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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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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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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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8 - 요정의 숲(2)

DUMMY

51.

C.8 - 요정의 숲(2)



준에게 드라코 컴퍼니의 위치를 알려준 김한이 입을 열었다.


"이제 출발하십시오."

"아, 알았다. 알았습니다."


-쿵, 쿵.


멀어져 가는 준을 바라보던 김한이 돌아섰다.

김한은 준이 만든 다리를 꼼꼼히 점검했다.


역시 다리가 조금 조잡해 보이긴 하지만 튼튼하게 엮여있었다.


'준이 그 커다란 몸으로 다리 위를 거닐었음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이 정도면 마차가 지나가기에도 충분하겠지.'


무더위에 헥헥거리는 굴린의 등을 토닥여준 김한이 마차 안으로 돌아왔다.


마차 안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김한이 뜻밖의 서늘함에 놀라 살다를 바라보니.


살다가 빙정을 만들어 마차 안을 장식하고 있었다.

래브도느가 빙정을 손끝으로 톡톡 건들며 눈을 빛냈다.


"후후, 어떠냐 빙정을 조금 만들어 보았단다."

"굴린에게도 하나 나눠주고 와야겠군요."


등에 빙정을 매단 굴린의 얼굴에 생기가 감돌았다.

김한 일행은 태운 마차가 힘차게 전진했다.


마차가 본격적으로 숲 깊은 곳으로 들어옴에 따라.

김한은 마부석으로 이동하여 직접 방향을 지시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차는 여전히 숲을 맴돌고 있었으며.

김한은 자신이 같은 구역을 맴돌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음, 아까 표시해 두었던 흔적이다. 분명 퀘스트의 경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기는 한데. 숲의 환영에 말려든 것일까···?'


슬슬 날이 저물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이동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한 김한이 마차를 멈춰 세웠다.

김한은 살다와 래브도느에게 숲의 상황을 전달함과 동시에 이곳에서 우선 하루를 머물 것을 제안했다.


"그래, 아까부터 독특한 기운이 느껴지더구나. 무리하게 이동하다 굴린이 다치는 것보다는 낫겠지."

"오빠, 고생하셨어요!"


그녀들의 승낙을 얻어낸 김한은 능숙하게 불을 지피며 야영지를 다듬었다.


화톳불을 중심으로 자갈을 둘러 화로를 만들고 의자로 쓸만한 돌을 구해 몇 개 옮겨 두니, 제법 훌륭한 야영지가 완성되었다.


잠시 주변에서 식재료가 될만한 것을 구해올까 생각해보던 김한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래도 지금 밖을 나도는 것은 위험한 일이겠지.'


아무리 김한이라도 미궁이 되어버린 숲에서 한밤중에 돌아다닐 만큼 간이 크진 않았다.


혹시라도 살다, 래브와 길이 엇갈리기라도 한다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아직 드라코 컴퍼니에서 준비해온 식재료가 넉넉했다.

그 때문에 별 문제없이 식사를 준비할 수 있었다.


김한이 냄비에 식재료를 몽땅 털어 넣으려는 순간.

래브도느가 날듯이 뛰어올라 김한의 손을 붙잡았다.


"오, 오빠···? 혹시, 제가 식사 준비를 도와드려도 괜찮을까요?"

"래브, 그렇다면 제가 스튜를 만들 테니 간이 적절한지 확인해···."


래브도느는 뭐가 그리 급한지 김한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외쳤다.


"아니요. 아뇨, 아뇨! 제가, 제가! 만들어야겠어요. 견인족 비장의 스튜를 만들어 드릴 테니! 부디 제게 식사 준비를 맡겨주시겠어요?"

"래브가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좋습니다."


김한은 무엇이 그리 섭섭한지, 마지막까지 쉽사리 손에서 식재료를 놓지 못했다.


'휴, 저, 정말 다행이에요···!'


래브도느는 또 무엇이 그리 다행인 것인지 김한의 손에 들린 식재료를 채가듯 수거한 뒤 소중하게 보관했다.


살다 또한 드물게 긴장어린 모습으로 김한과 래브도느의 실랑이를 지켜보더니.


래브도느가 국자를 사수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기색을 내비쳤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저는 정말로 오빠를 좋아하지만···. 오빠의 요리 솜씨 만큼은 도저히 받아줄 수 없어요···!'


그녀들의 그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한은 여전히 섭섭한 기색으로 화톳불을 끄적이고 있었다.


'그녀들이 내 요리 실력에 의심을 품고 있구나. 분명 야전에서 활동할 당시 선임들이 내 요리 솜씨가 뛰어나다 칭찬해 주었었는데···.'


김한의 그 말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김한이 미쳐 생각지 못한 점은 그가 야전에서 요리 솜씨를 발휘해 선임들의 칭찬을 받았을 당시 상황이었다.


당시 김한의 음식을 맛본 선임들은 사흘 밤낮으로 진행된 총격전으로 녹초가 된 상태였으며.


