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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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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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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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7 - 의장 선거(3)

DUMMY

게임 속 계략 용사 - 46

C.7 - 의장 선거(3)



-바토르만이 드라코 컴퍼니를 더욱 위대하게 만들 것이다!

-아니다! 자몽만이 드라코 컴퍼니를 첨단으로 나아가게 하리라!


의장 선거가 본격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드라코 컴퍼니아 번화가에서는 연일 각 후보의 이름이 끊임없이 연호되었다.


양측의 선거 캠프에서는 요원들을 투입하여 시민들을 독려하도록 지시했다.


양측 대표의 선거유세가 겹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두 세력 간에 치열한 긴장감이 감도는 것은 기본이고 몇몇 과격분자들의 직접적인 무력 충돌이 있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처음에는 바로트측의 세력이 큰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두 세력의 종족과 직업 구성 차이 때문이었다.


바토르의 지지자들은 원래부터 바토르를 따르던 드워프, 라이오네에 의해 중심을 잃은 강성 노조원들 그리고 이번에 새로 투표권을 얻게 된 몬스터(오우거, 오크, 고블린 등)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들은 공통으로 매우 억세고 난폭한 성정을 지니고 있었다.


광산에서 오랜 세월 활동해온 드워프와 몬스터들.


무력 행동을 불사하지 않는 강성노조원들.


이들과 기 싸움을 벌이기에는 일반 기술자와 행정원으로 구성된 자몽의 지지자들은 너무나 나약했다.


덕분에 바토르측의 지지 세력은 강한 결속력과 단합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더욱 자몽 측 지지 세력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토르의 지지자들이 행패를 부릴수록 반 바토르를 외치며 자몽의 지지 세력이 하나로 뭉치게 되는 효과가 발휘되었으며.


평소 바토르를 지지하는 이들의 행패를 감당해 내야 했던 무력대가 자몽에 대한 지지를 선언 하면서 쏠려있던 균형의 추가 맞춰지기 시작했다. 


위기를 감지한 바토르 측 선거 캠프는 지지자들에게 과격한 무력 시위를 벌이지 말 것을 당부했으나.


그것이 지켜지기에는 바토르 측 지지자들의 성향이 너무 극단적으로 기울어져 있었으며 이미 한번 피 맛을 본 지지자들은 좀처럼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결국 바토르의 지지자들과 자몽의 지지자들을 둘러싼 무력대의 충돌이 벌어지며 바토르 지지자들이 폭력 행위로 무력대의 유치장에 압송되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쾅!


"이 병신새끼들이! 의장선거를 마치 자기들 놀이터처럼 이용하고 있구나!"


바토르가 분개하며 책상을 내리치자 주변에서 대기하던 선거 캠프 직원들이 찔끔하며 더더욱 고개를 숙여왔다.


그중 한 직원이 용기를 내어 바토르 앞으로 나와 고했다.


"하지만 바토르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투표 예측 결과가 칠 할을 넘은 상태입니다. 바토르님의 당선은 거의 확정이라 생각하셔도···."

"이 멍청한 새끼! 선거에서 이기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지금 우리들의 지지 세력을 보아라. 이 꼴통 새끼들의 지지를 받아 의장으로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임기 시작부터 행정 세력 전반을 적으로 두고 시작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이종족 할당제를 밀어붙여 통과시킨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협조 없이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지원을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바토르의 말에 직원은 즉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왔다.

바토르는 잠시 한숨을 내쉰 후 그를 물러나게 한 뒤 참모진들을 불러 모았다.


"후, 그래 '그들'과의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되어가고 있는가?"

"'그들' 쪽에서 곧 저희 캠프에 합류하기 위해 공식 절차를 밟아 들어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후, 그래. 그것참 잘된 일이로군. 이대로 행정 공백이 지속된다면 자몽 측에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 보이게 될 거다. 그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니 반드시 성사해 보이도록."

"알겠습니다."


바토르의 걱정은 허황된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메꿔왔으나.


바토르가 수장으로 있는 기술 사업부의 분식회계는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라이오네가 뒤바꾼 선진 관료 체계는 혁신에 가까웠다.

하지만 언제나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람이었다.


물론 라이오네의 새로운 관료 체계에 빠르게 적응하여 승승장구 하는 묘인족, 토인족, 견인족, 엘프 같은 이들이 존재했으나.


드워프 들의 경우에는 그 폐쇄성과 더불어 드라코 컴퍼니의 시작을 함께했다는 자부심, 사내 최다 종족구성을 유지해오며 굳어진 관습들, 보석과 무구를 단조할 때는 장점으로만 보였던 고집스러운 성격이 바뀐 관료체계에서 단점으로 바뀌는 순간.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몰락해가고 있었다. 


또한 바토르는 자신을 중심으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순혈 드워프 주의라는 사상을 내세워 페카폴타스 출신의 인물인지 바토르에게 협조적인지에 따라 진급과 누락을 반복하여 자신에게 협조적인 인사만을 남기게 되었다. 


그 결과 발생한 문제 중 하나가 분식회계로 회계장부를 작성하는 것이 귀찮았던 선임 드워프 들이 자신의 후임들에게 회계 장부 작성을 어물쩍 넘겨버리다 보니 그 과정에서 오기입은 물론이고 횡령과 비리가 난무하게 된 것이다.


바토르를 중심으로 한 드워프 집단은 몸집은 점점 불어나게 되었으나 막상 벌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가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사내의 이종족 직원들에게 일을 맡기자니.


그들이 지금까지 벌여왔던 분식회계가 문제가 되었다.


