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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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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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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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0 - 신성 결투 재판(2)

DUMMY

63.

C.10 - 신성 결투 재판(2)



'그레이하운드, 감회가 새로운걸.'


김한이 이 세계에 발을 들인 뒤, 벌써 세 번째 계절이 지나고 있었다.


김한이 그레이하운드를 벗어나던 마지막 순간.

그곳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피와 소음 그리고 광기뿐이었다.


그때에 비한다면 지금의 그레이하운드는 제법 평온한 영지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여전히 구석 그늘진 곳에는 핏자국이 남아있었으며, 할퀴어진 손톱자국 그리고 구멍을 대충 메운 판잣집에서 여전히 그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블루의 안내에 따라 '그날' 그가 그려냈던 '마법진'의 위치에 도착한 김한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남아있었다니···.'


"아마, 바네스 측에서 무언가 사악한 것을 불러내려다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으음, 그렇군요."


불편한 기색을 숨긴 김한이 마법진에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마법진 앞을 지키고 서 있던 성직자 하나가 그를 막아섰다.


"이곳은 아직 마기의 흔적이 짙게 남아있는 장소입니다. 여러분들의 안전과 증거 보존을 위해 출입을 금하고 있으니, 부디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한발 물러선 김한이 블루에게 눈짓했다.

블루는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사제에게 인사한 뒤,

김한을 귀빈실로 안내했다.


"일단 이곳에서 여독을 풀고 계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잠시 뜸을 들인 블루가 김한에게 면목 없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그, 현재 마법진에 관해서는 저 또한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입니다. 만약 강제로 마법진에 접근하려 할 경우, 교황청과 전면전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지게 되겠지요."

"그렇군요···. 어쩔 수 없지요. 우선 이곳에서 대기하며 결투 재판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김한이 순순히 물러서자.

조금 밝아진 얼굴로 블루가 인사한 뒤 집무실로 돌아갔다.


"아, 훈련장은 언제든 개방되어 있으니, 원하실 때 사용해주십시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블루가 완전히 떠나간 것을 확인한 김한은 곧장 살다 일행이 머무는 옆방으로 향했다.


-끼이익.


김한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편한 옷으로 갈아입던 그녀들이 순간 얼굴을 붉혀왔다.


"꺄아악! 무, 무슨 이런 교양 없는 사내가···!"

"한아, 오늘은 제법 적극적이구나. 본녀가 오늘 밤을 기대해도 되겠느냐."

"오, 오빠··· 정말 그런 거예요···? 그렇다면···!"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쿵.


약간 몸이 달아오른 김한은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 대신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길에 김한이 자기 목덜미를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플라우로스 그 마법진을 분해할 순 없을까?"

[정말, 제 편할 때만, 불러 부려 먹는 놈이로군.]


"덕분에, 너도 제법 근사한 구경을 하지 않았나?"

[···아마 판데모니움과의 통로가 열려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마기 또한 그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거겠지. 살다님이라면 가볍게 클로징 가능할 거다.]


"고맙다."

[···]


김한은 가볍게 연병장을 달리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결투 재판이라···. 아마 상대로 나올만한 이는 이안 또는 이단 심문관의 녀석들인가. 아마 교황의 직속 호위대는 동행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놈은 자신의 목숨을 그 무엇보다 위에 두고 있으니까.'


-퍽, 콰당!


"꺄악!"


김한은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탓에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여성을 신경 쓰지 못했다.


'애초에 연병장이 비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대체 누가 어째서···.'


"···누구십니까?"

"이, 목석같은 사람 같으니라고! 어째서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 거예요!?"


김한은 주저앉아 자기 머리를 문지르는 소녀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익숙한 체형과 목소리. 김한은 곧 그녀의 이름을 기억해냈다.


"크리스티나···?"

"하, 이제야 알아주시는군요. 참 고맙네요. 그래요. 제가 바로 교황청 측의 입회자인 크리스티나랍니다. 이번 결투 재판의 선발대로 파견되어 지루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와중이지요. 그런데, 당신. 설마··· 당신이 저 사생아 측의 대리인인 건가요?"