보급은 진작 끊겨 지나가던 쥐새끼를 뜯어먹으며 거점을 지켜내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런 곳에서 첫 보급을 받아 만든 음식이 맛이 없을 리 없었다.


아무튼 김한에게 식재료를 압수한 래브도느는 견인족 비장의 스튜 요리를 만들어 주겠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제법 훌륭햔 요리 실력을 선보였다.


"음, 훌륭하구나. 본녀의 입맛에 어울리는 스튜는 찾아보기 어렵거늘."

"살다 언니의 입맛에 맞는다니 참 다행이에요! 오빠는 어떠신가요?"

"래브, 맛있습니다."


김한은 순간 '저도 이 정도는 가능합니다.'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그녀들의 눈빛에 살기가 머무름에 따라 입을 닫고 얌전히 스튜를 집어삼켰다.


식사를 마친 김한 일행은 주위를 정리하는 동안 묘한 감각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그것은 현실과 비현실의 사이를 거니는 듯한 느낌으로 김한이 그림자 이동을 사용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잠시 김한의 주변에서 노이즈 섞인 목소리가 뜨문뜨문 들려왔다.


'이건··· 요정의 환상진인가?'


김한이 자신이 느낀 바를 그렇게 정의할 무렵.


멀쩡하던 화톳불이 꺼지더니.

바닥을 기는 그림자가 크게 부풀어 올랐다.


부풀어 오른 그림자는 거대한 거인의 형상을 띄더니.

김한 일행을 향해 위협적인 목소리로 엄중하게 경고했다.


[너희들 감히 이곳에 발을 들이다니!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이곳을 떠나라!]

"당신은 누구십니까?"


전혀 겁먹지 않은 김한의 목소리에 그림자 거인은 더욱 몸집을 부풀리며 으르렁거렸다.


[나는 이곳의 수호자다. 너희들은 지금 아주 무시무시한 곳에 들어와 있지! 당장 떠나지 않으면 잡아먹어 버리겠다!]

"저희는 페어리 테일 묘목에 볼일이 있어 이곳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김한의 나직한 목소리에 순간 수호자라 불린 그림자가 출렁였다.


[어, 어쩌지. 저 사람들 우리 요정목에 접근하려나 봐!]

[아잇 바보야! 지금 여기서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해!]


순간 서로 다투는 듯한 소리와 함께 그림자가 쪼그라들기 시작하더니.

두 마리의 요정이 서로의 머리끄덩이를 붙잡고 싸우기 시작했다.


"이, 바보 바보!"

"이익, 바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지!"


살다와 래브도느는 그 작고 귀여운 두 요정의 싸움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한숨을 내쉰 김한이 양손으로 두 요정의 허리를 붙잡아 떼어냈다.


"이, 변태 인간아 어딜 잡는 거야!"

"히익, 사람 무서워, 하지만 우리 이제 도망갈 곳이 없어···!" 


요정의 반응은 격렬했다.


하지만 이대로면 밤새도록 두 요정의 싸움을 지켜봐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김한은 빠르게 대답했다. 


"요정님들은 사람들에게 호의적이라 들었습니다. 어째서 이곳에서 저희를 위협하셨는지 여쭈어봐도 괜찮겠습니까?"


김한의 물음에 두 요정은 순간 날개를 축 늘어뜨린 채 낯빛을 어둡게 물들였다.


언제라도 울음바다가 될 것 같은 분위기에 래브도느가 김한의 손에 붙잡혀 있는 요정들을 빼내더니.


자신의 품에서 해바라기 씨 몇 알을 꺼내어 요정들의 손에 들려주었다.


요정들은 말없이 해바라기 씨앗을 받아들더니, 오물오물 씹어먹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세상이 무너져도 이상할 것 없어 보이던 요정들의 표정에서 황홀감이 피어올랐다.


요정들은 마치 햄스터처럼 빵빵해진 볼 사이로 해바라기 씨앗을 밀어 넣었다.


해바라기 씨를 게 눈 감추듯 해치운 요정 하나가 우물거리며 입을 열었다.


"사실으은···."

"엘라라! 너 또 인간들을 믿으려는 거야?"


"하, 하지만. 실비, 이제 정말 방법이 없는걸···! 이번 인간들은 어쩌면 정말로 우리를 도와줄지도 몰라!"

"으, 으으! 좋아. 딱 한 번만 더 인간을 믿어보자. 대신 너!"


실비라 불린 요정이 가리킨 것은 래브도느였다.


"우리는 너랑만 이야기 할 거야! 저 변태 같은 남자랑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걸! 흥!"


'이런, 요정의 예법을 공부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될 줄은 몰랐는걸.'


한발 물러선 김한이 양손을 들어 올리며 동의의 뜻을 전하자.

래브도느의 앞에 앉은 요정들이 앞다투어 조잘대기 시작했다.


"사실, 얼마 전. 우리들이 살고 있는 요정목에 썩은 시체 과부 거미가 쳐들어오더니 둥지를 틀고 주저앉아 버렸어!"

