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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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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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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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C.10 - 신성 결투 재판(3)

DUMMY

64.

C.10 - 신성 결투 재판(3)



그레이하운드 영지,

가스필드 평야 지대.


양측의 세력으로 갈라지기 전.


그러니까 아직 그들이 한 무리를 이루어 가스필드 평야 지대로 이동하는 와중.


성전 기사단의 이안이 성녀에게 독대를 청했다.


이안이 성녀에게 물었다.


"성녀님 정말로 교황청으로 복귀하지 않으실 생각이십니까?"


이안의 질문에 리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성녀는 그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이안과 눈을 맞췄다.


"이안, 김한님은 지금 교황청이 수백 년을 미뤄온 과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질투의 레비아탄을 무찌르는 성과를 거두기까지 했지요. 전승에서 그와 같은 사람을 무어라 부르는지 아십니까? 제가 알기로 그와 같은 사람을 용사라 부릅니다. 그러니 교황청의 성녀로서 그리고 라시타의 신실한 종으로서 저는 마땅히 김한에게 협력해야 합니다."


그녀가 말한 것을 이안또한 알고 있었다.

둘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오갔으나.

곧 항복을 선언하듯 양손을 치켜든 이안이 입을 열었다.


"후, 성녀님이 의지가 그리 확고하시니, 더 이상 제가 끼어들 여지가 없겠군요. 그렇게 생각하니, 차라리 저희가 이곳에 파견된 것이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와 부하 놈들이야 수틀리면 용병으로 전향해도 먹고살 만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성녀님께서는 부디 성녀님이 옳다고 여기시는 대로 행동하십쇼."

"이안···."


리타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다가서려 하자.

이안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들어 막아섰다.


"후, 그나저나··· 내 이미 형씨의 실력을 잘 알고 있으니, 특별히 걱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노파심에 한마디 하자면, 저희와 함께 온 이단 심문관 녀석은 주의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의 이름이 르블랑이라 했던가요?"


리타의 중얼거림에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음침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빛의 섬광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변칙적인 전투 방식은 아무리 경험 많은 형씨라도 허를 찔릴 수 있습니다."

"고마워요. 이안."


리타가 이안을 향해 웃어 보이자.


이안은 마치 그것으로 되었다는 듯.


한 발짝 물러서며 인사했다.


"후, 어쨌든 성녀님이 무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겠군요."

"이안,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다치지도 마시고요."


리타의 진심 어린 충고에 이안은 환히 웃어 보이며 뒤돌아섰다.


"하하, 저는 제 목숨 소중한 줄 아는 놈입니다. 성녀님 그럼 이만."


이안이 손을 흔들어 보이며 자리를 떠났다.


리타는 잠시, 그가 동료들을 향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본 뒤.


뒤돌아 김한 일행의 진영으로 합류했다.



* * *



리타는 김한에게 이안과 대화했던 내용을 전해주었다.


김한은 리타의 이야기를 듣고 르블랑에 대해 떠올려 보았다.


'르블랑이라···.'


이단 심문국에서 르블랑의 위치를 설명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말레우스의 위명에 가려진 비운의 천재.


이인자.


그리고 학살자.


그는 평생을 말레우스와 비교당해야 했다.


그는 그 압박감 속에서 비틀린 자아가 형성되었다.


김한은 그가 연합 왕국 전쟁 당시, 홀로 세 개의 성에서 차출한 이종족 연합군을 처참하게 도륙한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활약조차 말레우스가 연합군 본진에 난입하여 본진을 초토화한 것에 가려졌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그 인생이 기구하다면 기구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는 결국 더 큰 업적을 세우기 위해,

홀로 마왕을 토벌하겠다 선언하고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그는 최후에 마왕의 꼭두각시가 되어.

플레이어를 상대하는 중간 보스의 역할로 등장하게 되었다.


'어차피 상대해야 할 적이다. 지금 처치하는 것이 옳은가?'


신성 결투 재판은 죽음에 대한 규정이 따로 정해진 것이 없었다.


결투 재판에서 죽음은 일상과도 같은 것이었으며.

죽더라도 라시타의 품 안으로 갈 것이라는 믿음 덕분이었다.


오히려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이 수치라고 생각하는 귀족들도 있었기 때문에 결투 재판에 선택된 이는 그 모든 부담을 스스로 떠안아야 했다.