만약 그들이 자신들의 비리를 발견하고 라이오네에게 고발한다면 그것은 말단 직원 하나둘의 목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었다.


결국 바토르가 할 수 있는 일은 의장선거에서 승리하여 행정부를 장악한 뒤 사업을 빌미로 자금을 충당함과 동시에 제국의 손을 빌려 비밀리에 분식회계를 정상화하는 방법뿐이었다.


비록 그것이 드라코 컴퍼니를 배신하는 행위일지라도.


바토르는 살아남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다.



* * *



자몽의 선거캠프.

선거대책위원회.


이와 같은 조사 결과, 바토르측은 저희가 모르는 분식회계 장부를 만들어 보관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도착할 제국 사절단과의 비밀 회담을 통해 행정 공백을 메꿀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는 것이 우리 대책위원회의 결론입니다.


발표를 마친 우사민 과장이 발표석에서 내려와 우사금 부장의 옆에 자리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반드시."


자몽과 우사금 부장은 잠시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상대의 진의를 가늠했다.


곧 자몽이 먼저 우사금 부장을 향해 손을 내밀며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렇게 우리가 힘을 합칠 수 있어 참으로 영광 입니다."

"저희 둘 모두 바토르가 의장에 당선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는 자연스러운 통합이지요."


바토르를 떠올리는 것 만으로 한 차례 치를 떤 우사금 부장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저 멀리 세워진 바토르 선거 캠프를 바라보았다.


마찬가지로 함께 바토르 선거 캠프를 잠시 지켜본 자몽은 돌아서 자신의 캠프에 새로 합류한 김한을 모두에게 소개했다.


"자 이 좋은 날 여러분께 또 하나의 경사스러운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라이오네님의 총애를 받고 있는 김한이 우리 캠프에 새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모두 박수로 맞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몽의 소개와 함께 자몽측 선거 캠프에 소속된 직원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그들 또한 김한이 드라코 컴퍼니에 입사함과 동시에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건을 해결해 보였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김한이라니! 그 해결사가 우리 캠프를 지원한다고? 그라면 정말로 이 상황을 반전시킬지도 모르겠어!"

"아니 분명히 그렇게 될 것이다. 우사금 부장님과의 단일화에 성공한 이상 이제 반(反) 바토르를 외치는 모든 직원이 우리를 지지하게 될 거야!"


한차례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난 뒤.


김한은 주위를 둘러보며 이곳에 모여있는 이들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자몽 부장을 필두로 한 신소재 개발부의 직원들, 재경부의 우사금 부장과 우사민, 우사미 그리고 무력 대원들까지. 확실히 나와 관계를 맺은 이들이 이곳에 전부 모여있구나.'


김한은 자신의 선택이 틀림이 없었음을 재확인하며 그들을 향해 인사했다.


"이번에 새로 선거캠프에 합류하게 된 김한입니다. 부족한 몸이지만 자몽님을 의장 선거에서 당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와아아!


김한의 다짐으로 다시 한번 캠프의 열기가 달아오르는 가운데 손을 들어 그들을 진정시킨 자몽이 자신의 결의를 들어내었다.


"나 자몽 스크로크가 이곳에서 맹세하겠소! 우리들의 연구와 노력은 온전히 드라코 컴퍼니의 복지와 진보에 기여할 것이며.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지식의 확장을 넘어서, 인류의 행복과 평화를 증진하는 데 사용될 것이오!"


자몽의 선언을 듣는 이들의 마음속에 작은 불씨가 퍼져나갔다.



* * *



드라코 컴퍼니.

바토르의 기술 경영부.


바토르는 고심 끝에 놀노르 공녀를 자신의 직속 부서에 배속하기로 결정했다.


드워프 순혈주의자를 자청하는 그가 페카폴타스의 왕족인 놀노르 공녀를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그녀가 무언가 잘못을 저지르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 과오를 모조리 자신이 뒤집어 써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차라리 공녀를 가까이 두고 감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녀와 같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바토르에게 수십 년을 쏟아부은 이들이 그녀를 좋아할 리가 없었다.


그들은 드워프 순혈주의를 표방하지만, 드라코 컴퍼니아에서 나고 자란 그들에게 페카폴타스는 다른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들에게는 드라코 컴퍼니아의 드워프만이 진정한 순혈로 인식되고 있었던 것이다.


"야, 저기."

"음, 페카폴타스의 공녀인가···."


그들은 저마다 무언가 마땅치 않다는 눈빛으로 놀노르 공녀를 훔쳐보았다.


'후, 또 시작인가요···.'


놀노르 공녀가 그런 그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그저 한숨을 내쉬고 자기 일에 집중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놀노르 공녀의 모습에 그들은 더욱더 불안한 감정을 내비치며 그녀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치부라고 할 수 있는 분식회계 장부가 바로 이곳에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바토르는 바로 이 부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그는 놀노르 공녀가 경영 회계 업무에 금방 싫증을 내고 다른 드워프 들처럼 적당히 뒷돈을 받아먹거나.


그들과 어울려 방탕한 생활을 영위할 것을 예상했다.


하지만 놀노르 공녀는 의외로 성실하게 업무를 처리하였으며 그것은 곧 기술부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비리가 속속들이 밝혀지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다른 드워프 들이 놀노르 공녀를 감시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놀노르 공녀의 마음은 점차 시들어가고 있었다.


'제가 더 열심히 해서 동료분들께 인정받는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번 회계 장부를 살피던 놀노르 공녀의 눈빛이 점차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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