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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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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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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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8 - 요정의 숲(1)

DUMMY

게임 속 계략 용사 - 50

C.8 - 요정의 숲(1)



-꾸이—!


굴린의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여정이 시작되었다.


'살다, 래브도느, 굴린의 파티로 떠나는 모험은 오랜만인걸.'


살다와 래브도느 그리고 굴린은.

김한이 이세계에서 첫 번째로 만든 파티 구성원이었다.


'벌써 이 세계에 소환되고서 꽤 시간이 흘렀는걸.'


김한이 처음 이 세계에 떨어진 것은 봄의 초입이었으며.

지금은 이미 여름의 중순을 지나고 있었다.


-꽤엠맴매~


"밖의 날씨가 제법 덥구나."

"그렇습니다. 굴린이 고생이 많군요."


"빙석(氷石)을 소환해 묶어두었으니, 한동안은 버틸 만 할 거다."

"하음, 오빠 노곤해요오···."


졸린 눈의 래브도느가 처진 귀를 세울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김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왔다.


살다가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지켜보더니.

김한에게 의도와 감정이 뒤섞인 불가사의한 눈빛을 내비치며 물었다.


"한아 네가 작업 중인 새아가는 언제쯤 넘어올 것 같더냐."

"···그런 거 아닙니다."


김한은 즉시 부정하였으나.


살다의 노련한 눈썰미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살다는 그 찰나의 순간만으로 김한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았다.


"후후, 그렇다고 하기에는 제국으로 떠나는 그녀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거늘 본녀의 촉을 무시할 셈이냐?"

"설령 리타가 돌아온다고 하여도 제가 살다님을 대하는 태도에 변함이 있겠습니까?"


순간.


김한의 어깨에 기대 잠들어 있던 래브도느의 몸이 움찔거렸다.

곧 자신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는 듯.

다시 잠에 빠져드는 것처럼 보였으나.


위기감을 느낀 김한이 급히 한마디 추가하였다.


"물론, 래브도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래브···."


래브도느는 그저 잠꼬대를 하듯 웅얼거렸으나.

김한은 즉시 말을 바꾸어 그녀를 달래듯 속삭였다.


"···래브 또한 마찬가지랍니다."


-코로롱—.


그제야 래브도느의 마음이 풀린 것인지.


경직되었던 몸이 풀어지며 양팔이 김한의 팔뚝을 감아왔다.

김한의 팔뚝이 래브도느의 말캉한 가슴에 파묻혔다.


한숨 돌린 김한은 왠지 모를 오한과 함께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살다가 손수 김한의 땀을 닦아주며 짓궂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무릇 왕관을 쓴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고 하지. 한아 부디 네 목이 세계수의 뿌리와 같기를 기대하마."

"살다님···."


김한의 낯빛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어두워졌다.



* * *



-꾸이—?

-끼이익


문제없이 나아가던 마차가 멈추어 섬과 동시에 육중한 목소리가 마차 안을 울려왔다.


"트롤 통행료!"

"···?"


마차에서 내린 김한이 전방을 확인하자.


커다란 도랑 사이에 다리를 놓고, 그 앞을 지키고 서 있는 트롤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는 내 구역이다. 트롤 통행료를 내라!"

"오빠, 어떻게 할까요?"


어느새 김한의 옆으로 온 래브도느가 헤레브를 움켜쥐며 김한에게 속삭였다.


래브도느의 목소리는 짐짓 두려운 듯 떨려왔으나.


오랜만에 만끽할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을 방해 받은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인지.


그녀의 목소리에 한 푼의 스산함이 섞여 있었다.


김한은 다리를 지키는 트롤을 보며 생각했다.


'지역 분기점을 지키는 이벤트 NPC다. 저 녀석은 보기보다 강해서 무력으로 처치하려면 꽤 애를 먹게 되겠지만.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의외로 순순히 통과시켜 주기 때문에 여기서는···.'


래브도느의 머리를 쓰다듬어 진정시킨 김한은 요정의 숲에 도착하기 전에 굳이 전투력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소정의 금액을 지불하고 통과하려 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김한의 바람이 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없었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한 청년이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펄럭!


마치 정의의 용사의 등장을 알리기라도 하듯이 그의 망토가 나부꼈다.


태양을 등지고 선 청년이 미소 짓자. 역광 속에서 새하얀 이가 드러나며 자신을 과시했다.


마치 대본을 읽는 듯한 목소리가 숲속을 울려왔다.