김한은 굳이 대답해줄 의무가 없다고 생각하였으나.


"그렇습니다. 다만, 블루님을 그렇게 부르시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니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세상에. 당신이 결투재판의 대리자라니! 이럴 줄 알았으면 아버지를 설득해 그쪽에 왕창 걸어둘걸. 그랬어요! 아, 아니지 지금 당장이라도···!"

"···."


크리스티나는 김한을 앞에 두고,

그의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은 채 제 할 말만을 조잘대었다.


하지만 당황한 것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김한 또한 그녀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에 당황하며 생각에 잠겼다.


'크리스티나라고 했던가. 그저 주와이외즈 가문에 팔려 간 약혼녀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주와이외즈의 참극이 빗겨나가게 되면서 그녀의 운명 또한 변한 것 같구나. 신성 결투 재판을 중재하기 위해선 최소한 추기경 셋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최소 추기경의 사생아나 양자로서 그를 대신하여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라 보는 것이 옳겠지.'


또한 김한은 주와이외즈의 참극과 관련하여 기억하고 있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이렇게 물었다.


"크리스티나 당신은 혹시 마커스 대주교의···."

"거기까지. 숙녀의 비밀을 마음대로 들춰내는 것은 신사로서 매우 큰 무례랍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제 목숨을 구해주신 적이 있으니, 특별히 말씀드리겠어요. 맞아요 저는 마커스 대주교의 양녀랍니다."

"그렇군요."


몸을 일으킨 뒤 자신을 옷을 탁, 탁 털어 보인 크리스티나가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아본 뒤 씩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번 일이 끝나면 그것도 다 끝이랍니다. 저는 이제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것을 허락받았거든요."

"부디 당신의 선택에 축복 있기를."


김한이 라시타 정교회의 율법에 따른 축복의 기도문을 외자.

크리스티나가 눈을 크게 떠 보이더니 활짝 웃어 보였다.


"후후, 아버지한테도 못 받은 축복의 기도를 당신에게 받을 줄은 몰랐는데요. 아무튼 고마워요. 하지만 제가 당신의 편의를 봐줄 거란 생각은 접어두는 것이 좋을 거라고요!"

"그저, 공정한 판결을 부탁드릴 따름입니다."


"좋아요 그거면 된 거예요. 아무튼 알겠어요. 그럼 안녕히!"

"안녕히."


한바탕 폭풍과 같았던 그녀를 떠나보낸 김한이 생각에 잠겼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그녀는 주와이외즈의 경우만 생각해 봐도 결혼 동맹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만한 충분한 가치를 지닌 여식이다. 그런 그녀를 '그' 마커스가 쉽사리 놓아준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김한은 잠시 밝게 웃던 그녀의 암울한 미래에 대해 떠올렸으나.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님에 고개를 흔들어 망상을 떨쳐낸 뒤 자기 몸을 관조했다.


'지금 내 몸 상태는 그 어느 때보다 완벽하다. 지금이라면 말레우스와 싸우게 된다고 하더라도 호각을 겨룰 만하며, 만약 '그' 스킬까지 사용한다면 일시적으로나마 그를 뛰어넘을 수 있게 되겠지. 하지만 그 스킬은 최대한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그렇게 다짐한 김한은 한참을 더 달려 몸에 열을 낸 후에야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어느덧 저녁놀이 하늘을 물들이는 가운데 김한은 조용히 살다를 찾아갔다.


"살다님."

"그래, 기다리고 있었단다. 우선··· 이쪽을 해결하는 게 어떻겠느냐?"


살다가 짓궂은 표정으로 손끝을 어지럽게 놀려왔다.

김한은 그녀를 받아들이는 대신,

부드럽게 그녀를 떼어낸 뒤 설명했다.


"마법진의 존재가 이단 심문관에게 발각되어선 안됩니다. 기회는 지금뿐입니다."

