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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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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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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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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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9 - 달마티아 해안(3)

DUMMY

58.

C.9 - 달마티아 해안(3)



비늘이 돋아난 가프의 목덜미를 바라보던 김한이 물었다.


"레비아탄과 계약한 겁니까?"

"그래, 너를 이기려면 그래야 한다고 하더군."


김한이 미간을 좁힌 채 꾸짖듯 일갈했다.


"변형된 육체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세계다. 이런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오가 필요한 법이지."


한숨을 내쉰 김한은 몸의 중심을 앞으로 기울이더니.

알아볼 새도 없이 공격을 시작했다.


기습적으로 불꽃을 뿜어내는 총기와 끝도 없이 튀어나오는 칼날 세례에 가프가 기함했다.


"흐읍, 이 녀석, 아직도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거냐!"


레비아탄은 필사적으로 김한의 공격을 막아내었으나.

모든 공격을 막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가 늘어났으며.

피부 아래에 숨겨져 있던 비늘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위기감을 느낀 가프가 자신의 방어를 도외시하며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가프는 실전적 전투를 지향하였기 때문에 공세 하나하나에 치명적인 일격이 담겨있었다.


안면 장타를 날림과 동시에 아이 포크로 상대방의 눈을 찔러오거나.


남들이 비겁하다고 말하는 급소 차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며.


모래를 뿌려 시야를 차단하는 동시에 갑상연골을 잡아 뜯어 김한을 절명시키려 했다.


하지만 김한은 가프의 노림수에 쉽게 당해주지 않았다.

김한의 움직임은 기괴했으나, 불가능해 보이진 않았다.


그 가능과 불가능의 절묘한 틈바구니에서.

김한은 묘기를 부리듯 가프를 압도해 나갔다. 


기회를 포착한 김한이 <절개>를 사용하여 가프의 목에 붉은 실선을 그어 보였다.


이미 수십번은 더 같은자리에 실선이 그어진 상태였다.

가프의 비늘에도 한계는 있었다.


가프의 목 비늘이 쪼개지며 피를 뿜어냄과 동시에 김한은 가프를 걷어차 날려버렸다.


예상대로 가프는 마지막 순간까지 산성 피를 뿜어내며 김한과 동귀어진을 노리고 있었다.


-타타탕, 빠직!


어느새 라이플로 바꿔든 김한은 조준사격을 시작했다.

총알이 가프의 벌어진 상처에 날아가 박혔다.


-푸콱, 띠띠띠··· 콰광!


드라코 컴퍼니에서 보급받은 폭렬탄이 가프의 목구멍에 박힌 채 폭발했다.


사방으로 산성비가 내리듯 가프의 체액이 비산했다.


'끝난 건가···?'


잠시 가프의 반응을 기다리던 김한이 다가가자.


그곳에는 자신의 최후를 기다리는 가프가 그저 공허한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김한은 그런 그의 모습에서 그가 드디어 레드독의 지배에서 벗어났음을 깨달았다.


김한의 접근을 느낀 가프가 허탈하게 웃어 보였다.


"크, 쿨럭, 이래서야 부하 놈들을 만나러 갈 면목이 없군"

"레드독은 어디에 있습니까?"


가프는 잠시 무언가를 떠올리려 애쓰더니.

눈과 귀에서 피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그를 막을 수 없다는 듯.


기어코 스스로 기억을 되살려낸 가프는.

마치 김한에게 무거운 짐을 맡기듯 말을 전했다.


"레드··· 아, 그 녀석··· 흐흐, 뭔가 긴 꿈을 꾼 느낌이군. 그 녀석은 아마 호엘룬으로 갔을 거다. 호엘룬 출신 내 수하 몇놈들 데리고 갔거든"

"감사합니다."


"···부탁하지."

"···."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힘을 쥐어 짜낸 가프의 동공이 멀어져갔다.


하지만 그 최후의 순간.


그는 미소 짓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레드에게 보내는 지옥으로의 초대장 같았다.


김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프를 처치했음에도 아직 레비아탄의 수하들은 여전히 살다와 교전을 치르고 있었다.


하지만 수장이라 할 수 있는 가프가 무너진 이상.

나머지는 그저 오합지졸과 다를 바 없었다.


살다에게 몸을 날리며 김한은 앞으로의 일정을 정리했다.