"그래서 우리들은 지나가던 높은 인간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그 과부거미의 퇴치를 부탁했는데, 그 이후로 이상한 인간들이 우리 숲속으로 자꾸만 들어오기 시작했어!"


"이상한 인간들이라고요?"

"우리들은 마음에 드는 인간들에게 요정목에서 나는 신기한 가루를 나눠주곤 했는데 갑자기 온갖 녀석들이 나타나서는 그 가루를 가져가려 하지 뭐야!"

"우리가 지금은 들어가선 안 된다고 했는데도 우리말은 듣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숲을 파헤치기 시작했어!"


요정의 말을 듣던 래브도느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하지만 지금 그 나무에는 썩은 시체 과부 거미가 둥지를 틀고 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맞아! 그래서 그 인간들이 전부 썩은 시체 과부 거미의 먹이가 되어버렸어! 그리고··· 그리고 또···!"


주저하는 요정들의 모습에 래브도느가 다시 한번 품에서 해바라기 씨앗을 꺼내더니 요정들에게 내밀었다.


래드도느는 잠시 해바라기 씨앗을 받아든 요정들이 씨앗을 입에 넣을 시간을 기다려 주었다.


-우물우물


씨앗을 받아먹었음에도 조금 우울한 모습의 요정이 입을 열었다.


"우리랑 친하게 지내던 인간이 하나 있었는데 그녀가 우리들의 상황을 전해 듣더니 자기가 한번 알아보겠다고 높은 인간을 찾아갔었어! 그런데, 그런데···!"

"그 나쁜 인간이 그녀를 철창에 가둬버렸어! 우리가 꺼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어···."


"대신 그녀가 우리에게 말해줬어! 우리가 부탁했던 그 높은 사람이 우리의 숲을 불태우려고 사람들을 밀어 넣었대."

"그 나쁜 놈이 우리의 숲을 불태우고 그 자리에 자기의 사업장을 차릴 거라고 했어! 그래서 우리들은 인간들이 이곳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던 거야!"


요정들의 말이 끝난 뒤 김한 일행의 표정은 요정들의 표정과 다를 바가 없어졌다.


-뿌드득.


래브도느의 손에 들려있던 해바라기 씨 하나가 터져나갔다.


"음, 그럼 정리해 볼까요. 우선 페어리 테일 묘목으로 가서 썩은 시체 과부 거미를 태워버린 다음, 그 높으신 분이 사는 영지로 가서 그 높으신 분을 거꾸로 매달아 화형에 처하면 일이 말끔히 해결되겠네요. 아, 물론 요정님들을 도와주려 했던 분도 구출하고요."


래브도느의 눈은 웃고 있었지만.

그 분위기와 표정은 절대로 웃음 짓고 있는 자의 그것이 아니었다.


살다 또한 무표정한 표정으로 숲 건너편을 응시하고 있었다.


김한은 자신이 나설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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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C.11 - 호엘룬(1) 24.08.18 35 0 11쪽
67 C.10 - 신성 결투 재판(6) 24.08.18 31 0 11쪽
66 C.10 - 신성 결투 재판(5) 24.08.17 35 0 11쪽
65 C.10 - 신성 결투 재판(4) 24.08.17 36 0 11쪽
64 C.10 - 신성 결투 재판(3) 24.08.16 33 0 12쪽
63 C.10 - 신성 결투 재판(2) 24.08.16 33 0 11쪽
62 C.10 - 신성 결투 재판(1) 24.08.15 40 0 12쪽
61 C.9 - 달마티아 해안(6) 24.08.15 40 1 11쪽
60 C.9 - 달마티아 해안(5) 24.08.14 3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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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C.9 - 달마티아 해안(2) 24.08.13 36 1 11쪽
56 C.9 - 달마티아 해안(1) 24.08.13 37 0 11쪽
55 C.8 - 요정의 숲(6) 24.08.12 40 0 11쪽
54 C.8 - 요정의 숲(5) 24.08.12 42 0 12쪽
53 C.8 - 요정의 숲(4) 24.08.12 38 0 11쪽
52 C.8 - 요정의 숲(3) 24.08.11 44 1 11쪽
» C.8 - 요정의 숲(2) 24.08.10 44 1 11쪽
50 C.8 - 요정의 숲(1) 24.08.10 41 0 11쪽
49 C.7 - 의장 선거(6) 24.08.10 42 0 11쪽
48 C.7 - 의장 선거(5) 24.08.09 38 0 12쪽
47 C.7 - 의장 선거(4) 24.08.09 42 0 11쪽
46 C.7 - 의장 선거(3) 24.08.09 40 0 11쪽
45 C.7 - 의장 선거(2) 24.08.08 40 0 12쪽
44 C.7 - 의장 선거(1) 24.08.08 42 0 11쪽
43 C.6 - 주와이외즈(16) 24.08.08 47 1 12쪽
42 C.6 - 주와이외즈(15) 24.08.07 43 1 12쪽
41 C.6 - 주와이외즈(14) 24.08.07 4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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