 견제할 수 있다고 알려진 호엘룬은 레드독이 내부에서 조직한 혁명군에 의해 반으로 나뉘게 되어 끔찍한 내전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연합 왕국과 제국의 전쟁이 발발한 순간.

호엘룬이 발을 빼게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그로 인해 제국과 연합 왕국의 전쟁은 장기화 되었으며,

수많은 추가 피해가 발생하게 되었다.


제프가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는 없으나. 레드라 불리는 사내를 중심으로 빠르게 군벌 세력이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변방의 일반 시민들까지 그들에게 합세하여 그 세력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상태입니다."

"레드···? 혹시 레드독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제프의 말을 듣던 라이오네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더니.

곧 미간을 좁힌 채.

심각한 얼굴로 제프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제가 레드독이라는 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정확히 말씀드릴 수는 없으나.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그자는 붉은 머리의 견인족이라고 합니다."

"으음, 아무래도 레드독이 맞는 것 같은데요."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합니다."


의견을 종합한 라이오네가 말했다.


"후, 아직 달마티아 해안의 일이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또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요! 김한님 이번에는 반드시 레드독의 신병을 확보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프에게 도움을 드리는 게 어떨까요?"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합니다."


더 이상 레드독에게 휘둘리는 것은 사양이다.

내 호엘룬 출장 서류는 빠르게 처리되었다.


돌아온 나는 동료들을 불러 모아 일정을 공유했다.


"내일 호엘룬으로 출발하려 합니다."

"본녀는 준비되었다."

"저도요 오빠."

"알겠습니다."


돌아서려는 나를 살다가 불러세웠다.


"한아."

"살다님."


살다가 내 눈빛을 읽은 것일까?

그녀가 다가와 내 손을 잡으며 물었다.


"그래, 무엇이 너를 그리 애타게 하는지 본녀에게 말해보거라."

"레드독이 호엘룬에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이제는 그와 제법 긴 악연이 되었구나."

"이번이 마지막일 겁니다."


내 단언에 살다가 빙긋 미소였다.


"호기는 좋으나. 너무 성급하게 달려들지는 말자꾸나. 그놈은 마음에 덫을 놓고 사냥감을 노리는 사냥꾼과 같으니."

"명심하겠습니다."


놈의 수법은 이제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녀석이 치고 빠지는 타이밍이 언제나 절묘하여,

마치 손끝을 맴도는 연기와 같이 느껴졌을 뿐.솢


하지만 연기라고 하여 잡을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놈을 앞지르기 위한 치명적인 한 방이 필요하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계획을 정비했다.


'이번에는 목을 내놓아야 할 거다.'


수많은 이가 그의 선동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제 놈의 목이 장대에 걸릴 차례였다.


나는 그리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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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C.11 - 호엘룬(3) 24.08.19 34 1 11쪽
69 C.11 - 호엘룬(2) 24.08.19 41 1 12쪽
» C.11 - 호엘룬(1) 24.08.18 36 0 11쪽
67 C.10 - 신성 결투 재판(6) 24.08.18 32 0 11쪽
66 C.10 - 신성 결투 재판(5) 24.08.17 36 0 11쪽
65 C.10 - 신성 결투 재판(4) 24.08.17 36 0 11쪽
64 C.10 - 신성 결투 재판(3) 24.08.16 33 0 12쪽
63 C.10 - 신성 결투 재판(2) 24.08.16 33 0 11쪽
62 C.10 - 신성 결투 재판(1) 24.08.15 40 0 12쪽
61 C.9 - 달마티아 해안(6) 24.08.15 40 1 11쪽
60 C.9 - 달마티아 해안(5) 24.08.14 37 1 11쪽
59 C.9 - 달마티아 해안(4) 24.08.14 34 1 11쪽
58 C.9 - 달마티아 해안(3) 24.08.13 44 1 11쪽
57 C.9 - 달마티아 해안(2) 24.08.13 36 1 11쪽
56 C.9 - 달마티아 해안(1) 24.08.13 38 0 11쪽
55 C.8 - 요정의 숲(6) 24.08.12 40 0 11쪽
54 C.8 - 요정의 숲(5) 24.08.12 42 0 12쪽
53 C.8 - 요정의 숲(4) 24.08.12 38 0 11쪽
52 C.8 - 요정의 숲(3) 24.08.11 44 1 11쪽
51 C.8 - 요정의 숲(2) 24.08.10 44 1 11쪽
50 C.8 - 요정의 숲(1) 24.08.10 42 0 11쪽
49 C.7 - 의장 선거(6) 24.08.10 42 0 11쪽
48 C.7 - 의장 선거(5) 24.08.09 38 0 12쪽
47 C.7 - 의장 선거(4) 24.08.09 42 0 11쪽
46 C.7 - 의장 선거(3) 24.08.09 41 0 11쪽
45 C.7 - 의장 선거(2) 24.08.08 40 0 12쪽
44 C.7 - 의장 선거(1) 24.08.08 42 0 11쪽
43 C.6 - 주와이외즈(16) 24.08.08 47 1 12쪽
42 C.6 - 주와이외즈(15) 24.08.07 44 1 12쪽
41 C.6 - 주와이외즈(14) 24.08.07 4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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