'이렇게 된 이상, 라이오네에게 부탁하여 이곳에 구호소를 세우고 드라코 컴퍼니로 최대한 인원을 흡수할 수 있도록 요청해 봐야겠군.'


레비아탄의 하수인 하나의 머리를 꿰뚫은 김한이 살다옆에 내려섰다.


살다는 무사히 돌아온 김한을 살핀 뒤 싱긋 미소 지어 보였다.


"살다님 괜찮습니까?"

"그래, 문제없단다."

"오빠, 저도요!"


하수인 하나의 머리통을 날려버린 래브도느가 김한에게 돌아서 활짝 웃어 보였다.


활짝 웃는 래브도느의 모습과 뺨에 묻은 핏자국이 묘한 대비를 이루며 김한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으나.


김한은 그 모든 감상을 입 밖으로 내보낼 생각이 없다는 듯.

그저 치밀어 옳은 말을 삼킨 뒤 래브도느를 칭찬하며 미소 지어주었다.


"래브, 훌륭합니다."

"오빠···!"


김한의 칭찬에 래브도느는 황홀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어쩐지 래브도느에게서 슬금슬금 멀어지는 레비아탄의 하수인에게 돌격하기 시작했다.


래브도느의 손에 들린 적염검 헤레브는 그동안 래브도느에게 당해온? 설움을 풀어내듯, 이글거리는 불꽃을 내뿜으며 적들을 닥치는 대로 연소시켰다.


래브도느 무사함을 확인한 김한이 리타의 상태를 확인했다.


리타는 살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전력을 교대해준 덕인지 큰 무리 없이 래브도느를 지원함과 동시에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김한의 기척에 리타가 감탄사를 내뱉으며 반응했다.


"대단하네요. 어쩐지, 마지막으로 뵈었을 때보다도 강해진 것 같은데···. 그렇죠? 왠지, 마왕을 처치하겠다는 그 발언이 조금 현실적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전투였어요."

"저희가 드라코 컴퍼니로 돌아갈 무렵, 제 손에는 레비아탄의 머리가 들려있을 겁니다."


김한의 대답에 리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이제 그들의 주변에는 가프의 수하들과 레비아탄의 하수인들로 시체의 산이 쌓여있었다.


조금 지쳐 보이는 표정의 살다가 김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한아, 그런데 이 상태로 바로 레비아탄을 공략할 셈이냐? 레비아탄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란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슬슬 레비아탄이 자신의 힘을 드러내려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다른 마왕들 역시 자신의 세력을 드러낼 준비가 거의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만약 지금 그들을 각개격파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힘을 합쳐 남하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드라코 컴퍼니와 제국 또한 무사하지 못하게 되겠지요."


김한은 자신이 플레이했던 게임 속 상황을 떠올렸다.


이미 지옥과 같이 변해있던 그곳은 모든 곳이 처절한 전쟁터와 같았다.


김한이 다시 한번 자신의 입장을 내비쳤다.


"저는 지금이 바로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네 생각이 그렇다면 본녀 또한 돕겠다."


김한과 살다의 심상치 않은 반응에 오히려 리타가 깜짝 놀라며 그들을 만류할 정도였다.


"자, 잠깐 그렇다고 지금 당장 쳐들어갈 생각은 아니겠죠?"

"물론입니다. 우선 오늘은 쉴 곳을 찾아 정비를 마쳐야겠지요."


김한의 대답을 받아내고 나서야 리타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덧 전장은 정리되어 쓰디쓴 적막감이 감돌았다.


코를 찌르는 냄새에 살다가 인상을 찡그리며 김한의 옆구리를 찔러왔다.


"일단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어떠하겠느냐."

"동의합니다. 래브 이제 곧 날이 어두워지니. 자리를 피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래요. 오빠. 고생하셨어요."

"래브도 고생하셨습니다."



* * *



아수라장이 된 지역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은 김한 일행은 야영을 준비했다.


이미 모두들 야영에는 전문가 이상이 되어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눈 깜짝할 사이에 제법 괜찮아 보이는 야영지가 건설되었다.


-끈적.


"으, 씻고 싶어요···."

"저도···."


오늘 온종일 하수인들의 피를 뒤집어써야 했던 래브도느가 푸념을 내뱉었다.


