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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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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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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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C.11 - 호엘룬(2)

DUMMY

69.

C.11 - 호엘룬(2)



드라코 컴퍼니아, 호엘룬 사이.

북부 접경지역.


-꾸이-!


저 멀리.

황금빛 세 줄무늬가 인상적인 돼지 한 마리가 마차를 끌고 있었다.


신입 도적단원이 급히 다가섰다.

호각을 불며 마차를 멈춰 세웠다.


"정지"


빡!

급히, 따라와 머리를 후려갈긴 선임 도적단원.

신입의 귀를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이, 멍청한 자식. 검문하기 전에 확인을 해야 할 거 아냐?"

"넵?"


선임 도적단원이 손가락으로 돼지가 끌고 있는 마차를 가리켰다.

신입은 얼빠진 얼굴로 마차를 쳐다봤다.


"저 황금돼지 안보이냐? 대장님의 은인으로 모시는 분이시잖아!"

"아, 그,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사색이 된 신입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신입의 귀에 입을 가져다 댄 선임이 스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번에 저분께 시비를 걸었던 놈이 어떻게 됐는지 알지?"

"무, 물론입니다."

"시발, 그럼 알아서 좀 잘 하란 말이야. 알겠냐?"

"네, 넵!"


신입은 상상하는 것만으로 소름이 돋는 듯.

양팔로 자기 팔뚝을 쓸어댔다.



* * *



호엘룬까지의 여정은 편안했다.

제국 북부는 수도에 비견될 정도로 치안 상태가 좋아졌다.


제프의 수하로 보이는 이가 잠시 우리를 멈춰 세웠으나.

상관으로 보이는 이가 급히 튀어나오더니.

수하의 뒤통수를 냅다 갈기고는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길을 비켜주었다.


이런.

잠시,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신입을 응원해주었다.

물론 속으로.


-스륵.


"으음."


래브가 잠꼬대를 하듯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왔다.

안자는 거 다 안다.

그래도, 뭐.

귀여우니 봐준다.


그녀들이 나에게 과감하게 접근해 오기 시작할 무렵.

위기를 느낀 나는 자몽을 닦달했다.

냄새와 청결은 중대 사항이었다.


나는 자몽이 개발한 비누를 그녀들에게 전달했다.

살다는 사과향.

래브는 살구향.

리타는 민트향.


···.

먹을 게 아니니 상관없겠지?


래브의 머리에서 살구 향이 감돌았다.

내가 그 향을 음미하듯 눈을 감자.

살다가 반대편 어깨를 탐해왔다.


"으음."


좀 무거운데.

-꼬집.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언제부턴가 살다는 오직 내 기척만으로 속마음을 읽어내기 시작했다.

그만큼 우리 사이가 가까워졌다는 말이겠지.


살다의 못된 손이 짓궂게 다가왔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그녀의 잔인한 공격을 버텨내야 했다.


호엘룬에 도착했다.


"자, 임무를 시작하겠습니다."

"흐응, 한아. 일어설 수 있겠느냐."

"···물론입니다."

"흐아암. 오빠, 어디 아픈 건 아니죠?"

"그런 거 아닙니다."


잠에서 깬 래브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어왔다.

당연히 답해줄 말은 '괜찮다.'뿐이었다.

살다가 음흉하게 웃어왔다.

역시 쉽지 않은 상대.


우리는 공식적으로는 드라코 컴퍼니아의 사절로 호엘룬에 방문한 것으로 되어있었다.

드라코 컴퍼니아와 호엘룬 사이에 아스팔트 도로를 연결한다는 사업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분 문제로 한동안 진행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반 정도 사장된 상태였다.


그러니.

우리는 대외적인 명분만을 사용하여 호엘룬에 잠입한 뒤.

레드독과 마몬을 찾아내어 그들을 박멸하는 데에 집중한다.


나는 퀘스트 기척 감지를 사용했다.

강하게 느껴지는 두 개의 기운.

놓치지 않는다.


호엘룬 측에서 환영 사절이 도착했다.

도로다이라 불린 이가 자신을 소개했다.


"도로다이입니다. 이곳에 계시는 동안 불편한 점이 있으시면 제게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드라코 컴퍼니 재경부 경영컨설턴트 부장 김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힘있게 감싸오는 악력에서 신뢰감이 느껴졌다.


아무튼.

할 일은 해야지.

나는 미리 준비해놓은 대사를 읇었다.


"미리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호엘룬에 방문한 것이 처음인지라. 협상 전 하루 이틀 호엘룬의 수도를 돌아보고 싶습니다."

"아, 그런 것이라면 저희 측에서 가이드를 제공해드릴 수···."

"아, 아닙니다. 저희만으로 충분하니. 가이드는 필요 없습니다."


순간 도로다이가 김한의 양옆에 서 있는 살다, 래브, 리타를 바라보더니.

헛기침을 내뱉으며 부러운 듯 운을 뗐다.


"아··· 크, 큿흠. 이런, 굉장한 분이셨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길. 협상일과 장소는 추후 시종을 통해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도로다이가 물러서는 것을 확인한 뒤.