'개 같은 중세법 같으니라고.'


김한은 이 미개한 관습 법을 비웃었으나.


이번 결투 재판은 김한에게 더 넓은 활동 범위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기회가 될 것이었다.


결투 재판의 중요성을 상기하며 고개를 흔들어 보인 김한은 이내 다시 집중하여 상황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교황청 측의 인물들을 보아하니, 출전하는 것은 르블랑과 이안 그리고 그의 수하들 중 하나가 되겠구나.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이번 신성 결투 재판은 삼 대 삼의 형식으로 진행되며 연승전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역시 내가 선봉에 나가 전부 쓰러뜨리는 것이 맞겠지.'


김한이 그리 생각을 굳히려는 순간.


-톡, 톡.


"···래브?"

"오빠,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기척을 느낀 김한이 돌아보자.

래브도느가 긴장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말씀하십시오."

"이번에 결투 재판에 저를 선봉으로 내보내 주실 수 있을까요?"


"래브를 말입니까?"

"네, 저도 이제 오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래브도느의 말에는 굳은 결의가 서려 있었다.

김한은 조금 곤란한 어조로 래브도느를 만류하려 했으나.


"하지만 래브 이번 결투재판은 죽음이나 부상에 대한 규칙이 전무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될 겁니다."

"리타 성녀님이 계시는 데다가···! 그리고··· 오빠가 말씀해 주셨잖아요! 이제 저도 어엿한 동료로서 등을 내어줄 만 하다고요! 설마 그 말이 거짓은 아니었겠죠···?"


김한은 지금 래브도느를 막아서는 것이 옳은 일인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래브는 오랫동안 파티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해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녀의 노력과 발전된 실력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 만약 이번에 그녀의 용기를 꺾어버리게 된다면 그녀는 오랫동안 실의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을 정리한 김한이 그녀의 머리를 쓸어 보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래브, 확실히 당신 또한 제대로 된 실전경험을 해볼 때가 되었지요. 차라리 제가 지켜볼 수 있는 상황에서 실전을 치르는 것이 안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그러면···!"


"좋습니다. 래브, 당신이 선봉에 설 수 있도록, 이안 경과 대진을 조율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부디 안전에 주의 또 주의해주시기 바랍니··· 읏, 래브?"


-풀썩


"오빠! 고마워요, 고마워요! 흐, 흐끅, 어, 왜, 내가 왜 이러지. 기분이 좋은데, 아니, 좋아서···. 흐윽 자, 잠시만요. 잠깐만 이렇게···."

"···."


래브도느는 김한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에 감격한 것인지 그를 끌어안고는 한참을 흐느껴 울었다.


김한은 그저 조용히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 * *



신성 결투 재판 시작 전.


양측의 대표로 김한과 이안이 마주 섰다.

재판 시작 전 마지막 조율을 위한 만남이었다.


"으, 세상에. 우리 뭔가 특별한 인연의 끈으로 연결된 것 같지 않소? 사실 이런 식으로 만나는 걸 원하진 않았지만 말이오."

"이안경, 리타의 편의를 봐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김한의 대답에 묘한 표정을 지어 보인 이안이 윙크를 해 보이더니. 


"하하, 성녀님과 벌써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된 거요? 그야말로 영웅호색이구먼 다만 아무리 형씨라도 성녀님을 울렸다간 가만두지···"

"이안."


이안의 주책은 김한의 뒤에서 나직이 으르렁거리는 리타의 말과 함께 끝을 맺었다.


"어이쿠, 죄송. 아무튼, 성녀님을 잘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아, 저기."


김한은 돌아가려는 이안을 불러세웠다.

이안은 의외라는 듯 돌아서며 김한을 바라보았다.


"저희 측에서 선봉으로 래브도느를 내보내고 싶습니다."

"하하, 이거 원. 우리를 저 아가씨의 경험치로 쓰겠다는 거요?"


김한의 통보에 이안을 크게 웃어 보이더니.


"도와주시겠습니까?"

"하하하, 그래, 그러지. 한번 밀어주기로 했으면 끝까지 밀어 드려야지. 토미 네가 선봉이다."

"···제가 말입니까?"

"그래, 인마 여기에 토미가 너 말고 어딨냐!?"

"···알겠습니다."