그녀에 못지않게 산성 피를 뒤집어썼던 리타가 동의해 왔다.


김한은 야영지를 건설하기 위한 자리를 탐색하던 중.


요령껏 확인해둔 호숫가가 있었기에 그녀들에게 그곳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오빠, 고마워요! 빨리 씼고 올게요! 아, 아니. 혹시 괜찮다면 오빠도 저희랑 같이···!"

"뭐,무뭐머머머머머라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욧!"


래브도느의 수줍은 제안에 리타가 기겁을 하더니.

그녀의 뒷덜미를 붙잡고는 성큼 성큼 걸어 나갔다.


"혹시라도 쫒아올 생각은 하지도 마세요···!"

"···물론입니다."


마지막에 경고를 곁들인 리타가 숲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살다 또한 김한의 머리를 쓸어 보이더니.


"본녀 또한 몸을 씻어야 할 것 같구나. 한아, 조금 외롭더라도 잠시 이곳에서 기다려 주겠니?"

"물론입니다."


-꾸이!!! 꾸, 꾸이이이이!!!


필사의 표정으로 발악하는 굴린의 목덜미를 움켜잡은 김한이 살다를 배웅했다.


"이 엉큼한 것 같으니. 하지만 저편에는 헐벗은 리타가 있을 터이니, 이번에는 한이와 함께 야영지를 지켜주어야겠구나."

"꾸이이···."


살다의 선언에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희망을 품고 있던 굴린의 눈에 절망이 드리웠다.


홀로 남은 김한은 굴린을 단단히 묶어둔 뒤.

불쏘시개를 뒤적여 캠프 중앙에 불씨를 피워냈다.


문득 김한은 품속에서 빵 조각 하나를 꺼내 들었다.

김한은 그 빵조각을 하염없이 쳐다보더니.


-치이익.


빵을 한입 베어 물자.

그의 손에 아직 가프의 산성피가 남아있었는지.

시큰한 맛과 함께 혀가 녹아버릴 것만 같이 아려왔다.


-우적, 우적.


김한은 그딴 것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듯.

조용히 빵 쪼가리를 씹어 삼켰다.



* * *



호수를 발견한 래브는 힘차게 호수 한 가운데에 뛰어들었다.


-첨벙!


"푸하! 온몸이 따끔거려서 죽는 줄만 알았다구요오···."

"으잇, 래브도느 저는 아직 옷을 벗지 못했는데요!"


호숫가 근처에서 옷을 갈아입던 리타는 래브도느의 물세례를 그대로 들이받으며 그야말로 처량한 모습을 드러냈다. 


"히히, 리타님 어차피 옷은 산성피 때문에 세척하지 않으면 안된다구요. 그런 건 신경 쓰지 마시고 어서 이쪽으로!"

"으아악! 래, 래브···!"


래브도느가 리타를 잡아당기자.

그대로 물속에 빠져든 리타가 허우적댔다.


"어푸, 어푸! 으아앗! 저 수영 못 한단 말이에요!"

"리타님 여기 물이 허리까지 밖에 오지 않는걸요!"


래브도느가 리타의 몸을 바로 세워 주었다.

래브도느의 말대로 허리춤에서 찰랑거리는 물결에 얼굴을 붉힌 리타가 래브도느를 책망했다.


"저, 저 옷이 이거 하나뿐이란 말이에요!"

"네? 그게 무슨···? 혹시, 이번 임무가 장기임무가 될 거란 이야기를 듣지 못하신 건가요?"


래브도느의 순진한 물음에 순간 구슬픈 얼굴을 지어 보인 리타가 말했다.


"하, 하지만! 김한이 저에게 그 사실을 통보한 것은 하루 전이라고요! 성녀 예장을 하루 만에 구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음, 그럼 제가 옷을 빌려드리는 것은 어때요?"


래브도느의 제안에 리타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 그렇게 해주시면 고맙죠."

"그럼, 그렇게 하는 것으로 하고··· 에잇!"


래브도느가 리타의 옷을 벗겨버렸다.

너른 물가에 리타의 옷을 걸쳐 놓은 래브도느가 비누를 꺼내 들었다.

리타성녀는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래브도느를 바라보았다.


"래브도느 그게 무엇인가요?"

"후후후."


래브도느의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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