우리는 호엘룬의 귀빈을 맞이하는 객실에 짐을 풀었다.


그녀들이 은근한 눈빛을 보내오는 것이 느껴졌다.

절대 안 된다.


"저는 이번에 반드시 레드독을 잡아 보일 것입니다."

"그래, 본녀 또한 알고 있느니라."

"래브, 접근하지 마십시오. 저는···!"

"오빠, 저도 알고 있답니다."

"리타, 성녀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십시오."

"이쪽으로 오세요. 축복을 내려드리지요."

"···."


나는 빠르게 장구를 정리한 뒤.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녀들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가운데.

살다의 목소리가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한아, 밤은 긴 법이란다."

"···."



* * *



화려한 별실.


한 남자가 방안을 빙글빙글 돌다, 하늘을 바라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미간을 찡그렸다.

그의 시선이 보드판에 날아가 꽂혔다.


"뭔가 이상하군요. 뭔가 이상해요···!"


보드판에는 수백개가 넘는 경로가 표기돼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죠? 전 이미 이곳을 떠났어야 했어요. 다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떠났어야 했다구요! 그런데 제가 왜 여기에 있죠? 알 수 없어요. 이해할 수 없군요!"


레드독의 시선이 다시 한번 보드판에 날아와 박혔다.


그것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펼쳐져 있었으나.

모든 경로의 끝에는 엑스자 표시가 처져 있었다.


"모든 퇴로가 막혔다고?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당신은 혼자잖아. 라이오네 조차 지금은 당신을 도울 수 없을 텐데 어째서···? 어째서 모든 길이 막혀 보이는 걸까요? 정말로 당신은 나를 죽일 셈이야? 꺄아악! 미쳤어! 당신은 미쳤다고! 어쩜 그렇게 사악하게 나의 목을 조여올 수 있죠?"


홀로 독백하던 레드독이 광기에 가깝게 소리쳤다.


"좋아요. 그래요. 그럼, 싸우죠. 당신이 원하는 대로 제가 당신을 상대해줄게요. 당신의 목을 잘라서 내 장식장에 올려둘래요. 당신의 그녀들은 내 가구가 될 거예요. 난··· 당신을 파멸시키겠어요. 그리고 래브도느··· 당신은···."


잠시 감정을 추스르던 레드독이 하얀 가면을 들어 올렸다.

가면은 눈구멍이 없고 하관이 드러나 있었다.


가면을 쓴 레드독은 별실의 문을 열어 보였다.

그와 동시에 군인으로 보이는 인간이 다가와 부복했다.


"하명하십시오."

"동지. 신수님과 이야기를 나눠야겠습니다."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군인은 그와 동시에 부하들을 시켜 무엇인가를 지시했다.


레드독의 옆으로 시종들이 도열했다.

그가 걷자, 사람들이 따라 걸었다.


레드독은 그렌드 홀의 플로어를 내려다보았다.


-철컥, 철컥!


그의 수많은 동지가 결전을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김한, 당신은 후회하게 될 거예요."


드러난 하관에 그믐달 같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 * *



며칠 전.


르블랑을 쓰러뜨린 뒤.

나는 스킬 선택 창에 들어왔다.

이제는 익숙한 느낌.


공동 중앙으로 왔다.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

제법 좋은 느낌인걸.


보라색 네 개 초록색 하나.

후반으로 접어든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

이제는 4티어 스킬이 쏱아지듯 터져 나왔다.


-절멸[티어4 / 액티브]

적을 처치합니다. 위력+8, 이동+4, 은신+2 


-직관[티어4 / 패시브]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정신+12, 집중+4


-공격력 증가[티어4 / 패시브]

물리 데미지를 입힐 경우 데미지 랭크 2 증가. 위력+8


-익숙한 사격술[티어2 / 패시브]

원거리 무기를 사용 시 데미지 랭크 2 증가. 위력+2


다시 돌아온 <절멸>.

무난하고 확실한 딜링기다.

만약.

다른 변수가 없었다면,

나는 <절멸>을 선택했을 것이다.


이제 슬슬 <절개>만으로는 만족스러운 위력이 나오지 않아.


하지만.

나는 이번에 살다와 약속했다.

이번에 반드시 놈을 처치한다.

나는 <직관>스킬에 눈을 돌렸다.


'더 임파서블'에서 <직관>은 상대의 스탯을 보여주거나. 약점과 같은 내용이 적힌 텍스트 창이 나타나 플레이어를 도와주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보통 이런 기술들은 버려지기 마련이다.

게임사에서 DB를 제공받은 게임 웹진에서 이런 내용들을 전부 정리하여 올려주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보통은 굳이 아까운 스킬 선택 기회를 이딴 곳에 낭비하지 않는다.


하지만 '더 임파서블'의 경우는 어떠한가?

특정 갤러리에 뿌려진 이 게임은 공식 홈페이지도.

리뷰를 담당하는 서브 웹진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이 스킬을 배워 모든 몬스터의 상성을 직접 엑셀 파일로 작성해야 했다.

개 같은 거.

하지만 덕분에 깨달은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직관>류의 스킬이 몬스터의 상태 창을 업데이트해 주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직관>스킬을 배우게 될 경우.