토미라고 불린 기사가 무어라 궁시렁거리더니 제자리로 돌아갔다.

김한에게 다시 한번 윙크해 보인 이안이 자리를 뜨며 인사했다.


"그럼, 무운을 빌겠소."

"부디 무운을···."


김한이 조율을 마치고 돌아오니.

살다가 흐뭇한 얼굴로 김한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한아, 래브도느의 청을 들어주었더구나."

"그녀는 지금까지 파티의 일원으로서 노력해 왔습니다. 저 또한 이제는 그녀의 실력을 인정할 정도이니. 그녀는 마땅히 자신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겁니다."

"그래,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자꾸나."


살다와 대화를 마친 김한은 조금 넓은 공간에 자리해 몸을 풀고 있는 래브도느를 살펴보았다.


그녀는 조금 긴장된 얼굴이었으나,

단 한조각의 두려움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조용히 몸을 풀며, 자신이 지금까지 되풀이해 왔던 전투를 되새기고 있을 뿐이었다.


김한은 래브도느에게 그녀가 선봉을 맡게 되었음을 알렸다.


"후후, 조금 긴장되네요. 오빠는, 지금까지 매번 이런 상황을 극복해 오셨던 거군요. 하지만 이제는 걱정 마세요. 오빠의 등 뒤에 제가 당당히 서 보일 테니까요!"

"래브 제가 바라는 것은 부디 당신이 무사히 저희 곁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꼬옥


김한은 순간 당황했으나.


"래브."

"아, 오빠가 잠시만 이렇게 있어 준다면, 힘이 뿜뿜 나서 상대를 모두 이겨버릴지도 모를 텐데~."


래브도느의 장난기 어린 투정에.

몸에 힘을 풀고 가만히 그녀의 체온을 받아들였다.


"후후, 충전 끄읕. 조아써! 제가 오빠 상대까지 전부 쓰러뜨릴 테니. 오빠는 거기 얌전히 앉아서 구경이나 하시하라고요!"

"래브, 응원하겠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크리스티나가 도끼눈을 뜨며 삿대질하기 시작했다.


"아니, 거기! 이제 곧 신성 결투 재판이 시작되려는데 불경하게 뭐 하는 거예욧! 당장 떨어지도록 하세요. 그리고 선봉으로 결정된 분들은 서둘러 중앙으로 모여주시길!"


래브도느는 마치 김한의 온기가 가시기 전에 결투를 끝내겠다는 듯.

훌쩍 뛰어올라 결투장의 중앙에 내려섰다.


"토미, 네 차례다."

"···알겠습니다."


그와 함께 반대편에서는 토미라고 불린 기사가 자리를 털고 일어서더니.


터벅터벅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중앙에 마주 선 대리자 두 명을 확인한 크리스티나가 선언했다.


"그럼, 그레이하운드의 영주권을 놓고 신성 결투 재판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나 크리스티나 아우구스티노는 마커스 아우구스티노와 베젤 유스티아누스, 크로멘스 크리스티노의 공증을 거쳐 이 자리에 서 있음을 밝힙니다. 저는 이 재판의 대리인으로서 모든 결과를 공정하고 엄중하게 살필 것을 이 자리에서 맹세합니다. 이 선언에 동의 하신다면 선언해 주시기 바랍니다."

"동의해요."

"동의하오."


모두의 동의를 확인한 크리스티나가 손을 들어 올리며 개전을 알렸다.


"자, 그럼 신성 결투 재판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래브도느의 목울대가 한 번 울림과 동시에.


그녀의 몸이 날듯 퉁겨져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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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C.11 - 호엘룬(1) 24.08.18 3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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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C.10 - 신성 결투 재판(5) 24.08.17 35 0 11쪽
65 C.10 - 신성 결투 재판(4) 24.08.17 36 0 11쪽
» C.10 - 신성 결투 재판(3) 24.08.16 33 0 12쪽
63 C.10 - 신성 결투 재판(2) 24.08.16 33 0 11쪽
62 C.10 - 신성 결투 재판(1) 24.08.15 4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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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C.7 - 의장 선거(3) 24.08.09 40 0 11쪽
45 C.7 - 의장 선거(2) 24.08.08 40 0 12쪽
44 C.7 - 의장 선거(1) 24.08.08 4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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