"감히, 제국의 허가도 없이 함부로 길을 틀어막고 여행객의 금품을 갈취하려 하다니! 이 무슨 부덕한 행위란 말인가! 제국 구원의 사명을 띤 나 루크가 이를 용납할 수 없으니! 네 목을 베어 내 정의를 실현할 것이다!"

"어, 잠깐···!"


루크라 불린 청년은 김한이 말려볼 새도 없이 칼을 뽑아 들더니.


그대로 트롤에게 돌진했다.


'이런, 젠장. 트롤이 한번 화가 나면 한동안 통행길이 막혀버린다. 그렇다면 적어도 저 청년이 트롤을 감당할 수 있는 녀석이기를 바라야 하는데···.'


김한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트롤에게 덤벼든 저 청년이 무엇인가 믿는 구석이 있음을 바랐으나.


그런 희망의 불씨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청년은 트롤의 몽둥이질 한 방에 날아가더니.

나무에 처박혀 대롱대롱 매달렸다.


망토가 나뭇가지에 걸려 제 몸 하나 간수하지도 못하는 청년이 김한 일행을 보며 소리쳤다.


"끄아악! 도, 도와주시오!!!"

"···."


김한은 잠시 자신의 인내심의 끝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으나.


이미 벌어진 상황에 불평하기보다는, 상황을 정리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살다님 래브와 함께 물러서 계십시오."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구나."

"오빠, 힘내세요···!"


<그림자 이동>


그와 동시에 그림자 속으로 모습을 감춘 김한은 순간 다리 뒤편으로 이동해 트롤의 뒤를 잡아 보였다.


"트롤, 통행세! 내야 한다!"


자신의 허락 없이 다리를 건넌 김한에 흥분한 트롤이 몽둥이를 휘둘러왔다.


-부웅, 부웅!


김한은 묘기와 같은 움직임으로 몽둥이를 흘리며 트롤의 품 안으로 침투하더니.


-스걱, 스걱, 스스슷.


트롤의 경동맥을 노린 칼날이 난도질하듯 춤을 췄다.


-컥, 커헉.


당황한 트롤은 함성을 내질러 자신의 용맹함과 투지를 되살리려 하였으나.


스킬 <절개>에 포함된 침묵+ 효과 덕분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쿵!


곧 트롤의 육중한 몸이 바닥에 파묻혔다.


김한은 곧 처박힌 트롤의 머리를 집어 들고 마무리 지으려 하였으나.


순간, 트롤이 간절한 눈빛으로 자신에게 자비를 구하고 있음을 느꼈다.


'음, 이거 죽여야 하나?'


평소의 김한이었다면 이런 생각조차 사치로 여기며 냉정하게 자신을 몰아붙였을 테지만.


살다와 래브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김한의 마음속에 약간의 망설임이 서성였다.


'후, 나약해졌구나··· 김한.'


-타앗!


트롤의 머리채를 놓아준 김한이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더니.

아직도 나무에 매달려 있는 루크의 옆에서 솟아났다.


비록 거꾸로 매달려 있었으나.

김한의 전투를 전부 지켜본 루크의 눈은 찢어질 듯 크게 띄어져 있었다.


그의 입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온 것은 감탄이었다.


"대, 대단하구료···!"

"어째서 그렇게 무모한 행동을 하신 겁니까?"


하지만 김한은 그의 평가를 받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김한의 나무라는 듯한 말에 루크는 항의하듯 입을 열었으나. 


"나, 나는 그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그것은 누구를 위한 정의요. 여기서 당신의 행동에 만족한 이는 오직 당신뿐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정의는 오직 당신의 만족이라 할 수 있겠지."


김한의 말에 얼굴이 붉힌 루크가 다시 한번 항의해 보였으나.

김한의 축객령에 곧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나, 나는 절대로 그런 것이···!"

"아무튼 전투는 끝났으니, 이곳에서 떠나십시오."


하지만 그는 아직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 그럴 순 없소. 나는 이곳에서 증명해야 합니다."

"대체 무엇을 증명하겠다 말씀하시는 겁니까?"


김한의 계속된 무시에 폭발한 루크가 목이 터지라 처절하게 외쳤다.


"나는 라시타의 계시를 받았소! 그리고 아버지에게 내가 계시받았음을 증명하리라 약속했소! 그러니 나는 고통 받는 제국인을 구해야만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단 말이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 하면 당신은 어째서 바로 근처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외면하고 이 인적없는 숲까지 뛰쳐나오게 되었습니까?"