퀘스트 창과 퀘스트 도우미의 기능이 업그레이드됐다.

예를 들면 퀘스트 창에 몇 가지 숨겨진 이야기가 추가된다던가.

방향 표시에 거리가 추가되어 좀 더 확실한 위치를 알 수 있게 되는 형식이었다.


레드독 그 자식을 잡으려면 <직관>을 배워야만 한다.

나는 그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실행했다.


-슈아아.


보랏빛 물결이 내 손끝을 타고 흡수되었다.


잠시 후.

나는 지금까지 희미하게만 느껴졌던 레드독의 기척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절멸>을 배운 상태로 레드독을 추적하려 했다면 레드독은 손쉽게 호엘룬을 빠져나갔을 거다.


그렇다면 그가 다음으로 향할 곳은 제국이 되겠지.

그것만은 안된다.


나는 게임에서 레드독이 제국의 심처에 자리한 사탄과 손을 잡았을 때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알고 있었다.


그것은 연합왕국과 제국의 전쟁이었다.


공격 액티브 스킬은 마몬을 잡고 배우면 된다.

나는 공동을 나서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기다려라.

내가 간다.



* * *



김한이 <직관>을 배운 시점은 레드독의 보드판에 엑스자 표시가 늘어난 시점과 같았다.


결과 갈 곳을 잃은 레드독은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했다.

레드독이 답지 않게 공손한 태도로 무릎을 꿇어 보였다.


"미천한 자가 심연의 존재를 뵙습니다."

【흐.흐.흐. 언제든 떠날 것처럼 꼬리를 말아 재끼더니. 꼴이 우습게 되었구나.】


신수라 불린 존재가 레드독을 비웃어 보였다.

레드독은 반응하지 않고 그저 땅에 머리를 박아 보였다.


"그런 말씀 마소서. 신은 오직 주인의 기쁨을 위해 존재할 뿐. 이곳 호엘룬에 주인님의 안위를 위협할만한 이가 나타나 잠시 확인을 했을 뿐입니다."

【그래, 달마티아 해안에서 레비아탄의 목을 친 인간이 나타났다지. 그런 머저리 같은 것이 우리의 형제를 자처하다니 우스운 일이군.】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다만 아뢰오니, 그가 주인님의 목숨을 노리고 호엘룬에 잠입했으니. 그를 징치하여 심연의 법도를 세우소서."

【네 놈의 그 간악한 혓바닥에 놀아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으나. 좋다. 그놈을 내 앞에 데려와라. 내가 놈을 머리 부터 씹어먹을 것이다.】


더욱 깊이 숙인 레드독의 하관에서 짙은 미소가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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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C.11 - 호엘룬(3) 24.08.19 32 1 11쪽
» C.11 - 호엘룬(2) 24.08.19 41 1 12쪽
68 C.11 - 호엘룬(1) 24.08.18 35 0 11쪽
67 C.10 - 신성 결투 재판(6) 24.08.18 31 0 11쪽
66 C.10 - 신성 결투 재판(5) 24.08.17 35 0 11쪽
65 C.10 - 신성 결투 재판(4) 24.08.17 36 0 11쪽
64 C.10 - 신성 결투 재판(3) 24.08.16 32 0 12쪽
63 C.10 - 신성 결투 재판(2) 24.08.16 33 0 11쪽
62 C.10 - 신성 결투 재판(1) 24.08.15 40 0 12쪽
61 C.9 - 달마티아 해안(6) 24.08.15 40 1 11쪽
60 C.9 - 달마티아 해안(5) 24.08.14 37 1 11쪽
59 C.9 - 달마티아 해안(4) 24.08.14 33 1 11쪽
58 C.9 - 달마티아 해안(3) 24.08.13 44 1 11쪽
57 C.9 - 달마티아 해안(2) 24.08.13 36 1 11쪽
56 C.9 - 달마티아 해안(1) 24.08.13 37 0 11쪽
55 C.8 - 요정의 숲(6) 24.08.12 39 0 11쪽
54 C.8 - 요정의 숲(5) 24.08.12 42 0 12쪽
53 C.8 - 요정의 숲(4) 24.08.12 37 0 11쪽
52 C.8 - 요정의 숲(3) 24.08.11 44 1 11쪽
51 C.8 - 요정의 숲(2) 24.08.10 43 1 11쪽
50 C.8 - 요정의 숲(1) 24.08.10 41 0 11쪽
49 C.7 - 의장 선거(6) 24.08.10 42 0 11쪽
48 C.7 - 의장 선거(5) 24.08.09 37 0 12쪽
47 C.7 - 의장 선거(4) 24.08.09 41 0 11쪽
46 C.7 - 의장 선거(3) 24.08.09 40 0 11쪽
45 C.7 - 의장 선거(2) 24.08.08 40 0 12쪽
44 C.7 - 의장 선거(1) 24.08.08 42 0 11쪽
43 C.6 - 주와이외즈(16) 24.08.08 47 1 12쪽
42 C.6 - 주와이외즈(15) 24.08.07 43 1 12쪽
41 C.6 - 주와이외즈(14) 24.08.07 4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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