"후, 한이가 본녀의 장난을 받아주지 않으니. 본녀의 가슴이 아려오는구나. 하지만 네 청을 거부했다가는 네 토라진 모습을 지켜봐야 할 것이니, 좋다. 지금 바로 마법진을 해체하러 가자꾸나."


살다가 손끝을 흔들어 보이자.

김한과 살다의 모습이 다른 이들의 시선으로부터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녀를 끌어안은 김한이 그대로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었다.


"블루에게 확인한바. 저 마법진을 확인하고 지켜선 것은 저자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장소가 무너져내려 발견되지 않고 있었다니. 참으로 속 편한 이야기구나."


살다의 우스갯소리에 김한은 조용히 고개만 끄덕인 채 <기묘한 회피>를 사용하여 사제에게 접근했다.


-픽


"···?" 


수면 마취제를 주입 당한 사제가 순간 눈을 부릅떴으나.

자신이 무엇에 당한 줄도 모른 채.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살다님."

"알았다."


-파칫!


살다가 가볍게 손짓함에 마법진은 그 힘을 잃고 불안정하게 비틀리더니 최종적으로는 재가되어 바람을 타고 흩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듯.

김한이 살다에게 눈짓하자.

살다는 쓰러진 사제의 이마에 톡 하고 손끝을 한번 가져다 대었다.


살다의 마법이 발동한 것을 확인한 김한이 사제의 귀에 입을 대고 말했다.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김한의 말에 사제는 몸을 뒤틀면서도 순순히 김한의 말을 복창했다.

세뇌가 완벽하게 적용된 것을 확인한 김한이 사제를 기둥에 기대어 놓았다.


"돌아가죠."

"그래."


그 말과 동시에 김한과 살다의 몸이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었다.



* * *



다음날.


이안을 포함한 교황청 측의 대리인들이 그레이하운드를 방문했다.


이안은 평소와는 다르게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에 다다른 것에 큰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휘유—! 생각해보니 이렇게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까지 도착한 것이 얼마 만이냐!"

"항상 길목만 나타나면 성녀님이 앞장서겠다고 우기셨으니까요."

"에휴, 정말이지 그럴 때면 이 짓거리도 때려치우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

"호오. 이안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셨는군요."


하지만 너무 흥분해버린 탓인지.

자신의 바로 옆까지 다가온 성녀를 눈치채지 못한 채.

혼자 떠들어대다 그녀에게 귓바퀴를 잡히게 되었다.


"아, 아니이잇···! 성녀님 대체 지금까지 어디에 계셨던 겁니까? 아니, 아니지. 지금 성녀님은 백마 탄 왕자님을 찾아 가출한 상태! 그, 그렇다면 서, 설마···! 블루 공자 측의 대리인이라는 게 '형씨'는 아니겠지요! 성녀님 제발 그것만은···!"

"반갑습니다. 이안경."


이안의 입은 멈출 줄을 모른 채 떠들어댔다.


결국 김한이 등장해 그의 입을 막는 것으로 그의 입방정이 끝을 맺게 되는 줄 알았으나.


"이런, 젠장할. 텄군. 텄어. 이제 돌아가서 죽도록 고문당할 일만 남았다. 얘들아 안 되겠다. 우리도 성녀님 따라 탈주하자. 그것 말고는 방법이 남아있지··· 아앗, 성녀님 아픕니다. 아프다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투덜대던 이안은 리타에게 귓바퀴를 돌려지는 것으로 입을 다물었다.


"좋아요. 그럼, 이제 결투 재판에 참여할 인원이 모두 모이게 되었군요."


그들 앞에 나타난 크리스티나가 해맑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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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C.10 - 신성 결투 재판(3) 24.08.16 3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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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C.7 - 의장 선거(3) 24.08.09 40 0 11쪽
45 C.7 - 의장 선거(2) 24.08.08 40 0 12쪽
44 C.7 - 의장 선거(1) 24.08.08 4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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