김한의 말에 순간 루크는 멍청한 얼굴로 대답했다.


"···예?"

"보아하니 당신은 꽤 명망 있는 귀족의 자제분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런 변방까지 뛰쳐나오기 전에 우선 자기 영지를 제대로 살피며 영지민들이 삶에 문제는 없는지 확인해봐야 할 것이 아닙니까? 제 말에 틀린 점이 있다면 말씀해 보시지요."


루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 그건 영지를 물려받을 형님께서 하셔야 할 일이오. 내 일은 내가 정할 것이니 당신은 신경 쓰지 마시오!"

"그것이 당신의 정의라 말한다면 더 이상 참견치 않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곳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 떠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겠소. 구함 받은 이상 적어도 최소한의 염치는 챙겨야겠지···."


김한의 축객령에 주섬주섬 자신의 장구류를 줏어든 루크가 힘없는 발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멀어지는 루크를 지켜보는 가운데 살다와 래브도느가 김한의 곁으로 다가오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오빠! 정말 멋있었어요!"

"후후, 그래. 그런데 이번에는 저 트롤을 끝내지 않았더구나.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던 것이냐?"


살다의 의아해하는 듯한 물음에 김한은 변화한 자신의 속마음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굳이 살다와 래브 앞에서 쓸데없는 피를 보이지 않으려 했을 뿐입니다."

"호오, 한아 네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본녀는 네가 피를 뒤집어쓴 모습조차 아름답다고 생각하니 걱정하지 말고 네 뜻을 펼치도록 하거라."


살다는 래브도느를 흘끗 바라보더니.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김한을 토닥여주었다.


김한은 그저 살다의 손끝에 자신을 맡기고는.

잠시 그녀의 체향을 맡으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감사합니다."

"그래, 그래서 한아 너는 저 트롤을 어떻게 할 생각이냐?"


살다의 물음에 김한은 우선 쓰러져 있는 트롤의 옆으로 걸어가더니.


김한이 트롤을 걷어차자 그는 언제 쓰러져 있었냐는 듯. 


-빠악!


"커, 커헉··· 사, 살려달라! 살려줘···세.요!"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무릎을 꿇고 어설픈 제국어로 김한에게 자비를 구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럼 우선 묻지, 네 이름은 무엇이냐?"

"주, 주운··· 준 입니다."


트롤은 자신의 발음이 맞는지 확인하며.

김한에게 자신의 이름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흐음, 준이라. 그렇다면 준, 만약, 내가 네게 한 번의 기회를 준다 하면 성실하게 살아갈 자신이 있겠습니까?"

"무, 물론이다. 아니, 물론입니다."


김한은 잠시 준이 지키고 서 있던 다리를 살펴보았다.


조금 엉성하고 서툴렀으나.

계속해서 다리를 정비해 둔 흔적이 남아있었다.


'나는 저 보수된 다리에서 그의 가능성을 보았다. 그에게 드라코 컴퍼니에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은 어떨까?'


김한이 준을 빤히 바라보며 셈을 하는 동안.


그 시선을 견뎌야 했던 준은 연신 식은땀을 흘려대며 부디 김한이 자비를 베풀어 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좋아."


곧 셈을 마친 김한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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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C.10 - 신성 결투 재판(5) 24.08.17 37 0 11쪽
65 C.10 - 신성 결투 재판(4) 24.08.17 37 0 11쪽
64 C.10 - 신성 결투 재판(3) 24.08.16 34 0 12쪽
63 C.10 - 신성 결투 재판(2) 24.08.16 34 0 11쪽
62 C.10 - 신성 결투 재판(1) 24.08.15 4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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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C.8 - 요정의 숲(3) 24.08.11 45 1 11쪽
51 C.8 - 요정의 숲(2) 24.08.10 44 1 11쪽
» C.8 - 요정의 숲(1) 24.08.10 42 0 11쪽
49 C.7 - 의장 선거(6) 24.08.10 43 0 11쪽
48 C.7 - 의장 선거(5) 24.08.09 39 0 12쪽
47 C.7 - 의장 선거(4) 24.08.09 42 0 11쪽
46 C.7 - 의장 선거(3) 24.08.09 41 0 11쪽
45 C.7 - 의장 선거(2) 24.08.08 42 0 12쪽
44 C.7 - 의장 선거(1) 24.08.08 4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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